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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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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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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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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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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부. Minus. 0

DUMMY

*


점퍼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집계가 되고, 그것이 역사로 기록되기 시작한 게 20세기 초반이었다.

전란의 시기. 이전 시대의 위업들이 어마어마한 변화를 도출하고 그 이질감에 온 세계가 몸을 떨며 괴로움을 토하던 시기.


갑작스러운 산업화와 근대화, 그리고 열강들의 침략과 국력 증가. 따라가지 못한 이들의 처절한 발버둥과 여러 군대에서 일어나는 전쟁들.


다양한 시대상들을 가진 세계에서 점퍼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조직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움직였고, 그들의 초능력은 각국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개인으로서 존재하며 다각적으로 움직이던 이들 중에서 명예나 권력 따위를 원하며 전쟁 중인 국가의 수뇌에 접근해 그 요직에 앉은 이들도 많았다.


무차별적인 범죄 행위를 일삼는 이들도 있었고.


대다수의 점퍼들은 자신의 능력을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 사용하거나, 작은 범위에서 일을 하며 지내왔다.

그러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순간이동 능력을 쓰기 시작한 이들이 점차 알음알음 퍼져나간다.

그들에 대한 괴이한 소문은 뜬구름처럼 들렸지만, 점프 능력이라는 실체를 알고 있는 이들이 보기에는 명확한 악의를 지닌 누군가의 실제 범죄였다.


그런 이들을 막기 위해 신체가 건장한 이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이 점퍼 조직의 전신이라 할 수 있었다.


마구잡이로 범죄를 행하던 점퍼들 중 일부도 또한 어떤 국가에 속했다. 주로, 주전파가 장악한 국가나 다소 패퇴를 거듭하는 곳일수록 그런 이들을 받아들이기 쉬웠다. 전쟁 중에 각종 요인 암살이나 기밀 빼돌리기를 위해서 순간이동 능력이 쓰인다.

전쟁 중 판도에 영향을 줄만큼의 일이 괴상한 현상과 함께 벌어지자 세계 각국의 정보부나 수뇌부들 또한 이를 알아보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 시점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무차별적인 강도, 살인, 강간 따위를 일삼던 흉악범 점퍼를 추격하던 점퍼 조직의 전신에서 국가 단체에 접근한다. 흉악범이 상대국에 붙어 자신의 행위를 무마하고 안식처를 얻기 위해 애를 쓰며, 또 여전한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려 굴었기 때문이다.


점퍼들은 능력을 사용하는 초능력자들이었지만 그 육신은 일반적인 사람과 아무 다를 것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갑자기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만 빼면 달리 가진 것이 없다.

거대 조직에 의해서 다양한 지원을 받기 시작한 흉악범을 쫓을 수 있을리 만무했고, 그들 역시 지원자나 조력자의 존재가 필요함을 인식해 한 결정이었다.


*


"아잇, 씨펄.“


크흠.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뒤를 돌아보면서 헛소리를 지껄였고.


”See- Pearl. 진주를 ‘보다’. 영어 한 겁니까?“

”씨펄, 씨펄 이 개새끼야.“


퍽.


하고 욕지기를 내뱉으며 목을 가다듬던 사내가, 뒤를 돌아본 이의 등허리를 발로 찼다. 무자비한 발길질에 넘어질뻔한 인간은 자세를 바로하며 비아냥거렸다.


“아니. 할 말이 없다고 부하 궁둥짝이나 차고. 상관으로서 괜찮은 건지-.”

“안 괜찮으면, 안 괜찮으면 인마.”


김일수는 거친 소리를 뱉으면서 앞에 있는 사내를 계속해서 갈군다. 앞장 서서 빽빽한 밀림을 걷고 있던 사내, 민도경은 손에 들고 있던 정글도를 슬쩍 비쳐 보였다.


“······.”


말없이 으스스한 표정으로 뒤에 있는 김일수를 지켜보는 게, 민도경이었다. 김일수는 한숨을 폭 쉬었다.


“···이런 멍청한 새끼랑 단둘이 작전이라니···.”

“······. 킁.”


민도경은 날이 무딘 정글도를 갈무리하며 멋쩍게 코를 먹었다.


퍽.


김일수가 민도경의 궁둥이를 걷어찬 건 아니었다. 도경은 앞장 서서 걸으면서, 쉴 새 없이 정글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재미없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일단 앞은 보여야 계속 걸을 것 아니겠는가.

날이 무딘 정글도는 깔끔하게 잘린다기보다, 때려 부수는 느낌이 컸다. 그런 도구로 용케도 도경은 계속해서 길을 내고 있었다.


밀림이라.


지겹구나.


도경은 앞에서 걸으며 그리 생각을 했다.


“······크흠.”


김일수는 가래가 꼈는지 계속해서 목을 가다듬고 있다. 양반, 호흡기가 좋지도 않은데 고생을 하는구먼.

도경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속으로만 꿍얼거렸다. 믿을만한 인간이었다. 김일수는 말이다. 전란, 혼돈, 패악질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작금에서. 믿을만한 인간을 만나는 건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주 궁시렁거리거나, 농담을 하거나 개기기는 해도. 애초에 정말 신뢰가 없었다면, 함께하지도 않았을 테였다. 나름의 애정 표현이기도 했다. 민도경이 이죽거리는 건.


“얼마나 남았냐.”

“진심입니까?”

“어.”

“제가 어떻게 압니까.”


아니, 거기에 김일수가 진지한 척을 하며 개소리를 하는 것도 조금 이유가 있기는 했다. 민도경은 앞에 있는 늘어진 덩쿨 따위에 집중하며 말한다.


“위치를 알았으면 진즉에 뛰어가지고 갔지···. 지금 우리 같이 헤매고 있는 처지 아닙니까?”

“그래도 앞장 서는 놈이 뭔가 좀 더 보고 있을 거···”

“하악.”


뒤에 있는 대장 놈이 돌아버린걸까. 민도경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노려보았다.


퍽.


그러면서 보지도 않고, 정글도를 휘둘러서 풀을 베어내는 건 자연스러운 동작이다. 아주 손에 익어버렸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일주일 째 밀림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식량도 충분했고. 그들이 밀림 속에 갇혀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수색’ 중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별다른 지원은 없이 두 사람 뿐이었지만. 밀림 안에서 바깥까지 오고 가는 것 자체는 간단했다.

지도도, 좌표도 아무것도 없는 곳 속에서 적의 숨은 곳을 찾는 일이 지독할 뿐이다.


두 사람은 순간이동 능력자였다.


“하아······.”


김일수는 정글도를 허리춤에 꽂아넣고 있었다. 앞에 가는 놈이 팔을 휘두르며 길을 트기로 한 탓이다. 사실 두 사람이 함께 고생을 하는 게 더 쾌적한 이동 경로를 위한 일이기는 하다만···. 너무 귀찮았다. 너무 힘들었고. 기왕 고생을 할 것이라면. 한 놈은 편하게 가는 게 좋지 않겠나.

공교롭게도 직급상 아래인 녀석이 앞에 서고 있는 건 단순한 우연이었다. 가위바위보라고, 손놀이를 해서 앞에 설 놈을 정했을 뿐이니. 민도경이 늘 똑같은 순서로 시작할 때마다 주먹, 주먹, 보자기를 내는 건 비밀이기는 했다. 본인만 모르는.


“어이.”

“······.”


몇 번 지랄을 하고 나니 민도경은 아예 대꾸도 않았다.


쿨럭.


김일수는 호흡기가 좋지 않았다. 얼마 전에 폐렴에 걸려서,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던 전력이 있었으므로 말이다. 이후로는 격한 운동을 할 때 가끔 부담을 느꼈다. 폐활량이 조금 떨어진 모양이었다.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이따금씩 숨 쉬는 게 불편할 때도 있었고. 영 번거로운 일이었다. 직업상, 여기저기를 계속 돌아다니고 바쁘게 굴어야 하는 처지였는데.


쉴 곳은 없다. 지금 시대에. 특히, 한국인은.


여기저기서 전쟁이 터지고. 난리가 나는 상황이었다. 전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처지이기에. 세계의 정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민감하고 사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한국韓國.

대한제국大韓帝國.


김일수과 민도경은 그런 나라의 국민이었다.


“쯔.”


김일수는 앞에서 말도 없이 걷고 있는 멍청한 놈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고국을 생각했다. 뜬금없지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결국 개인의 운명이라는 건, 나라의 운명과도 함께 흘러가는 법이었으니.


서양놈들식으로. 점퍼Jumper라고 불리는 특수한 종자들이라고 해도 다를 바 없었다. 여차하면 튈 수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점이었지만. 기왕이면, 가급적이면 그 능력으로 올바른 일을 해내려고 하고 있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고.


고작해야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것으로 대단찮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싶기는 했다만. 또 모를 일이었다. 개인이 아니라 규모가 있는 조직과 함께 할 수 있게 된다면.

적절한 장비와 지원, 정보 따위를 얻은 뒤에 움직일 수 있다면.


동남아의 어느 밀림을 헤매고 있는 지금의 작전도 그런 일환이었다.


타국 정부에 호감을 사고. 그들에게서 신뢰를 얻고. 그 다음에 원조를 받으면서 국제적인 무대에서 움직이기 위한 임무와 작전이다.


타이, 태국이라는 나라의 어느 숲 속이었다.

이곳에 프랑스 쪽의 기밀을 훔쳐간 점퍼Jumper, 순간이동 능력자가 숨어들었고, 곧 죽었다는 첩보가 들어와서 이 고생 중이었다.

어느 적대적 기관에 속한 순간이동자는 아니었고. 개인으로 움직이던 놈이었으나 적대국에게 회유가 되어서 프랑스를 상대로 농간을 부린 모양이다.


평범하게 훔치고, 잘 도망을 가고. 그랬으면 사실 큰 문제는 없었을텐데. 프랑스 쪽에도 국가적으로 고용을 한 점퍼가 있었기에 추적에 성공했던 듯하다. 그 과정에서 기밀을 훔친 능력자는 사살을 당했는데.

기밀 문서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기밀’을 훔치려고 시도한 나라와 첩보를 주고받은 결과. 훔친 문서는 이 밀림 지역의 어느 마을에 숨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프랑스 쪽의 정보를 얻어가려고 했던. 영국 황실 측은 프랑스에게 사과의 의미로. 본인들도 기밀 문서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의뢰를 한 점퍼가 추격전 끝에 알 수 없는 곳에 문서를 숨긴 듯 하다며 사정을 솔직히 설명해주었다.

그게 정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훔쳐간 문서를 찾아오기는 해야 했다. 밀림 속에 ‘숨길만한’ 장소는 몇 군데 특정이 되어 있었는데. 해당 범위를 샅샅이 뒤지기에는 인력이 지나치게 많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 꼴이었다.


고작 두 명이서. 프랑스 황실의 의뢰를 받들고 있는 중이다.


동양 변두리에 붙은 작은 나라. 스스로의 생각으로야 위대한 나라인 조선, 대한제국의 사람이지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약소국의 국민으로서는 참으로 대단한 모험과 여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건 두 사람이 ‘순간이동’ 능력을 갖고 있는 덕분이었다.


빽뺵한 밀림 속에 답도 없이 군대를 밀어넣어봐야 효율도 나오지 않을 것 같고. 움직임이 자유로운 순간이동 능력자들에게 의뢰를 맡겨 수색을 부탁한 것이다.


숲 속에 자리한 ‘마을들’에 대한 위치는 대강 전달을 받았다. 그런데··· 대충 그려놓은 듯한 이상한 지도와 위치 좌표는 틀리기가 일쑤였고.

그래서 이 근방을 이처럼 헤매이고 있는 중이었다.


“에잉.”


무더운 날씨. 습기 찬 대기.

햇빛이 따가웠다. 김일수는 천 수건으로 뒷목을 닦았다. 닦아봐야 어차피 또 흐르는 땀이지만.


두 사내는 양식의 옷을 입고 있었다. 서양, 미국인이니 뭐니 하는 작자들이 일을 할 때 입는 듯한 바지와 셔츠였다. 그네들은 분명히, 동시대의 다른 한국인들에 비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또 경험하고 있기는 했다.


“아직이냐.”

“나도 모른다고!”


거지같은 정확도를 가진 지도에 대해 짜증이 나는 건, 민도경 역시 마찬가지였다.


*

mike-blank-JWa5jZ1LkJY-unsplash.jpg


작가의말

2부,


는 프리퀄입니다.


점퍼 조직이 아직 생겨나기 전, 


격동의 시대를 표류하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근현대사 즈음을 다룰 것 같은데...

실제 역사와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작가의 머릿속에서 진행이 되는

픽션, 허구임을 감안해주십시오. 

역사에 민감하신 분들께는 언짢으실 수 있어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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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2-13 24.05.25 11 0 12쪽
115 2-12 24.05.24 9 0 16쪽
114 2-11 24.05.24 8 0 15쪽
113 2-10 24.05.23 9 0 16쪽
112 2-9 24.05.23 11 0 17쪽
111 2-8 24.05.17 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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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2-2 24.05.14 13 1 11쪽
104 2-1 24.05.13 13 1 14쪽
» 2부. Minus. 0 24.05.13 21 1 11쪽
102 작가의 말, 후기 +2 23.01.09 92 1 3쪽
101 96. (끝) 23.01.09 83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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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4. 23.01.03 50 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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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2. 22.12.28 48 0 16쪽
96 91. 다시, 봄 22.12.26 43 1 14쪽
95 90. 22.12.23 47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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