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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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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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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5. 보 가문에 원하는 것.

DUMMY

55. 보 가문에 원하는 것.


“아를의 베르트랑 영지에 큰 물레방앗간이 있습니다.”

“아를의 베르트랑?”

“프로방스의 베르트랑과 구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베르트랑의 이름에 아를이 붙었다.

프로방스 백작과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수식어였다.

이 호칭을 붙인 사람은 은연중에 아를을 베르트랑의 영주로 여긴다는 말이었다.


“아를의 베르트랑이라 나쁘지 않은 이름이군.”


아를은 예로부터 프로방스 가문의 영지였다.

레 보 드 프로방스가 오랜 세월 보 가문의 땅인 것과 같았다.

베르트랑은 에티엔 백작 부인의 아들이자,

현 프로방스 백작의 조카였다.

보 가문이 그를 지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프로방스 가문의 이름으로 프로방스 백작을 공격할 명분을 주었다.

그의 말대로 아를의 베르트랑 나쁘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런데 물레방앗간이 빵과 무슨 관계가 있나?”


바람이 많은 이곳에서 풍차를 이용하는 것처럼···.

물이 풍부한 저지대인 아를에서 물레방아를 이용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가 뭘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를의 베르트랑이 고대 로마 제국의 물레방아 단지를 재가공시켰다고 합니다.”

“그곳은 폐허가 된 지 오래되었을 것인데···.”


레 보 드 프로방스는 오래전부터 보 가문이 자리를 잡은 땅이었다.

그 시조는 술주정뱅이 폰스 또는 젊은 폰스(Pons the Younger, Poncius Iuvenis)로 그리스 출신 상인을 조상으로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곳 사람은 자신들을 동방박사 발타자르의 후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가문의 문장도 베들레헴의 별이었다.

혹자는 아르메니아 최초 왕의 자손이라고 주장했다.

그 주장에 일관성이 있는 부분은 보 가문의 선조가 먼 옛날 동방에서 건너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보 가문은 프로방스 백작이나 마르세유 자작의 가문보다 오래되었다.

보 가문의 서고에는 프로방스 지역에 대한 다양한 기록들이 남아 있었다.

그중에는 아를의 심장이었던 산업단지에 관한 기록도 남아 있었다.


“아를의 심장이 다시 돌아간단 말인가···.”

“아직 그 일부이지만···. 규모가 상당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말은···.”

“그곳에 아를에 다시 빵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마르세유와 타라스콩의 상인을 통해 확인한 내용입니다.”


보 가문이 오랜 세월 이곳에서 축적한 역량을 무시하지 못했다.

그들이 프로방스의 패자로 떠오른 것은 그동안 축적한 힘 덕분이었다.

척박한 땅에 난공불락의 요새 하나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마르세유와 타라스콩과 거래하면서 그곳의 상인들을 포섭했다.

오지와 다름없는 레 보 드 프로방스 지역에서 세상의 온갖 소식을 듣고 있었다.

성내에 대규모 비둘기 사육장을 만든 이들이었다.

그들의 눈과 귀는 많은 곳에 흩어져 있었다.


“빵이 부족하지 않겠군.”


병사들의 보급품으로,

레 보 드 프로방스의 주민이 먹을 빵을 충분히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우리가 그를 좀 도와야겠어.”

“어떻게 말입니까?”

“몽마주르 수도원의 동쪽 늪에 길을 내는 건 우리가 맡지.”


퐁비에유 언덕에서 몽마주르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길의 일부가 늪으로 막혀 있었다.

짧은 구간이지만, 마차에서 배로 갈아타야 했다.

물량이 적을 때든 상관없지만 많은 양을 짐을 옮겨야 할 때는 매우 번거로운 일이었다.

운송비도 증가했다.

빵을 대량으로 수송하려면,

그곳을 메워 길로 만들어야 했다.

지금은 많이 비용이 들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었다.

보 가문은 그럴 여유가 되었다.


***



보 가문이 가진 부는 상당했다.

오랜 기간 레 보 드 프로방스의 지배자로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로마의 쇠퇴로 신비의 샘이 있는 관광도시 굴라눔(Glanum)이 게르만족의 침략을 받았다.

결국 도시가 게르만족에게 약탈당해 사라졌다.

보 가문은 굴라눔(Glanum)이 멸망했을 때도 레 보 드 프로방스의 지배자였다.

알필 산맥에 강한 요새를 가지고 있는 보 가문은 그 과정에서 큰 이득을 보았다.

멸망한 굴라눔의 피난민들이 보 가문으로 피신해 왔다.

그들은 빈손으로 도시를 떠나지 않았다.

도시의 금은보화를 가득 싣고 피난 온 것이다.

금은보화는 부피와 가벼운 데 비해 가치가 높았다.

어디에 들고 가도 비싸게 팔 수 있는 상품이기도 했다.

그래서 약탈자가 노리는 것도 금은보화였다.

도시가 사라지면 그곳에 쌓인 금은보화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피난민이 들고 가던가,

약탈자가 빼앗아 가든가,

어딘가에 묻힌다.

고대 유적을 탐사하는 이들이 생길 정도였다.

유적에서 우연히 발견한 금은보화 그건 모험가와 탐험가의 모티브가 되었다.

게르만족이 프로방스에 정착하여 귀족이 된 이후엔 사라센과 바이킹의 침입이 있었다.

사라센 해적은 한때 아를과 마르세유를 함락시키고 약탈했다.

특히 아를은 폐허가 될 정도로 심하게 여러 번 털렸다.

그 과정에 대규모 피난민이 발생했다.

그들은 천연 요새인 보 가문의 레 보 드 프로방스로 도망쳤다.

많은 금은보화를 지닌 채···.

피난민들의 상당수는 외세의 침략이 끝나면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간 후에도 금은보화의 상당수는 보 가문에 남겨졌다.

그들을 숨겨주고 보호해 주는 건 공짜가 아니었다.

피난민의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안전한 레 보 드 프로방스에 남았다.

그것은 보 가문의 부와 힘이 되었다.

보 가문은 오랜 기간 레 보 드 프로방스에서 힘을 축적해 왔다.

그것은 포도주와 올리브유, 석재, 관세로만 얻을 수 없는 부와 힘이었다.

그 힘을 외부로 쏟아낼 때가 되었다.

마침 프로방스와 세상은 혼돈에 빠졌다.

그 과정에 아를의 베르트랑이 눈에 띈 것이다.


***


“그렇게 되면 우리가 더욱 빨리 보클뤼즈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야.”


보 가문의 가주 윌리엄은 보클뤼즈 지역으로 나가는 걸 결심했다.

그가 오래 고민한 것은 우유부단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보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도 결정이 느려진다.

그만큼 고려하고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배후를 공격당하는 문제는 아이카드 대주교 지지함으로써 해결이 되었다.

프로방스의 남쪽 지역은 모두 황제파로 돌아섰다.

마음 놓고 교황파인 북쪽 지역,

프로방스 백작의 영지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

보급과 식량문제는 아를의 베르트랑과의 협력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보클뤼즈 지역으로 나가는 데 필요한 가장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었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아이카드 대주교를 불러오게. 그에게 답을 주어야겠어.”


보 가문의 윌리엄은 아이카드 대주교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

보 가문은 다가올 전쟁을 준비했다.

동시에 타라스콩에 있는 상인(정보원)을 통해 아를의 베르트랑에게 접촉했다.


***


“보 가문의 가주께서는 베르트랑 공(lord)이 하시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일을 말하는 것이오?”

“아를의 재건하는 일입니다.”

“음···.”


베르트랑에게는 의외의 상황이었다.

보 가문과의 협력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쪽에서 먼저 알고 연락해 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빠른 반응이었다.

그건 보 가문의 역량이 생각보다 강하고,

정보가 빠르다는 말이었다.

이건 좋은 일일 수도 있지만···.

나쁜 일이기도 했다.

아군이 상황에 따라 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았다.

보 가문이 적이 된다면 피곤해지는 일이었다.

아를 재건에 협력하겠다는 제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 뭘, 그리 고민하고 있어. 네가 손해를 볼 일은 없어.-

-그런가?-

-이번 일로 보 가문은 강해지겠지.-

-그러니까.-

-그들보다 네가 더 빨리 강해지면, 그들은 계속 너에게 협력할 수밖에 없어.-


상대보다 계속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면 그들은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 이번 일은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너에게는 더욱 도움이 돼. 다른 이들보다 훨씬 앞서나가게 될 것이야.-


악마의 말이 맞았다.

그들과의 협력으로 자신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보 가문의 성장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다른 경쟁자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 그들은 강한 이들이야. 레반트에 데리고 가면 큰 도움이 될 것이야.-


베르트랑의 고민은 끝났다.

보 가문의 성장은 오히려 베르트랑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십자군 원정엔 많은 이들이 참여할 것이다.

베르트랑의 경쟁자가 프로방스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보 가문의 가주께서 어떤 도움을 주기로 했는지 들어볼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베르트랑 공에게 괜찮은 제안이 될 것입니다.”


보 가문의 상인이 베르트랑에게 가주의 뜻을 전했다.


***


“레 보 드 프로방스에서 몽마주르 수도원으로 가는 길을 저희가 건설하겠습니다.”


좋은 소식이었다.

베르트랑이 해야 할 일이 크게 줄었다.

그는 물레방아 마을에서 몽마주르 수도원으로 가는 길만 개척하면 되었다.

베르트랑이 해야 할 일의 3분의 1이 줄었다.


“대신에 원하는 것이 있겠지. 원하는 것이 뭐요.”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누가 공짜를 제안한다면 일단 의심해 봐야 했다.


“별다른 건 없습니다. 그저 공사를 서둘러달라는 전언 이십니다.”

“정말. 그게 전부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너무나 후한 조건이었다.

베르트랑은 보 가문 가주의 의도에 의문이 생겼다.


-저들이 급한 모양이네.-

-뭐가?-

- 드디어 일을 벌일 생각이야.-


악마가 보 가문의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알필 산맥에서 평야로 진출할 결심을 굳혔다.


“그분께서는 아를 지역과 교역을 강화하고 싶어 하십니다. 베르트랑 공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십니까?”


레 보 드 프로방스에서 몽마주르 수도원, 물레방아 마을, 아를로 이어지는 길의 연결은 베르트랑도 원하는 일이었다.

양쪽 모두 이득을 보는 일이었다.


“그대의 가주는 빵을 원하는군.”

그 말에 상인이 깜짝 놀랐다.

바로 그의 정곡을 찔렀다.


“.... 그렇습니다.”

“너무 놀라지 말게. 나의 영지에서 만드는 빵은 생산량이 많고 저렴하지.”


비옥한 아를 평야에서 수확된 곡물이 물레방아 마을로 모여들었다.

그곳에서 물레방앗간과 제분소를 거쳐 빵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빵은 타라스콩과 마르세유에도 수출이 되었다.

아를의 산업단지는 전성기에 하루에 3만 5,000명분의 빵을 생산했다.

그 일부를 가동한 것만으로도 생산량이 엄청났다.

곡식만 충분하다면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었다.

물레방앗간을 설치할 수 있는 수로가 늘고 있었다.

땔감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부족하면 론강을 통해 공급받으면 되었다.

론강의 중류와 상류에는 많은 숲이 있었다.

뗏목을 만들어 그 위에 장작을 실으면 되었다.

강을 통해 목재와 땔감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곡물도 마찬가지였다.

그 가능성을 보 가문의 가주가 아는 것이었다.


“가주께서 탐낼만한 것이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대금은 뭐로 낼 생각이지?”

“레 보 드 프로방스는 포도주와 올리브유, 석재로 유명합니다.”


모두 괜찮은 상품이었다.

다만, 올리브유는 물레방아 마을에서 많이 생산하는 품목이었다.

서로 상품이 겹쳤다.

포도주는 현재 타라스콩에서 싸게 공급하고 있었다.

어머니인 에티엔 백작 부인이 살아 계시는 한 계속될 일이었다.

랑삭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포도주를 공급했다.

나중엔 레 보 드 프로방스의 포도주가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석재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를의 구도심을 점령한 후 수리에 들어가게 되면 많이 필요해질 것이었다.

석재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건 도시였다.

도시의 성벽과 주요시설은 석재로 만들어졌다.

물론 대성당과 수도원을 건설하는데도 석재가 필요했다.

물레방아 마을 수준에서는 석재가 그다지 필요 없었다.

포도주와 석재 모두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들 말고 다른 것을 원하네.”

“어떤 것을 말하십니까?”


현재 보 가문에 많은 것이었다.

오랜 기간 그들이 축적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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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 모두의 머리를 모으다. 24.05.09 435 17 12쪽
56 56. 은과 금. 24.05.08 429 17 13쪽
» 55. 보 가문에 원하는 것. +6 24.05.07 458 19 12쪽
54 54. 레 보 드 프로방스. 24.05.06 478 22 13쪽
53 53. 멧돼지 사냥. 24.05.05 485 17 13쪽
52 52. 중세의 숲. 24.05.04 494 20 12쪽
51 51. 거짓된 예언자. +4 24.05.03 498 17 14쪽
50 50. 어머니의 마음. +2 24.05.02 505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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