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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 서재

연성하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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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연어
작품등록일 :
2023.12.31 14:05
최근연재일 :
2024.02.13 12:2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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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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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글자수 :
21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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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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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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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32화 : 주작 (2)

DUMMY

32화 : 주작 (2)




끼아악···.


손등에 맞아 나가 떨어진 불사조가 애타게 울었다.


‘아, 깜짝이야.’


갑자기 불타는 새가 날아와서 반사적으로 손이 나갔다.


그냥 피해도 될 일이었지만, 감정이 실리기도 했다.


‘내 에테르를 얼마나 쳐 먹은 거야?’


조금씩 차오르던 에테르가 다시 개돼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직 책장에 꽂혀 있는 책도 많았고, 얻을 수 있는 에테르가 꽤 될 것 같았지만···.


“공자님! 방금 그건 불사조가 주인 인장을 찍으려고 날아간 거라고요!”


체크니가 당혹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주인 인장?”


“예! 그래야 불사조의 불에 데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타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끼악!


레이의 손에 맞고 날아간 녀석이 애처롭게 울었다. 한주먹만하게 생긴 녀석을 다시 보니···.


‘귀엽긴 하네.’


눈이 마주친 불사조가 어렵사리 재차 레이를 향해 날아왔다. 끼악! 날개짓이 꽤나 불안했던 터라 두 손으로 받아주었다.


사르륵.


녀석에게서부터 은은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 온기는 손 위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레이의 몸 안으로 들어오더니 단전으로 향했다.


녀석의 온기가 들어오자, 계속해서 끓던 에테르가 한 순간에 잠잠해졌다.


“와···. 소설에서나 보던 불사조라니. 한번 말 걸어보세요, 공자님.”


“말? 대화가 된다는 말이오? 으음···. 너, 방금 뭘 한 거냐? 방금까지 끓던 게 잠잠해졌는데?”


끼악!


“그렇군. 이건 고맙다. 근데, 내 에테르를 왜 허락도 없이 가져갔느냐?”


끼악?


“그래. 네 녀석이 후루룩 먹었다. 주인이고 뭐고, 방금처럼 에테르를 계속 먹는다면 널 키운다거나 함께 할 마음이 없다.”


끼아악! 끼악, 끼악!


주먹 하나보다 작은 불덩어리 새가 부리를 크게 벌리며 울었다.


“다시 뱉을 수 있다고? 자유자재로?”


끼악!


“불사조가 뭐라고 말하는 지 알아 들으시는 건가요?”


체크니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 그러고 보니···.”


분명 귀에 들리는 건 아기새의 끼악하는 소리인데, 마음 속으로는 무슨 의미인지 들렸다.


체크니와 스웰의 표정을 살피니 둘 다 전혀 못 알아듣는 얼굴이었다.


“너, 그럼 저 책장에 있는 에테르도 삼킬 수 있더냐? 나한테도 줄 수 있고?”


끼아악!


“그래? 그러면···. 반 정도만 먹어 보거라.”


끼아아악!


힘차게 소리친 불사조는 레이의 손을 떠나 책장 앞으로 날아갔다.


이후 아기새가 어미새에게 먹이를 달라며 아우성치는 것마냥 부리를 열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끼악, 끼악, 끼악, 끼악!


“어? 뭐에요? 막 쭉쭉 커지는데?”


체크니가 불사조를 가리키며 탄성을 질렀다. 그의 말대로 불사조는 덩치가 순식간에 불어나며 자라나기 시작했다.


한 손에 들어올 만한 쬐끄만 녀석이 사람 머리만해지더니, 결국 책장의 에테르를 반을 다 먹어치우며 5살 아이만한 덩치로 변했다.


“어, 어떻게 된 거에요? 공자님?”


“잠깐 기다려 보시오. 불사조야, 니 말이 진짜인지 증명해 보거라. 나한테 에테르를 넘겨.”


끼아악!


커진 불사조는 레이 앞까지 금세 걸어오더니 부리를 열어 에테르를 토해냈다.


에테르는 여전히 녹색빛이었고, 흔들림 없이 레이의 단전을 향해 흘러들어갔다.


“······흐으음. 합격. 너, 아니다. 이름을 지어 줘야겠구나. 날 도와줄 수 있으니 보조(補鳥)라 불러야 겠다.”


전생에 학원에서 레이를 돕는 보조는 한 둘이 아니었다. 수제자 셋부터 시작해 보조를 하고 싶었던 사람을 줄 세우면 연구실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러니 레이에게 있어서 보조는 영광의 자리요, 사람의 자리였다. 불사조가 꽤나 영특하고 쓸모있어 보이지만 사람은 아니었기에 새 조(鳥)를 붙였다.


끼아아악!


불사조, 보조는 부리를 열어 위로 불을 뿜어냈다.


“그래. 이름이 마음에 드는구나? 좋다. 내 특별히 보조 너에게 나머지 에테르도 빌려 주마. 이번엔 토해내지 말고 가지고 있고.”


끼악!


보조는 다시 책장 앞으로 가서 부리를 열어 책장에 남아 있던 모든 에테르를 빨아들였다.


“공자님?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에요?”


에테르도 보이지 않고, 불사조의 말도 이해하지 못한 체크니가 물었다. 그 옆의 스웰 또한 멍청하게 입만 벌리고 있을 뿐.


“음, 불사조. 아니지, 보조의 말을 듣지 못하는가 보오? 저기 보조가 에테르를 다 먹으면 대화 좀 해 보시오. 다른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지 궁금한데···.”


불사조, 보조가 에테르를 다 먹은 뒤 총총 뛰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덩치가 워낙 커져 레이의 허리보다 더 커져 있었다.


아직까진 불사조보다 에테르에 관심있던 레이는 확인차 책장을 봤고, 찬란한 녹색빛이 사라진 책장에는 온통 녹색표지의 책이 있었다.


‘근데 저건 내 책이 아닌데?’


녹색빛이 사라진 책장에 회색 표지의 책이 하나 꽂혀 있었다.



***



[93년. 스승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도대체 왜? 우리는 수제자로서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었기에 스승님을 찾아 나섰다.]


[94년. 스승님의 옛 집이 있던 브리함에서 결국 발견해냈다. 하지만 발견한 것은 ‘승천’ 흔적이었다. 우리는 모두 그 가설에 동의했다.]


[96년. 우리는 조금씩 싸우기 시작했다. 정신적 지주가 없는 게 문제였다. 난 돈이나 밝히는 놈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고, 다른 녀석의 지적허영심에 도서관을 짓겠다는 말 또한 무시했다.]


[97년. 이 멍청한 동기들과 함께 할 수 없었다. 스승님 능력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에테르를 아직도 느끼지 못하다니? 나는 스승님의 자료에서 에테르가 나온다는 걸 느끼자마자 싹 챙겨서 떠났다.]



***



익숙한 필체에 잠시 눈을 비볐다. 책 내용은 일기 같았다.


옆의 체크니가 아이처럼 불사조, 보조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고, 보조는 기분이 좋다는 듯 울어댔다.


‘어디서 본 필체더라?’


레이는 다시 일기를 읽기 시작했다.



***



[102년. 5년이 지났지만 스승님의 연구 결과를 도통 따라갈 수 없었다. 멍청한 두 동기가 떠올랐지만 다시 만날 생각은 없었다.


[107년. 10년 동안 이룬 성과라곤 스승님 자료에서 에테르가 계속 쌓인다는 점 하나 밖에 없었다. 난 그 에테르를 스승님 수준으로 컨트롤 할 수 없었다. 홧김에 책을 던지려다가 멈췄다.]


[117년. 20년이 지났다. 마르실리오 놈이 기어코 길드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깟 돈이 뭐라고? 영생이 코 앞에 있거늘···.]


[137년. 이젠 나도 젊었을 때처럼 열정적으로 연구할 힘을 잃었다. 온 몸이 아프다. 스승님보다 나이가 더 들었음에도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젠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140년. 나는 스승님의 자료 덕에 안티 매직 포션을 똑같이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회색 마탑주와 모종의 거래를 했고, 그 덕에 나는 마법을 배웠다.]



***



‘이거, 헤르메스 놈의 일기군.’


수제자 중의 하나인 마르실리오 이름이 나오자 익숙한 필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내가 떠나고 난 다음에 결국 사이가 안좋아졌구나.’


비록 세상에 없어진 사람들이겠지만, 수제자 셋의 화목하지 않은 결말을 일기로 확인하니 입안이 씁쓸했다.



***



[143년. 결국 난 결심했다. 숨이 다하기 전까지 아무리 연구해도 스승님의 그림자도 쫓아가지 못할 걸 알았다. 스승님의 거처에서 가장 먼 곳, 북부의 끝에 자리잡았다.]


[144년. 금지된 마법을 연구한 끝에 난 리치가 되었다. 이제 마음이 놓인다. 시간의 압박 없이 천천히 영생을 연구하리라.]


[145년. 내 거처에 간 큰 도둑놈이 와서 자기 보물을 숨기고 싶다고 찾아왔다. 대가로 난 연금술 재료들을 구해와 달라고 부탁했다. 리치의 몸으로 활동하기엔 불편한 점이 있었다.]


[150년. 이 망할 도둑놈 같으니라고! 건방진 놈이 스승님의 자료들을 절반 넘게 훔쳐갔다. 저번 만남 때 등가교환 이야기를 듣고 묘한 표정 지을 때 예상했어야 했는데···.]


[160년. 후회된다. 혼자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난 거처 안에 스승님의 흔적을 최대한 만들었다. 누가 됐든 스승님에게 연금술을 배운 사람이라면 시련 없이 내 방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170년. 이제 에테르를 하나도 컨트롤 할 수 없었다. 스승님이, 하늘이 날 버린 것 같다. 리치화가 심해지는 지 이성적인 판단이 자꾸만 흐려졌다. 전설을 믿고 싶진 않았지만, 혹시나 몰라 북부를 뒤졌고 그 끝에 봉인된 불사조를 찾았다.]


[180년. 말을 잘 듣진 않지만, 불사조 연구 외에는 답이 없다.]


[200년. 이 멍청한 새대가리 같으니라고! 몰래 에테르를 빨아먹은 불사조가 날 배신했다. 싸우는 도중에 라이프 베슬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놈을 다시 봉인하는 데에 성공했다.]


[몇 년인지 까먹었다. 나는 헤르메스가 맞는가?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멍청한 새대가리만 아니었어도···. 다음에 또 부활하려고 하면 아예 소멸시켜야 겠다.]



***



“응? 불사조야. 왜 그래? 춥니? 자꾸만 몸을 떠네.”


체크니는 불사조에게 친근한 말투로 물었다.


작을 땐 귀엽고, 커지니까 이리 늠름한 전설의 존재에게 이름을 보조라고 짓다니!


문제의 주인공 삼공자를 봤지만 또 책 읽기에 여념이다.


역시, 똑똑한 사람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렇게 보물이 잔뜩 쌓여있고, 전설로만 듣던 불사조의 주인이 되었는데도 책을 읽다니.


끼아악!


“아니라고? 저기? 저기는 보스룸 문 아니야? 왜?”


체크니가 보조의 날개짓을 보고 보스룸으로 가는 문을 가리킨 순간.


콰아앙!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갑자기 보스룸 문이 왜···.’


굉음과 함께 보스룸 문이 사라져 있었다. 무엇에 터진 것인지, 어디로 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사아아.


문이 열린 보스룸에서 소름끼치는 한기가 몰려왔다.


터벅. 터벅.


깊은 후드 망토를 둘러 쓴 무언가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키가 작은 사람만한 것이었지만 후드 안의 정체는 사람이 아니었다.


보라색의 안광이 빛나고, 망토 밖 드러난 모든 곳은 메마른 뼈에, 황금색 마석이 박힌 스태프를 들고 있는···


‘리, 리치?’


리치(Lich).


기사집에서나 읽어 본 존재였다.


대부분 후반부에 나오는 존재였는데, 이야기 속의 기사들조차 동료들을 여럿 잃게 되는 공포의 존재였다.


손짓 한 번에 사람들이 우수수 쓰러지고, 좀비와 구울, 스켈레톤과 같은 언데드 몬스터가 나타나는 장면은 글로만 읽어도 소름이 돋았다.


체크니는 어렸을 때 그 이야기를 읽다가 꿈에서 리치가 나와 오줌을 지렸던 적도 있었다.


‘기, 기사님은?’


리치는 오러에 약했다.


비록 라이프 베슬을 파괴하지 못하면 소멸시킬 수 없지만 그래도···!


스웰 경을 찾아보니 마법에라도 걸린 듯 떨고 있었다. 검도 꺼내지 못한 채! 무식하게 덤빌 것 같은 사람이 검도 꺼내지 못한다고?


‘불사조는?’


타락한 영혼을 정화시키는 영겁의 불꽃은 리치에게 치명적일 터였다.


불사조는 방구석에서 아까보다 훨씬 떨고 있었다.


천적에 가까운 존재인데도 저 리치를 보고 떨고 있다고? 리치가 오는 걸 알아채고 먼저 떨고 있었던 거야?


체크니는 이를 딱딱 부딪치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희망이 없었다. 왜 보스룸 문이 갑자기 날아갔는지 모르겠지만···. 죽을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가 체크니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순간, 체크니는 마지막 희망이 될 사람 하나가 떠올랐다.


그럼 공자님은?


“헤르메스, 네 이놈! 또 음습하게 마르실리오 제단에 장난질 쳤느냐?”


레이의 외침에 스태프를 들어 올리던 리치가 그대로 멈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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