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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필담입니다.

신화급 아이템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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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백야필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최근연재일 :
2024.06.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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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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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4,374

작성
24.06.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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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화의 현현(2)

DUMMY

신화의 현현(2)



레드 드래곤이 출몰했다는 재난 대피 문자가 온 이후.

나에게 또다른 문자가 도착했다.


─현 시간 부, 준전시 체제로 전환하며 각성자 관리법 43조 2항에 의거, 긴급 재난 사태 발령 및 각성자 소집 통보.

안내 공지를 받은 각성자분들께서는 즉시 각성자 관리부로 집합해 주시기 바랍니다.


“각성자 소집령 통보라······ 설마 이게 나한테까지 올 줄이야.”


하와이의 트롤 킹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은 전시에 대비하여 각성자를 소집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어 놓았다.

대한민국도 물론 그 법률을 도입했었고, 내가 기억으로, 보통은 100위권 이내의 국내 랭커들은 전부 소집될 거다.


보통 각 국가의 최강자 100명을 모아두면 어떤 사태에든 대항할 수 있으니까.

그게 안 되는 국가들은 진작에 멸망하거나, 인접한 타국에 보호를 요청하며 사실상 합병되었고.


그런데, 이번에는 레드 드래곤이라는 거대한 재앙이 현현한 탓인지, 소집되는 각성자의 영역이 넓어진 것 같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랭커들 이외에도 상대할 방법이 있을 것 같은 각성자들이 서포트를 하기로 되어 있지만, 설마 처음부터 나까지 동원될 줄이야.”


랭커 100인에 서포트하는 인원들까지 합친, 어마어마한 인원이 투입되는 작전.

전례 없는 규모의 합동 레이드가 될 거다.


나는 소집령을 다시 확인한 후, 각성자 관리부 건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50명이 넘는 각성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40명이 랭커.

나머지는 서포트를 할 수 있는 각성자들로 보였다.


하긴. 레드 드래곤이라는 재앙을 앞두고, 어중간한 각성자들은 서포트를 하는 것만으로도 죽어버릴지 몰랐다.

서포트를 하는 사람들도 대체 불가능한 특수한 스킬이나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위주로 소수만 모아 놓은 거겠지.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던 중, 이지연 팀장의 얼굴이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이지연 팀장이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다.


“아, 역시 하이드 씨도 오셨군요.”

“네. 그런데, 갑자기 대체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아마 사람이 더 모이면 설명하겠지만, 재난 문자는 보셨죠?”

“네. 진짜 드래곤이 나온 겁니까?”

“현장 영상 짤막하게라도 보여드릴게요. 그쪽에 나가 있던 동해 길드원들이 찍어온 거예요.”


영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보이는 불그스름하고 거대한 실루엣.


영상을 재생하자, 어떤 숲의 모습이 펼쳐졌다.


그 숲 위로 놈의 모습이 보였다.


굉장히 먼 거리에서 찍은 것 같은 데도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압도적인 크기.

마치 CG로 만들기라도 한 듯, 주위와 이질감이 느껴지는 거대한 짐승이 숲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레드 드래곤은 하늘을 빙빙 돌다가, 어느 한 곳을 향해 불을 뿜었다.


화아악!


그 열기가 어찌나 강한지, 족히 수 km 밖에 있던 촬영자도 한순간 촬영을 포기하고 몸을 웅크렸다가 촬영을 재개했다.


카메라가 다시 조명한 숲의 모습은 처참했다.


초목이 우거져 싱그러운 녹색으로 빛나던 산은 잿더미에 뒤덮인 채 붉은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숯덩이들이 뿜어내는 열기에 화면마저 일그러질 정도였다.


재앙.

달리 표현하기 힘든, 그런 풍경이었다.


영상은 그걸로 끝났고, 이지연 팀장이 말을 이었다.


“산불은 잡혔고 다행히 인명피해도 없는 걸로 파악됐지만······ 놈이 날뛰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이 잿더미가 되는 건 순식간일 거예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례 없던 드래곤의 등장.

그것도, 하필 대한민국 땅에서.


그 어떤 전조도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익숙한 상황이었다.

전조가 보이지 않았다는 건, 어딘가에 숨어서 일을 꾸민 배후가 있다는 거니까.


“혹시, 빌런들이 드래곤을 소환한 걸까요?”

“그게 제일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대체 어떻게 드래곤을 소환한 건지······.”


얼마 전, 놈들이 몬스터 웨이브에서 소환한 건 트롤 킹.


그것도 던전 핵 세 개를 이용해서 소환한 괴물이었다.


물론 마왕의 소환을 앞당기기 위해 균열을 강화하고 보스 몬스터를 더 일찍 소환하는데 마나를 쏟았겠지만······.

어쨌든 보스 몬스터 하나를 소환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장난이 아니라는 것.


하물며, 드래곤은 대체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쏟아부어 소환한 것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이번 일이 정말 빌런들의 소행이라면······ 놈들의 저력은 가히 상상 이상이겠네.


게다가, 그런 괴물을 왜 하필 한국에 풀어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화염을 토해내는 놈을 보고 느꼈다.

놈은 눈 깜짝할 순간에 이 작은 나라를 지도에서 지워놓을 힘이 있다는걸.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건 기회일 수도 있다.


드래곤을 사냥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거다.

하지만 드래곤 레이드가 끝난 뒤 보상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그 피를 요구한다면?

그렇게 얻어낸 드래곤 피를 이용해서 에테르 정제기를 양산할 수 있다면?


여기에 문제는 없다.

김윤성 차관에게 장영호 장인과의 거래 내용을 슬쩍 흘리면, 국가 발전을 위해 최대한 많은 드래곤의 피를 확보해주려고 할 것이다.


에테르를 이용해 돈과 명예, 권력을 얻을 수 있다.

에테르를 놓고 협상에 들어가, 동생을 치료할 물약인 엘릭서를 얻어낼 수도 있다.

각성 계의 전체적인 장비 수준을 올려, 전 세계의 치안 수준을 올릴 수 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와 희진이가 안전을 보장받고, 편안하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


이 모든 건, 내가 드래곤 레이드에 참여하고, 레이드가 성공한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일.


솔직히 두렵다.

레벨도 많이 오른 데다, 그 레벨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는 신화 급 아이템이 두 개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죽을 수도 있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위험한 일이 될 거다.


나는 각오를 다지며 이지연 팀장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놈은 지금 어딨죠?”

“강원도 쪽으로 날아갔어요. 그쪽 정보통에게 듣기로는, 태백산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움직임은요?”

“아마 브리핑 때 듣겠지만, 방금 봤듯이 산 하나를 불태우고 난 뒤로 잠잠하다고 해요. 지금은 몸을 웅크린 채 잠든 것처럼 요지부동이라고 하네요.”


각종 특이한 스킬과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각성자들은 지형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험하고 거친 강원도의 산에서 처음 등장하는 드래곤을 잡아야 하는 상황.

패턴을 모르고 강력한 상대인 만큼, 랭커들을 아무리 모아놔도 레이드가 쉽지는 않을 거다.


나는 품에 넣어둔 고대 마법 스크롤을 매만졌다.


바스락.


레전드 등급의 일회용 아이템.

솔직히 그 성능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의 등급 구분은 명확하고 단순하다.


아이템이 품고 있는 가치.


분명, 이 스크롤을 사용하면 레전드라는 등급에 맞는 강력한 마법이 나오겠지.


어떤 마법이 튀어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고대 마법이라고 하니 드래곤을 상대할 조커 패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게,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되었으면 좋겠네.


생각에 잠긴 채 조금 기다리자 수많은 랭커들과 각성자들이 각성자 관리부의 대형 회의실에 모였고, 김윤성 차관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시작은 이지연 팀장이 보여주었던 숲을 불태우는 레드 드래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는 내내, 각성자들은 한숨을 쉬거나 침음성을 흘리고, 주먹을 꽉 쥐는 등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짧은 영상이 끝나고, 김윤성 차관이 굳은 얼굴로 설명을 이었다.


“현재 보신 바와 같이, 레드 드래곤의 저력은 추산이 불가합니다. 레이드 중 피해 범위는 약 50km로 잡고 있고, 100km 이내의 주민을 전부 피난시킬 예정입니다.”


한참이나 작전 지역과 작전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김윤성 차관은 익숙하지만 낯선 얼굴들을 화면에 띄웠다.


“이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인접 국가 및 동맹국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후보군은 미국, 중국, 일본 등을 비롯한 13개국이며 혹시 이들이 지원을 온다면, 별동대로 기동할 예정이니 참고 바랍니다.”


후보로 선별된 이들은 각국에서 랭킹 50위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들.

현재 휴식기에 들어가 던전 공략 일정이 없고, 가장 컨디션이 좋은 이들이었다.


하긴. 이번에 우리가 레드 드래곤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한다면, 놈이 언제든 중국이나 일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두 국가도 현재 비상이 걸려 있는 만큼, 최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랭커들을 파견하려고 하겠지.


본인들의 영토에 재앙이 닥치는 것보단, 남의 땅에서 재앙을 막는 게 효율적이니까.


작전 회의가 거의 끝나가고.

김윤성 차관이 말을 이었다.


“작전은 열흘 뒤. 이번 공략 작전의 핵심이자, 랭킹 1위, 미리내 길드의 마스터인 이태준 각성자의 검이 수리를 마치는 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자, 누군가 김윤성 차관의 옆으로 걸어가 마이크를 쥐었다.


그것만으로도 각성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지.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배우가 아닌가 착각마저 드는 남자.

모두가 아는 얼굴이지만, 이 사람을 실제로 본 사람은 많이 없을 테니까.


온 세상을 뜯어봐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검객.


검성이라는 칭호를 받은 대한민국 최강의 남자.


랭킹 1위 이태준이 말을 이었다.


“이번 작전의 결과에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린 만큼, 앞장서서 레이드에 참여하겠습니다. 부디, 전력을 다해주셨으면 합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담긴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힘.


역시, 랭킹 1위라는 포스와 5대 길드 미리내의 마스터 자리는 괜히 오르는 게 아닌 것 같네.


이태준이 장내를 훑어보며 각성자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더니, 내게서 시선을 멈췄다.


왜지?

혹시, 나를 아는 건가?


유난히 길게 나와 눈을 마주치던 이태준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마이크를 내려놓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 뒤로는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역시, 내 착각이었던 건가?


오묘한 기분에 빠져 있는데, 김윤성 차관이 회의를 끝냈다.


“레드 드래곤의 동태를 살피고, 특이사항 발생 시 긴급 소집이 있을 예정입니다. 이후 소집 일정은 재 공지드리겠습니다.”


열흘 뒤.

검성의 무기, ‘승리의 신념’의 수리가 끝나는 대로 레드 드래곤 레이드가 시작된다.


*


일주일 뒤.


“마지막 납품이네.”


랭킹 1위 이태준의 검을 수리하기 위한 에테르 1,000병 중, 마지막 250병.

나는 에테르 정제를 끝내자마자 김윤성 차관을 찾아 에테르를 건넸다.


김윤성 차관은 굳은 얼굴로 에테르를 받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런 시기에, 덕분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정당한 거래였는 걸요. 그래서, 레드 드래곤은요? 그사이에 움직임은 없었습니까?”

“관찰 결과, 그사이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이대로 놔둬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건 안 될 일이죠.”

“그렇죠. 그럼, 저도 레이드를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25억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내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희진이에게 양도할 준비까지 마쳤다.


그렇게, 레이드에 나설 준비를 마치며 이틀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랭킹 1위의 검, ‘승리의 신념’의 수리가 끝났다는 뉴스와 드래곤 레이드에 대한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신화급 아이템, ‘승리의 신념’ 수리 완료. 미리내 길드 및 검성 이태준 각성자의 복귀 선언.

─강원도 태백의 ‘레드 드래곤’ 레이드. 역대급 규모에 외국 랭커까지 참전.

─강원도 및 경기 일부 지역, 주민 대피 완료. 레드 드래곤 레이드까지 초읽기.


“이제 진짜 시작이네.”


내일.

신화 속 생물의 사냥을 나선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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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의 현현(2) +2 24.06.23 3,921 9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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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금의환향(1) +3 24.06.20 4,575 9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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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재앙의 징조(2) +3 24.06.18 4,922 94 16쪽
41 재앙의 징조(1) +4 24.06.17 5,202 10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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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몬스터 웨이브(3) +3 24.06.15 5,519 107 13쪽
38 몬스터 웨이브(2) +3 24.06.14 5,630 113 13쪽
37 몬스터 웨이브(1) +4 24.06.13 5,893 116 13쪽
36 명장을 만나다(3) +3 24.06.12 6,015 117 15쪽
35 명장을 만나다(2) +6 24.06.11 6,155 114 13쪽
34 명장을 만나다(1) +4 24.06.10 6,377 123 12쪽
33 태동(5) +3 24.06.09 6,599 121 14쪽
32 태동(4) +3 24.06.08 6,729 116 12쪽
31 태동(3) +4 24.06.07 6,922 123 14쪽
30 태동(2) +2 24.06.06 7,234 122 14쪽
29 태동(1) +3 24.06.05 7,346 137 14쪽
28 터닝 포인트(4) +2 24.06.04 7,527 130 13쪽
27 터닝 포인트(3) +2 24.06.03 7,495 133 12쪽
26 터닝 포인트(2) +9 24.06.02 7,785 131 12쪽
25 터닝 포인트(1) +5 24.06.01 7,922 1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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