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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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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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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7. 모두의 머리를 모으다.

DUMMY

57. 모두의 머리를 모으다.


에드몽과 피에르, 에릭이 한자리에 모였다.

베르트랑이 보낸 서신 때문이었다.

그곳엔 물레방아 마을과 몽마주르 수도원과 연결하는 도로의 공사를 서두르라는 지시가 담겨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가 바뀌었소. 얼마나 많은 인원을 그쪽으로 투입할 수 있겠소.”


에드몽의 말에 에릭과 피에르가 고민에 잠겼다.


“론강 쪽 수로와 개간 작업에 들어가는 인원을 돌리면 어느 정도 여유가 되긴 합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올해의 밀 수확량은 예상보다 적어질 것입니다.”


피에르는 이주민의 정착과 개간, 관개수로 작업을 맡고 있었다.

개간과 관개수로 작업은 론강 쪽으로 많이 진척되었다.

론강의 제방이 보수되어 마른 땅이 드러났다.

그곳을 개간하는 것이 늪보다 더 손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개간한 땅은 비옥해서 수확도 좋았다.

농사는 물의 공급과 함께 배수도 중요했다.

물이 잘 안 빠지는 땅은 곡물의 뿌리가 쉽게 썩었다.

늪은 생각보다 농경지로 개발하기 어려운 땅이었다.

피에르의 말에 에릭이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에 쌀이라는 작물을 키워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벼라고 부르는 그것 말이오?”


주군인 베르트랑에 강조했던 작물이었다.


“그렇습니다. 벼라는 작물은 젖은 땅에도 잘 자란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려면 논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물레방아 마을은 논을 만들지 않았다.


“우리는 그에 대해 잘 모르오. 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오.”


새로운 농사를 지으려면 많은 것이 필요했다.

종자와 그에 맞는 땅, 그리고 사람이 필요했다.

그중 사람은 관련 농법을 알고 있는 이를 말했다.

농법은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었다.

사람과 사람을 통해서 대를 이어서 전해져 왔다.

프로방스엔 사라센의 영향으로 쌀을 키우는 이들이 일부 있었다.

쌀이 주식인 곳에도 언제나 밀을 키우는 이들이 있었다.

조와 피, 수수, 기장처럼 그것들이 잘 자라는 땅이 있었다.그게 아니더라도,

어디에나 남이 잘하지 않는 일을 하는 별종은 있었다.

저렴한 밀가루가 수입되어도 우리 밀을 키우는 이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논에서 벼를 재배하는 방법을 아는 이가 없소.”


프로방스에서도 쌀을 재배했다.

곡물 생산량의 30%가 쌀이었다.

프로방스의 쌀 재배는 중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렇게 생산된 쌀 대부분은 밭벼였다.


“카마르그(Camargue)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어떻겠습니까?”


라크라우 지역의 반대편 론강 서안 카마르그 지역은 쌀이 유명했다.

그곳에선 벼를 늪과 같은 논에 뿌렸다.

거기엔 자연이 만든 논이 있었다.


“그곳엔 아직 사라센 해적들이 살고 있소. 그들이 우리를 도와줄 리가 없소.”


카마르그 지역은 라크라우 지역과 다르게 습지였다.

론강 하류의 지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그런 곳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은 해적이나 수적이었다.

해적과 수적도 농사도 지었다.

그들이 약탈로만 먹고사는 것은 아니었다.

바이킹도 고향에선 농사와 목축을 하는 평범한 농부였다.

약탈은 부업이나 마찬가지였다.

수입이 불안정한 약탈로만 먹고살기는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포스의 새끼 돼지 가문과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이교도였다.

쉽게 쌀 재배법을 알려줄 리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 일은 우선 보류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사라센인과의 교류는 이들이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주군인 베르트랑도 조심해야 하는 일이었다.

대머리 왕 샤를은 경쟁자를 바이킹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제거했다.

아키텐의 피핀 2세(Pepin II of Aquitaine)가 기독교식 예배 대신 바이킹의 신을 숭배했다는 소문을 퍼트린 것이다.

결국 아키텐의 멜레 은광과 그가 발행한 은화가 대머리 왕 샤를의 손에 넘어갔다.

피핀 2세가 바이킹 족 모험가 야를 오스카를 고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은광의 영향이 컸다.

피핀은 멜레 은광으로 일어나 은광으로 망했다.

이교도와의 교류는 조심해야 했다.

아니면, 로베르 기스카르처럼 평판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강해야 했다.

기스카르는 [영리한]과 [교활한], [여우 같은] 혹은 [족제비 같은] 뜻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바이킹 용병대장, 노르만 용병대장으로 시작해 정복자 로베르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시칠리아를 시작해서 이탈리아 남부, 동로마 제국까지 침략했다.

그는 1084년에 로마까지 약탈했다.

그가 거느린 용병 3만 6,000명 중 상당수가 사라센인이었다.

그러고도 문제없이 정복 활동을 계속했다.

사라센인을 용병으로 사용하는 게 별일이 아니게 된다.

힘만 있으면 누구도 이용할 수 있었다.

아직 베르트랑의 힘은 충분히 강하지 않았다.


***


“다른 방안을 생각해 보게.”


베르트랑은 레 보 드 프로방스로 빵 공급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 내용을 서신에 적었다.

몽마주르 수도원과 보 가문과의 일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두 가지 일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빵 생산을 늘리려면 밀의 공급이 원활해야 했다.

물레방아 마을 사람이 먹을 식량도 필요했다.

개간과 밀 수확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이주민을 공사에 투입할 수 없다.

이에 피에르가 제안했다.


“아예 몽마주르 수도원에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 일은 그들에게도 필요한 일이 아닙니까?”


이 일은 몽마주르 수도원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들이 나선다면 인근 마을들에서 인원을 동원할 수 있었다.

수도원에 소속된 마을의 인구만 해도 3,000명이 넘었다.

성인 남성을 500명 이상 공사에 동원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오는 이들이 이미 상당하오.”


500명 중 200명은 물레방아 마을로 일하러 오는 이들이었다.


“몽마주르 수도원이 나선다 해도 그들에게 보수를 지급해야 할 것이오.”


추가로 오는 300명에게도 보수를 지급해야 했다.

형평성, 공정이 무너지면 분노로 이어진다.

모두에게 주지 않으면 몰라도,

누군 주고 누군 주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되었다.

이에 에릭이 나섰다.

그가 물레방아 마을의 재정을 관리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마을 상단이 이번에 큰 이익을 거두었습니다. 그들에게 줄 보수는 충분합니다.”


시몽의 마르세유 상행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많은 가죽 제품과 의류, 잡철을 가지고 돌아왔다.

가죽 제품과 의류는 소규모 행상들에 의해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들이 가져온 건 곡물과 올리브, 생선과 같은 현지의 생산물이었다.

잡철은 물레방앗간의 제련소에서 강철로 바뀐 후 대장간에서 품질 좋은 농기구로 바뀌었다.

여관 옆에 확장한 창고엔 가죽 제품과 의류, 강철로 만든 농기구가 가득했다.

빵과 올리브유, 포도주도 인부들에게 보수로 인기 있는 상품이지만···.

가죽 제품과 의류, 농기구도 그들에게 필요한 상품이었다.

마르세유에서 가져온 건 상품만이 아니었다.

은화를 비롯한 동화도 상당했다.

더 많은 인원을 공사에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생겼다.


“일꾼에게 보수를 지급하다면 몽마주르 수도원도 명분이 살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이라도 보수를 지급하는 게 좋았다.

신에 대한 신앙만으로 노동을 요구하는 건 오래가지 않았다.

힘들고 배고프면 믿음도 약해졌다.

고난에 신앙이 강해지는 건 아주 독실한 신자뿐이었다.

대부분은 고난에 신앙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도 신앙을 지킨 이들이 성인으로 추앙받는 것이다.

1차 십자군 원정에서 예루살렘까지 함께한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죽거나 탈락했다.

1차 십자군의 참가자 수는 13만 명에서 16만 명에 달했다.

그중 예루살렘 공방전에 참여한 사람은 1만 2,000명이었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더 많은 이들이 성스러운 원정을 포기했다.

블루아 백작 스티븐과 베르망두아 백작 위그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들의 일부는 1101년 십자군에 다시 참가하게 되었다.

신앙만으로 모든 일을 할 순 없었다.

그랬다면 교황과 황제 사이의 서임권 분쟁도 없었을 것이다.

물레방아 마을에서 보수를 지급한다면 몽마주르 수도원은 더욱 적극적으로 이 일에 나설 것이었다.

동시에 그간 물레방아 마을과 몽마주르 수도원 사이의 갈등도 해소되었다.

서로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데 돈만 한 것은 없었다.

목숨을 걸고 싸운 상대도 돈을 받고 풀어주었다.

돈 앞에선 화난 얼굴도 부드럽게 변했다.


“그대의 말이 맞소. 주군에게 이 일을 보고드리겠소.”


몽마주르 수도원의 협조를 끌어내는 건 베르트랑의 일이었다.

콧대 높은 성직자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조건이라면 그들도 응낙할 것이었다.


***


“다행히 몽마주르 수도원의 동쪽 길은 보 가문에서 맡아서 하기로 했소.”


그것만 해도 물레방아 마을이 해야 할 일이 크게 줄었다.

전체 일의 3분의 1을 보 가문이 맡게 되었다.

그만큼 보 가문이 이 일에 적극적이라는 말이 되었다.


“에드몽 경. 이건 저희에겐 또 다른 기회입니다.”

“에릭 행정관. 좋은 일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게 어떤 기회라는 말이오?”


에드몽과 피에르 사제는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에릭이 부연 설명을 했다.


“같은 공사를 두 곳에서 진행한다면···.”

“서로 비교가 되겠군.”

“아! 맞는 말이오.”


그건 당연한 말이었다.

같은 일을 하면,

알게 모르게 서로를 비교하기 마련이었다.

그게 인간이었다.


“이번 기회에 저희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주군께 능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되겠군.”

“맞습니다. 그것은 보 가문에도 같이 적용됩니다.”


보 가문에 베르트랑의 역량을 보여주는 일이 되기도 했다.


“일을 더 빠르게 진행하는 게 좋겠어.”


보 가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준다면,

주군인 베르트랑도 크게 기뻐할 것이다.

에드몽의 몸이 달았다.


“몽마주르 수도원이 움직이기 전에···.”

“저희가 몇 가지 사전 작업을 하면 더욱 쉽게 길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 말인가?”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에릭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늪에 다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메울 곳인데···.”

“그 작업을 좀 더 빠르게 해주는 일입니다.”


피에르가 말의 행간(行間)을 읽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해보시오.”

“늪에 다리를 만들고 말뚝을 박는 일입니다.”

“왜 그렇게 번거로운 일을···.”

“에드몽 경. 괜찮은 생각 같습니다. 베네치아가 그런 방식으로 빠르게 매립을 하였습니다.”


베네치아는 5세기 고트족과 훈족 등 이민족들의 약탈을 피해 고대 로마 출신 난민이 석호의 섬에 세운 정착지였다.

주변이 온통 갯벌이었다.

몽생미셸과 비슷했다.

다만, 그곳의 사람들은 섬에 영구히 정착할 생각이 없었다.

이민족이 떠나면 다시 육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훈족과 고트족, 랑고바르드족까지 끊임없이 이민족이 몰려들었다.

임시 거주지가 영구 거주지가 되었다.

로마인은 돌을 좋아하는 민족이었다.

영구 거주지였으면 나무가 아닌 돌을 쌓아서 매입했을 것이었다.

결국 임시로 섬 주위에 박아 놓은 말뚝이 그들의 기반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박아 놓은 말뚝이 생각보다 효과적인 매립 방법이 되었다.

말뚝이 지반을 단단하게 만든 것이다.

베네치아 방식은 제방을 만들어 풍차로 물을 빼낸 네덜란드와 다른 형태였다.

좀 더 빠르게 길이나 구조물을 늪 위에 세울 수 있었다.

이 방식은 나무 말뚝 대신에 철근 빔을 이용하여 지반을 다지는 방식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렇게 되면 보 가문보다 훨씬 빠르게 길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레방아 마을이 늪에 내야 하는 길은 보 가문보다 두 배 더 길었다.

더 낮은 지대라 상대적으로 공사의 난도도 더 높았다.

그걸 보 가문보다 먼저 해낸다면···.

주군인 베르트랑뿐만 아니라,

보 가문도 그들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먼저 길을 내고 땅을 메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좋네. 그렇게 진행하세.”


세 명이 머리를 모으니.

일이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되었다.

인재들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 발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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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아를의 사람들. +4 24.05.12 433 17 14쪽
59 59. 날아오를 때. +6 24.05.11 439 20 12쪽
58 58. 내부의 에너지가 쌓이다. 24.05.10 440 21 12쪽
» 57. 모두의 머리를 모으다. 24.05.09 435 17 12쪽
56 56. 은과 금. 24.05.08 429 17 13쪽
55 55. 보 가문에 원하는 것. +6 24.05.07 457 19 12쪽
54 54. 레 보 드 프로방스. 24.05.06 477 22 13쪽
53 53. 멧돼지 사냥. 24.05.05 484 17 13쪽
52 52. 중세의 숲. 24.05.04 494 20 12쪽
51 51. 거짓된 예언자. +4 24.05.03 497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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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 마음을 되돌리는 일. +2 24.05.01 496 12 12쪽
48 48. 교역의 조건. 24.04.30 475 13 13쪽
47 47. 마르세유 상인 길드. +2 24.04.29 501 13 13쪽
46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2 24.04.28 51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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