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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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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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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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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4

DUMMY

*


프랑스 황실의 첩보조, 비밀 정보조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앙드레이 자작은 철판 사이에 끼인 문서들을 가지런히 정리해서, 사무 보조에게 넘겼다.


물건은 제대로 돌아왔다.


사실 빼앗겼다고는 하지만.


나름의 연락을 한 것에 불과했다.


영국 황실과 프랑스 황실은 예로부터 라이벌리Rivaly가 형성되어 있는 사이였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지금은 대영제국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만···.

대륙의 위상 역시, 언제나 무시할 수 없는 바였다.


그런 양국 내의 정보 기관에는 서로를 향한 첩보 작전 계획이 참으로 많았다. 전 세계에 관한 동태를 살피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기는 했으나. 가장 가까운 경쟁자이자 지나치게 강력한 이웃에 대해. 견제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또한 그런 양국 간의 사연과 사이에. 점퍼Jumper라는 존재가 끼어들어 일이 다소 복잡해진 면이 있었다.


그네들은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예로부터 정보 조직에서 관리하는 기밀 문서들에는 관련한 문헌 따위가 있기는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추론할 수 없는. 지나가는 헛소리에 불과한 기록들이 전부였다.


이제와, 작금에 이르러 실증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되자 고문서의 자료들을 다시 보게 된 것 뿐이다.


그들은 연원을 알 수 없었다. 그들 자체가 특별한 초인이라거나, 기이한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능력’이 결국 문제였고.


점퍼라는 초인의 신체나 정신 등 다양한 것들은 일반적인 사람에 비해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보고 느끼고 맛보는 것 등.

신체의 연약함 역시 똑같았고.


그러나 감히 잴 수 없을 정도로 초월적인 초능력은 강대국의 입장에서도 골칫덩이이고. 혹은 두려움의 대상마저 된다.

하필 이런 혼란스러운 세기에 모습을 나타낸 초능력이었다. 그것이 각국의 입장에 맞춰 어딘가에 악용된다거나 하는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은 것이 사실이었고.


강력한 힘. 재력 등을 가진 강대국들에서는 그런 초능력자를 포섭하기에 이른다. 프랑스에도 한 명이 있었고. 국가 소속으로서 열심히 일을 해주는, 충실한 국민이자 비밀 요원이었다.


영국 쪽에서는 아직 제대로 확보를 못한 것인지. 떠돌이처럼 ㅂ외는 사내를 어설프게 사용하다가 잃어버리고 말았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벌어졌던 기밀 문서의 탈취니 그에 따른 추적이니 하는 것들은.

점프 능력자를 어떻게 이용해야 좋을지 가늠해 본 시험 무대에 불과했다. 영제국 측에 가담을 한 점퍼는 결국 신원이 묘연한 무국적자에 불과했고.


어쨌든 누가 됐건. 점프 능력을 사용한다면 어디까지 은밀한 기관과 장소에 접근이 가능한가. 어디까지의 첩보전이 가능한가, 를 알아보기 위해서 두 나라가 모의 훈련을 한 셈이었다.


그 과정에서 무국적의 점퍼 한 명이 희생되었고.

또 동원된 인력들은 실제 상황으로 인지를 분명하게 했으나.

각국의 최고위 수뇌부의 입장에서는 그저 버리는 말로 쓴 것이었고. 대처하기 어려운 초능력자들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실제에 근접한 실험을 한 것에 불과했다.


마무리 단계에서, 완벽한 타국의 점퍼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행운이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규율을 갖추고 각국을 떠돌아다니는 존재들인 듯했다.


동양인의 모습을 한 점퍼들.


각국의 황실, 최고위층에 접선을 해서 무언가 고민거리를 해결해주곤 한다는 그들에 대한 소문은. 프랑스의 정보부에서도 파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 프랑스 황실이 급한 사정이 있는 듯 여기저기에 정보를 흘리면 알아채고 접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속셈도 있었다.


결국 짧은 실험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점퍼가 기밀이 있는 장소에 침입을 할 때의 루트, 방식도 그 예시를 확인을 했고. 이후 추적전이 벌어졌을 때 어떤 양상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의도했던 대로 여러 국가를 전전하는 의문의 점퍼들에 대해서도 알아낸 것들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


“후.”


앙드레이 자작은 짧은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본인의 책상에 앉았다.


쪼르르륵.


비어 있는 찻잔에 따스한 찻물을 부어주는 시종이 하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정보부에 속한 하급 관리였는데. 자작의 곁에서 일을 배우고 있는 하급 관리였다. 그가 업무를 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세세한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그는 흘긋, 옆에 시립한 젊은 청년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어지러운 세상이야.”

“······.”


젊은 청년은 별달리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가 대답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므로.


“어찌 갈런지, 될런지···.”

“······.”


안드레이 경, 의 이야기에 청년은 입을 꾹 다문 채로. 제 나름의 고민을 진행해볼 뿐이었다.


*


태국의 왕실은 결국 열강들에 의해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아무리 외세로부터 본토를 지키고 있는. 동남아 대륙의 맹주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네들의 무력, 화력은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었으니.


그리하야 결국 프랑스와 영국 양측에서 벌인 기묘한 실험. 소꿉장난같은 짓거리에 모의적으로 마을을 만들고. 기지처럼 꾸미고. 병력을 보내어서 장단을 맞춰줄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야인野人이자 일감을 맡아 움직이는 용병같은 작자였던 김만식이 쓰이기도 했고.


아주 먼 길을 걷고 물을 넘어 태국에 도착했었던 만식은,


뜬금없이 다시 조선 땅에 안착을 했다.


“허···.”


탄성인지 헛숨인지 모를 것을 뱉었다. 저절로 나오는 것이었다. 누구라도 그럴 테다. 누구라도.


이, 삼십 여 년만에 고향 땅을 밟은 만식은 모습이 조금 달라진 한성을 보고 있었다.


동대문 근처에 있는 어느 언덕이었다.


성벽 근처였으나 그 인근에 민간인들도 올라갈 수 있을만한 갓길이 있었다. 수풀과 나무 사이에 숨어서. 앉을만한 바위 하나를 찾아 걸터앉은 그는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도시의 모습을 본다.


제식을 갖춘 군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한제국’의 국호를 선포하고. 나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 정립이 된 신식 군대의 행렬이었다. 도성의 가도를 가로지르는 양식洋式의 군대가 제법 위용이 있어 보였다.


‘전차電車’라고 하는 것의 흔적도 보였고.


수십 여 년 만에 밟은 땅이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광경을 생생하게 기억을 한다. 김만식은 기억력이 좋은 사내였으므로.


태국에도 신식의 문물들이 조금 들어오는 듯은 하였고. 동남아는 동양보다 오히려 서양과 가까워서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했는데.

기억 속의 모습과는 다른 한성의 분위기에 만식은 생경함을 느꼈다.


그는 여기저기에 덧난 상처가 있었고. 그 위를 대강 붕대로 감아둔 처지였다. 목덜미 부근이라거나. 옷으로 가려 보이지 않지만 팔, 다리에 칼로 베인 자국들이 있었다. 흉터가 남을런지는 모르겠다. 살갗만 베인 정도여서.


지금에 와서는 그 정도에 그쳤길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한 시 빨리 불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칼날이 깊게 들어왔을 터였고.

그랬다면 아마 반병신, 불구가 되었을지 모른다.


송장이 되지 않은 것도 감사한 일이었고.


그가 한반도를 벗어나 치렀던 각고의 세월과 기나긴 여정이.


한 순간에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와서 대한제국의 수도에 와 있었다.


어이가 없는 일이었으나. 목숨을 건지고 당장 건강한 것으로 김만식은 만족하기로 했다.


사내는 태국에 있었었는데.


갑자기 웬 괴한들이 들이닥치더니.


천지가 뒤바뀌는 경험을 하고서 이곳에 와 있었다.


그 원리나 연유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다만 짖궃도록 장난스러운 얼굴, 살가움마저 띈 표정을 하고서 그를 골려먹던 어느 인간을 기억할 뿐이었다.


망할 놈이라고 욕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살려주었고, 큰 손해는 입히지 않았으니 말기로 한 지 시간이 좀 되었다.


어쨌든 그를 멀쩡하게, 살 수 있을만한 도시 근처에 풀어주었으니.


김만식은 언덕 어귀, 인적 없는 수풀 속에 걸터앉아 시내를 한참 바라보다가, 둔한 몸뚱이를 천천히 일으켰다.


당장은 가진 게 별로 없었다. 거한에 가까운 체격에 힘이었는데. 저잣거리든 어디로든 가서 일을 하고 밥을 좀 빌어먹어얄 것 같았다.


벌써 며칠 째 거진은 굶고, 훔쳐 먹은 과일이나 얻어먹은 물 외에는 배를 채운 게 없었다.


사내는 둔하게 움직였다.


*


“아이, 나으리. 여기서 구할 수 없으면 아무데서도 못 구한다 이 말 아닙니까-.”


역관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청나라, 왜, 혹은 서양에서까지 물건을 들여와 파는 잡화점이 있었다.

수완이 좋은 양반이었고. 이래저래 뒷돈을 찔러주며 안정적으로 장사를 한다.


크게 소문을 내지도 않았으나 여기저기서 찾는 작자들이 많았고. 심지어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나, 군인들. 혹은 양반댁의 가신들도 와서 쓸만한 물건이 없나 찾아보는 만물상이었다.


한성 저잣거리 입구 어귀에 자리한 낡은 간판의 가게이다. 알아보는 작자들은 나름대로 눈썰미가 있거나, 돈이 있거나 권력이 있거나. 뭐라도 요긴하게 써먹을만한 깜냥이 있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보통은 이상하게 생긴 물건을 파는구먼, 하고 지나칠 뿐이다.


“흠···.”


쓸만한 만년필을 찾고 있는 것이 조정에 속한 군인, 조영래였다. 신식 군대에 속했다가, 지금은 일반 군대의 훈련 교관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었고. 부교副校의 위位였다. 현대군으로 치환하면 중사 즈음 되는 계급.


그는 일기를 쓰는 걸 즐기는 자였다. 무관이 문관 흉내를 낸다면서 수군거림을 당한 적도 많기는 하지만. 그건 무식한 놈들이 하는 소리였고. 조영래는 옛날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흠모하며 그와 비슷한 일들을 하기를 좋아할 뿐이었다.


훈련이 없는 날에는 이렇게, 잡화점에 들러 쓸만한 문필 기구들을 찾아보고. 또 책을 읽고. 그러는 것이 그의 낙이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홀로 낙을 찾는 것이 과연 좋은가- 에 대한 물음도 있었지만.


달리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라도 평정을 찾다가.


무언가 튀어나갈만한 일이 생겼을 때, 무엇보다 빨리 달려 나가면 되지 않겠는가. 그게 조영래의 마음가짐이었다.


“청나라 상인 통해서 받아온 좋은 물건입니다. 고관들께서 쓰시는 상등품에는 비할 수 없어도···. 그래도 양인들이 사용하는 정식 물건이고 고장도 안난다지요···.”


얇상하게 수염을 기른 물건팔이가 열변을 토했다. 자주 들르는 곳이었는데. 올 때마다 저 인간의 과한 언동은 영 적응이 되질 않았다.

사내, 깔끔하게 머리를 가다듬고. 양인마냥 옷마저 입고 있는 것이 조영래였다.


그는 단정한 차림새와 마찬가지로 진중한 구석이 있는 행동거지였으며. 입술을 떼는 것도 몇 번이나 생각을 하고서였다.


“먹은.”

“먹이요. 그게 서양말로 잉크Ink라고 한답니다. 제가 넉넉하게 챙겨 드리겠습니다. 어찌, 바로 가져가시겠습니까?”


하는 말 하나하나가, 구매를 종용하는 투이다. 마치 지금만이 기회라는 듯도 들린다. 아주 들뜨고 기쁜 투로 말을 하고. 달변가라 쉴 새 없이 이런저런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그 외에도 여러 잔소리들을 듣던 조영래는 느리게 고개만 끄덕거렸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탁월하신 선택!”


끝까지 익살스럽구먼.


조 씨는 헛웃음을 차마 뱉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한 뒤 삼켰다.


자그마치 은전 두 닢을 달라고 했는데.


별기군의 이름을 달고 있을 때 받았던 녹봉이 있어 살 수 있었다.


좋은 먹과 좋은 필기구.


그것만 있으면 자신도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글이란 본디 좋은 삶과 바른 역사 의식 속에서 나오는 것이었는데.


모자란 조영래는, 그저 글만이라도 옛 성웅을 따라가고 싶어 답잖게 헛돈을 쓰며 낭비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우울한 상판을 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궁의 분위기로 보아. 과연 그게 낭비일지. 얼마 남잖은 생에 대한 올바른 소비일지는 모를 판국이었다.


조영래로서는, 옳은 일이라고 믿고 싶었다. 자신이 하는 행위나 가지는 생각들이.


적어도. 결심만은 옳을 테였다.


어쨌건 목숨을 바치기로 했으니. 앞날에 무슨 일이 조국에, 황실에 닥치더라도.


그는 몇 번 더 농담을 시도하는 수완 좋은 장사치의 언변에 고개를 더 끄덕거리면서.


곱게 생긴 만년필 하나를 챙겨 자리를 떴다.


밤이 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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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2-11 24.05.24 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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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2-3 24.05.14 10 0 11쪽
105 2-2 24.05.14 13 1 11쪽
104 2-1 24.05.13 13 1 14쪽
103 2부. Minus. 0 24.05.13 20 1 11쪽
102 작가의 말, 후기 +2 23.01.09 91 1 3쪽
101 96. (끝) 23.01.09 82 0 17쪽
100 95. 23.01.07 53 0 21쪽
99 94. 23.01.03 50 0 22쪽
98 93. 22.12.30 46 1 14쪽
97 92. 22.12.28 48 0 16쪽
96 91. 다시, 봄 22.12.26 43 1 14쪽
95 90. 22.12.23 47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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