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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필담입니다.

신화급 아이템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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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필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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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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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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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현현(1)

DUMMY

신화의 현현(1)



명장 장영호.


모두가 칭송하는 아이템 메이커.


마지막 에테르 정제를 시작하기 전, 나는 그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이 시간에 갑자기 왜 보자고 한 거냐?”

“혹시, 같이 사업을 하나 해볼 생각 없으십니까?”

“사업? 푸하하! 나에게 같이 사업을 하자고? 네가 얼마나 돈이 많든, 나보다 많을 수도 없으니 내게 투자하려고 온 건 아닐 거고.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도 있나?”

“예. 흥미로워하실 아이템을 하나 들고 왔죠.”

“그래. 네가 재밌는 아이템이 많은 건 알지만, 같이 사업을 하는 건 다른 얘기다. 쉽지는 않을 거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템을 봤겠어?”

“그런 명장께서도 단 한 번도 본 적 없을 거라고 장담하죠.”

“그래? 한번 보자. 대체 네가 뭘 들고온 건지.”

“그 전에, 할 게 있습니다.”

“할 거?”


나는 비밀 유지 조약이 담긴 서류를 내밀었다.


“아이템을 보시면 그 재질과 작동방식, 설계 도면까지 모두 알게 되시겠죠. 하지만, 여기서 보신 건, 절대 발설 금지입니다. 명장께서 함부로 쓰셔도 안 되고요.”

“대체 무슨 아이템이길래 이렇게까지 호들갑이야? 그래. 이깟 조약, 써주지. 내용을 보니 함부로 입을 열었다간 내가 개털이 되게 생겼는데, 그 값어치를 해야 할 거다.”


명장이 두 개의 서류에 전부 서명을 마친 후.

나는 만족스럽게 하나를 품에 넣으며 에테르 정제기를 꺼냈다.


“이건 대체 무슨 아이템······ 잠깐. 잠깐! 그거 이리 내봐라!”


명장은 멀리서도 대충 무슨 아이템인지 눈치챈 듯 떨리는 눈으로 에테르 정제기를 보았다.

내가 정제기를 건네자, 마치 아기를 다루는 듯 조심스럽게 건네받은 명장이 아이템을 확인하고는 나직하게 읖조렸다.


“미친······ 에테르를 정제할 방법이 있다고 하긴 했지만, 이딴 물건이 있을 줄이야. 세상에, 상상 이상이군. 이 세상 물건이 아니야. 대체 이런 물건은 어디서 어떻게 얻은 거냐?”

“그건 영업 비밀입니다. 저도 운 좋게 얻은 거라서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 물건을 양산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 그게 사업 내용이었구나! 자, 잠깐 기다려 봐라!”


명장이 흥분에 차서 아이템을 한참이나 살펴보았다.

나는 마치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이 된 심정으로 손에 땀을 쥐고 답을 기다렸다.


한참이나 심각한 얼굴로 정제기를 들고 있던 명장은 얼굴을 야차같이 구기며 혀를 차기 시작했다.


“시발······ 역시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다른 재료들은 문제 될 게 없어. 충분히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재료들이다. 하지만, 그 재료 중 이 세계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물건이 있다.”

“그게 뭔데요?”


명장이 떨리는 손으로 에테르 정제기를 내려놓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뜸을 드렸다.

그리고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드래곤의 피.”

“드래곤의······ 피라고요?”


나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소리를 지르지도 못한 채 충격에 빠졌다.


드래곤은 현재 등장한 적은 없고, 던전 내부에서 캐낸 정보로만 존재하는, 일종의 신화 같이 여겨지는 몬스터다.

그런데, 그런 드래곤의 피를 이용해서 에테르 정제기를 만드는 거라고?


“드래곤의 피를 대체 어떻게 구하죠?”

“그걸 모르니까 양산은 불가능하다는 거다. 젠장. 어쩐지 다른 세상 물건 같더라니. 에테르를 정제할 수 있는 물건인데,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

“당연한 일이라니요?”

“저번에 에테르에 관해서 설명했었지. 몬스터가 신격을 얻어가는 과정이라고.”

“그러셨죠.”

“그러니 당연히 마법석으로 에테르를 정제하기 위해서는 몬스터의 힘이 필요하다는 거다.”


마법석을 에테르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몬스터의 힘이 필요하다.

에테르는 고레벨의 몬스터가 체내에서 마법석을 녹여 만드는 것이니까.


그 과정을 상기해보니, 당연한 일이다.

과연 어떤 몬스터의 힘이 그 많은 마법석을 순식간에 에테르로 정제할 수 있을까?


“드래곤의 피를 이용해 그 많은 양을 순식간에 정제했던 거군요. 그렇다면 드래곤의 피가 아니라 다른 몬스터들의 피를 이용해도 이론상 가능하겠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거지. 물론, 천천히라도 에테르를 정제할 방법이 있다면 무조건 하는 게 맞지만, 그것 또한 불가능하다.”

“왜죠?”


명장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너는 트롤의 심장에서 피를 몇 번이나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거야······ 수십 번이 한계이긴 하죠.”

“그래. 딱 그거다. 트롤 심장은 포션 제조 산업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지.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가진 물건이라도 한계는 있다. 수십 번이나 피를 빼낸 트롤 심장은 그냥 고깃덩어리야.”

“다른 몬스터의 피를 넣어 에테르 정제기를 만드는 건 힘든 일이기도 하고, 일회용 소모품이 되어버린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래. 다른 몬스터의 피를 넣으면 마나 밀도가 너무 낮아서 낮아 정제도 실패하겠지만, 성공한다고 한들 에테르 하나를 만드는 데 감히 어느 정도의 몬스터 피가 들어갈지 계산도 안 돼. 이 드래곤의 피는 특수해. 대체할 재료가 없다.”


그러니까, 핵심 재료 중 하나인 드래곤의 피를 구할 방법이 없다면······.


“그렇다면, 이걸 추가로 만들어내는 건 무리겠군요.”

“앞으로도 힘들 거다. 드래곤은 던전 내부 자료에서나 나온 데다 거기서도 신화처럼 여겨졌을 정도로 흔하지 않은 생명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등장한 적 없었고. 뭐, 이 물건 내부에 피가 있는 걸 보니 실존하긴 했나 보군.”


세계 최고의 명장과 함께하면 에테르 정제기를 양산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에테르를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쉽지 않다.

에테르 정제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재료가 하필 드래곤의 피라니······ 너무 터무니없긴 하네.


국가에서 사업 지원까지 해주는 마당에 에테르 정제기를 양산할 수 있다면 온갖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태 에테르 수급이 한정되어 만들 수 없던 아이템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하여 각성자들의 수준을 높이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도 있다.


이대로 포기하긴 정말 아까운데, 정말 방법이 없을까?


“일단······ 알겠습니다. 저도 따로 방법을 찾아볼 테니, 명장께서도 방법을 찾게 된다면 연락해 주세요.”

“오냐. 아, 참. 이럴 게 아니라 계약서나 하나 더 쓰자. 혹시라도 방법을 찾았는데 계약 안 되어 있다고 다른 명장 놈들 찾아가면 내 복장이 터질 것 같거든.”

“좋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에테르 정제기를 양산하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검토를 마쳤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뒤.


“하아. 차원 연결에서는 나오지 않으려나? 드래곤의 피를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에테르 정제기를 뽑은 차원은 SF.

왜 그런 세계에 드래곤의 피 같은 게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또다시 SF에서 아이템을 뽑는다면, 에테르 정제기를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2급 아이템 확정권을 손에 들었다.


“이번에는 또 뭐가 나올까? 제발 에테르 정제기를 만들 재료가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저번에 에테르 정제기를 뽑았던 아이템 등급이 3등급.

그러니, 2급 아이템이면 상당히 높은 등급 아이템이 나올 것이다.


“드래곤의 피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대체할 수 있는 아이템이면 뭐든 좋다. 차원 연결!”


【스킬, ‘차원 연결’은 쿨타임 중입니다. 차원 연결(20D)】

【‘2급 아이템 확정권’을 확인했습니다】

【스킬, ‘차원 연결’을 사용합니다】

【차원 목록 로딩 중······】

【차원 확정 룰렛을 시작합니다】


눈앞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룰렛.

이번에도 내게 선택권을 주지는 않겠다는 듯한 빠른 속도.


하지만, 나는 최대한 눈에 불을 켜고 룰렛을 멈출 타이밍을 쟀다.


“3번, SF 차원이 나오는 게 제일 좋아. 제발! 행운의 여신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여신님까지 애타게 찾으며 룰렛을 멈춘 결과.


【차원 1에 연결합니다】


─차원 1.

검과 마법이 발달한 세계입니다. 관련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필 이런 때 판타지라니!”


내가 판타지에 애정이 있는 건 맞지만, 하필 이런 때 원하던 SF가 아니라 판타지가 나올 줄이야.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행운의 여신님께서 내 손을 들어주지 않으시는 건가?


야속하게도, 그건 또 아니었다.


【행운의 여신이 당신을 향해 미소 짓습니다!】

【2급 아이템 중, 최상위 아이템에 당첨되었습니다!】


“아, 기왕 주실 거면, SF에서 주셨으면 했는데······ 하지만, 아직 기대를 버리긴 이르지.”


SF 차원이 나오기를 기대했던 건 어디까지나 에테르 정제기가 등장했던 차원이라서 그랬던 것.

판타지 차원에는 진짜 드래곤이 있을 테니, 피를 대체할 아이템이 나올지도 몰랐다.

여차하면, 드래곤의 피가 가득 담긴 통이 나올지도 모르고.


“제발 나와라.”


에테르 정제기를 양산해 각성 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희진이를 고칠 약물인 엘릭서를 내가 뽑지 않아도, 보유하고 있는 다른 국가와 딜을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나에게는 지금 드래곤의 피나 혹은 그걸 대체할만한 아이템이 간절하다.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길 잠시.

푸른 균열이 생성되고 그 안에서 천천히 아이템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기서 나온 건.


팔랑, 팔랑.


“이게 뭐야. 이건······ 낡은 종이 같은데?”


고급스러운 끈으로 고정된 채 둘둘 말려 있는 종이.

나는 바닥에 떨어진 그 물건을 집어 옵션을 살폈다.


【고대 주술 봉인서(레전드)】

─수많은 고대 주술이 봉인된 스크롤입니다. 스크롤을 찢으면 시전자의 상황에 맞는 고대 마법이 한가지 발현되고, 봉인서는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랜덤 마법 스크롤이라는 소리.

내 상황에 맞는 어떤 마법이 튀어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도울 마법이 나온다는 거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레전드? 고작, 이런 마법 스크롤이?”


마법이 새겨진 스크롤은 많다.

지금도 던전 내부 탐사 때 몸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수통 대신 워터 마법 스크롤 같은 걸 챙기기도 하니까.

그런 물건들은 보통 노말에서 레어 등급 정도로 치부된다.


하지만, 그중에 이렇게 랜덤으로 마법이 발현된다는 스크롤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상하다.

특이하다고 해서, 레전드 등급까지 나올 물건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시전자의 상황에 맞게 마법이 나온다는 설명은 얼핏 보기에 좋은 듯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시전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 건지 모르니까.


“뭐, 솔직히 너무 아쉬운 결과지만, 이번 건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거니까 가지고만 있자. 이 스크롤이 레전드 등급의 가치가 있을지는 나중에 써보면 알겠지. 물론, 한동안은 쓸 일이 없을······ 응?”


스크롤을 품에 챙겨 넣던 그때.

스마트폰이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삐─ 삐─.


“경고음? 무슨 소리지, 이게?”


스마트폰을 확인하려던 순간.

창밖에서 내 스마트폰에서 들리는 것과 같은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삐─ 삐─


경고음이 점점 퍼지기 시작하며, 온 동네에 경고가 울리고 있었다.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 같은 모습.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나도 아주 크게 났다는걸.


“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스마트폰을 열어 경고음의 정체를 파악했다.


화면에 드러난 건, 한 통의 재난 경보 문자.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긴급 피난 경보. 경기 동부, 레드 드래곤 출현. 서울 동부 및 강원도 일부 포함 반경 50km 대피 요망.


“이건······!”


얼마 전 상대했던 트롤 킹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존재.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 없던 신화 속 생물.


대한민국을 멸망으로 이끌지도 모르는, 진짜 재앙이 등장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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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신화의 현현(4) +7 24.06.25 2,951 72 13쪽
48 신화의 현현(3) +5 24.06.24 3,267 79 13쪽
47 신화의 현현(2) +2 24.06.23 3,564 90 12쪽
» 신화의 현현(1) +8 24.06.22 3,879 101 12쪽
45 금의환향(2) +3 24.06.21 4,051 97 14쪽
44 금의환향(1) +3 24.06.20 4,262 90 14쪽
43 재앙의 징조(3) +4 24.06.19 4,421 101 15쪽
42 재앙의 징조(2) +3 24.06.18 4,617 93 16쪽
41 재앙의 징조(1) +4 24.06.17 4,911 101 14쪽
40 몬스터 웨이브(4) +3 24.06.16 5,168 110 14쪽
39 몬스터 웨이브(3) +3 24.06.15 5,230 107 13쪽
38 몬스터 웨이브(2) +3 24.06.14 5,339 113 13쪽
37 몬스터 웨이브(1) +4 24.06.13 5,598 114 13쪽
36 명장을 만나다(3) +3 24.06.12 5,739 115 15쪽
35 명장을 만나다(2) +6 24.06.11 5,885 113 13쪽
34 명장을 만나다(1) +4 24.06.10 6,102 121 12쪽
33 태동(5) +3 24.06.09 6,325 119 14쪽
32 태동(4) +3 24.06.08 6,457 115 12쪽
31 태동(3) +4 24.06.07 6,646 121 14쪽
30 태동(2) +2 24.06.06 6,954 120 14쪽
29 태동(1) +3 24.06.05 7,067 135 14쪽
28 터닝 포인트(4) +2 24.06.04 7,241 128 13쪽
27 터닝 포인트(3) +2 24.06.03 7,218 132 12쪽
26 터닝 포인트(2) +9 24.06.02 7,503 130 12쪽
25 터닝 포인트(1) +5 24.06.01 7,649 122 14쪽
24 부러진 신념(3) +4 24.05.31 7,658 1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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