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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 서재

연성하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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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연어
작품등록일 :
2023.12.31 14:05
최근연재일 :
2024.02.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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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6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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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5화 : 개돼지 (2)

DUMMY

25화 : 개돼지 (2)



레이는 솥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이게 맞나?


처음에는 에테르가 줄어든다는 걸 믿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당장 17세 소년의 몸에 빙의해서 글리우텐으로 유배되는 마당에 에테르의 양까지 꼼꼼하게 챙길 여력은 없었으니까.


블루 리지를 챙기고 파란 포션을 연성할 때부터 조금씩 체감했다. 150년 전보다 에테르의 양이 터무니 없이 적다고.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계속 연성을 하면 할수록 에테르의 양이 적어진다는 점.


‘이게 말이 되나?’


천체를 움직이는 힘인 에테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었지만, 사람에게 주어지는 운명 같은 느낌도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 이상의 에테르를 받아낼 수 없었고, 반대로 줄어드는 일도 없었다. 그 날의 별자리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하지만 최근 레이는 자신에게 내려오는 에테르가 꾸준히 적어지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체감했다. 당장, 지금 연성한 결과물이 그러했다.


촤아악!


“어억! 왜, 버리십니까? 저는 그저 도와드릴 수 있다고 말씀드린 건데요?”


“음? 아직 안가셨소?”


옆을 보니 바드가 아직도 있었다. 이 늦은 밤까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레이는 그제서야 방금 연성하던 공명의 포션을 받기 위해 밤 늦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아, 미안하오. 요즘 에테르가 부족하다보니 실패작이 나왔소. 이건 공짜로라도 줄 포션이 아닌 지라 버렸소. 나중에 별자리가 좋을 때 다시 연성해서 주겠소. 약속은 약속이니까.”


“······아, 방금 제가 한 말을 못 들으셨군요. 에테르가 부족해서 힘드시면 제가 도와드릴 방법이 있거든요.”


“방법?”


“예. 일전에 제가 황금여명회와 에메랄드 타블렛에 대해 말씀드렸던 것 기억하십니까?”


“150년 전 그랜드 마스터가 기록한 녹색으로 된 책. 기억하오.”


바드가 말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에메랄드 타블렛은 자신이 기록한 책이 분명할 터였다. 왜 황금여명회라는 후대의 연금술사 집단이 내 책에 집착하는 지 모르겠지만···.


“그 때 에메랄드 타블렛을 가지고 있으면 연성결과가 달라진다고 말씀드렸었죠? 이건, 황금여명회에 있는 연금술사에게 직접 들은 정보입니다. 150년 전의 그랜드 마스터의 유품에서 에테르가 흘러나온다더군요.”


“······유품에서 에테르가 나온다고? 도대체 무슨 원리로?”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저야 정보만 알 뿐이니까요. 에테르를 느낄 줄 아는 연금술사의 말이니 정확한 정보입니다.”


내 책에서 에테르가 나온다고?


레이는 연성 결과 때문에 심란했던 마음이 혼란해졌다. 현재 에테르가 줄어드는 기현상과 관련있는 것일까?


왜냐하면 에테르가 줄어드는 건 오로지 자신만이었다. 데미가 연성하는 걸 보면 에테르의 변동이 없었으니까.


“심지어 기회가 좋지 않습니까? 이번에 알려진 던전이 잊혀진 던전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요.”


“갑자기 던전? 그게 내 책, 아니 에메랄드 타블렛과 관계가 있소?”


“아아···. 어차피 이제 한 배를 타게 되었으니 알려드리겠습니다. 100년 전 활동했던 대도 레펠의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모르겠소.”


150년 전이라면 모를까, 어찌 보면 사후 50년의 이야기를 알 턱이 없었다.


“노래로 전해드려야 하는데, 시간이 늦어 좀 요약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혼란의 시대라 불렸던 100년 전, 다수의 아티팩트를 훔치고 던전에 숨겨뒀던 도둑이 레펠입니다.”

“레펠은 간이 큰 사내였던지라, 훔칠 때 뭘 훔칠 지 경고장도 보내고, 훔친 다음에는 어디에 숨겼는지 던전 지도까지 만들어서 뿌렸다고 하죠.”

“대부분 아티팩트를 훔치고 숨겼는데, 그 곳에는 항상 에메랄드 타블렛이 있었습니다. 뭐, 연금술사들한테야 중요하지 일반인이 보면 그냥 책이라서 이건 아는 사람만 아는 정보입니다.”


거스트는 말을 마치면서 레이에게 눈을 찡끗했다. 아주 비싸고 귀한 정보인데 무료로 알려준다는 호의의 눈짓이었다.


“설마 이번에 간다는 던전이 바로 그 던전이라는 거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매우 높다? 그러면 사람이 몰려야 정상 아니오? 아티팩트라면 다들 눈 뒤집혀서 몰릴 텐데.”


아티팩트(Artifact).


마족과 고대신이 다투던 시기, 고대신들은 세상에서 마족을 몰아내기 위해 인간들을 도왔다.


화신체가 되어 도운 신, 신전을 만들고 신력을 주어 힘을 준 신, 자신의 힘이 담긴 물건을 빌려준 신 등.


아티팩트는 고대 신의 힘이 담긴 물건이었다. 대부분 무기나 방어구였지만, 그 외에도 잡다한 물건의 모양을 가진 것들도 있었다.


150년 전에도 아티팩트는 평민들이 만져보지도 못할 만큼 귀한 가치를 가졌고,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 어쩌다가 던전에서 발굴되지 않는 이상 늘어나지 않는 귀한 물건이었으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아는 사람만 아는 정보라서요. 거기에다가 전 패스파인더도 가능합니다. 던전에서 길도 찾아드리고, 에메랄드 타블렛도 얻고. 어떠십니까?”


“흐음, 패스파인더라. 때마침 길잡이도 가능하다니······. 참 공교롭군. 뭐, 그리 하시오.”


“하하, 별말씀을. 저야 공자님 옆에서 서사시를 지을 생각에 기대가 됩니다. 밤이 늦을 때까지 실례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거스트는 다시 한 번 우아하게 인사를 하곤 떠났다.


“17살이라 만만하게 보이나 보군.”


레이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편이었지만 바드의 말투와 몸짓을 기억했다.


항상 등가교환의 법칙을 떠올리는 연금술사로서, 공짜로 호의를 주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문제에 딱딱 맞는 해결법을 들고 왔다.


무슨 꿍꿍이일까?


바드의 속내를 의심하는 것과 별개로 정보 자체만은 신뢰해 볼 만 했다. 전설의 그랜드 마스터가 자신이라는 걸 알리가 없었으니, 정보 자체를 속일 이유는 없었으니까.


‘어쨌든 그게 내 책인지, 에테르가 나오는지 확인은 해야겠군.’



***



“다들 모이셨군요. 글리우텐 북부에 갑자기 나타난 아이스 트롤 던전 토벌을 위한 작전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네크레스는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먼저 이번 작전은 던전 토벌조와 대기조로 나뉩니다. 토벌조는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되며, 대기조는 수색대 안가를 거점으로 삼아 보급과 위기 상황에 대응할 예정입니다.”


탁. 회의실 가운데의 책상에는 널따란 지도가 펼쳐져 있었고, 안가라고 표시된 곳에 깃발 하나를 올려두었다.


“대기조는 글리우텐의 수색대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한겨울이 끝나면 몬스터 웨이브가 올 것으로 예상되기에, 조짐이 있으면 던전 토벌 여부와 관계없이 재정비를 위해 후퇴할 계획입니다. 혹시 이의 있으십니까?”


네크레스는 특히 왼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시선의 끝에는 무리네가 앉아 있었다.


“없으십니까? 무리네 경.”


“······응? 없다.”


“총사령관에 대한 예를 갖춰주시지요. 무리네 경.”


“······알겠네.”


멍하니 다른 생각에 잠겨 있던 무리네는 네크레스의 말에 콧잔등을 긁기 시작했다.


무리네는 작전 회의보다도 어제 있었던 대련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사람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면 다섯 가지의 단계에 들어가곤 하는데, 무리네는 현재 ‘부정’ 단계였다.


‘아니야. 말도 안 돼. 삼공자가 촌구석에 와서 수련을 했다 하더라도 초급 기사를 이긴다고?’


콧등을 더 심하게 긁었다.


‘그래! 그 목검. 왜 하필 밀러 것만 부셔졌지? 분명 아티팩트다. 오러 소드로 아티팩트까지 자를 순 없으니까. 그래, 수석 놈이 믿는 구석 없이 내기를 할 리가 없지.’


근데 검술은? 밀러가 오러를 쓰기 전에 이미 밀리고 있지 않았던가?


‘그게 아티팩트면 다 설명이 된다. 마검 미스틸테인처럼 검술을 보조하는 능력이 있는 목검일 수도 있잖아? 또 모르지, 건국왕의 숨겨진 연습용 목검같은 아티팩트 일수도.’


“······그래서 전리품 분배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죽은 글리우텐에서 9할을, 1할은 파견단에서 가져갑니다. 피는 레이 공자님이, 던전 토벌 중 아티팩트가 나올 경우에는 파견단이······.”


‘그래도 어이가 없군. 밀러 이 자식, 마검 따위를 잡은 애송이한테 져? 아무래도 교육이 부족했어. 이래서 요즘 것들은 안 된다니까. 나 때에 비하면 영···.’


갑작스레 화가 난 무리네가 밀러를 쏘아봤지만, 자신의 과오를 알고 있던 밀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토벌조 인원은 총 10명입니다. 오러를 쓸 수 있는 파견단 세 명, 그리고 저와 레이 공자님입니다. 추가 인원으로는 길잡이로 급히 고용한 음유시인 거스트 씨, 수색대장 프렌······.”


“잠깐, 뭐라고 했어?”


“무리네 경. 회의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총사령관에게 예를 갖추시고요.”


“아니, 그거 말고. 방금 전에 오러를 쓸 수 있는 누구?”


“이봐, 차석. 어제 한 내기가 기억나지 않나봐?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존중해주고 있는데 약속까지 지키지 않는 군.”


“···회의 내용을 놓쳐서. 다시 말씀해 주시게. 토벌조에 들어가는 사람 중 오러를 쓰는 사람들이 누군지.”


무리네는 분노를 삼키며 말했다.


“무리네 경, 밀러 경, 스웰 경, 레이 세이첸 공자님, 그리고 나. 대답이 되었습니까?”


무리네는 맞은편에 앉은 레이를 멍하니 쳐다봤다. 어제 있었던 일이 진짜란 말인가? 마나를 쌓지도 못하던 사람이 한 달이 안 되어서 2서클의 벽을 뚫고 오러 소드를 쓴다고?


‘기사왕이 오러를 발현시키는 데 6개월이 걸렸었지. 근데 이건 전설이지 실제로는······.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삼공자님이 오러를 쓴다고? 마나를 쌓지 못하는 체질인데 어떻게?”


“뭐, 개인적인 질문이라 굳이 네크레스 경이 대답할 필요는 없을 것 같소. 파란 포션 덕분이오.”


네크레스가 말하려던 차, 레이가 말했다.


“파란 포션?”


무리네는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항상 전선의 가장 위험하고 선두에서 돌진하던 그의 무시무시한 기세는 어느새인가 사라져 있었다.


“아, 설명이 필요하겠군. 이건 블루 리지의 뿌리를 넣어 연성한 것인데, 아이스 트롤 피를 넣어 개량한 것으로 마나가 일시적으로 증진하는 효과가 있소. 그래서 개인적으로 부탁이 있소.”


무리네가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지만, 레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저번에 잡아보니 아이스 트롤의 재생력은 피에서 나오는 것 같았소. 그 뜻은 상처를 입힐 수록 채혈량이 줄어든다는 뜻이니, 가능하면 일검에 잡아주시오. ”


“일검······. 하. 무슨 오러를 쓴다고 하질 않나, 파란물을 먹으면 마나가 생긴다고 하질 않나, 아이스 트롤도 직접 잡아보셨다고요?”


“저번에 설원에서 조금 애먹긴 했지만 두 마리를 혼자 잡아보긴 했소. 한 마리는 잠깐 수색대원들이 상대해주긴 했지만.”


“와! 세상에나! 진짜 영웅이셨군요? 어쩐지 벌써부터 서사시를 지어달라고 바드를 끼고 다니시더니만. 제가 삼공자님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일전에 실례를 끼쳤습니다. 아주아주 죄송합니다.”


무리네는 누가 봐도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믿든 안 믿든 상관은 없소. 그래도 가능하면 피를 최대한 뽑을 수 있도록···.”


“뭐, 영웅이나 서사시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질 만한 나이니 무슨 마음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수습 불가능한 말을 늘여놓지는 마시죠.”


무리네가 레이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더 이상 성장기 소년의 망상에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망할 수석 놈의 계략에 빠진 것만 해도 분했으니까.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 아무래도 날 알아보지 못하는 걸 보니 부단장은 영웅이 아닌가 보오.”


“···뭐라고 하셨습니까?”


무리네는 재차 콧등을 강하게 긁었다. 그간 네크레스에게 밀렸던 기억과 주변의 수근거림이 스쳐 지나갔다.


“하, 그렇게 자신 있으시면 한 번 보여주시죠. 정말 그 정도의 무위를 보여주신다면 저희 세 명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삼공자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무리네의 충격 발언에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숨을 들이켰다.


충성 맹세라니!


차기 대공 후보로서 일공자도, 이공자도 아닌 삼공자를 지지하겠다는 뜻과 똑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무리네의 말에 가장 충격 받은 사람은 밀러였다.


‘나, 나는 왜? 그럼 내 미래는······? 정말 이러다가 삼공자에게 엮이면?’


밀러는 갑작스런 대화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기사 경력에 흠이 난 걸로 모자라 앞길이 막힐 것 같은 예감에 얼굴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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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 설원의 구도자 (3) 24.01.29 201 5 13쪽
15 15화 : 설원의 구도자 (2) 24.01.28 211 5 14쪽
14 14화 : 설원의 구도자 (1) 24.01.27 231 6 13쪽
13 13화 : 2서클 마나유저 (5) 24.01.26 233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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