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7.01 18:56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8,886
추천수 :
2,163
글자수 :
596,325

작성
24.04.26 12:15
조회
506
추천
15
글자
12쪽

44. 선순환 고리.

DUMMY

44. 선순환 고리.


베르트랑의 서신이 물레방아 마을에 도착했다.

그 일로 마을의 중요 인물이 모였다.

주임사제 피에르와 기사 에드몽, 행정관 에릭이었다.


“주군의 방침이 내려왔소.”

“어떤 내용입니까?”

“다들 읽어보시오.”


에드몽은 서신을 피에르와 에릭에게 돌렸다.

내용을 읽어보고 생각에 잠겼다.


“역시 베르트랑 님이십니다. 귀족적인 판단입니다.”


에릭은 베르트랑의 방침을 보고 감탄했다.

명쾌하고 현명한 해법이었다.

상대가 항의하지 않으면 바꾸지 않는다.

기득권이자, 특권층의 특징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강행 돌파하시겠단 말이군.”


항의해도 포고문을 붙이고, 끝이었다.

외부와의 분쟁과 싸움을 꺼리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이 시대의 귀족은 힘을 지닌 존재였다.

그 힘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나에게 맞지.”


특히 기사인 에드몽의 마음에 들었다.

그는 무력을 가진 기사였다.

말보단 몸, 몸보단 칼로 대화하는 게 나았다.

그의 밑으로 맨 앳 암즈(Men-at-Arms)라 부를 수 있는 정규병이 수십 명이었다.

다들 사슬갑옷과 방패, 검을 장비한 중보병이었다.

일부는 말을 보유하고 있어,

중기병으로도 활약할 수 있었다.

에드몽이 많은 돈을 들여 키운 병사와,

에티엔 백작 부인이 베르트랑에게 지원한 정예병이었다.

사실 물레방아 마을엔 과잉 전력이었다.

높은 급여를 받고 있어.

베르트랑이 지원해 주는 자금이 없었다면 유지도 못 했다.

그 병력과 마을의 자경단이라면 웬만한 영주.

아니, 지방의 호족 나부랭이는 처리할 수 있었다.

백 단위의 전투에선 기사의 실력과 정예 병사의 숫자가 중요했다.

빈약한 무장을 한 이들을 상대로···.


“싸워도 질 거 같은 생각은 안 드는군.”

“마르세유 자작의 태도가 문제가 되겠습니다.”

“주군께서 생각이 있으시겠지.”


에드몽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베르트랑은 어리지만 현명한 이였다.

아무 생각 없이 이러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


“그래도 계획대로 마르세유엔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정보야 많으면 좋은 거니. 그나저나 주군께서 자네를 좋게 본 모양이야.”


베르트랑이 보낸 서신에는 에릭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추가로 지원을 더 보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으로 마르세유에 거점을 마련하라는 지시였다.

단순히 라크라우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던 일이 더욱 규모가 커졌다.

마르세유는 대도시였다.

그곳에 거점을 가지게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저에게는 감사한 일입니다.”

“주군은 보상이 후한 분이니. 열심히 해보게.”


에드몽으로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행정관 에릭과 기사인 그는 포지션이 달랐다.

서로의 일이 겹치지 않기에 시기와 질투는 없었다.

오히려 주군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낸 것에 만족했다.

아를 개발 사업을 책임지는 그에게 가용할 수 있는 자산이 많은 게 좋았다.


“에드몽 경의 말이 맞소. 에릭 행정관.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보시오.”


피에르도 에릭을 축하해 주었다.

그도 에드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피에르의 주된 관심은 하나님의 일과 성직(聖職)과 관련된 것이었다.

성직자가 왕과 귀족의 궁정에서 활동하는 건.

권력을 탐해서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 일을 할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성직 자체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교황이 황제와 대립할 수 있는 이유였다.

성직만 해도 막강한 권력이었다.

피에르 행정을 맡은 건.

이곳에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에릭에게 권한을 넘기고,

베르트랑에게 보내는 서신을 적게 한 건.

그가 행정에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에 욕심이 있었다면 자신이 했을 것이다.

마을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기사와 사제, 행정관의 업무가 분리되고 있었다.

그만큼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난 것이다.

피에르의 관심은 지금···.


“몽마주르 수도원 쪽은 어떻게 할 생각이오?”

***


피에르는 베르트랑이 내려준 방침이 마음에 들었다.

그건 몽마주르 수도원에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수도원의 원장 자리가 그에게 넘어올 수도 있었다.

몽마주르 수도원장 자리는 프로방스 지역의 중요한 성직이었다.

대주교로 갈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현 아를의 대주교도 몽마주르 수도원장 자리를 거쳐 갔다.

에티엔 백작 부인이 그곳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베르트랑은 몽마주르 수도원장 임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세속 군주의 성직에 대한 서임권 문제.

그것이 현 교황과 황제의 대립 원인이었다.


“그곳은 개간하기에 좋은 땅이 아닙니다.”


문제는 늪은 개간하기에 그리 좋은 땅은 아니었다.

물길을 돌려 물이 늪으로 공급되는 걸 막아야 했다.

낮은 저지대는 흙을 넣어 복토(覆土) 작업을 해야했다.

일반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과는 들어가는 노동력 단위가 달랐다.

간척(干拓, Reclamation) 사업은 중장비가 없는 이 시대엔 엄두가 안 나는 작업이었다.


“그래도 방법을 찾아보시오.”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시오.”

“베르트랑 영주님 말씀의 요지는 몽마주르 수도원과 물레방아 마을의 연결입니다.”

“그렇소.”

“우선 제방을 먼저 만드시는 게 어떻습니까?”

“늪이 얼마나 넓은 데 제방을 만든단 말이오.”


몽마주르 수도원을 둘러싼 늪은 매우 넓었다.

그 주위를 제방으로 둘러싸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무엇보다 늪은 흐르는 물이 아니었다.

물론 홍수에는 넘쳐흐르겠지만···.

그걸 대비해서 제방을 쌓는 건 말이 안 되었다.


“마을과 몽마주르 수도원을 연결하는 제방입니다.”


늪을 가로질러 제방을 만들자는 말이었다.


“.....?”


늪을 두르지 않고 가로지르는 제방이라니···.

그런 제방이 왜 필요한지 잠시 이해가 안 되었다.


“그 제방은 동시에 길이 될 것입니다.”

“아!”


간척과 개간에 앞서 먼저 길부터 내자는 말이었다.

둑이 길이 되는 것이다.


“그 반대편에도 그런 식으로 길을 내는 것입니다.”


그 제방은 동시에 알필 산맥과 아를을 연결해 주는 길이 되었다.

둑길은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치수와 교통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비슷한 것으로 하구둑 또는 하구언(河口堰)이 있었다.

댐과 다리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몽마주르 수도원을 중심으로 늪이···.


“두 개 구역으로 나뉘게 되겠소.”

“그렇습니다. 늪이 구획되면 물길이 닿지 않는 땅은 서서히 메말라갈 것입니다.”


그에 맞추어 간척과 개간 작업을 해나가면 되었다.

간척과 재간 작업에 노동력이 훨씬 적게 들었다.

반대쪽 늪은 수위가 높아지겠지만···.

그걸 막기 위해 제방을 쌓는 것이다.


“이건 길을 먼저 만들고 개간을 진행하는 방법입니다.”


물길을 돌리지 않고,

늪을 메우지 않고,

물레방아 마을과 몽마주르 수도원을 연결하는 방법이었다.

간척과 개간을 해나가는 것보다···.

더 이른 시기에 물레방아 마을의 영향력을 몽마주르 수도원에 투사시킬 수 있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을 것이오.”


제방을 쌓는 일은 막대한 힘이 드는 일이었다.

괜히 치수를 진행하다가.

반란이 일어나고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보수 강제노동이 아니라면,

많은 예산이 들었다.


“영주님께서 지원을 더 보내주시기로 하셨으니. 그걸로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그럼. 마르세유에 거점을 마련하는 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에드몽이 나섰다.

주군이 지시한 일은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하나에 집중하느라,

다른 일을 못 했다고 변명할 수 없다.


***


“그 대신에 마을의 생산물을 저에게 더 투자해 주십시오. 그걸로 해결해 보겠습니다.”


마을이 성장하면서 잉여 상품이 늘고 있었다.

물레방앗간의 영향이 컸다.

물레방앗간의 규모가 확장되면서 마을의 생산 능력이 크게 늘어났다.

수로와 연결된 물레방앗간은 쉬지 않고 일했다.

일하면 쉬어야 하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돌아갔다.

엄청난 생산 효율이었다.

심지어 밥을 먹지도 옷을 입지도 않았다.

불평도 하지 않았다.

수력은 물과 높낮이 차가 있다면,

말도 안 되게 저렴하고 효율적인 동력원이었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은 매우 저렴했다.

그것을 마르세유에 팔면 상당한 돈이 될 것이었다.


“그걸로 충분하겠는가?”


그 돈으로 제방 공사와 거점 마련을 동시에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었다.

돌려막기를 한다고 부채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투입할 수 있는 자본의 총량은 정해져 있었다.


“그곳에 제방을 쌓으면 새로운 물길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몽마주르 수도원과 물레방아 마을을 연결하는 제방은···.

늪으로 들어가는 물길을 막거나.

늪을 완전히 가두는 형태가 아니었다.

늪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의 총량은 변하지 않았다.

한쪽이 막히면 늪의 수위가 높아진다.

늪은 다른 방향으로 확장될 것이었다.

그때 물이 빠져나갈 틈을 주면,

그곳으로 물길이 생길 것이다.


“마침 그곳과 물레방앗간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수력은 물의 총량과 수위 차를 이용한 동력원이다.

이 지역에 물은 풍부했다.

수위 차만 만들어 주면 되었다.

제방은 수위 차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

제방과 물길(수로 또는 운하), 물레만 있으면 수력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었다.


***


네덜란드엔 많은 운하가 있었다.

그곳은 원래 습지대였다.

습지를 개발하면서 제방과 운하가 생겼다.

그런 제방과 운하는 수력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운하는 상업과 함께 산업도 발달시켰다.

플랑드르의 양모 산업은 석탄으로 움직이는 증기기관이 나오기 전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아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로가 보강된다면 물레를 늘려, 물레방아 단지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에릭이 말하는 바는 이랬다.

늘어난 재원으로 물레방아 마을과 몽마주르 수도원을 연결하는 제방을 먼저 건설한다.

그 비용만큼 물레방앗간의 생산물을 마르세유에 판매한다.

마르세유에서 번 돈을 다시 제방과 수로 건설에 투입한다는 말이었다.

그것은 물레방앗간에 연결되는 수로의 확충으로 생산 능력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늘어난 생산물을 다시 마르세유에 파는 것이다.


“음···.”


에드몽은 알 것 같으면서···.

에릭의 말이 머리에 정리되지 않았다.


“몽마주르 수도원 일과 마르세유에 거점을 만드는 건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서로 관련이 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중간에 물레방앗간을 넣어보십시오”


에릭의 말대로 물레방앗간을 중간에 넣으니.

모든 게 달라 보였다.

물레가 돌아가면서.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갔다.

제방 건설과 마르세유와의 무역, 물레방앗간 확장은 선순환이었다.

그러한 선순환을 통해 물레방아 마을이 성장할 것이다.


“우리가 물레방앗간을 생각하지 않았었군.”


에드몽은 몽마주르 수도원과 마르세유 문제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다른 걸 보다가 자신이 가진 것을 보지 못했다.


“주군께선 이것까지 고려하신 것인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베르트랑이 그 결과에 기뻐할 것은 분명했다.

이건 자신 성과의 일부가 될 것이었다.

에릭이 아이디어를 내었지만···.

그걸 승인하고 실행하는 건 그였다.


“좋아. 그렇게 진행하게.”


에드몽의 승인이 떨어졌다.

에릭은 물레방앗간의 생산물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시몽이 더 많은 상품을 가지고 마르세유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에릭의 명을 받아 마르세유 상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크루세이더 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75. 청어와 코그(Cog), 플루트(fluyt). +2 24.05.28 362 16 13쪽
74 74. 바이킹의 유산. +4 24.05.26 385 20 12쪽
73 73. 최선을 고를 수 없다면 차악을. +4 24.05.25 382 18 13쪽
72 72. 알폰소. +2 24.05.24 393 15 15쪽
71 71.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4 24.05.23 383 19 12쪽
70 70. 인구를 단번에 증가시킬 방법. +4 24.05.22 404 16 12쪽
69 69. 물류의 거점. +2 24.05.20 414 19 12쪽
68 68. 에릭의 조언. +2 24.05.19 405 20 12쪽
67 67. 문전 걸치기. +2 24.05.18 408 15 12쪽
66 66.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사람. +2 24.05.17 395 17 12쪽
65 65.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 24.05.17 363 13 12쪽
64 64. 아를의 특산품. 24.05.16 416 18 13쪽
63 63. 인재를 등용하다. +2 24.05.15 434 17 12쪽
62 62.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 +2 24.05.14 404 21 14쪽
61 61. 세금을 내게 하는 법. +2 24.05.13 418 18 14쪽
60 60. 아를의 사람들. +4 24.05.12 432 17 14쪽
59 59. 날아오를 때. +6 24.05.11 439 20 12쪽
58 58. 내부의 에너지가 쌓이다. 24.05.10 440 21 12쪽
57 57. 모두의 머리를 모으다. 24.05.09 434 17 12쪽
56 56. 은과 금. 24.05.08 428 17 13쪽
55 55. 보 가문에 원하는 것. +6 24.05.07 457 19 12쪽
54 54. 레 보 드 프로방스. 24.05.06 477 22 13쪽
53 53. 멧돼지 사냥. 24.05.05 484 17 13쪽
52 52. 중세의 숲. 24.05.04 494 20 12쪽
51 51. 거짓된 예언자. +4 24.05.03 497 17 14쪽
50 50. 어머니의 마음. +2 24.05.02 504 15 14쪽
49 49. 마음을 되돌리는 일. +2 24.05.01 496 12 12쪽
48 48. 교역의 조건. 24.04.30 474 13 13쪽
47 47. 마르세유 상인 길드. +2 24.04.29 501 13 13쪽
46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2 24.04.28 516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