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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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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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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DUMMY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선착장으로 갤리선이 들어왔다.

론강을 따라 타라스콩을 거쳐 내려온 상선이었다.

아비뇽과 마르세유를 왕복하는 대형 갤리선이었다.

대형 갤리선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짐은 싣지 못했다.

적재량이 500톤이 안 되었다.

갤리선은 앞뒤가 길고 선저(船底)가 깊지 않았다.

선내 공간이 협소했다.

돛과 함께 노를 이용해서 움직여야 했다.

운항을 위해 배에 노잡이도 태워야 했다.

배의 크기에 비해 많은 짐을 싣지 못했다.

상당히 비효율적인 배였다.

그런 배이지만 이곳에선 널리 사용되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바닥이 깊은 배는 앉은 강바닥에 선저船底)가 걸렸다.

론강을 다니는 데는 대형 갤리선만 한 배가 없었다.

아비뇽 위쪽으론 그런 배도 다니지 못했다.

더 작은 배들이 리옹과 아비뇽 사이를 다녔다.

아비뇽이 도시로 성장한 건 단순히 교황청이 그곳으로 옮겼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곳 또한 론강 물류의 집산지였다.

대형 갤리선에서 내린 짐들이 물레방아 마을과 연결된 선착장에 내렸다.

포도주와 도기, 아마포, 햄, 소시지, 잉곳, 그리고 가을에 수확된 밀이었다.

올해 론강의 산물이었다.


***


“하하. 가져온 짐이 많구려. 잘되었소.”


갤리선 선장의 기분이 좋았다.

이곳에 내린 짐만큼 많은 상품을 배에 실었기 때문이었다.

갤리선은 빈 배로 다니는 만큼 손해가 막심했다.

적재량이 작은 데 비해 운영비가 많이 들었다.

최대한 짐을 가득 채우는 것이 좋았다.


“그대가 선주요?”

“그럴 리가 있겠소. 이 배가 얼마나 비싼 배인데···.”


선박의 건조에 많은 목재를 사용했다.

특히 갤리선은 선체의 길이가 길었다.

배에서 가장 비싼 부품은 용골이었다.

용골에 사용되는 곧고 긴 참나무는 드물었다.

길이가 긴 만큼 가격도 비쌌다.


“자신의 배도 아닌데···. 왜 그리 좋아하는 거요.”

“배를 통한 교역은 처음 해보시오?”

“그동안은 육로로만 다녀서···.”

“그러면 모를 수도 있겠구려···.”


선장이 간단하게 시몽에게 설명했다.

배는 크게 2가지 형태로 운항하였다.

자신의 배로 운항하는 것과 배를 빌려 운항하는 것이었다.

후자를 용선 계약이라고 했다.


“이렇게 큰 배를 개인이 소유하는 건 드무오.”


왕이나 대귀족 중에 대형 갤리선을 운용하는 일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선장의 말대로 드물었다.

왕과 귀족들은 생각보다 돈이 없었다.

언제나 전쟁을 벌이기 때문이었다.

전쟁엔 많은 돈이 들었다.

이겨도 크게 남는 것이 없었다.

그런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왕과 대귀족의 대부분이 빚쟁이였다.

그건 상인도 마찬가지였다.

왕과 대귀족의 전쟁에 상인이 개입되어 있었다.

상인도 권력의 향방에 성쇠를 함께했다.

그런 변화에 그나마 영향을 덜 받는 건 대도시의 상인 길드였다.


“이 배도 마르세유의 상인 길드 소유이오.”


상인 길드는 여러 상인이 만든 조합이었다.

하나의 상단이나 상회가 망해도 계속 유지되었다.

오직 도시의 흥망성쇠와 함께했다.

상당히 안정된 구조였다.


“개인이 이런 배를 소유하는 건 위험이 너무 크오.”


항해는 상당히 위험한 행위였다.

폭풍과 해적과 같은 변수가 너무 많았다.

배가 침몰하면 비싼 뱃값과 상품이 동시에 사라졌다.

지중해의 해양도시는 배를 통한 무역으로 발전했다.

항상 그러한 위험이 남아 있었다.

해양도시에 상인 길드와 보험이 만들어진 것도 그런 이유였다.

위험의 분산이 목적이었다.

용선 계약도 비슷했다.

배를 사는 것보다 빌리는 것이 나을 때가 많았다.

전쟁이나 큰 거래가 필요할 때 잠시 배를 빌리는 것이다.

상인 길드가 용선료를 받고 배를 빌려주었다.

대표적인 곳이 제노바와 피사였다.

그들은 무역이 주업이긴 하지만···.

용병과 용선도 큰 규모로 사업을 운영했다.


“이 배가 남의 배라면 선장에게 큰 이익이 없을 것 같은데···.”

“그게. 그렇지 않소.”


그것은 항해의 위험성 때문이었다.

배의 소유와 운영이 분리되었다.


“배는 상인 길드 소유이지만···. 운용은 내가 한다오.”


선원을 고용하고 임금을 주는 것은 배의 선장이었다.

선장이 항행의 위험을 일부 분담했다.

그런 선장도 위험을 분산했다.

선원의 임금을 항해(航海) 수익으로 나누어 분배했다.

한 항차(航次)가 끝나면,

그 수익을 선주와 선장, 선원이 분배했다.

마르세유에서 아비뇽,

아비뇽에서 마르세유까지 오가며 받은 운임을 마르세유에서 나누는 것이다.

직접 상품을 사서 실을 때에는 거래로 얻은 이익을 나누었다.


“많이 벌수록 나도 이익을 본다오.”


선장의 분배 비율은 선주 다음으로 높았다.

항해로 이익을 남기지 못한다면 배분도 없었다.

그의 수익은 항해 결과에 큰 영향을 받았다.


“솔직히 이곳에서 많은 짐을 실을지 몰랐다오.”


이곳에서 빈 배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만큼 타라스콩 화물의 운임을 비싸게 받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배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짐을 실었다.

예상 밖의 수익이었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운임을 깎아주구려.”

“에이. 내가 그대에게 괜히 말했소.”


입이 방정이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말이 많아졌다.

선장은 다른 변명거리를 찾았다.


***


“겨울 항해는 힘드오. 그런 만큼 운임을 깎아줄 순 없소.”

“겨울이라고 별다를 게···.”

“내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선장은 지중해의 겨울 항해 위험성을 이야기했다.


“겨울엔 비가 많이 내리고 폭풍우가 친다오.”


지중해성 기후(地中海性 氣候)의 특징이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부터 폭풍이 자주 불었다.

지중해 폭풍,

메디케인(medicanes)으로 불렀다.

지중해는 생각보다 안전한 바다가 아니었다.

오디세우스가 겪은 거센 폭풍이 실제로 일어났다.


“누구도 겨울 항해는 원하지 않소.”


거기에 겨울엔 바람도 불규칙해졌다.

돛이 쓸모없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노를 저어서 가야 했다.

노를 젓는 일은 매우 힘들었다.


“겨울에는 노잡이를 더 고용해야 하오.”


겨울의 지중해는 여름보다 노가 더 중요했다.

그만큼 노잡이를 더 고용해야 했다.


“우리는 노잡이를 노예로 쓰지 않는다오.”


마르세유와 제노바, 피사 등 자유도시의 경우 노잡이는 자유민이었다.

노동을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이들이었다.

노잡이 숫자를 늘리면 비용이 올라가고,

수익을 나누어야 할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 면에서도 지중해 겨울은 항해하기 안 좋은 시기였다.


“그럼, 선장은 왜 이 시기에 항해하는 거요.”

“다들 원하지 않기 때문이오.”

“아!”


겨울철에 항해하기 싫은 것은 다 마찬가지였다.

실제 겨울엔 지중해를 항해하는 배가 줄었다.


“마르세유 같은 대도시는 언제나 많은 물자가 이동하오.”


대도시엔 인구가 많았다.

그들은 언제나 무언가를 생산하고 소비했다.

물동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도시에 창고가 있어 어느 정도 보관을 하지만···.

9월부터 1월까지 선박이 항해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날씨가 안 좋다고 모든 배가 멈추어 버리면 도시가 마비되어 버렸다.

거기에 9월부터 1월까지는 수확의 계절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라.

수확한 농산물을 가공하지 않거나.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쉽게 상했다.

론강 유역에서 생산된 많은 생산물이 마르세유를 거쳐 이탈리아로 팔려나갔다.

동방의 많은 사치품(비단과 향신료, 도자기)과,

이탈리아의 장인이 생산한 제품들이,

마르세유를 거쳐,

론강을 거슬러,

서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알프스산맥은 큰 장벽이었다.

그곳에서 뻗어 나온 산맥이 마르세유와 아를까지 이어져 있었다.

몽마주르 수도원 근처의 알필 산맥도 그 일부였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이어주는 육로는 단절된 것과 같았다.

로마 가도가 정상이던 시기에도 상품의 이동통로는 바다였다.

마르세유에 배만큼 효율적인 운송수단은 없었다.

바다가 막히면 마르세유는 말라 죽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선···.


“겨울에도 누군가는 항해해야 하오. 그것이 내가 겨울에 항해하는 이유이오.”


그의 말이 그럴듯했다.


***


“선장의 이야기는 잘 들었소. 아주 사명감이 넘치는 사람이구려.”

“하하. 감사하오. 그럼, 운임을 깎는 건 없던 걸로 하겠소.”

“그럴 순 없지요.”


상인은 손해 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시몽은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뭔가를 얻어내야 했다.


“선장의 이야기에 몇 가지 오류가 있는 것 같군요.”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오?”

“사실을 모두 말한 건 아닌 것 같단 말이오.”

“뭘 빠트렸단 말이오.”

“아비뇽과 마르세유 사이에 바다는 얼마 되지 않아요.”


론강 하류에서 마르세유까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다.

총항로에서 바다는 3분의 1도 안 되었다.

대부분의 항로가 강을 지나는 구간이었다.


“강을 지나려고 하면 어차피 노잡이는 많이 고용해야 해요.”


론강 하류에서 아비뇽까지 가려면 물길을 거슬러 가야 했다.

겨울 바다가 아니더라도 노잡이가 많이 필요했다.


“중간에 노잡이를 해고할 수도 없지요.”


마르세유에서 고용한 노잡이를 아비뇽에서 해고할 순 없었다.

그들은 마르세유 사람이었다.

마르세유에서 항해의 수익을 나누어야 했다.

결국 아비뇽에서 하류로 내려올 때도 그 인원이 그대로 와야 했다.

겨울 바다에 노를 젓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내가 바다로 교역한 적은 없지만···. 이곳의 지리는 알고 있어요.”


론강 하류와 마르세유 사이의 구간은 해안선을 따라가는 안전한 항로였다.

태풍이 불면 피항할 항구도 많았다.

에디몽의 영지인 니올른의 어항(漁港)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 곳이 10여 개가 넘었다.


“선장이 말한 겨울 항해의 위험성은 과장되었어요.”

“......”


겨울의 지중해 항해는 선장의 말대로 위험했다.

그러나 그건 지중해를 가로지르는 장거리의 경우였다.

론강 하류에서 마르세유에 이르는 단거리에 그걸 논하는 건 오버였다.


“물론 겨울 항해를 꺼리는 부분은 있을 것이에요. 하지만, 그에게 맞게 운임도 많이 받겠지요. 그러니 나에게 더 받아야 하는 건 아니오.”

“더 받겠다는 게 아니라···. 깎아줄 수 없다는 말이오.”

“그 말이 그 말이지 않소. 이미 내가 모시는 영주님께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하지 않았소.”

“.... 설마 영주님께 그 사실을 말할 생각이오.”


그러면 곤란했다.

그는 마르세유와 아비뇽 사이를 정기적으로 오가야 했다.

그 중간에 타라스콩과 아를이 있었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들려야 하는 경유지였다.

이번처럼 두 군데 다 들러야 할 때도 있었다.

그곳의 영주와 척질 수는 없었다.

그럼 상당히 피곤해졌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서로 자주 봐야 할 사이인데···.”

“하하. 그렇소. 서로 자주 봐야 하지 않겠소.”

“그러니···.”

“알겠소. 내가 졌소. 운임을 깎아주겠소.”

“그건 괜찮소. 뱃일이 힘드니 선장도 가끔은 횡재를 봐야 하지 않겠어요.”


뱃일은 위험하고 힘든 일이었다.

행상과 다름없었다.

만선을 기대하고 험한 바다로 나가는 어부와 같았다.

라크라우 상행처럼 가끔은 횡재를 봐야 했다.

같은 처지에 지나치게 빡빡하게 굴 순 없었다.


“하하. 감사하오.”

“대신에 말이오.”


그 말에 선장이 긴장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시오. 그대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무슨 일인데 그러시오.”

“이 배가 상인 길드의 소유라고 하지 않았소.”

“그렇소만···.”

“그곳에 잘 이야기 해주시오.”

“하하. 그거야 어려울 것이 뭐가 있겠소.”


항해가 끝나면 선주와 항해의 수익을 나누어야 했다.

이번 일이 상인 길드에 보고 될 것이다.

그때 좋은 말 하나 해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그대를 잘못 보았소.”


바라보는 선장의 눈이 바뀌었다.

시몽을 풋내기 상인이 아닌,

노련한 상인을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상대에게 얕보이지 않는 것,

새로운 곳으로 가는 상인에게 필요한 일이었다.

마르세유로 가는 첫 단추를 잘 궤였다.


“나는 레오(leo)라 하오. 앞으로 잘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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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2 24.04.28 51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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