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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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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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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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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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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6

DUMMY

*


우웅.


어린 것이 투정을 부리는 소리는 아니었다. 애교섞인,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아니었고.


잘 알지 못하는 기계 장치가 떨어 울듯한 주파수의 소리다.


민감한 이들은 보다 더 선명하게 듣고. 아닌 자들은 근처에서 소리가 나더라도 잘 인지하지 못한다.


기이한 현상에 어울리는, 이상한 소리였다.


그것을 듣는 건 청각의 발달보다도, 특수한 에너지를 감각하는 초감각의 발달이 영향을 미친다.


순간이동자 근처에 오래도록 머무는 이들은, 그 힘에 많이 노출이 되며 이동의 전조를 미리 알아채기도 했다.


“오셨습니까.”


정해진 위치가 있었다.


한성 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지어진 한옥집이다.


도성 바깥이었고, 인적이 별로 없는 산골짜기 중턱 즈음.


평평한 평지가 있고. 또 앞뒤로 논밭이 있어 나름대로 재산이 있는 인물이 시종을 부려가며 살기 괜찮아 보이는 곳이었다.


도성까지 걸어서 몇 시간이면 닿으니 그런 면에서도 입지가 나쁘지 않은 곳이었고.


그런 한옥집의 내측, 사랑방 근처에 담벼락과 잘 맞아떨어져 생긴 골목 따위가 있는데. 그곳이 늘 돌아오는 귀환 지점이었다.


사랑방 마루에 앉아 있던 인물은 순간이동의 전조를 듣고 금세 채비를 했고.


일어선 채로 돌아온 작자를 맞이했다.


“여.”


김일수는 눈이 떠지기도 전에 이미 손을 들며 반겼다. 한 호흡 정도 지나고, 시야가 곧 회복되었다.


순간이동을 하는 직후, 아주 잠깐 시야를 잃기 때문에. 좋든싫든 다른 감각이 발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예민한 청각은 말하는 자의 신상을 구분했고.


오래도록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정형진이란 자라는 걸 바로 알았다.


김일수는 한낮, 시야가 회복되자 싱긋 웃고 있는 사내를 볼 수 있었다.


간편한 형식의 한복을 입고 있었고. 수염과 머리칼은 깎은 양인의 모습이었고. 웃고 있는 꼴은 잘생긴 조선인 청년이었다.


단정한 인상이다. 성격도 그와 같아서 함께 일을 하기 좋은 인물이었고.


“왔네. 별 일 없는가?”

“예. 달리 새로운 일은 없습니다. 좀 쉬시지요.”

“그러겠네.”


끼익,


근처에 있던 방문이 열렸다. 한지로 겉을 바른 모양이었는데, 열리며 그 안쪽이 보인다. 단단한 판 따위가 덧대어져 있었다. 이 집의 문은 모두 그렇게 되어 있었다. 색을 칠해 무엇인지 잘 보이지는 않으나. 나무를 특수하게 가공한 것이거나, 혹은 얇은 철판으로도 보인다.


맨발로 마루에 터벅, 거리며 나서는 작자가 껄렁대며 인사를 했다.


“오, 왔습니까.”

“새끼.”


김일수는 왜인지 화가 치밀었다.


뭐 대단한 화는 아니었다. 그냥 반가운 마음에 그러는 것이었다.


김일수를 반겨준 것은 민도경이다.


임무나 작전을 맡아서 움직이는 건 대개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자이고. 그들은 김일수와 민도경, 그리고 한 명 더 서양인이다.


한 번에 셋이 움직이는 때는 잘 없었고.


보통은 하나나 둘이 움직인다.


순간이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공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고.


아직 많은 것이 발달하지 않은 이 근대와 전근대의 사잇시대에서 완벽한 연락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보통 한 명 정도는 이 ‘본부’를 거점 삼아 외부와 소식을 주고 받는 일을 한다. 나머지는 본격적인 외부 임무를 맡고.


오늘 남아 있는 녀석은 민도경이었다.


다른 한 순간이동자. 스티브는 아직 임무에서 귀환하지 않은 것 같았고.


보통 장기 임무라고 하더라도 중간중간에 보급을 위해서나, 조력자를 찾기 위해서 기지에 들르는 경우가 많았다.


현장 상황에서 큰 상처를 입거나 목숨을 잃는 것 또한 얼마든지 가능한 경우이기는 했으나.


대체적으로, 그들은 개인이 알아서 상황을 통제하고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벌써 그네들이 모여서 함께 조직을 이룬지도 십 년이 넘었다. 그 시간 동안 겪은 고비가 길었고. 익힌 무술이나 사격술 따위도 일반적인 수준을 한참 상회한다.


어디에 던져두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작자들과 함께하는 중이었고. 언제나, 조직원들이 늘 기지로 돌아올 것을 믿고서 함께 조직을 일궈가고 있었다.


도경, 일수, 스티브를 제외하고도 함께하고 있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정형진이 그러하듯 말이다.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필요했으니. 믿을만한 조력자의 존재는 언제든지 원하는 바였다.


일수는 일단, 지친 몸을 끌어 마루 위에 있는 도경에게 다가가 종아리를 걸었다.


아무렇지 않게 터벅터벅, 걸어간 뒤에 손아귀를 왼쪽 종아리에 걸어 확 빼버리는 것이었는데.


“억.”


맨발로 멍청히 서 있던 녀석은 그대로 뒤로 넘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낙법을 구사했다.


엉덩이로 닿기 전에 팔을 조금쯤 벌려 바닥을 때렸고, 자연스레 상체를 뒤로 눕히면서, 그 반동으로 일수의 손에 걸린 발을 빼내며 뒤구르기를 했다.


워낙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 합을 짜고 행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정형진은 웃음기를 지우지 않은 채 그 꼴을 지켜보고 있었다.


늘 하는 짓거리들이었다. 틈만나면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인 것 같지만. 나름대로 훈련의 일환이라고 보아도 좋았다.

말도 안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었으나. 그것을 빼고 보더라도 당해낼 자가 없을 정도의 무인武人들이었다.


아마 맨 손으로 비슷한 체격의 장정을, 다섯 아래로는 제압할 수 있을 테였다. 무기가 있다면 그보다 쉬워질 테고.

물론 상대가 대단한 기술이 없는 한량일 경우의 이야기였다.


이 시대는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과학과 공업, 종교를 비롯해 여러 사상이니 하는 것들이 판을 치고 있었고.


구시대적 세계와 신세계가 만나며 온갖 소란이 일어나고 있는 때였다.


그런 와중에, 세계를 안마당처럼 돌아다니는 이 작자들은 최신식의 무기를 어딘가에서 늘 구해오기도 했다.


손아귀에 들어오는 크기를 가진 소형 총포라거나. 다양하게 생긴 신식 총이라거나.


그런 것들을 다루는 걸 생각하면. 순간이동 능력자 두셋이서 능히 부대 하나를 상대하거나, 혹은 그 이상가는 숫자를 농락할 수도 있을 듯했다.


거리를 벌린 채 정확하게 조준 사격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아무런 준비 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저격수라는 건 그런 말이었으니.


“아고고고···.”


민도경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 퍼뜩 일어났다.


엄살스런 소리를 내는 것과는 정반대의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별 일은 없지.”

“예, 들었듯이요.”

“별 일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너한테는.”

“아니··· 내가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된답니까.”

“하늘 아래···.”


김일수는 과장스런 톤으로 뇌까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퍼런.


푸르른 한성의 하늘이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한낮이었다.


그들 조직의 한옥 기지가 위치한 곳은 한성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이기는 하다만. 대충 묶어 생각해서 그리 표현하자.


김일수는 정형진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넉넉하게 챙겨줄 것 같던데.”

“아, 그렇습니까.”

“음. 아메리카··· 아미리견의 정부는 돈이 많으니 말이야.”

“그만큼 고생을 하시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국가 사업을 도와주는 일이니 아무래도 뭐···.”


김일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메리카, 한자음으로는 아미리견이라고 부르고. 일수는 조직원들에게 말할 때는 대충 미국이라 부르기도 했다. 영길리도 마찬가지로 영국이라 부를 때가 있었고.

영어로 말을 할 때도 있었다만. 알아듣기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한자음으로 부르다가, 점차 줄여버린 셈이다.


“찜찜한 것만 제하면 남는 장사이기는 하지.”

“반동분자들을 처리하는 것 말입니까.”

“그래···.”


아미리견은 개척 시대를 지나 단일화된 정부를 확고히 다진 이후였다. 아메리카 대륙의 북부를 전부 장악한 대국大國이었고. 발전한 온갖 기술과, 그로부터 나오는 풍부한 물자가 넘쳐나는 땅이다.


병사들의 수와 기량만 하더라도 조선을 수십 여 번은 들었다 놨다를 할 수 있을 듯했고. 농경지대 역시 아주 풍족하고 질이 좋아 굶을 일은 없을 듯한 땅이다.


설명만 들으면 천국이 아닐까 생각이 되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니만큼 여러가지 분쟁과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다.


정부를 위협하는 사상을 가진 미치광이들도 있었고. 이곳저곳에서 밀려드는 이민자들이나. 혹은 이제는 기세를 잃어버린 인디언들 중에서도 가끔 남다른 소동을 일으킬만한 작자들이 있었다.


외부인이나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이 아니라. 아미리견을 이루고 있는 국민들 중에서도 미치광이들은 참 많았고 말이다.


미리견(아미리견)에도 순간이동 능력자들은 제법 있었다. 정부에 헌신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고. 거대한 영토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보니. 단순한 확률적 추론으로 보았을 때, 순간이동 능력자라는 희귀종이 나타날 가능성도 더 높은지 몰랐다.


김일수와 민도경. 그리고 스티브. 세 사람은 단련된 순간이동 능력자였다.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났고. 개중에서는 가끔 그네들과 같은 능력자들도 있었는데.


각 열강 따위에서 애를 쓰고 있는 능력자들에 비해서도. 그들의 능력을 다루는 기술이 훨씬 뛰어났다.


물론 그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세계가 혼란스런 때를 지나고 있는만큼. 순간이동 능력자들 중에서도 돌아버린 작자들은 얼마든지 있었으니.


정부나 황실, 왕실 따위에 충성을 바치는 자들이 있는 반면. 자유로이 떠도는 자도 있을 것이며. 혹은 자신의 힘을 사용해 마음대로 죄악을 저지르며 돌아다니는 작자들도 있을 테였다.


순간이동 능력자가 조용히 은거를 하기로 한다면 만나기는 어려웠지만. 세 가지 경우 중 전자나 최후자는 종종 볼 일이 있었다.


순간이동의 힘을 가진 작자가 범죄를 일으킨다고 한다면.


일반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다만.


같은 순간이동 능력자를 부르는 것이 가장 간단한 처리법일 테니까 말이다.


김일수는 아미리견의 황실, 아니, 정부의 요청을 받아 다양한 범죄자들을 소탕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개중에는 원주민의 모습을 한 작자들도 있었고.


그가 어느 정도 상황 판단을 하고, 또 정보를 받고 들어가기는 한다만. 전능자처럼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속전속결로 정부의 요청을 들어주면서도 가끔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었다.


아미리견의 원주민과 이후 들어온 백인종과의 관계는 그 역시 파악하고 있었다.


극동아시아, 한낱 소국에 불과한 조선 땅에 살면서 타국의 억압받는 자들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기는 하다만.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체포, 무력 진압 따위를 할 때는 어딘지 켕기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약자라고 모두 선인은 아니고.

강자라고 악인일 리도 만무하기는 하다만.


아무튼.


복잡한 사건을 몇 건 지나서 돌아온 참이었다.


국책 사업과 엮여있는 자리에 정신나간 사교邪敎, 광신자 무리들이 점거를 하고 총을 쏴대는 터라 광산 개발 따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건이 가장 큰 건이었는데.


그는 간단하게 내부 구조를 파악한 뒤 지독한 최루탄 따위를 잔뜩 살포해 간단하게 제압을 했다.


공간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건 그마만큼 큰 장점이자 능력이었다.


각 선진국 쪽에서 임무를 해결하고 오면. 그쪽에서 제공하는 보상을 보통 받는다. 대개는 어느 곳에서나 통용이 가능한, 귀금속 류로 줄 때가 많았고.


가끔 임무를 할 때 얻어서 사용했던 각종 물자들. 호신용 장구나 총류 따위를 얻게 될 때도 있었다.


나름대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대한제국이라는 이름을, 그네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기도 했고.


그런 자그마한 행동들이 과연 국운을 바꿀만한 일이 될런지는 결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가세가 기울어가는 집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반도 위의 제국은.


“스티브는, 유럽 쪽에 가 있는가.”

“불란서 쪽의 의뢰를 받아서 인디아 쪽에 가 있다고···.”

“아, 천축국.”


더운 곳이다. 이전에 민도경과 다녀온 타이Thai마냥 남부에 위치한 동네인지라.


홀로 잘 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죽기야 하겠는가, 라고 여기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다들 목숨을 걸고 움직이고들 있는 처지였음에.


떨어져 있는 순간에는 그저 믿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는 처지였다.


“황제께서는 안녕하신지···.”

털썩.


근처에 있는 마루에 주저앉으면서 김일수가 중얼거렸다.


정형진은 조용히 있다가, 제 사무를 보러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고. 그 전에 돌아온 이를 위해 목욕물을 좀 받아두어야 할 듯도 했다. 뒤뜰에는 거대한 수조통이 있었고. 거기에서 수도 장치를 통해서 물을 떨구어 간편하게 씻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사람이 들어가 따뜻하도록 불만 지피면 되리라.


다양한 소일거리를 하며 집안을 돌보는 것이 결국 그네들이 할 일이었다.


정당하게 구입을 한 집이었으나.


혹 부당한 외압이 들어올 경우에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는 것도 해야 할 일이었고.


형진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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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2-11 24.05.24 8 0 15쪽
113 2-10 24.05.23 9 0 16쪽
112 2-9 24.05.23 11 0 17쪽
111 2-8 24.05.17 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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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2-2 24.05.14 13 1 11쪽
104 2-1 24.05.13 13 1 14쪽
103 2부. Minus. 0 24.05.13 20 1 11쪽
102 작가의 말, 후기 +2 23.01.09 91 1 3쪽
101 96. (끝) 23.01.09 82 0 17쪽
100 95. 23.01.07 53 0 21쪽
99 94. 23.01.03 50 0 22쪽
98 93. 22.12.30 46 1 14쪽
97 92. 22.12.28 48 0 16쪽
96 91. 다시, 봄 22.12.26 43 1 14쪽
95 90. 22.12.23 47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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