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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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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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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8,591

작성
24.05.14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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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2

DUMMY

*


하하하-.


웃음소리가 귀에 머물렀다.


김만식은 눈을 떴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자신’은 어디에······ 살아 있는 건가?


황망한 상념들만이 뇌리에 남았고,


그런 상념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반증했다.


공포와 어둠 속에서 그는 슬며시 눈을 떴다.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초고도의 상공에서 낙하를 하는 느낌은, 이미 잔상만이 남아 있었다.


가만히 있는데도 온 몸의 말단이 부르르, 떨리면서 소름이 돋아 있었다.


김만식은 거꾸로, 작은 나무의 가지 하나에 거꾸로 걸려 있었다.


어떻게 절묘하게 걸린 건지. 다리가 끼어서 그대로 빨래처럼 늘어져 있다.


마치 그네마냥 늘어져 있는 그의 앞에,


거꾸로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김만식이 거꾸로였고. ‘그’는 그 앞에 바르게 서 있는 것이리라.


‘그’가 마저 말했다.


“잘 잤는가.”

“억.”


김만식은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중년에, 수염이 난 사내였다. 체격은 아주 장대했고.


조선 땅에 이만한 거한이라면 장사라고 소문이 났을 법한 체격이었다. ‘기지’처럼 보였던 동남아 어느 산골 마을의. 다른 장한들과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양식의 cm로 잰다면. 185cm 즈음 되어보인다.

김일수는 눈썰미가 좋았다.


김만식에 앞에 서서 지그시 웃고 있는 사내는 일수였다.


양인洋人들 중에서 작업자들이 입는 질긴 바지를 입고. 위에 셔츠를 대충 걸친 뒤 소매를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싱긋 웃는 모습은 어딜 보나 조선인이었다. 김만식은 황망한 눈길로 앞을 바라보고 입을 벌린 채다. 김일수는 어쨌든 묻고 싶은 게 조금 있었다.


“자네가 대체 왜. 태국 땅, 그 산골짜기에 있었는지 궁금하지만···.

굳이 케묻지는 않겠네.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김일수는 웃는 낯으로, 눈만 조금 크게 떴다. 그 눈알이 희번득거리는 느낌이었다.


달빛이 아주 밝게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화르륵, 하고 타오르고 있는 횃불도 있었고.


일렁거리는 횃불과 달빛이 김일수의 모습을 상세하게, 도드라지게 그려낸다.


김만식은 입만 벌리고 있었고.


김일수는 어떻게 해야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을까, 궁리하며 마저 말했다.


“불란서의 기밀 정보. 알고 있나?”


덜그덕, 거리는 이국적인 곡도가 그의 허리춤에 걸려 있었다. 정글Jungle도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두터운 덩쿨이나 잎사귀들을 효과적으로 쳐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사람에게 사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


김일수는 그런 미래를 한 번 상상해보라는 듯 요란스럽게 칼집을 덜그덕거리며 김만식에게 물었다.


한 손에는 횃불을 들고서 말이다.


김만식은 일단, 서서히 다가오는 김일수의 모습에 뜨거움을 느꼈다. 횃불의 불티가 날아가 그의 뺨에 닿은 탓이다.


움찔거리며 경련을 일으키는 작자는 혼이 조금 빠진 듯도 했는데.


김일수는 정신을 차리고 정보를 토해내게끔 하기 위해서. 수단을 가릴 생각이 없었다.


사내의 친근한 인상에 걸린 웃음이, 더없이 무섭게 보였다.


*


우웅.


하는 소리가 났고.


작은 오두막의 의자에 앉아 있던 사내는 고개를 들어 볼일을 마친 대장을 반겼다.


“여.”


작은 목소리로, 낮게 반겼다.


김일수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핏물이 조금 그 뺨에 튀어 있었다.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누구’에게 혹독했을지.


뭐, 둘 다 였을 수도 있다.


민도경은 대장을 언제나 존중했다. 개소리를 자주하고 자신을 갈구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상 없나, 별다른.”

“예.”


민도경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내는 턱수염이 없이 매끈한 상태였다.


그러고 보면 두 사람 모두, 양인들처럼 머리를 가지런하게 정리를 한 상태였고 말이다. 상투를 틀지도 않았다.

조선인들이 보자면 기겁을 할 수도 있겠으나. 어차피 구시대적인 유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경과 일수는. 대한제국으로 국호가 선포가 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조선도 몸살을 겪고 있었다. 그 몸살이 성장통일지, 아니면 죽어가는 것의 마지막 신음일지는 모르겠지만.


흔하지는 않으나 도경과 일수처럼 머리통의 터럭들을 자르고 다니는 작자들이 한성에 제법 있었다.


“···그래···.”


일수는 도경의 대답에 낮게 가라앉은 투로 맞장구를 치고는.

느릿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두막 내부에서는 기름등이 일렁거리며 불꽃을 내고 있었다. 시야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밀림 속의 집이다. 나름대로 잘 갖추어진 가구들이었고.


지어진지 오래가 된건지 손 때가 묻은 듯한 실내의 풍경.


바깥에서는 주기적으로 인기척 소리가 들린다. 오두막 내內는 저들끼리 잘 건드리지 않는 공간이기라도 한 것인지.


잠깐 외유外遊를 일수가 다녀오는 동안, 아무도 다가오지 않은 듯하다.


그 사이에 도경도 나름의 일을 했으리라.


두 사내는 부지런히 ‘마을’ 내의 상황을 정찰하다가. ‘이’ 오두막이 가장 의심스럽다고 생각이 들어 들어온 참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의 안쪽에 있었고. 사람 하나가 조용하게 앉아서 감시를 하듯 깨어 있었다. 한밤 중에. 대체 무엇을 기다리거나 경계하는 건지도 모르도록 말이다. 가구도 나름대로 복잡하게 이것저것이 있는 실내인 듯했고.


‘기밀 문서’가 어떤 곳에 숨겨져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이 오두막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작자들의 두령이 거하는 거처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조용히 뛰어서,


영어로 표하자면 점프를 해서.


들어왔는데, 난데없이 조선인의 면상이 있었다.


김만식으로부터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친절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일수의 뺨에는 핏방울이 조금 튀어 있기는 했는데. 그리 대단한 일을 하지는 않았다.


김만식의 마음만 꺾어놓으면 되는 것이었으므로. 신체에 커다란 손상을 입힐 필요까진 없었다는 말이다.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사업적 수완이라 묘사를 하지 않겠다만.


어쨌든 일수는 원하던 정보들을 대강은 들었다.


누구라도, 지구地球의 모습을 생 눈 두 짝으로 바라보고, 천지 사이를 자유 낙하를 하다가. 또 정신을 차렸을 때 날카로운 곡도가 목덜미를 긁어대고 있으면. 그리고 그 짓거리를 무한하게 반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주면 술술 불게 되어 있었다. 실상은 그리 큰 손상을 입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천지가 뒤집어지는 경험을 시켜주는 게 제법 유효한 점이었다.

사람은 ‘모르는’ 것을 늘 무서워 하니까 말이다.


순간이동 능력이라는 건, 대체 어디서 시작이 된 건지 알 수도 없는 기이한 능력이었다.


일수와 도경 역시 그것의 연원에 대해 알지는 못했다.


그들이 아는 건 그게 그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힘이며.


그들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며.


세계 각지에 여러 사람들이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 정도였다.


조선 땅에만 있지 않고, 서양이나 혹은 저 멀리 미대륙이나.


그리고 이 밀림이 넘쳐나는 땅에도 있을 테였다.


날 때부터 발현을 하는 건 아닌 듯했고.


도경과 일수의 경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 사춘기 즈음이 지나서 발현이 되는 게 일반적인 것 같았다.

사용을 많이 하면 할수록 능숙해지고, 익숙해지는 면이 있었고.


순간이동을 하고 나면 아주 잠깐 시야가 멀어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시야 외의 감각들은 모두 훈련에 의해 유지를 할 수 있었고.


정확한 물리학적, 수리학적 위치 좌표를 다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근사치를 상상해내면 정밀한 순간이동이 가능했다.


수리학적으로 지구 위의 좌표값을 계산하면 더욱 정확하게 이동하는 것도 가능은 하다. 보지도 않고 지도 상으로만 아는 곳에 이동을 할 수도 있고.


자신이 가 본 적이 있는 곳이라면, 조금 더 직관적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었다.


연속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것 역시 가능하며.


그 수數의 한계는 각 인간마다 다르다.


일수라면, 자정부터 다시 다음 날 자정이 돌아올 때까지. 하루 12시진, 24시간 내에 240회를 할 수 있었다. 아마 상당히 많은 수일 테였다. 도경은 180회 정도였으니.


점프, 순간이동의 연속 사용과 다회 사용에 관해서는. 많이 사용을 하고 연차가 생길수록 더욱 쉬워지는 경향이 있었다.


근육과 같은 면이 있었다.

사용을 한다고 꼭 늘어나는 것만은 아니었는데. 분명히 단련을 하면 아닐 때보다는 강해지고 사용하기가 편리해진다.


몸을 쓰는 법을 잘 익혀두면. 비슷한 체격의 장정들이라 할 지라도 집단을 상대로 농락을 할 수조차 있는 무지막지한 능력이었다. 이건.


맞으면 다치고, 베이면 잘려 나가는 건 별 다를 바가 없었으나.


발을 움직이지도 않고 이동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전투에 있어서 아득할 정도의 이점이었다.


무기 하나만 들고 있다고 한다면. 수십을 한 자리에서 도륙하는 것도 가능하다. 재량에 따라서 말이다.


전란의 시대였고.

전투, 전쟁이 아주 흔한 때였다.


무자비하며, 무차별적인 도살자가 되는 건 바라지 않는 일이었지만.


만약 정말로 필요하다고 한다면. 어떤 상황이던 치러낼 각오 정도는 되어있는 게 일수였고 또 도경이었다.


“···오두막 내에서 찾지는 못했습니다.”

“음, 그러겠지.”


두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했다.


바깥에는 활과 칼. 그리고 총포로 무장을 한 무리들이 있었다.


삼엄하게 이런, 누가 오지도 않을 곳에서 경계를 하고 있는 것부터가 대놓고 의심스러운 현장이었다.


마을 내로 들어와 있는 이상 일단 최대한 기척은 숨기는 게 맞으리라. 일수 역시 장난스러운 기색은 감추고 있었다.


일수가 설명했다.


“그, 책상 아래에 있다더군.”

“에?”

“김만식이라는 놈. 봤듯이 동포였고···. 상세하게 불어주었어.”

“아하···.”


도경은 대강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태국인이라거나··· 말이 안통했다면 곤란했을 뻔했는데 다행이로군요.”

“그러게 말이야. 천주天主께서 우리를 돕고 계시기라도 한가보군.”

“허허.”


그리 신앙심이 있으셨습니까, 하고 도경은 헛웃음을 던졌다. 조소이기도 했다.

도경의 조소와는 상관없이. 일수는 진지했다.


일수가 만식에게서 들은 바를 소상하게 일러주었다.


도경은 만식이 앉아 있던 가죽제 의자에서 쉬고 있었다.


그 부근에 책상이 있었고. 아래는 무언가 큰 짐승의 가죽을 이용한 카펫이 깔려 있었다. 등잔을 기울여 그늘 아래를 비추게끔 했다.


모피 깔개를 들추고. 그 아래 나무 판자들의 결을 살피며 누르고 밀고 당기고.


조작을 하니 판자 하나가 움푹, 들어가면서 아래에 공간이 났다.


복잡하게 지어져 있는 구조였다.


아마 그대로 그냥 폭격을 해버렸으면 영영 찾기가 힘들었을지 모른다.


말했듯, 정말로 천운이었고 다행이었다. 천주께서 그들을 보살피시기라도 하는 마냥.


“호오···.”


도경은 몸을 구부려 그 지하 공간을 더듬어 살피다가 말했다.


“뭐 있습니다.”


일수는 당연히 그렇겠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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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1. 다시, 봄 22.12.26 4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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