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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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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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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8. 에릭의 조언.

DUMMY

68. 에릭의 조언.


“에드몽 경. 타라스콩에 다녀와야겠네.”

“그럼. 병사를 붙여드리겠습니다.”


타라스콩과 물레방아 마을은 가까운 편이었다.

말을 달리면 한나절이면 도착했다.

그런 가까운 거리도 안전을 보장 못 하는 시기가 되었다.

에드몽이 인근의 치안 확보를 위해 노력하지만···.

세상엔 언제나 빈틈이나 뒷구멍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토벌된 빈자리엔 어느새 이름 모를 강도와 도적단이 자리 잡았다.


“기병을 포함하여 30명의 병력을 붙여주게.”


서른 명은 정규군의 절반 이상이었다.

어디에 싸우러 가지 않는 이상 그만한 병력은 필요 없었다.


“타라스콩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곳에 피난민이 넘친다더군. 그중 일부를 데려올 생각이네.”

“그 일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굳이 주군께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강도나 도적단도 위험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피난민 그 자체였다.

수백 명이 폭도로 변한다면 위험할 수 있었다.

피난민은 뿌리를 내리지 않은 식물,

부평초(浮萍草)와 같았다.

그들을 묶어주는 고향,

땅과 인간관계가 유리(遊離)되었다.

만일 피난민과 도적단이 서로 공모한다거나.

누군가 바람을 잡는다면 약탈을 시도할 수도 있었다.


“지나친 걱정이네. 30명의 정예병이면 충분하네.”


잘 훈련받은 정예병 30명은 수백의 폭도를 상대할 수 있었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혼자서도 그런 이들은 상대할 수 있네.”


베르트랑 일신의 무력만으로도 수십의 정예병, 수백의 무법자를 쓸어버릴 수 있었다.

일기당천(一騎当千), 만인지적(萬人之敵)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뛰어난 기사는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징집병 수백 명을 쓸어버리기도 했다.

베르트랑의 무력은 이미 웬만한 기사를 능가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그런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는 말이었다.


“그대가 이곳을 떠나면 누가 물레방아 마을을 지키겠나.”


자경단이 있다고 하나.

기사와 정규병이 없다면 쉬이 무너질 수 있었다.

약해 보이면 이빨을 드러내기 마련이었다.

물레방아 마을에 많은 이들이 살았다.

물산이 풍요로운 곳이기도 했다.

그동안 불만을 참고 있던,

라크라우 지역의 기사와 영주가 움직일 수 있었다.

아를 도시가 그것을 기회로 봉기할 수도 있었다.

카마르크의 지역의 해적이 습격할지도 몰랐다.

물레방아 마을은 여러 곳과 교류했다.

교류한다는 건 정보가 오간다는 말이었다.

정보는 쌍방향이었다.

빈틈을 보이면 사방에서 물어뜯으려 할 것이었다.

물레방아 마을을 탐낼 이들은 충분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주군.”

“내가 없는 동안 물레방아 마을을 잘 부탁하네.”


그의 영지가 될 곳이니.

잘 알아서 할 것이었다.

직접 병사를 이끌고 타라스콩으로 향했다.

피난민을 태울 수레와 그 위에 가득 실린 빵과 함께···.


***


“이곳은 무슨 일이냐?”


아들이 떠난 지 오래되지 않았다.

그새 다시 돌아온 것이다.

어머니로선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를의 일이 잘되지 않았느냐?”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곳은 저의 영지가 되었습니다.”

“그럼, 이곳엔 어떤 일로 왔느냐?

“어머니의 근심을 덜어드리려 왔습니다.”


***


타라스콩의 피난민 문제는 심각했다.

지나치게 많은 피난민이 성으로 몰렸다.

피난민이 성안의 골목을 점령했다.

그들이 풍기는 냄새가 지독했다.


-문제가 발생할 것이야.-


성 내부는 전염병이 퍼질 가능성이 높았다.

영양부족과 불결한 환경은 전염병이 퍼지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결국 타라스콩은 피난민을 성안으로 들이는 것을 막았다.

수용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 결과로 성문 밖에도 피난민이 가득했다.

성벽에 따개비처럼 움막이 잔뜩 붙어 있었다.

골목과 함께,

성벽은 비와 바람을 피하기 좋은 곳이었다.

처마 아래 제비와 나그네가 머무는 것과 같았다.


-도시의 경우 그런 식으로 성장하기도 하지.-


성안에 머물 공간이 없어지면 성벽부터 집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그렇게 도시의 영역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타라스콩은 일반 도시와 달랐다.

방어를 위한 요새 도시였다.


-성벽에 붙은 판잣집은 방어에 좋지 않아.-


성벽 아래 판잣집은 철거하는 것이 좋았다.

판잣집 밑으로 땅굴을 파기 좋았다.

땅굴은 성의 방어를 무너뜨리는 좋은 방법이었다.

평상시에도 범죄자나 밀수품이 들어오는 통로가 될 수 있었다.

그런 개구멍으로 적이 들어와 성이 함락되기도 했다.

판잣집이 있으면 성벽으로 접근이 쉬워졌다.

판잣집의 높이만큼 성벽이 낮아지는 단점도 있었다.


-제일 좋은 건 성벽 주위로 해자를 두르는 것이지.-


해자를 파면 주변에 판잣집이 생기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

적이 성벽으로 접근이 어려워졌다.

땅굴을 파는 것도 힘들어졌다.

성을 공략하기 위해선 먼저 해자를 메워야 했다.


-해자라···. 아를에도 해자를 만들까?-

-비용을 생각해야지.-


해자를 만드는 건 성벽을 두르는 것만큼,

많은 노동이 드는 일이다.

큰 도시는 성벽으로 두르는 것만으로도 큰일이었다.

해자까지 파는 건 쉽지 않았다.

관리도 문제였다.

정기적으로 해자를 파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다.

흐르지 않는 물이라 오염도 심했다.

여러 가지 문제로 해자를 만들지 않는 곳이 많았다.

타라스콩도 14세기가 되어야 해자를 두른다.

그것도 성의 일부에만 해자를 설치했다.


-아쉽네.-

-그래도 아를은 강을 끼고 있잖아.-


강이 해자의 기능을 했다.

한 면이라도 강으로 가로막히면 방어에 좋았다.

오물처리와 식수 공급에도 도움이 되었다.

아비뇽은 두 강이 합류하는 삼각지에 있었다.

훨씬 방어에 좋았다.

마르세유는 바다와 만을 이용했다.


-강을 잘 이용하면 해자 못지않아.-


진주성은 강과 수로를 이용해 해자를 두른 것과 같은 효과를 보았다.

강은 바다와 함께 쓰임새가 많았다.


***


-저 판잣집을 처리하는 것이 좋겠네.-


혼란스러운 시대에 위험 요소는 미리 제거하는 것이 나았다.

그래서 방어용 성은 주변에 붙는 판잣집을 정기적으로 제거했다.


-지금 같은 시기엔 좋지 않아.-

-지금 같은 시기이니. 빨리 처리해야지.-

-판잣집이 너무 많아. 강제 철거하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야.-


판잣집도 집이었다.

자기 집이 철거당하는데 가만있을 사람은 없었다.

남의 땅에 지어진 달동네를 철거하는데도 보상을 해주어야 했다.

점유권을 고려한다면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피난민의 판자촌을 허무는데 보상이 주어질 리가 없었다.

판잣집이 마치 선박에 붙는 따개비와 같았다.

제거해도 계속해서 생겨났다.

보상 없는 강제 철거가 이루어질 것이었다.

문제는 그러한 판잣집의 숫자가 많았다.

숫자가 적으면 그냥 당하지만···.

많으면 들고 일어나는 법이다.


-쉽지 않은 일이네.-

-다르게 생각하면 쉬운 일이야.-

-어떻게?-

-저들도 원해서 그곳에 사는 건 아니야.-

-그건 그렇지.-

-더 좋은 장소를 준다면 그곳으로 떠날 것이야.-


인간에겐 발이 달려있었다.

언제나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움직였다.

시골에서 도시로···.

못 사는 나라에서 잘 사는 나라로···.

달동네와 반지하에서 아파트로···.

인간은 계속 움직였다.


-그게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군.-


악마의 말대로 명성과 이득을 얻는 일이었다.


***


“빵을 가지고 왔느냐?”


물레방아 마을의 빵은 유명했다.

타라스콩에도 판매되었다.

피난민이 대거 몰려든 이곳에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물론 가져왔습니다.”

“잘되었다. 나의 이름으로 피난민에게 베풀겠다.”


어머니에겐 자선이지만, 동시에 자선은 아니었다.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나서면 다른 이들도 나서야 했다.

빵을 기부하지 못하면 다른 것으로라도 내야 했다.

일부는 다시 에티엔 백작 부인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너에겐 비용을 내겠다.”

“괜찮습니다. 그저 저의 이름도 올려주십시오.”


어머니에겐 그동안 많은 것을 받았다.

어차피 여유가 되면 다시 물레방아 마을에 지원할 것이다.

자선 명단에 올라가는 것이 더 나았다.


“어머니. 제가 가져온 선물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또 무엇이 있느냐?”

“수레입니다.”

“수레?”


수레라는 말에 의아해했다.

조금 생뚱맞았다.


“짐을 실을 수레입니다. 피난민의 일부를 저의 영지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아! 이곳에 가장 필요한 것이구나.”


빵과 판잣집은 피난민에게 임시방편이었다.

전쟁을 막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전쟁을 막을 수 없다면,

피난민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 곳을 제공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우선 100가구 정도를 데려가겠습니다.”


대략 500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타라스콩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여유가 되는 대로 좀 더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구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너를 도운 게 헛되지 않았어.”


그렇게 피난민의 행렬을 데리고 물레방아 마을로 돌아왔다.


***


마을엔 에릭과 시몽이 아를에서 일을 마치고 와 있었다.

그들로부터 아를의 상황에 대해서 들었다.


“벼농사를 가르칠 농부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다들 기독교인들이겠지?”

“잘 교육했습니다. 이곳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에릭이 제 일을 보고했다.

일부는 이슬람에서 개종한 기독교인일 것이다.

다른 일부는 개종한 기독교인으로 행동할 것이다.

이곳에서 벼농사를 가르친 후 돌아갈 사람들이었다.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되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수고했네.”


벼농사를 가르칠 이를 구하는 지시를 잘 수행했다.

다른 일은···.


“참사회에 자문기관을 두게 되었습니다. 우선, 제가 자문위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아를의 주된 권력은 협의체인 참사회에서 나왔다.

거기에 영주의 자문기관이 추가로 생겼다.

자문위원으로 참사회의 일에 참여할 것이었다.

고문이나 자문위원은 권력이 없는 명예 직책이나 다름없었다.

참사회에서 자문이나 고문의 조언을 듣지 않으면 되었다.

하지만···. 영주라는 권력이 뒤에 있으면 달라졌다.

무시할 수 없는 고문과 자문이 되는 것이다.


“우선 그들이 납부할 세금에 관해 조언했습니다.”

“어떻게 이야기했나?”


자문위원이 세금을 얼마 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기존엔 화폐로 세금을 내었다고 합니다. 앞으론 세금을 금과 은, 보석세공품으로 내도록 조언했습니다.”

“그들이 좋아하겠군.”


아이카드 대주교가 원한 건 은화나 동화와 같은 화폐였다.

그가 바로바로 쓸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아를에서 그런 화폐를 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경제권이 다르면 사용하는 화폐가 달라졌다.

세금으로 내야 할 화폐의 상당 부분을 환전해서 전해 줘야 했다.

그러한 환전에서 발생하는 손해가 만만치 않았다.

반면에 금과 은, 세공품은 그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화폐로 바꾸고 환전해야 하는 두 단계가 사라졌다.

그만큼 그들에게 이득이었다.


-쉽게 받아들여질 조언이군. 쓸만한데···.-

-그래. 괜찮은 인재를 구했어.-


에릭의 조언은 상당히 괜찮았다.

베르트랑으로서도 좋은 조건이었다.

몽마주르 수도원에서 은화를 발행하기 위해 은을 모으고 있었다.

화폐로 만들 은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금과 보석세공품들은 마르세유에 팔기 좋은 상품이었다.

도시인들은 금과 보석세공품을 비상금으로 모아두었다.

큰일이 생기면 들고 도망치기 좋은 물건들이었다.

프로방스의 혼란은 물레방아 마을과 아를 주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세상이 혼란해지면 금값이 올랐다.

금과 보석세공품도 마찬가지였다.

금과 은, 보석세공품으로 세금을 내도록 조언한 것은 적절했다.

에릭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었다.

벼농사를 가르칠 농부를 데리고 왔다.

아를에 참사회 자문관이라는 자리를 얻었다.

베르트랑의 의사를 참사회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영향력을 자연스럽게 아를에 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시몽의 이야기를 들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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