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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 서재

연성하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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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연어
작품등록일 :
2023.12.31 14:05
최근연재일 :
2024.02.13 12:2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147
추천수 :
153
글자수 :
211,759

작성
24.02.13 12:20
조회
82
추천
4
글자
12쪽

34화 : 주작 (4)

DUMMY

34화 : 주작 (4)



치이이이익-


검붉은 피의 강이 끓기 시작한다. 천장에서 떨어지던 핏물이 떨어지지 못하고 기화했다.


끼아아아아악!


불사조가 빠르게 날아다니며 온 곳에 불꽃을 뿌리며 날아다녔다. 부리를 열 때마다 불길이 치솟았고, 날개짓을 할 때마다 불꽃이 사방으로 번졌다.


‘이게 불사조의 힘?’


크기가 커진 녀석의 비행은 아름답게 빛났다. 세상의 모든 악을 불태우려는 것처럼 지나가는 곳마다 핏덩어리들이 녹아내렸다.


전설 속의 존재는 달랐다. 저렇게 강력한 존재가 죽지도 않고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지만···.


갑자기 왜 나타났단 말인가? 도망가라고 했는데?


“고, 공자님! 이 때에요! 이 쪽으로!”


레이가 뒤를 돌아보니 체크니가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불사조가 시선을 끄는 순간 도망치자는 마음이 눈빛에서 느껴졌다.


‘아니, 먼저 도망가라니까 왜 말을 안 듣고-’


찰나의 순간, 생각조차 한 문장을 끝내지 못한 짧은 시간.


리치, 헤르메스가 스태프를 땅에 찍었다. 쿵. 세게 찍은 것도, 높게 찍은 것도 아닌 살짝.


하지만 결과는 작지 않았다.


끼아아아아악!


헤르메스의 스태프에서 푸르스름한 덩어리가 날아가더니 그대로 불사조를 맞췄다. 불사조는 벽에 박혀 더 이상 날지 못했다.


끼악, 끼악, 끼아악!


불사조는 고통스럽다는 듯이 온 몸을 비틀었지만, 불타는 몸에 치이익- 소리가 났다. 괴로워하던 불사조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이 망할 놈의 새대가리가······!]


레이는 헤르메스를 살폈다.


해골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점차 어두워지는 보라색 안광은 정신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을 한순간에 정리하고 판단을 끝낸 레이는 검에서 손을 뗐다.


[스승님? 왜 스승님이 왔던 곳에서 저 새대가리가···. 아니, 아까도 있었었나?]


“이리왓! 이 녀석아. 따지자면 네 선배인데 연성 결과물에 무슨 짓이냐! 얼른 와서 선배님한테 인사하거라.”


[······?]



***



“아, 제자야. 미안하구나. 여기 와서 저 녀석을 보조로 삼았다. 너희 수제자들 셋 모두 없다보니 많이 불편해서 말이지. 정식으로 인사 시킬테니 저것 좀 치워 보거라.”


헤르메스는 스승의 말에 할말을 잃었다.


아까부터 정신도 오락가락하는데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는 상황이 한 둘이 아니었다.


“얼른! 선배가 후배 괴롭히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내 따끔하게 혼내고, 인사도 시킬테니까.”


[······?]


헤르메스는 반사적으로 스태프를 움직였다. 스승의 말은 일단 따르는 것이 영혼에 새겨진 탓이었다.


끼아악!


냉기 덩어리가 몸에서 사라진 불사조는 잠시 제자리에서 날았다. 불사조도 상황 파악이 안되는 분위기.


“보조야! 이리로 와서 사과해라. 비록 종족은 달라도 엄연히 네 선배니까 인사를 해야지. 거 불좀 날릴 줄 안다고 선배 결과물에 그런 장난을 치면 어떡하느냐?”


······장난? 모든 것을 불태우고 정화시키는 저 영겁의 불꽃이 장난이라고?


끼아악···.


불사조가 조심스럽게 날아와 레이 옆에 앉았다.


“어허, 고개를 똑바로 숙이면서 사과해라. 그 동안 앙탈부려서 죄송하다고.”


[장난, 앙탈······?]


헤르메스는 스승의 단어에 눈빛이 흔들렸다.


그 동안 불사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하는 것은 물론이요, 영생의 비밀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할 때마다 끝없이 자신을 공격했었다.


만약 마법 수준이 조금만 부족했더라도,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릴 건 자신이었다. 오죽하면 에테르로 힘을 회복한 녀석이 회심의 습격을 했을 때 라이프 베슬에 금이 가지 않았던가.


그런데···. 장난? 앙탈?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승님. 보조라니요? 새로 들인 제자라는 뜻입니까? 저 새대가리를요?]


“그래. 보니까 서로 앙금이 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마라. 뭐든지 힘으로 하는 것보다 진심으로 따르게 하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자! 보조야. 얼른 네 선배에게 고개 숙이면서 사과해.”


끼아악···.


헤르메스는 눈앞의 모습에 경악했다.


스승의 말을 들은 불사조가 정말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닌가? 자신만 보면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을 보내며 발광하던 놈이었는데?


[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제 말은 하나도 듣지 않던 저 새대가리가 어째서······?]


“에테르를 컨트롤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허나, 네가 리치가 되었으니 어쩔 수 없구나. 그리고 네가 한 인체 연성······.”


스승은 불사조를 향해 손짓했다. 마치 어른들끼리 이야기하는 데 어린이에게 끼어들지 말라는 듯한 축객령이었다.


“그래, 노력은 잘했다만 규모가 적구나. 보니까 사람도 넣은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렇게 혼탁하게 만들면 될 것도 안 된다. 내 누차 말하지 않았더냐? 4원소의 물을 기반으로 하는 연성이므로, 불순물이 섞이면 안 된다고.”


[······그건 그렇지만···.]


헤르메스는 또 다시 시작된 스승의 잔소리 공격에 정신이 어질했다.


“안그래도 북부에는 매년 겨울이 끝날 때마다 몬스터 웨이브가 온다고 하더라. 그러니 그 웨이브 몬스터들 다 잡아서 인체연성의 기반을 마련하거라. 사람은 쓰지 말되, 아주 많이.”


스승은 할 말을 마쳤다는 듯이 뒤돌아 떠나기 시작했다.


[어디 가십니까? 인체연성은 결국 에테르가 필요한데 스승님이 없으시면 전 할 수 없습니다.]


“제자야. 제자의 실수는 스승이 치워야 하는 법. 네가 내 책을 다 도둑맞지 않았더냐? 그 책을 찾아와야 한다. 때마침 보조 녀석이 에테르를 잘 흡수하니, 데리고 다니면서 찾으러 가보련다. 마중은 나오지 않아도 되고.”


[아아···. 그런 문제라면 제 소환물들에게 명령만 내려도 됩니다.]


헤르메스는 스태프를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불사조가 태우지 못한 피의 급류에서 우두두, 소리가 나면서 온갖 것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좀비, 구울, 스켈레톤, 시체골렘···.


[가라! 스승님의 책을 찾아 내게 돌아와라!]


헤르메스의 스산한 말에 언데드 군단이 보스룸 문을 열고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스승님? 이젠······. 두 번 다시 버림받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서 영원히 저와 함께하시죠.]


“······어, 음···.”



***



레이는 숨이 턱 막혔다.


처음에 셀 수 없는 수준의 언데드들이 일어섰을 때, 까마득한 절망감을 느꼈다.


손짓 한 번에 저리 많은 언데드를 소환하는 헤르메스의 강함은 과연 어느 수준일까? 북부의 기사단들이 모조리 투입되면 잡아낼 수 있을까?


문제는 아직도 언데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입구가 좁고 빨리 나가지 못해 병목현상이 일어났을 뿐, 계속해서 각종 언데드가 소환되고 있었다.


이 언데드들이 던전 밖을 나서서 글리우텐부터 침공을 시작한다면······.


꿀꺽. 침을 삼키며 머리를 재빨리 회전시켰다. 여기서 무력으로 헤르메스를 잡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아···. 이것 까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건만.”


레이는 검을 꺼내 헤르메스를 향해 가리켰다.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보라색 안광이 빠르게 점멸했다.


주우웅!


단전에서 에테르를 꺼내, 검에 주입한 다음 압축했다. 스웰과 싸울 때 썼던 에테르의 오러화가 이루어졌다.


찬란한 녹색빛은 불사조마저 떠난 시체의 방을 밝게 비추었다. 빛이 어둠을 몰아내듯, 갑자기 비치는 환한 빛에 헤르메스가 후드를 깊게 뒤집어썼다.


“세상을 뒤덮는 녹색 빛이 퍼질 때, 밀리엘께서 재림하시리라. 제자야, 이 찬란한 녹색빛이 보이더냐?”


[······예?]


“각종 종교 서적을 섭렵한 너라면 알겠지. 신격(神格)은 믿음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네 스승이 밀리엘교의 화신체 취급 받기를 원하느냐?”


[······!]


“그래, 단순한 에테르가 아닌 농밀하게 압축한 에테르다. 이걸 네 인체연성에 조화롭게 넣는다면 영생 또한 꿈 속의 이야기가 아닐 터. 그런데 어찌···.”


레이는 인상을 쓰며 헤르메스의 안광을 똑바로 쳐다봤다.


“나의 충신이자, 앞길을 예비해야 할 네가 어찌 날 의심한단 말이냐? 신을 소유하고 싶어 어리석은 사람처럼 행동할테냐? 신격의 시련을 감당하는 수행자의 길을 막을 테냐?”


쿵!


실제로 큰 소리가 난 것은 아니었으나, 리치인 헤르메스의 영혼에서는 엄청난 충격이 일어났다.


신격(神格) 수행자라니!


애초에 스승을 따라다니며 연금술을 배웠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어렸을 때부터 모든 종교와 신들에 대해 배우면 배울수록 알게 된 진실은 단 하나였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고, 신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 중에서도 신격의 시련을 이겨낸 사람, 신화를 만든 존재는 신이 되었다.


‘혹시 나도 스승님 아래에서 배우면······. 신화에 나오는 제자가 되지 않을까?’


헤르메스는 자신은 신이 될 그릇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 각종 죽음의 위기를 이겨내고,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해내는 그의 스승에게 빠졌다.


여러 예언서에서 읽었던, 신화에 나오는 제자가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신화의 한 페이지를 기록되는 것이 헤르메스의 진정한 소망이었다.


헤르메스는 다시 스승의 검을 바라봤다. 찬란하게 빛나는 녹색빛에서 어둠을 몰아내는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이대로 스승을 막는다면, 오히려 앞길을 막는 배덕한 제자가 될 터였다.


“나를 믿느냐? 15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재림한 나를 믿느냐? 그렇다면 매 년마다 나를 기다리거라. 네가 얼마나 성실하게 인체연성을 준비했는지 봄마다 확인할 테니.”


[아, 알겠습니다! 불초 제자, 스승님의 말씀 따라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헤르메스는 신을 영접한 것처럼 스태프도 내팽개친 다음 이마를 땅에 대며 절했다.


“그래. 그러면 이제 가 볼테니, 저 언데드들 좀 치워 보거라.”


[아아, 그게······. 제가 힘이 부족하다 보니 지성체가 없는 것들로 소환했습니다. 아마 제 명령을 다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겁니다.]


“······뭐?”


헤르메스는 스승의 찌푸려진 미간에 황급히 스태프를 휘둘렀다. 푸화악! 눈앞에 보이던 언데드들이 한순간에 터져버렸다.


[그, 그래도! 이 놈들은 정리했으니···. 앞서 나간 놈들이 걱정이시라면, 이걸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헤르메스는 로브 안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은회색이 빛나는 철제 목걸이었다.


[턴언데드가 가능한 아티팩트입니다. 리치가 될 때 제게 위협이 될까봐 계속 가지고 있었던 물건인데······.]


다시금 보라색 안광이 점멸했다.


“됐다. 네 모습을 보니 짠하구나. 넣어두거라. 이렇게 의심받을 거면 받고 싶지도 않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스승님을 절대로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헤르메스는 후다닥 목걸이를 스승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다.


“그래. 내가 현자의 돌을 연성할 때까지 기다림은 계속 될 테니 준 임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거라. 만약, 북부 어느 곳에서라도 몬스터 웨이브가 밀고 들어온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면······.”


[된다면······?]


“나는 네 이름을 모른다 하겠다.”


[그,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스승님, 제발 절 믿어주십쇼!]


헤르메스는 다시금 이마를 땅에 대며 절했다.


“지켜 볼테니, 믿음을 잃지 말고 봄까지 기다리거라.”



***



“공자님? 어떻게 된 거에요?”


“설명은 나중에. 일단 뛰시오. 정신차리기 전에 도망가야 하니까.”


끼아아아악!


불사조가 누구보다 먼저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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