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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 서재

연성하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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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연어
작품등록일 :
2023.12.31 14:05
최근연재일 :
2024.02.13 12:2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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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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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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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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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8화 : 설원의 구도자 (5)

DUMMY

18화 : 설원의 구도자 (5)



글리우텐의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체크니가 수색대원이 되었던 것은 제법 운명적이었다.


겨울이 될 때마다 하릴없이 집에만 있어야 했다. 어린 나이의 그는 심심함을 달래고자 겨우내 기사에 관련된 책을 읽었었다.


기사(knight).


검에 오러를 불어넣을 수 있으며, 주군을 위해 앞장서서 길을 뚫는 이.


몬스터가 쳐들어 올 때엔 주민들을 수호했으며.

전쟁이 일어날 땐 적장의 목을 베기 위해 돌진했으며.

사악한 강도무리들이 나타날 땐 처단함으로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웠으며.

용살자가 되어 나라를 건국한 기사왕 이야기까지.


기사도의 이야기가 넘쳤던 책들은 소년에게 원대한 꿈을 품게 했다.


‘커서 기사가 되어야지.’


그렇기에 글리우텐에서 유일한 기사이자 마나 유저인 네크레스 사령관에게 반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와 함께하고 싶어서, 그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수색대에 지원해 복무중이었다.


체크니는 자신 또한 기사가 되고 싶었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기사와 관련된 건 줄줄 외울 정도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재능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나를 느끼고 사용할 줄 아는 1서클조차 진입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마나를 느끼지조차 못하는 둔재.


체크니만 그런 건 아니었다. 마나를 느끼는 사람은 또래 중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그게 일반적이었다.


기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마나를 느끼는 것조차 어려울진대, 마나를 응축시켜 검에 불어넣어 오러를 만드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단계라 했으니.


그렇게 청년이 되어버린 체크니는 소년의 꿈을 한켠에 접고 선망만 하고 있던 도중.


오늘, 새로운 기사의 탄생을 목도했다.


“오, 오러?”


체크니는 눈을 비비고 다시 삼공자의 검을 바라봤다. 푸른빛 마나가 넘실대는 모습이 분명 오러였다.


오러 소드.


검에 마나를 응축시켜 오러를 실체화하는 기사들의 전유물.


드래곤의 비늘, 고대 신의 아티팩트, 마법 무구 등 일반인이 꿈도 꾸지 못할 것들을 제외한다면, 베어내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오러 소드를 쓸 수 있는 순간부터 이들을 초급이긴 하지만 기사라 불렀고, 전쟁터에서는 기사단 간의 전투가 결국 승패를 좌우했다.


과거에는 마법사가 간혹 전투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지만, 근래에는 밀리엘교의 신성주문 때문에 마법 자체가 희귀해졌으니 실상 기사가 전쟁의 핵심이자 꽃이었다.


매일같이 말을 타고 전쟁터를 누비는 기사가 되기를 꿈꿨던 체크니로서는 삼공자의 검을 둘러싼 오러를 보고 경악하면서도 의아함을 느꼈다.


‘근데 삼공자님 마나 못 쓴다고 하지 않았나?’


소문으로 듣기에는 마나를 쌓는 재능이 없어 9살에 검을 내려놨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그 누가 오러소드를 쓰는 17세 소년을 재능이 없다 말할까? 오러를 발현시키는 2서클의 벽을 넘긴 평균적인 기사들은 8년 정도의 수련기간이 필요했다.


‘혹시, 일공자님이나 이공자님의 성취보다 부족해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세이첸 가의 1공자는 스물 다섯에 4서클 유저인 강력한 차기 대공 후보였다. 2공자 또한 스물 둘에 3서클이니, 미래가 창창했다. 세이첸 가는 오롯이 능력으로만 대공 작위를 물려받았기에, 두 공자의 수련은 다른 기사들과 궤가 다르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체크니와는 관계 없는 이야기.


한 줌의 재능도 없었던 체크니는 주저앉은 채로 아이스 트롤을 향해 나아가는 레이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



“어어, 광폭화 조짐이다! 다들 도망칠 준비 해! 그때가 기회니까. 근데 삼공자님은······. 어라?”


광포하게 울부짖는 아이스 트롤의 모습을 보던 프렌이 대원들을 향해 지시한 다음이었다. 원래 목적이었던 삼공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고자 뒤쪽을 보자 의아함이 먼저 생겼다.


왜 저기에 있지?


트롤을 빙 둘러싸고 위험천만한 모닝스타 찜질을 하던 대원들 너머에 삼공자가 서 있었다.


“삼공자님? 상대하던 녀석은 어디에 가고···. 헉!”


광폭화로 인해 곧 달려들 트롤을 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렌은 새로이 발견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삼공자의 검에 푸른 빛의 오러가 맺혀 있었던 것.


“비키시오.”


삼공자가 발걸음을 놀리며 대원들 틈바구니를 지나쳐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목표는 아이스 트롤의 오금.


레이는 일단 무릎을 꿇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뒷모습만 봐도 안법 덕분에 녀석이 미친듯이 날뛰며 몽둥이를 휘두르는 장면이 연상되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야 눈밭을 굴러가며 겨우 피해냈지만, 다른 대원들이라면 누구 하나 아작나도 이상할 수준이 아니었다.


“끄르르륵!”


쿵! 레이의 횡베기에 양쪽 오금이 베어지며 날뛰려던 트롤이 무릎을 꿇었다. 불의의 공격에 당한 녀석이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끝내고자 트롤의 발뒷꿈치를 밟고 점프했다.


화이트팽 제 1식, 윗송곳니.


글리우텐에 처음 왔을 때, 파란포션 효능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시연했던 그 동작.


트롤의 두개골을 쪼개고자 높은 곳에서 강하게 내려찍는다.


콰지지직!


두개골을 파고 들어가던 검이 일순간 멈췄다. 힘차게 골을 부수며 나아가던 검에는 오러가 사라져 있었다.


“흐아아압!”


레이는 기합을 불어넣으며 검을 더 아래로 찍어내렸다. 소리치는 만큼 푸른빛이 아닌 녹색빛 오러가 잠시 반짝였고, 종국에는 척추 중간까지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쿵! 아이스 트롤은 어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다.


‘오, 큰일날 뻔 했네.’


오러 소드는 마나를 미친듯이 잡아먹는 기술이어서 그런지 도중에 마나가 바닥났었다. 녹색 오러가 잠깐 나와서 덕분에 머리통을 쪼개는 데에 성공했다. 그 즉시 혹여나 누가 보기 전에 오러를 거뒀다.


‘녹색 마나 덕분인가? 마나 유저라면 마나를 다 썼을 때 탈진 상태에 빠진다고 들었는데.’


몸을 살펴보니 문제 없이 멀쩡하고, 트롤의 피도 많이 채취할 생각에 기대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최소한 저 정도면······.


“사, 삼공자님? 설마 방금 사용하신 것, 오러 소드 아닙니까?”


눈에 당혹감이 서린 프렌이 레이에게 물었다. 다들 녹색빛 오러를 발견하지 못한 눈치였다.


“맞소. 이제 녀석들을 잡았으니 서둘러서···.”


“세상에나! 오러소드라니. 아니, 이렇게 강하셨으면서 여태 왜 힘을 숨기셨습니까? 분명 여기 오셔서 처음 저랑 대련하실 땐 이렇지 않았는데?”


프렌은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얼거렸다.


“진짜 오러 소드라고?”

“저기 봐봐! 저 쪽에 이미 한 마리 대가리가 날아가 있는데?”

“와, 역시 오러는 다르구나. 분대 하나가 내내 두들겨 패도 못잡는걸 칼 한방에 대가리를 쪼개버렸어.”

“근데 삼공자님이 어떻게 오러 소드를 쓰는 거야? 그, 소문 있지 않았던가?”


아직 김을 내뿜고 있는 아이스 트롤의 사체를 보던 대원들이 감탄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생사의 위험을 느끼며 상대하던 녀석이 한순간에 죽자 매우 놀란 눈치였다.


“도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저번 대련 때 느끼기로는 1서클 수준의 마나를 쓰시는 것 같긴 했는데. 근데 오러 소드라니! 그럼 2서클이신 겁니까?”


프렌이 모든 대원들의 궁금함을 대신해 질문했다.


“맞소. 그보다는 빨리···.”


레이는 마음이 급했다.


이런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었다. 지금도 새하얀 설원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한 방울이라도 빨리 피를 추출해야 하는데!


하지만 프렌은 다른 대원들처럼 흥분했는지 말이 많아졌다.


“세상에나, 17세에 초급 기사급이라니. 역시 핏줄은 못 속이는군요.”


첫째와 둘째 공자들이 더 탁월한 재능을 가졌기에 4서클, 3서클을 젊은 나이에 이룩했다면, 삼공자는 사생아에 어리니까 2서클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물론, 마나유저의 재능이 얼마나 큰 벽인지 모르는 프렌만의 생각이었다.


“근데 소문에는 마나를 선천적으로 쌓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이건 잘못된 헛소문이었나 봅니다?”


“크흠. 그건 다 이 파란 포션 덕분이오.”


레이는 헛기침을 하며 파란 포션을 들어 올렸다. 피 추출도 중요했지만 자신의 포션을 자랑하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파란 포션? 그게 뭡니까?”


“마나를 쌓지 못했던 사람도 마나가 일시적으로 생기는 포션이오. 누구나 마나를 쓸 수 있다는 뜻이지.”


“마나를 쓸 수 있다고요? 저 포션만 먹으면?”


프렌과 레이의 대화 중에 체크니가 난입하며 물었다. 그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보다 더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소. 정확히는 마나가 생길 뿐, 마나를 느끼고 운용하는 능력이 있어야만 하오. 있어도 사용할 줄 모른다면 마나를 불어넣는 것도, 오러를 발현하는 것도 불가능할 테지.”


“오오! 그래도 마나가 생기면 느끼는 단계를 수월하게 넘어가지 않을까요?”


마나를 느끼는 첫단계부터 걸렸던 체크니가 희망을 담아 물었다.


“글쎄. 그것 까진 모르겠소. 듣기로는 토납법을 통해 마나의 자연스런 흐름을 느낀다던데, 그보다 훨씬 많은 마나를 체내에 불어넣어주니 느끼는 게 더 쉬울 지도 모르겠소.”


“그렇다면······!”


체크니는 간절한 눈빛으로 레이를 바라봤다. 그 다음 말을 하지 않았지만 듣지 않아도 알 만큼 절실한 눈빛이었다.


“먹어보고 싶소?”


“그, 그래도 됩니까?”


레이와 체크니의 대화를 듣던 일동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들 또한 궁금했던 것.


아니, 이들도 궁금함을 넘어서 욕망에 가까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나도 먹으면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수색대 병사의 급여와 기사가 되었을 때의 생활 수준은 이로 말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내라면 다들 한 번씩 꿈 꿔 볼만한 목표가 기사 아닌가.


“만들어 둔 게 꽤나 있으니 글리우텐으로 돌아가면 체험삼아 하나 주겠소. 단.”


“단? 뭐든지 말씀하세요, 공자님. 제가 하겠습니다.”


“아직 복귀가 끝나지 않았잖소. 그러니 돌아가면서 할 설원 수색에 열정과 힘을 다해 주시오.”


“그거라면 당연한 말씀을! 공자님이 하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체크니가 함박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저, 저도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제게도 기회를 주십쇼!”

“전 약초를 좀 볼 줄 압니다! 지형도 빠삭하고요!”


체크니의 답을 들은 대원들이 앞다투어 레이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어떻게든 눈에 들어 파란 포션 하나 얻으려는 것.


대원들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꿈이 눈앞에서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변모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레이가 한 말은 재능이라는 현실에 막혀 살아가던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말이었다.


“조용! 레이 공자님께 무슨 망발이냐. 자중해라.”


프렌이 그제야 엄한 수색대장처럼 대원들을 말렸다. 하지만 그 또한 빛나는 눈빛을 레이에게 보내고 있었고 호칭 또한 삼공자에서 레이 공자로 달라져 있었다.


“모두들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는 다들 눈폭풍을 뚫고 함께 한 전우들 아니오? 다들 하나씩 챙겨 주겠소.”


“오오오! 감사합니다!”


이들 중에는 교대하고 복귀하는 대원들도 있었기에 전원 눈폭풍을 경험한 이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실에 집중하는 이는 없었다.


돌아가기만 하면 마치 기사가 될 것만 같은 달콤한 꿈을 꾸는 모습들이었다.


“이제 아이스 트롤의 피 부터 추출해 주시오. 저게 있어야 포션을 만들 수 있소.”


“우오오! 알겠습니다!!”


다들 의욕과 전투력이 가득찬 상태로 트롤의 사체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설원으로 출발하기 전 의욕 없고 불만 가득했던 이들의 모습은 싹 사라져 있었다.


30분 뒤.


“다 끝냈습니다!”


“수고 많았소. 피가 담긴 건 다 내게 주시오.”


“아닙니다. 저희가 들어드립죠.”


대원들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레이에게 답했다. 레이 또한 워낙 많은 양이었기에 작은 미소로 긍정했다.


특히나 수색대장 프렌은 꽤나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쨌거나 아이스 트롤 두 마리를 토벌한 성과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피야 그렇다 쳐도 두 마리에게서 나온 가죽은 훌륭한 전리품이었다. 가치가 높다보니 돌아가면 술 한 잔 걸칠만한 돈이라도 나올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자자, 이제 출발하자! 레이 공자님의 설원 수색을 위하여!”


“위하여!”


대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왁자지껄 웃으며 설원을 걷기 시작했다. 전투의 흥분은 사라졌음에도 전리품의 즐거움에 추위도 잊은 그들이었다.


“으음.”


레이는 되려 입가를 붙잡으며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아이스 트롤의 피를 왕창 가져가는 바람에 계속해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대원들이 없었더라면 혼자서 방방 뛰듯 웃고 있을만큼 기분이 좋았다. 한창 멋진 일을 해내고 실없게 굴고 싶지 않아 애써 입꼬리를 내렸다.


“레이 공자님? 가시죠.”


“아, 알겠소.”


레이는 프렌의 말에 답하며 뒤를 확인했다.


싸우던 흔적, 피를 뽑아내고 남은 아이스 트롤의 사체, 피가 묻어 붉어진 눈들.


뒷발질에 채여 다쳤던 체크니 외에 그 어느 누구의 피도 저기에 있진 않았다.


“공자님?”


“아, 잠깐 생각좀 하느라. 프렌 대장이 앞서 가시오. 내 뒤따라 가겠소.”


“예? 아, 알겠습니다.”


이름을 똑바로 불린 프렌이 깜짝 놀라더니 선두의 자리로 복귀했다.


다시 앞을 바라보니.


눈을 헤치고 걸어가는 수색대원들이 보였다. 그 길에는 붉은색 하나 없이 새하얀 눈길 뿐이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광활한 설원에서 유일한 발자국들이 이어진 길.


레이는 그 뒤를 따라가며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했다.


[내 연금술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삶을 포기하고 죽으려던 전생의 어렸던 그 날. 왜 나 같이 쓸모 없는 걸 도와주냐는 말에 대답하던 스승의 첫 마디였다.


스승 생각에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밤이 되어 별이라도 보였다면 가야 할 길을 알려줬을텐데.


다시 앞을 보니 기대감에 어깨를 들썩이며 눈을 헤치고 나아가는 대원들이 보였다. 분명 글리우텐으로 돌아가서 파란포션을 먹을 생각에 들떴을 터.


그들의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자니 레이는 괜시리 입가에 미소가 자리잡았다.


‘검술 성과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진 않네.’


그 덕에 대원들이 파란 포션의 진가를 알아봤다. 냉기 저항 포션도, 파란 포션도 결국 결과를 눈 앞에 증명해내야 믿는 시대인 셈이다.


연금술이 잊혀진 시대.


자신이 시대를 거슬러 빙의한 이유를 하나 더 찾았다. 땅에 떨어진 연금술의 위명을 복원하는 것.


‘이번엔 뭘 연성해 볼까? 포션? 아니면 강화제?’


방금 눈을 번득이며 달려들 것만 같던 대원들의 눈빛을 떠올린 레이는 자신 또한 기대감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누군가가 자신의 연금술에 희망을 꿈꾼다는 사실이 들뜨게 했다.


언제 눈폭풍이 지나갔냐는 듯, 설원의 날씨는 매우 화창하고 맑았다. 대원들과 레이의 마음에도 햇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



“흐으음···. 하인텔. 기사 네크레스가 허언을 했던 적이 있나?”


“없습니다. 대공 각하.”


북부의 지배자, 제국의 검, 제국의 인정을 받고 친인척이 된 자, 변경백, 북부 대공 등.


게스타브의 주인이자 북부를 호령하는 피에르 세이첸이 네크레스의 보고서를 다 읽은 다음 내려놨다.


“그럼 이건 진실이겠군. 막내가 검을 다시 잡았다는 소식.”


“······그렇습니까? 네크레스 경이 가르치는 것도 잘하나 봅니다. 다시 게스타브로 부를까요?”


“됐다. 사내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도록 도와줘야 하는 법. 지금쯤 힘들 테니 막내도 어떻게 변했는지 파악 할 겸, 파견단을 지원해 줘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글리우텐은 워낙 오지라 가려고 하는 기사들이 있을까 싶습니다.”


“2기사단 부단장한테 물어 봐. 가고 싶은 마음이 있냐고.”


“······괜찮으시겠습니까? 무리네 경이라면 단박에 간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삼공자한테는 아픈 기억이 있으니 다른 이를···.”


“검을 들어 봤자 마음이 똑바로 서지 못하면 사내 구실을 못하는 법. 그러니 신경쓰지 마라.”


“···예, 알겠습니다.”


집사 하인텔은 고개를 푹 숙이곤 대공의 방을 나섰다.


그의 주인은 항상 능력을 먼저 보는 사람이었다.


집사임에도 북부의 전체적인 업무를 맡긴 것도 자신의 능력을 잘 봐주었기 때문이었고, 아카데미 수석 출신인 네크레스에게 관심을 가진 것도 능력 때문이었다.


반면, 무능력을 입증한 삼공자에게는 가차 없었다.


검을 포기했던 도박꾼이 다시 들어서 수련한다는 보고에 잠깐 궁금함이 생겼을 뿐일 터.


‘근데 하필 무리네 경을 보낸다니···. 삼공자에겐 악몽이겠군.’


아들에게조차 엄격한 잣대를 풀지 않는 주군을 생각하던 하인텔은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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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 개평 (1) 24.02.01 206 4 13쪽
» 18화 : 설원의 구도자 (5) 24.01.31 206 5 17쪽
17 17화 : 설원의 구도자 (4) 24.01.30 201 5 13쪽
16 16화 : 설원의 구도자 (3) 24.01.29 201 5 13쪽
15 15화 : 설원의 구도자 (2) 24.01.28 211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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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 2서클 마나유저 (5) 24.01.26 233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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