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7.01 18:56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8,905
추천수 :
2,163
글자수 :
596,325

작성
24.05.18 12:15
조회
408
추천
15
글자
12쪽

67. 문전 걸치기.

DUMMY

67. 문전 걸치기.


레이먼드가 파문당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프로방스의 점령지를 포기하고 군대를 물린 것이다.

아비뇽을 제외하고 프로방스의 모든 지역에서 철수했다.

군대가 철수하면서 대규모 약탈이 이루어졌다.

기존의 점령지에 청야전술을 사용한 것이다.

마을과 함께 경작지가 불에 탔다.

청야전술을 사용하는 건 적에게 자원을 남겨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청야전술이 사용된 영토는 회복해도 얻을 것이 없었다.

마을이 폐허가 된 걸 본 영주와 병사들은 허탈감을 맛볼 것이다.

적의 사기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아비뇽에 대한 공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레이먼드가 아비뇽을 약탈한 후 불태운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청야전술은 적의 공세를 약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명성에 흠이 되잖아.-


약탈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베르트랑의 의문에 악마가 답했다.


-레이먼드는 돈이 필요해.-


약탈은 손쉽게 부를 얻을 기회였다.

도시나 마을이 오랜 기간 축적한 재물을 강제로 강탈하는 일이었다.

거기에 병사들에게 주어야 할 보상을 약탈로 갈음할 수 있었다.

영주들이 3일간의 약탈 허락을 내리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부하들을 다독이는데도 돈이 필요하지.-


파문은 가신의 이탈을 유발할 수 있었다.

충성의 맹세를 어길 좋은 기회였다.


[나는 파문당한 이들 따를 수 없소.]


현재 독일과 프로방스에서 일어난 전쟁의 원인이었다.

종교적 신념은 의무를 내팽개칠 좋은 명분이 되었다.

그러한 가신의 이탈을 막을 방법은 선물 공세였다.

돈은 종교적인 신념까지 바뀌게 할 수 있었다.

그러한 선물 공세에 막대한 돈이 들었다.

그런 선물 공세에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때는 무력으로 다스려야 한다.

병력을 모으고 유지하기 위해서도 많은 돈이 필요했다.

약탈로 많은 전리품을 얻는 것이다.

카이사르도 갈리아를 정복한 후 막대한 전리품을 얻었다.

그렇게 얻은 부와 명성이 종신독재관이 되는 기반이 되었다.


-레이먼드가 아비뇽을 제외한 지역은 포기했다고 봐야 해.-


자기 영지가 될 곳이 아니라면 약탈하는 게 더 이득이었다.

대신 아비뇽에 대한 방어는 강화했다.

지켜야 하는 범위를 아비뇽 인근으로 한정한 것이었다.

병력을 아비뇽에 집중했다.

더 적은 병력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유가 생긴 병력을 루에르그 백작령으로 돌렸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생겼다.

피난민이 물밀듯이 프로방스 남부로 향했다.

아이카드 대주교를 지지하는 영주들의 영지였다.

그곳은 비교적 전쟁의 여파가 적은 곳이었다.


***


베르트랑에게 어머니인 에티엔 백작 부인의 서신이 도착했다.


-심각한 문제네.-


편지에는 여러 가지 내용의 적혀있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물레방아 마을로의 지원을 줄여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에티엔 백작 부인에게 선물이라 불리는 세금이 적게 들어오게 된 것이다.


-레이먼드의 영향이군.-

-아버지가 어머니의 영지를 약탈했어?-

-그렇지는 않아. 그곳도 자기 영지라고 생각하는데 약탈할 리가 없지.-


약탈하면 그 지역의 민심을 잃어버린다.

돈이 된다고 마구잡이로 약탈할 순 없었다.

약탈의 후유증은 오래갔다.


-그런데 왜 어머니의 세금 수입이 줄어든 거지?-

-약탈은 인근 지역에도 영향을 줘.-


약탈은 필연적으로 피난민을 발생시켰다.

피난민을 받게 된 인근 영지는 평상시보다 많은 식량과 자원을 소비했다.

세금을 낼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치안에도 영향을 주게 되지.-


약탈로 공권력이 무너지게 된다.

피난민의 일부는 무법자나 강도로 돌변했다.

약한 자가 선한 것은 아니었다.

LA 흑인 폭동에 엄한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


-한번 약탈을 시작한 군대는 통제가 어려워져.-


약탈이 지정된 지역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통제가 풀린 군대는 폭도나 다름없었다.

인근 지역도 약탈했다.

프로방스 베르트랑과 에티엔 백작 부인의 영지의 구분이 모호했다.

거기에 두 사람의 권리가 뒤섞여 있었다.

아비뇽처럼 함께 지분을 가진 경우도 많았다.

폭도가 된 병사들이 그걸 구분해서 약탈하지 않았다.

레이먼드 군대의 약탈로 에티엔 백작 부인의 영지도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


-타라스콩에 피난민이 많이 몰려들었다고 하네.-


타라스콩은 아비뇽 남쪽의 도시였다.

레이먼드 군대의 약탈로 아비뇽의 동쪽 듀랑스 강 북쪽 지역이 황폐해졌다.

그곳의 사람들은 일부는 아비뇽으로 피난을 갔지만···.

대부분은 타라스콩으로 향했다.

자신들을 약탈한 군대와 함께 지내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피난민이 타라스콩으로 왔다.


-듀랑스 강 남쪽 지역의 상황도 좋지 않다고 해.-


알필 산맥과 듀랑스 강 사이의 영지들은 보 가문과 프로방스 백작 사이의 전투로 황폐해지고 있었다.

양쪽 모두 그 지역을 영지로 삼으려고 했다.

산발적인 전투가 지속해서 이루어졌다.

점령과 재점령의 과정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농작물이 밭에서 수확되지 않은 채 썩어갔다.

때로는 제대로 영글지 않은 채 베어졌다.

사람과 말발굽에 작물이 짓밟혔다.

서로가 부역자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폭도로 변한 병사와 패잔병들이 마을을 습격했다.

그런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을과 농경지를 버리고 도시로 향했다.

그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타라스콩이었다.

에티엔 백작 부인의 자비를 구하러 몰려들었다.

거리의 골목 구석구석 헐벗은 이들로 가득했다.

타라스콩은 몰려드는 피난민으로 힘겨워했다.

그들을 먹여 살리는데 많은 물자가 필요했다.

에티엔 백작 부인과 교회, 도시의 유력자들은 개인재산을 털어야 했다.

자선은 기독교인에게 의무였다.

아니, 의무가 아닌 필수였다.


[사흘 굶어서 남의 담 안 넘는 놈 없다.]


한두 놈은 도둑이었다.

수십, 수백이 되면 그건 폭도였다.

피난민이 폭도가 되면 타라스콩은 더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건 반드시 막아야 했다.

에티엔 백작 부인은 베르트랑을 지원할 여건이 안 되었다.


-너에게 좋은 기회이군.-

-어떤 기회?-

-명성과 이득을 얻을 기회이지.-


***


-어머니에게 식량을 지원하라는 말이야?-

-왜? 난로를 옮기려고 하지? 그냥 네가 더 가까이 다가가면 되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무거운 난로를 옮기는 것보다···. 발 달린 사람이 움직이는 게 더 낫다는 말이야.-

- 피난민을 물레방아 마을에 받으라는 거군.-

-그렇지.-

-물레방아 마을이 그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피난민을 받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물레방아 마을은 얼마 전부터 이주민을 받지 않았다.

타라스콩에 한동안 남는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베르트랑은 피난민을 받아들일 여력이 되었다.

이건 악마의 말대로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이주민은 스스로 정착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이었다.

피난민은 전쟁에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마음가짐이 달랐다.

모든 걸 빼앗긴 사람은 뒤가 없었다.

훨씬 다루기 까다로웠다.

피난민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하면,

그들은 언제든 폭도로 변할 수 있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나누어서 받으면 돼.-

-그런데···. 그게 제대로 될까? 소문은 생각보다 빨리 퍼져.-

-하하. 네 말이 맞아. 그렇지.-


물레방아 마을이 피난처로 괜찮다는 소문이 타라스콩에 돌게 되면···.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피난민을 나누어서 받는 게 불가능했다.

피난민들이 타라스콩을 떠나 물레방아 마을로 몰려들 것이었다.

그 숫자를 가름할 수 없었다.

일정 이상의 피난민이 몰려들면 물레방아 마을은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잘못하면 통제 불능에 빠질 수도 있었다.

피난민을 함부로 받아서는 안 되었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너에게 영지가 물레방아 마을만 있는 게 아니잖아.-

-아를에 피난민을 받으라는 말이야. 그들이 그곳으로 가려 할까?-

-소문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지지.-


아를은 생각보다 살기 괜찮은 곳이었다.


-이미 그곳에 사람을 보내었잖아. 자연스럽게 피난민들이 아를로 가게 될 것이야.-


아를의 폐쇄성은 베르트랑에 의해 무너졌다.

물레방아 마을에서 에릭과 상단이 파견되었다.

서로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아를에 대한 소식은 자연스럽게 물레방아 마을로 피난 온 이들에게 전해질 것이었다.

물이 넘치면 아래로 흘렀다.

물레방아 마을에 터전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은 아를로 가게 될 것이었다.


-마침 그들을 받아줄 이도 아를에 있잖아.-

-알폰소 말이야?-

-그렇지.-


알폰소는 아를 기독교인의 대표이자,

아를의 참사회 의원이었다.

그는 도망자와 무법자 출신의 대변자였다.

피난민들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기 고향과 터전을 잃고 떠밀려 온 이들이었다.

서로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그에게도 유리해.-


참사회 의원은 각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이었다.

그 세력은 인구와 경제력에 비례했다.

아를에 피난민을 받아들이면 그의 힘도 커지기 마련이었다.


-다른 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인데···.-


참사회에 알폰소의 세력이 커진다는 말은 다른 이들의 힘이 약해진다는 말이었다.

그런 상황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들이 어쩌겠어. 네가 영주인데.-


영주의 의사에 반하기 어려웠다.


-그건 그런데···.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야.-


그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문제였다.

기독교인을 피해 아를로 숨어들었다.

아를에 기독교인들이 늘어난다면 자신이 쫓겨날 수 있었다.

크게 반발할 것이었다.

이건 행정관과 상단을 보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 실제로는 네가 보내는 건 아니잖아.-


영주의 명령으로 피난민을 보내는 건 아니었다.


-그건 그렇지.-

-우선은 물레방아 마을에 피난민을 받아.-


에릭과 시몽이 아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알폰소라는 참사회 의원은 피난민을 받기 원할 것이다.


-그럼, 알아서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이야.-


베르트랑이 따로 할 일이 없었다.

피난민은 스스로 그곳으로 찾아갈 것이었다.

베르트랑은 그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뿐이었다.


-괜찮긴 한데···.-

-왜? 뭐가 문제야.-

-그들이 쉽게 허락할까?-


그들은 어리석지 않았다.

사라센인과 유대인, 카타리파 이단도 피난민의 의미를 알았다.

피난민이 몰려들면 결국 자신들이 터전을 잃고 쫓겨나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극렬히 반대할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민에 반대하는 것과 같았다.

자신의 자리를 이민자에게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실제 자리를 빼앗기도 했다.


-한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워.-

-그게 무슨 말이야?-


악마는 문전 걸치기 전략(Foot in the door strategy, FITD)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부담이 적은 부탁을 해 허락을 받으면···.

다음에는 점차 큰 부탁도 들어주게 된다는 전략이었다.

많은 사례가 머리로 흘러들었다.


[왜 큰 부탁을 위해 작은 부탁을 먼저 해야 하는가?]


남녀 관계에서도 한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웠다.


[낙타와 주인이 사막 여행 중에 야영하게 되었다.


주인이 텐트에 들어간 후 바깥 추위를 참던 낙타가 텐트 틈으로 주둥이를 들이밀고 애처롭게 말했다.


"주인님, 추워요. 제 코만이라도 텐트에 들여놓으면 안 될까요?"


착한 주인은 "그 정도라면 괜찮겠지." 생각하여 허용했다.


"주인님, 머리는 넣어도 되겠죠?",


착한 주인은 또 받아주고 이어서.


"앞다리를 넣어도 되겠죠.


말하자 그것도 들어오게 해주었다.

결국 몸통이 들어오고 주인은 텐트에서 쫓겨났다.


-아라비아 나이트.]


상당히 고전적인 전략이었다.

영업 사원이 거래처를 뚫는 일도 그랬다.

종교의 포교도 비슷했다.

문전 걸치기 전략은 수많은 곳에서 사용되었다.


-그들이 어쩌겠어. 처음부터 너를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이었어.-


이미 베르트랑의 세력이 아를에 침투했다.

아를의 열어젖히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성문을 열고 밀고 들어가면 되었다.

그 과정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크루세이더 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75. 청어와 코그(Cog), 플루트(fluyt). +2 24.05.28 362 16 13쪽
74 74. 바이킹의 유산. +4 24.05.26 385 20 12쪽
73 73. 최선을 고를 수 없다면 차악을. +4 24.05.25 383 18 13쪽
72 72. 알폰소. +2 24.05.24 394 15 15쪽
71 71.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4 24.05.23 383 19 12쪽
70 70. 인구를 단번에 증가시킬 방법. +4 24.05.22 404 16 12쪽
69 69. 물류의 거점. +2 24.05.20 414 19 12쪽
68 68. 에릭의 조언. +2 24.05.19 405 20 12쪽
» 67. 문전 걸치기. +2 24.05.18 409 15 12쪽
66 66.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사람. +2 24.05.17 395 17 12쪽
65 65.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 24.05.17 363 13 12쪽
64 64. 아를의 특산품. 24.05.16 416 18 13쪽
63 63. 인재를 등용하다. +2 24.05.15 434 17 12쪽
62 62.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 +2 24.05.14 404 21 14쪽
61 61. 세금을 내게 하는 법. +2 24.05.13 418 18 14쪽
60 60. 아를의 사람들. +4 24.05.12 432 17 14쪽
59 59. 날아오를 때. +6 24.05.11 439 20 12쪽
58 58. 내부의 에너지가 쌓이다. 24.05.10 440 21 12쪽
57 57. 모두의 머리를 모으다. 24.05.09 434 17 12쪽
56 56. 은과 금. 24.05.08 429 17 13쪽
55 55. 보 가문에 원하는 것. +6 24.05.07 457 19 12쪽
54 54. 레 보 드 프로방스. 24.05.06 477 22 13쪽
53 53. 멧돼지 사냥. 24.05.05 484 17 13쪽
52 52. 중세의 숲. 24.05.04 494 20 12쪽
51 51. 거짓된 예언자. +4 24.05.03 497 17 14쪽
50 50. 어머니의 마음. +2 24.05.02 504 15 14쪽
49 49. 마음을 되돌리는 일. +2 24.05.01 496 12 12쪽
48 48. 교역의 조건. 24.04.30 475 13 13쪽
47 47. 마르세유 상인 길드. +2 24.04.29 501 13 13쪽
46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2 24.04.28 516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