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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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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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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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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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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15

DUMMY

*


“따분하군.”


그런 말을 뱉은 건, 흑인 사내였다.


“······.”


김일수는 느닷없는 소리에 옆을 처다보았다.


“······.”


뭐, 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는 덩치 큰 사내가 있었다.


김일수보다도 키나, 전체적인 체격이 큰 작자였다.


일상은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일상이라고 부를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며칠이 넘도록. 보름 정도가 될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다. 대한제국에도 말이다.


아니, 한성이 그리 멀지 않은 인천항 부근에서 러시아의 함대와 일본 제국의 함대가 계속해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듯은 하다.


지독한 농담조로 표현을 하자면. 별 일은 아니었다. 나라가 당장 망하는 수준은 아니었으니.


작금의 대한, 조선을 바라볼 때 김일수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미 목숨이 경각에 달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정도 말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이의 비명과 슬픔은 언제나 사무치는 법이었다. 간혹은, 기꺼이 죽음을 맞는 영웅들도 있기는 하다만.


아무튼.


당장 조선이 망하지는 않을 듯했고. 러일 전쟁의 향방에 따라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킬번 자작의 몸도 그 안위가 무사했다.


자작의 일정에 따라, 시내를 오고 가는 일이 많았다. 지금도 조금 늦은 낮. 저녁이 되기 전 케이프 타운에 와 있었고.


그녀는 시내 근처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고, 꼭 거리를 걷고는 했다. 시내의 경치를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것도 같았고. 뭐, 다른 이유가 있을런지 모른다.


호위는 대강 백인 사내 둘, 흑인 사내 하나. 그리고 김일수와 민도경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민도경은 종종 빠질 때가 많았다.


지금은 건장한 백인 사내 둘이 킬번 자작의 곁에서 보조를 맞추며 걷고 있었다. 흑인 사내 하나와는 한 켠 뒤로 물러서서 함께 걷고 있었고.


그 자가 말한 것이다.


주변에 있는 아불리가의 여러 흑인종들이 참으로 많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민들에 비해서 훨씬 번듯한 차림새를 갖고 있는 게 옆에 있는 인물이다.

킬번 자작은 젊고, 아리따웠으나, 거부였고, 또 귀족이었으니. 그녀를 따르는 고용인들도 격식을 차릴 필요가 있었다.


별다른 친분을 다질 마음은 그리 없었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동양인이라는 것은 흑인과 백인을 가르는 인종적 구분보다 더 생경한 것이었는지 김일수와 민도경은 킬번을 제외한 다른 고용인 무리와는 말을 할 새가 별로 없었다.


문득, 흑인이 말을 건 것은 아주 드문 경우의 일이었다.


“···우리가 바쁜 게 안좋은 것 아닌가.”


김일수가 유창한 영어로 답변을 했다.


킬번 자작은 저녁 약속이 있어, 케이프 타운 시내에 거주하는 상인과 식사 자리를 가기 전에 시간을 조금 내어 거리를 걷는 중이다.


시내 시장가에 들러 상인들이 파는 여러 잡화들을 보는 걸 즐기는 여인이었다. 토속적인 색채가 담긴 다양한 공예품 따위를 좋아하는 듯한데.


어지간한 부로 아름다운 것, 예술적인 것을 모조리 구할 수 있는 그녀였음에도. 완벽히 다른 문화에서 빚어지는 어떤 예술성에 대해서는 생경한 면이 있는 듯도 하다.

사실 킬번 자작이 이곳, 아불리가에서 보낸 세월이 그리 짧지 않을 텐데도.


다른 연유가 있는 건지. 아니면 순수하게 상인들이 사고 파는 갖가지 물건들이 정말 필요하거나 탐이 나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시간을 때우길 좋아했다.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 척 하면서 상당히 노회한 면이 있는 여인이라는 게, 그간 그녀를 지켜본 김일수의 평가였으니.

아무렇지 않은듯 굴면서 무언가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노리고 있는 적대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혹은 역으로 습격을 해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빈틈을 주고 있는 걸지도.


아무튼 킬번이 어떻게 움직이든. 김일수를 비롯한 호위병들이 할 일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어머, 참 예쁘네요.”

“자작님의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공예가들이 혼을 담아 만든 물건들입니다.”


이곳이 영국령이 된 지도 아득한 세월이었다. 일단 김일수가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였으니. 평범한 거리의 상인이 영어를 능란하게 사용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상하기로 따지자면, 어디서 배워본 적도 없을 듯한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동양인 김일수의 꼴이 더 수상쩍지.


킬번은 굳이 제 발로 거리를 걸어 시장가에서 상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굽이 낮은 편한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종아리가 아주 조금 드러나는 깔끔한 원피스를 입고 있다. 허리나 어깨에는 길다란 천을 특이하게 감고 있었고. 얇은 외투도 걸친 채다.


그 속에 자작이 개인용 총기를 하나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제법, 사격 솜씨가 괜찮다는 사실도. 그래도 호위 대상으로서 지난 시간 근처에 붙어 오래도록 있었으니. 다양한 정보를 얻은 셈이다.


지금 이 시간 민도경은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제 나름대로 영국령 곳곳을 들쑤시고 있겠지. 조선 땅보다 무식하게 넓은 땅덩이를 한 명의 개인이 돌아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순간이동자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늘 달라진다.

그 모든 구역을 살펴봐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요충지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인물들의 거처들을 위주로 돌 뿐이었으니까.


각 지역의 총독이랄만한 작자들. 또 고위 행정관들. 혹은 킬번 자작과 같이 개인적으로 세력을 갖고 있는 유지들. 그런 이들의 사정을 알아보고 이상한 꿍꿍이를 품는 작자는 없는가.

지난 전쟁 이후 돌아버린 작자는 없는가. 뭐, 그런 것들을 찾는 게 그의 일이었다.


개척과 정복의 시대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돌아버린 사상을 갖고 있는 작자들은. 제국의 입장에서도 확실히 부담이었다. 시한 폭탄과 같은 인물들은 도리어 영국 제국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 황실 몇몇 구성원들의 입장인 모양이었다. 브라이드번 백작도 그런 인물이었고.


“영어를 참 잘하는 군.”


흑인 호위. 김일수보다 거대한 체격에. 곱슬 머리를 아주 짧게 바짝 깎은 자. 손바닥이 솥뚜껑만하다, 는 말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사내. 지미가 그에게 이야기 했다.


여태까지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걷다가, 자신의 감정을 그리 드러내는 건 말했듯 드문 일이었다. 김일수는 웬일인가, 싶어 성실하게 대꾸를 해준다.


“별말씀을.”

“어린 시절부터 다른 나라에서 자란 건가?”

“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네.”


영어에도 그럭저럭, 존대와 평대 사이의 표현들이 여럿 있었다. 과한 농담이나 축약어를 쓰지 않고. 적당히 존중하는 투의 단어들을 섞어서 쓰는 중이었다. 김일수는.

그런 민감한 표현의 조절이, 탁월하다고 느낀다. 지미로서는. 이채를 띌 수 밖에 없다.


“······조선에서 왔다고.”

“대한제국.”

“흠··· 엠파이어Empire라고···.”

“정확하게는, 말뿐인.”

“후후···.”


제국이라며 국호를 소개하자 흑인이 턱매를 쓰다듬는다. 그 꼴에 일수는 정정을 해주었다. 대한제국. 허명이었다. 역사도, 군주도. 국민도. 그 속에 담긴 인간들의 삶도 진짜이지만.

세계 열강들이 주도하는 패권 다툼 속에서, 국권을 지킬만한 힘이 부족했다. 군사력, 국방력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허명이 맞았다.


입맛이 쓴 표현도 아니었다. 덤덤한 사실이다. 사무치거나 괴로운 시기도 초기에나 느낄법한 감정이다. 척화비니 뭐니. 온갖 사상들을 내세우며 핏대를 내세우던 작자들도 목소리를 잃어가는 시점이었다.


당장 인천항에서 철선들이 대포를 쏘아대고. 천지가 뒤집어질 것 같은 해전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힘이 없는 주장은 참으로 덧없는 것이었다. 대한제국이라는 이름이 그러했다. 국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김일수는 어딘가 먼 눈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먼,

눈.

아득한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의 눈빛을 말함이다.

그 아득한 미래는 늘, 썩 좋은 광경이 아니었다. 눈 앞에 닥쳐 있는 장애물들이 지나치게 높고 험난한 탓이다.


“···거기는 어떤 나라인가. 자네같은 자가 이처럼 해외를 돌아다니는 걸 보면 그래도 제법 강대한 국가인가보지···.

···유럽이 아닌 나라 중에 그런 곳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개항을 하고 개혁을 일찍 시작했다던 그 나라인가, 거기가?”


생각보다 흑인의 아는 바가 박식했다. 세계 정세에 대해서 그럭저럭 소식을 듣는 모양이었다. 킬번 자작같은 주인의 근처에서 일을 하기에 그런 걸까.

허나 그가 말하는 ‘개혁을 시작한 나라’라는 건···. 아마 일본 제국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조선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그저 죽지 않기 위해 최선의 수를 골라 두는, 안쓰러운 대국쟁이나 다름이 없었다.


기(바둑의 옛 이름)던 장기던. 판의 규격과 말의 수가 정해져 있는만큼 둘 수 있는 기발한 수작의 한계가 또한 있다.

지금이 마치 그런 꼴이었다. 바다 넘어, 어떤 미지의 세계가 있을까 두근대던 열망은 많이 잠재워진 게 아닌가 싶은 시대였다. 열강들이 온갖 오지를 앞다투어 탐험하고 있었고. 사람이 이미 사는 땅이라면, 기후가 괜찮은 곳이라면 아무런 어려움도 없이 닿아 정복을 해대고 있었으니.


세계 전도를 보고 알고 있는 김일수이다. 장기판, 혹은 기판의 크기적 한계가 곧 세계 전도의 한계였다. 다룰 수 있는 말의 수가, 또한 그 위에서 움직이는 각국의 행위들이었고.

안타깝게도 조선은 왕이 아니었다. 세계라는 거대한 장기판 위에서. 굳이 따지자면 졸이나 될까. 그도 안될지 모른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유의미한 일격을 해내지 못하는 졸이 있는가. 적어도 졸이라면 한 칼 쯤은 누구에게도 먹일 수 있을텐데.


조선에게만 왜이리 불합리하고, 부정한 승부가 되었는가.


나라의 운명. 시대의 흐름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는 식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하늘의 뜻이라는 건, 사람이 불평을 한다고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김일수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깨달은 바는 결국 그러했다.

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기를 쓰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반발해야 하는 부분도 물론 있었고.


“글쎄··· 여유로운 상황의 나라는 아니라서. 나는 조국과는 상관없이 떠돌아 다니는 작자이지. 간절히 바라지만 국가가 부강해지는 건 다소 먼 일처럼 느껴지는군, 아무래도.”


가볍게 말을 걸기 시작했던 흑인, 지미는 그 말에 묻은 사무치는 비통함을 느꼈다. 향취처럼 맡았다고 하는 게 나으리라. 말투는 그리 썩 우울한 게 아니었음에도. 짐작하기 어려운 정도의 오래 묵은 슬픔이 있었다. 그건 아예 풍화되어버린 슬픔은 아니었고. 현재진행적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살아있는 종류의 슬픔이었다. 또한.


“······.”


지미는 아불리가. 그러니까, 아프리카 태생이었다. 어린 시절 어느 종교인의 손에 거두어졌고. 운이 좋게 사람다운 취급을 받으면서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타고난, 또 탁월한 강함이 있었고, 시대적인 상황은 그를 전쟁과 전투 속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영국인 목사의 양자로 길러졌다가, 영국인으로서 군에 소속되어 나름대로 활약을 하기도 했다. 당장 얼마 전에 있었던 남아프리카, 보어 전쟁에서도 총을 들었다.


누군가를 죽인 일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었지만. 어쩄든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거친 몸짓으로 발악을 해댔고. 지금의 위치에 자리한다. 칼빈 자작은 좋은 고용주였다. 군인으로서의 복무가 끝나갈 무렵, 그녀가 관료들과 무슨 거래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호위로서 킬번 자작의 사병과 같은 임무를 맡게 되었었으니까.


아마 정부, 황실과 거래를 하며 무언가 이득을 가져다 준 게 아닐까 싶었다. 혹은 식민지령, 아프리카 대륙의 총리부와의 이야기였을 지도 모르고.

아무튼 그것도 예전의 일이었고. 지금은 정식으로 제대를 한 뒤 그대로 킬번 자작에게 고용되어 살고 있었다.


군인으로 일을 하면서도, 각별한 몇몇 전우를 제외하면 따가운 눈총과 차별을 받았던 그다. 킬번 자작은 유색인종에 대해서 지나치게 반응하는 인물은 아니었고. 도리어 기이할 정도로 남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다. 보이는 것에 의해서는 편견이 적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보수도 넉넉했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실은, 어린 시절 그의 삶에서부터 지금까지 달리 변한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우연히 눈 앞의 동양인 사내를 만났다. 나름대로 친근함이 가는 사내였다. 맞지 않는 듯한 옷을 입고 있는 꼴이. 그냥 그런 친밀감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동양인이지만 영어도 곧잘 했고. 성격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긴 시간 함께 걷는 동안 나름의 편안함이 있어 말을 건 것이다.

지미는 체격도 거대하고. 전투력이 아주 높을 것 같은 몸뚱이를 가졌으나. 성격은 그보다 더 예리하고 날카로웠다. 그가 거친 시대와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데 도리어 가장 큰 역할을 해준 건. 완력보다는 정신력이나 성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지미의 눈에, 동양인 김일수나 민도경은 실력적으로는 딱히 흠잡을 곳이 없는 자들이었다.

체격도 제법 건장했고. 어떤 종류의 무술을 익힌 건지는 모르겠지만 걸음걸이나 움직임 따위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격이 있었다.


“···상황을 잘 모르지만. 건투를 비네.”


식민지령에서 나고 자란 그는 조국에 대해서 사무칠 정도의 그리움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애초부터 이런 상황에서 태어났으니까. 역사적인 인식이 있고, 또 원주민들이 전승하는 사상과 의식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프리칸 제국들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의 삶, 민족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겉모습은 달라졌다. 이미 뒤집혀버린 세계 속에서 태어난 그가, 지금 무너져가는 나라의 자손이 느끼는 감정을 절절하게 이해하는 건 어려울 지도 모른다.


쩝.


지미는 입맛을 다시더니 다른 이야기를 했다.


“잘 싸우나?”


지미 은추 그레이엄은 알면서 물었다. 새하얀 이가 드러나게, 씨익 웃는 표정으로 말이다.

김일수는 호오, 하고 작게 탄성을 내며 입매를 비틀었다. 감상적인 심정이 한 번에 사라지지는 않으나.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점이 있었다.


“글쎄. 적어도 자작을 지킬 정도는 되니까, 본국에서 내게 의뢰를 맡겼겠지.”

“가만히 들어 넘길 수는 없는 말이긴 해.”

“그런가?”

“그렇다네.”


킬번 자작의 새로운 호위라는 건. 지금 그녀를 지킬 인력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말도 된다.


그녀는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지주였고, 거부였다. 휘하의 고용인들의 규모만 백 단위였는데. 개중에서 호위 인력만 작게 한 개 부대 정도는 되리라.


나누어서 24시간, 거진 밀착 경호를 하고 있었다. 여인 중에서도 쓸만한 자가 그녀의 호위를, 침실 따위에서 돕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킬번 자작은 시내에서 난데없는 습격에 당했다. 그녀 자체가 워낙 수더분하고, 아무데나 의심없이 다가서는 터라 그런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습격을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의 호위대에게 있어 자존심의 상처인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미는 호위대장은 아니었지만, 그에 가까운 고참이기는 했다. 그리고, 지난 시간 나름대로 김일수와 민도경을 관찰하며 인정한 바가 있었지만.


심적인 인정 외에 물리적인 치레도 좀 필요할지 몰랐다. 지미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었다.


과하게 할 수는 없으나. 가볍게, 약속 대련 정도를 하는 정도라면 충분하리라. 실전을 보는 게 가장 정확하고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그런 상황을 그들이 일부러 만들어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요인 경호가 장난은 아니었던 터라.


“그래도 뭐. ···당장 뭘 하자는 건 좀 참아주게. 지금은 밖이니 말야.”


김일수는 지미의 이야기에 슬쩍 심기가 움찔해서. 기세를 드러내려다 말았다.


자중할 수 있는 이는 고수라고 할만하다.


지미가 동양의 철학에 대해서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알게 되는 지혜들도 있는 법이었다.


어느 정도 육체적인 단련 상태가 보장되어 있다면. 정신적인 면을 살피는 게 누군가의 수준을 아는데 더 좋은 지표일지 모른다.


킬번은 긴 시장가를 지나서, 저녁 노을이 뉘엿 저물 무렵에야 지인의 약속 장소에 다다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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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2-1 24.05.13 1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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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96. (끝) 23.01.09 82 0 17쪽
100 95. 23.01.07 53 0 21쪽
99 94. 23.01.03 50 0 22쪽
98 93. 22.12.30 4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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