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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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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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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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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9. 마음을 되돌리는 일.

DUMMY

49. 마음을 되돌리는 일.


프로방스의 봄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라벤더와 선명한 초록빛 들판,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과 짙푸른 쪽빛 바다 등 매혹적이었다.

그 풍경을 많은 화가가 그림으로 남겼다.

폴 세잔과 고흐였다.


“하하. 항해하기 날이 좋군요.”


오랜만에 하는 항해에 레오 선장의 기분이 좋았다.

거기에 날씨 좋은 봄이었다.


“그럼. 운임을 깎아주는가요?”

“아직도 그 말씀을 하십니까?”

“그냥, 농입니다.”


시몽과 레오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졌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상인 길드로 연결되어 있었다.

더 이상 남이 아니었다.


“그런데···. 선실에 있는 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마르세유에서 출발한 배는 베르동 해변(쁠라쥬 듀 베흐동, Plage du Verdon)에 잠시 들렸다.

그곳에서 일단의 무리를 태웠다.

그들은 수도사의 로브로 얼굴과 신체를 전부 가리고 있었다.

일부는 로브 아래 중무장을 한 것 같았다.

범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모르시는 게 나을 것입니다.”

“대체 어떤 분이시길래 그러시는 겁니까?”


마르세유에 파견된 목적은 거점 마련과 정보 취득이었다.

시몽은 위험에 끼어들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었다.


“사실 저도 모릅니다. 알려고도 하지 말라는 언질을 받았습니다.”


상인 길드의 고위층,

또는 마르세유의 고위층과 관련된 일이었다.


“음···.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이 이상 관심을 가지는 건 위험했다.

그들은 어두운 선실에 머무르고 있었다.

몸을 숨기려는 것이다.

햇빛에 몸을 드러낼 수 없는 자들이었다.


“이렇게 좋은 날 어두운 이야기하는 건 어리석지요.”

“그렇습니다. 좋은 햇살 즐기시지요.”


그들을 피해 선실을 나와 이렇게 선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좋은 햇살에 어두운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물레방아 마을로 들리시오. 내가 좋은 술을 사리다.”

“하하. 감사합니다. 다음 기회에 한 번 들리겠습니다.”


이번엔 물건을 내리고 바로 타라스콩으로 가야했다.

다음에 여유가 된다면···.

시몽이 자랑하는 물레방아 마을의 주점을 방문하고 싶었다.

배는 물레방아 마을 선착장에 도착했다.

짐을 내리는 손길이 분주해졌다.


“다음에 봅시다.”

“네. 다음에 보시죠.”


시몽과 레오는 악수를 나누었다.

배는 다시 타라스콩으로 향했다.

그곳에 내린 수도사의 무리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내성으로 향했다.

베르트랑은 봄에 불청객을 맞이하게 되었다.


***


“어머니에게 잘 좀 말씀드려 보게.”


타라스콩으로 찾아온 불청객은 아를의 대주교 아이카드(Aicard d'Arles)였다.

그는 황제와 교황의 대립에서 황제 편을 들었다.

그 이유로 교황에게 파문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황제와 교황의 갑작스러운 화해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자신만 낙동강 오리알이 된 것이다.

그의 파문은 취소되지 않았다.

아를의 대주교 지위도 잃었다.

하지만, 그는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마르세유 자작은 그의 형제였다.

다른 프로방스 영주들의 지지를 얻는다면 아를의 대주교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에티엔 백작 부인의 지지를 구하기 위해 타라스콩으로 왔다.


***


“저번 일로 마음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분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건 사실이었다.

아카이드 대주교는 레이먼드와 에티엔의 결혼을 승인하고 축복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근친결혼으로 결혼이 무효가 되는 상황에서 나서지 않았다.

못 본채 한 것이었다.

에티엔 백작 부인으로서는 섭섭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어쩔 수가 없었네. 내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

“저의 어머니도 지금 비슷한 상황이 아니시겠습니까?”

“.....”


베르트랑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교황과 황제가 화해한 마당에 그를 위해 나설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도움을 청하러 온 그가 뻔뻔스러웠다.


“어머니께서는 외삼촌과의 관계 개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티엔 백작 부인은 프로방스의 베르트랑과는 남매 관계였다.

레이먼드와 결혼한 이후엔 관계가 서먹했다.

결혼하면 아무래도 시댁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었다.

레이먼드와 프로방스의 베르트랑은 영토를 두고 싸웠다.

아들 베르트랑이 태어난 이후엔 더욱 거리가 멀어졌다.

자기 영지와 남편의 영지를 아들이 물려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프로방스의 베르트랑은 그 일을 방해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레이먼드의 파문으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레이먼드와 에티엔의 결혼은 무효가 되었다.

아들은 서자가 되어 남편의 영지를 물려받지 못하게 되었다.

남의 편보다,

그나마 피가 섞인 가족이 낫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저런···. 그건 큰 실수가 될 것이네. 프로방스 백작이 권력을 잡는다면 배신한 이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그건 모를 일이지 않겠습니까?”


그건 알 수 없었다.

더 큰 것을 내어줄 수도 있었다.

다만, 지금과 같은 혼란의 시기엔 양쪽을 저울에 올려두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 유리했다.


“지금은 누구라도 손을 잡을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좋은 조건을 내미는 손을 잡을 생각이었다.


***


“내 뒤에는 마르세유의 자작이 있네. 보 가문(Baux house)과 새끼 돼지 가문(Porcelet house)도 함께 할 것이야.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자네도 알겠지.”


보 가문과 새끼 돼지 가문은 프로방스에서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보 가문은 알필 산맥 지역을 지배하여 난공불락의 요새를 가지고 있었다.

새끼 돼지 가문은 포스라는 지역을 소유했다.

포스는 라크라우 지역 남쪽,

론강과 지중해가 만나는 곳에 있는 습지대였다.

새끼 돼지 가문은 그곳에 성을 짓고 마르세유와 아를을 잇는 로마 가도를 지배했다.

바다로는 론강과 마르세유를 잇는 수로를 가로막을 수 있었다.

결국 프로방스 백작과 마르세유 자작에게 토벌당했다.

그러나 다시 세력을 회복하여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보 가문은 산적(山賊), 새끼 돼지 가문은 수적(水賊)과 같았다.

둘 다 까다로운 상대였다.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상황은 뒤바뀔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외삼촌 쪽에 붙으면···. 보 가문과 새끼 돼지 가문이 누구를 지지할지는 모르지요.”


그들은 이기는 쪽에 붙을 것이다.

그렇게 힘을 키워왔다.


“자네. 나에게 뭔가 불만 있구먼···.”


***


아이카드 대주교는 베르트랑에 대한 설득에 어려움을 느꼈다.

에티엔 백작 부인만큼 까다로운 상대였다.

만만히 보고 왔다가 된통 당하고 있었다.


“제가 예하에게 무슨 불만이 있겠습니까? 저는 주님의 신실한 종입니다.”“알고 있네. 자네가 얼마나 신앙심이 깊은지. 그래. 대체 원하는 게 뭔가?”

“저는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교황 성하 (Your Eminence)와 대주교 예하(Your Grace) 두 분 모두를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님의 종으로서 본분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교황과 대주교 어느 쪽도 편들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


-내가 뭘 원하는지는 알고 와야지.-

-하하. 너를 너무 만만하게 봤어. 어린 녀석이니. 적당히 구슬리면 될 거로 생각했겠지.-


에티엔 백작 부인에 대한 설득이 어려워지자,

바로 베르트랑에게 달려온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베르트랑도 그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레이먼드의 파문으로 결혼이 무효가 됨으로써 피해를 본 건 에티엔 백작 부인만은 아니었다.

교황뿐만 아니라.

대주교에게도 불만이 있었다.

어느 쪽도 편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카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아. 서로 자주 보게 될 거야.-


이곳 프로방스뿐만 아니라···.

레반트에서도 그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

아이카드는 아버지 레이먼드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인물이었다.

은자 피에르와 아데마르 주교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1차 십자군에 종군하는 중요한 성직자였다.

그레고리 7세 교황과 후임 우르바누스 2세와 대립하였기에 자신의 입지를 위해 원정에 참여한 것이다.

어떻게든 계속 엮이게 될 사람이었다.


-이곳 아를에서 그의 입지가 만만치 않아.-


교황이 파견한 대주교는 아를 지역에서 발붙이지 못했다.


-황제와의 친분도 무시하지 못하지.-


하인리히 황제는 자신을 위해 나서서 파문당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반란군을 상대하기 위해 교황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지만···.

카노사의 굴욕을 잊지 않았다.

반란이 진압되면 교황에 대한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그레고리 7세 교황은 결국 살레르노 성에서 쓸쓸히 죽었다.

황제의 암묵적인 지지 아래, 아를의 대주교로 오랜 기간 활동한다.

보 가문과 새끼 돼지 가문은 결국 아이카드 대주교를 지지할 것이다.


-그래도 순순히 그의 말을 들어줄 순 없지 않겠어. 뭔가를 받아내야지.-

-그럼. 그에게 알아볼 시간을 주게 하지.-

-좋아. 뭘 들고 올지를 기다려 보자고. 하하.-


“대주교 예하(Your Grace). 그분의 뜻이 어디로 향하는지 기도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자신을 설득할 선물을 가지고 다시 오라는 말이었다.


“알겠네. 그분이 자네에게 바른길을 보여주기를 바라겠네. 다시 오겠네.”


아이카드 대주교는 축객령을 받아들였다.

베르트랑에 관해 알아보고 다시 방문할 것이었다.


***


며칠 후 아이카드 대주교가 다시 내성을 방문했다.


“그분께서 자네에게 바른길을 보여주셨는가?”

“아직 답이 듣지 못했습니다.”“그분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뜻을 보여주시지.”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예를 들면 몽마주르 수도원에 뜻을 내려줄 수가 있으시네. 최근 자네와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고 들었네. 내가 한때 그곳의 수도원장을 담당했지.”


아이카드 대주교는 몽마주르 수도원장을 역임했다.

그곳에 아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별문제는 아닙니다.”


몽마주르 수도원은 물레방아 마을과 아를 개발이 진행되면 손에 들어올 곳이었다.


- 그걸로 퉁 칠 수는 없지 .아이카드가 너무 날로 먹으려 하는군.-

- 하하. 그래.-


“서로 간의 약간의 오해가 있을 뿐입니다. 곧 잘 해결될 일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길을 보여줘야겠군. 어떤 게 괜찮을까···. 그래, 라크라우 지역이 있군.”

“그곳도 잘 해결될 것입니다.”

“음···. 그런가?”


그가 제대로 된 보상을 가지고 오지 못했다.


-어쩔 수 없군. 모르면 알려줘야지.-

-알면서도 모른 척할 수 있지. 자신도 아까우니까.-


그에게 직접 원하는 걸 말해주기로 했다.


“아를의 구시가지에 하나님의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곳은 이미 교회가 있다네.”

“제가 어찌 하나님의 집을 바라겠습니까? 딸린 헛간이면 됩니다.”


아를 구도시의 세속적인 권한을 가져가고 싶다는 말이었다.

사라센인들이 물러간 후 아를의 구도시(유적)에도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아를의 원형경기장은 요새로 개조되었다.

그곳에 교회도 생겼다.

로마 시대 유적은 조금만 손보면 사람이 살기 나쁘지 않았다.

구시가지가 서서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곳에 교회를 중심으로 수천 명이 살고 있었다.

아를 대주교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었다.

물레방아 마을이 성장하면 가야 할 곳이기도 했다.


“어찌 내가 가지지 않은 걸 그대에게 줄 수 있겠는가?”

“그분의 뜻이 저에게 있다고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아를은 베르트랑이 알아서 장악하겠다는 말이다.

그때 대주교가 그를 지지하라는 뜻이었다.

아를을 장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명분이 생기면 불법 점유자들을 몰아내고,

정당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분의 뜻이 그렇다면 따라야겠지.”


아를의 대주교가 승낙했다.

지금은 수천 명의 자신의 교구보다,

에티엔 백작 부인의 지지가 더 중요했다.


“어머니의 뜻이 대주교 예하와 함께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이제 어머니를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번 돌아선 마음을 되돌리긴 힘들었다.

그러나 아를의 구시가지를 얻을 수 있다면 해야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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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은과 금. 24.05.08 429 17 13쪽
55 55. 보 가문에 원하는 것. +6 24.05.07 458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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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거짓된 예언자. +4 24.05.03 498 17 14쪽
50 50. 어머니의 마음. +2 24.05.02 505 15 14쪽
» 49. 마음을 되돌리는 일. +2 24.05.01 497 12 12쪽
48 48. 교역의 조건. 24.04.30 475 13 13쪽
47 47. 마르세유 상인 길드. +2 24.04.29 501 13 13쪽
46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2 24.04.28 51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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