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7.01 18:56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8,944
추천수 :
2,164
글자수 :
596,325

작성
24.05.15 12:15
조회
434
추천
17
글자
12쪽

63. 인재를 등용하다.

DUMMY

63. 인재를 등용하다.


회의장에 에드몽과 피에르가 나가고 에릭과 단둘만 남았다.


"자네가 보내준 보고서는 잘 읽어보았네."


그동안 에드몽이 보내는 보고서는 에릭이 작성했다.

사람의 필체를 보면 작성자가 대충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피에르와 에릭의 필체는 서로 달랐다.

초창기 일부 보고서 외에는 모두 에릭이 작성한 것이다.


"부족함이 많은 글이라···. 송구스럽습니다."

"아니야. 오히려 보기에 편했네. 사건에 대한 요약이 잘되어 있더군."


사제로 교육받은 피에르보다 나을 정도였다.

피에르의 글은 불필요한 수사(修辭, 형용사)가 많았다.

보고서에 주님에 대한 찬양이 절반이었다.

성직자 특유의 문장이었다.

그 속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아내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것은 귀족들의 문장도 비슷했다.

반면에 에릭은 내용 위주의 간결한 문체였다.

귀족과 성직자 특유의 화려한 수식어가 없었다.

읽기 편한 문체였다.


"자네의 출신이 궁금해질 정도야."

"그저 보잘것없는 몸입니다."

"이제 나의 사람이 되었으니. 자네에 관해 편하게 말해보게."


사람을 등용(면접)하기 전에 인적 사항을 묻는 것은 기본이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주변의 추천과 평판을 고려해서 등용했다.

중국 한나라의 경우 향거리선제를 이용했다.

추천제였다.

향거리선제가 무너진 삼국 시대엔 인물평이라는 평판을 중시했다.

그 사람이 미래에 무슨 문제를 칠지 알 수는 없지만···.

인적 사항을 보면 대략적인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길드(회사)가 추천을 중시하는 이유였다.

신분에 하자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가능성은 작지만,

에릭이 농노 출신이나 이교도,

이단이라면 훗날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저의 선조의 고향은 부르고뉴입니다."


에릭의 선조는 먼 윗대로 올라가면 부르군트 왕국의 귀족이었다.

그들은 부르군트 왕국과 운명을 같이했다.

부르군트 왕국은 오랜 세월 동안 쇠퇴를 거듭했다.

왕국의 영토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그의 선조는 영지를 잃었다.

부르군트 왕국은 아를 왕국과 프로방스 공국, 후작으로 몰락했다.

결국 프로방스의 베르트랑 이후로 그대가 끊기게 된다.

그의 선조는 줄을 잘 못 선 이유로···.


"작은 장원을 가진 기사 가문이 되었습니다."


프로방스 지방으로 내려온 가문의 몰락이었다.

에릭은 둘째로 물려받을 땅이 없었다.

그런 이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일가친척의 도움으로 마르세유의 성 빅토르 수도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가문인 만큼 그 후손도 많았다.

그중 마르세유 도시에 정착한 이가 있었다.

도시의 행정관이었다.

에릭은 성 빅토르 수도원에서 수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수사 생활은 저에게 맞지 않았습니다."


에릭은 야망이 큰 사람이었다.

금욕적인 삶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

수사의 삶에 회의를 느낀 그는 결국 성 빅토르 수도원을 나오게 된다.


"수사를 그만두고 마르세유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처음엔 행정관인 친척 밑에서 일을 배웠다.

그 후 독립할 나이가 되자,

행정관과 수사 생활로 배운 지식으로 상인의 일을 도왔다.

그러나 그는 결코 상인이 되지는 못했다.

상인이 될 수 있는 길드는 상당히 폐쇄적인 집단이었다.

특별한 경우(추천과 보증)가 아니면 외부인을 받지 않았다.

마르세유에서 뜻을 펼치지 못한 에릭은 다른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떠돌이 행상이 되거나, 마을에 정착하는 삶이었다.


"성 빅토르 수도원에서 알게 된 사제님이 저를 물레방아 마을로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에릭은 물레방아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마침 이곳에서 마을의 대소사를 맡아 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배운 게 많은 그는 물레방아 마을에 환영받았다.

에릭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촌장과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촌장 자리는 권력이기도 하지만···.

일이 많은 피곤한 자리이기도 했다.

지주 세력이 강한 물레방아 마을은 그들 사이의 알력이 심했다.

중재자로서 마을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때 주군의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마침 물레방아 마을이 베르트랑의 영지로 주어졌다.

권력자가 마을로 온다는 것은 아주 큰 일이었다.

누구도 머리 아픈 촌장 자리를 원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저를 촌장으로 추천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그가 촌장이 되는 일을 도왔다.


"얼마 전 에드몽 경과 피에르 사제의 도움으로 행정관까지 되게 되었습니다."


일을 잘하는 에릭을 두 사람이 알아보았다.

물론 에릭이 그들의 눈에 띄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일은 자신이 대영주에게 등용될 기회였다.

베르트랑이 대영주는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베르트랑은 툴루즈와 프로방스 가문의 핏줄을 이었다.

서자인 것은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레이먼드에게 적자가 생기지 않는다면,

베르트랑이 후계를 잇게 될 것이다.

서자가 왕이 된 사례는 잉글랜드의 왕 윌리엄이라는 선례가 있었다.

그를 따르던 이들은 모두 잉글랜드에서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중에는 평범한 기사 가문이나 병사 출신도 많았다.

베르트랑에 거는 건 도박임을 알지만,

없는 자들에겐 그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했다.

로또라는 낮은 확률의 가능성에도 배팅하는 이들이었다.

보상만 크다면 확률은 무시될 수 있었다.

그의 이러한 이야기는 그럴듯했다.

베르트랑은 괜찮은 인재를 구했다.


"이야기는 잘 들었네. 행정관으로 이곳에서 계속 잘해주게."


그에게는 특별한 보상을 약속하지 않았다.

에릭의 신분은 불확실했다.

처음 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100% 신뢰하는 건 어리석었다.

한동안 그 사람을 지켜보아야 했다.

오랜 시간 거짓된 행동을 하긴 어려웠다.

이야기나 행동에 어딘가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의 실력도 마찬가지였다.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


"자네가 몽마주르 수도원으로 가는 다리를 만든 건 잘한 일이네."


그가 다리를 먼저 건설한 덕분에 물레방아 마을과 르 보 프로방스와의 연결이 빨라졌다.

보 가문이 물레방아 마을에서 빵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일이 듀런스 강 남쪽에서 보 가문이 활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대가로 베르트랑은 보 가문으로부터 금과 은을 받게 되었다.

다리가 놓임으로써 몽마주르 수도원으로 가는 순례객도 늘었다.

순례객은 수도원에 큰 도움이 되는 존재였다.

기부와 순례객이 사는 배지(기념품)는 수도원의 재정을 크게 이바지했다.

오죽하면 다른 수도원의 성물을 훔쳐 올 생각을 할 정도였다.

에릭 덕분에 몽마주르 수도원에 베르트랑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과분한 칭찬에 감사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네.”


아쉬움이라기보다 어느 정도는 트집이었다.

그를 떠보기 위함이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왜? 이곳에 논을 만들지 않았나."


다리를 만든 후 그곳에 제방을 건설하고 있었다.

제방이 건설됨으로써 물길이 막힌 늪은 말라가고 있었다.

그곳을 논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건 론강과 가까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관계 수로 옆에 논을 조성할 수 있음에도 밭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주군."

"그대라면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인데···."

"......."


그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망설이는 것 같았다.

주군의 지시에 이유 없이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었다.

잘못 이야기하면 변명으로 들릴 수 있었다.


"편하게 이야기하게. 자네를 질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네."


그 말에 에릭이 비로소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곳엔 벼농사를 아는 이들이 없습니다. 논을 만들어도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논을 만들어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늪과 다름없었다.

무성한 잡풀이 그곳에 자리 잡을 것이었다.

논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늪이었다.

벼는 그러한 늪에서 자라는 작물이었다.


"벼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다고···."


난감한 상황이었다.

에릭의 입장이 이해되었다.

논을 만들어 땅을 놀리는 것보다 밭에 밀을 키우는 것이 나았다.

그의 판단은 합당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야.-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을 어디서 구해.-

-근처에 있잖아.-

-어디?-

-아를이 있잖아.-


아를은 논농사를 짓는 카마르크 지역과 교류하고 있었다.

그곳에 벼농사를 짓는 이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카마르크에서 필요한 사람을 구해 올 수 있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이번에 아를을 얻었네. 그곳에서 벼농사를 아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네."

"그 일이 주군께 폐가 될까 두렵습니다."


벼농사를 짓는 이를 찾는 것이 자신에게 해가 된다니···.

순간 베르트랑은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멍한 표정을 짓기 전에 악마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사라센인들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들은 이교도이잖아.-


이교도와 협력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다.

에릭이 함부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건 베르트랑도 마찬가지였다.


-곤란한 문제군.-

-그렇게 어렵지 않아. 기독교인을 찾으면 돼.-

-아를에 벼농사를 짓는 기독교인이 있나?-

-그거야 만들기 나름이 아니겠어.-

-아!-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서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신을 믿었다.

주님을 야훼와 여호와, 알라로 달리 부를 뿐이었다.

서로 간의 개종도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기독교식으로 세례 성사를 받으면 되었다.

종교가 아예 다른 이교도인 바이킹도 그렇게 기독교로 흡수했다.

이슬람교는 더욱 쉬웠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자주 세력이 뒤바뀌는 곳에선 개종은 쉬운 일이었다.

옷을 갈아입듯이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이슬람이면서 기독교의 옷을 입는 이들이 있었다.

기독교이면서 이슬람의 옷을 입는 이들도 있었다.

가짜로 개종하더라도 큰 문제는 안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문제는 해결되었다.

신앙과 신념은 생각보다 오래 유지 되지 않았다.

서서히 주변에 동화되어 나갔다.

차별과 소외가 오히려 개종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유대인이 그러했다.

기독교와 신교도, 이슬람도 그렇게 변해갔다.


-문제가 안 되게 하면 되는 일이야.-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이슬람이라는 걸 티를 내지 않으면 되었다.

그런 이를 데려와 벼농사를 농민에게 가르치면 되었다.


-그의 능력을 볼 좋은 기회네.-


베르트랑은 에릭에게 명령했다.


“자네를 아를로 보내겠네. 그곳에서 벼농사를 짓는 기독교인을 찾게.”

“벼농사를 짓는 기독교인 말입니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네.”


그에게 힌트를 하나 주었다.


“그가 과거에 무엇을 믿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네. 농민들이 그에게 벼농사를 배울 수 있다면 충분하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주군.”


에릭이 어떤 식으로 베르트랑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그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전에 자네가 소개해 주어야 할 사람이 있네.”

“그가 누구입니까?”

“시몽이라고 했나?”


그는 에릭이 고용한 상인이었다.

에릭이 쓴 보고서에 적힌 이름이었다.


“그대가 고용한 상단이라고 했나?”


베르트랑의 이름으로 상단을 운영했다.


“그렇습니다.”

“잘했네.”


그 상단을 정식으로 베르트랑의 밑으로 둘 필요가 있었다.

베르트랑에겐 뛰어난 행정관과 함께 상인도 필요했다.


“그 일을 자네의 공으로 평가하겠네. 그를 데리고 이리로 오게.”


등용의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크루세이더 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75. 청어와 코그(Cog), 플루트(fluyt). +2 24.05.28 362 16 13쪽
74 74. 바이킹의 유산. +4 24.05.26 386 20 12쪽
73 73. 최선을 고를 수 없다면 차악을. +4 24.05.25 383 18 13쪽
72 72. 알폰소. +2 24.05.24 394 15 15쪽
71 71.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4 24.05.23 383 19 12쪽
70 70. 인구를 단번에 증가시킬 방법. +4 24.05.22 406 16 12쪽
69 69. 물류의 거점. +2 24.05.20 414 19 12쪽
68 68. 에릭의 조언. +2 24.05.19 405 20 12쪽
67 67. 문전 걸치기. +2 24.05.18 409 15 12쪽
66 66.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사람. +2 24.05.17 395 17 12쪽
65 65.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 24.05.17 364 13 12쪽
64 64. 아를의 특산품. 24.05.16 416 18 13쪽
» 63. 인재를 등용하다. +2 24.05.15 435 17 12쪽
62 62.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 +2 24.05.14 404 21 14쪽
61 61. 세금을 내게 하는 법. +2 24.05.13 418 18 14쪽
60 60. 아를의 사람들. +4 24.05.12 433 17 14쪽
59 59. 날아오를 때. +6 24.05.11 440 20 12쪽
58 58. 내부의 에너지가 쌓이다. 24.05.10 441 21 12쪽
57 57. 모두의 머리를 모으다. 24.05.09 435 17 12쪽
56 56. 은과 금. 24.05.08 429 17 13쪽
55 55. 보 가문에 원하는 것. +6 24.05.07 457 19 12쪽
54 54. 레 보 드 프로방스. 24.05.06 477 22 13쪽
53 53. 멧돼지 사냥. 24.05.05 484 17 13쪽
52 52. 중세의 숲. 24.05.04 494 20 12쪽
51 51. 거짓된 예언자. +4 24.05.03 497 17 14쪽
50 50. 어머니의 마음. +2 24.05.02 505 15 14쪽
49 49. 마음을 되돌리는 일. +2 24.05.01 496 12 12쪽
48 48. 교역의 조건. 24.04.30 475 13 13쪽
47 47. 마르세유 상인 길드. +2 24.04.29 501 13 13쪽
46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2 24.04.28 517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