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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룡 님의 서재입니다.

슬기로운 던전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송창룡
그림/삽화
송창룡
작품등록일 :
2020.07.10 09:04
최근연재일 :
2021.02.10 16:05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56,890
추천수 :
773
글자수 :
1,344,990

작성
20.08.19 19:00
조회
342
추천
5
글자
21쪽

제 51화. 뭐야? 레니아의 성을 부숴야 한다고..?

DUMMY

일행이 거대한 성문 앞에 도착하자, 그 앞에서는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레니아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눈 앞의 성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거한이 필사적으로 말리고 있었다.


"..제발 잠시만 화를 좀 가라 앉히고.. 다들 금방 올테니까..

아! 저기 다들 오는구만! 여기, 여깁니다!"


일행을 발견한 거한이 살았다는 듯 큰 소리로 그들에게 소리쳤다.


"감히 저 더러운 녀석들이 우리 가족의 별장을..! 용서못해!"


"무슨 일이에요? 레니아"


"그것이.."


레니아는 대한이를 발견하고는 곧 화를 조금 가라 앉히고, 자신이 성 안에서 보았던 것에 대해 모두에게 설명해 주었다.


"성이 아이스 트롤에게 점령 당했다고요?"


"점령..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네요.

원래 저희 가족의 '별장' 이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아무도 없는 성 이니까요"


단단히 화가 났는지, 작은 표현에도 민감해 있는 레니아였다.


"아, 미안해요. 제가 단어 선택을..

아무튼 지금 안에는 녀석들이..?"


"네. 더러운 자식들!

성을 지키게 하려고 근처에 군락지를 만드는 것을 허락해줬더니 감히..!"


"흐음.. 아마도 지금 이 공간이 '던전화' 가 되었던 것과 관련이 있는것 같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후훗. 레니아 양도 아시다시피, 한 번 던전화가 된 지역은 그 어느곳과도 통하지 않고 오로지 포탈을 통해 지구와 던전만을 연결하게 되죠.

그래서 자연스레 이 공간에 갇힌 녀석들은 자신들만 남게 되었으니..뭐 당연한 결과 아닐까요?"


"..그렇군요"


자신 역시, 던전에 포함되어 갇혀본 적이 있었기에 레니아는 두기의 말에 금새 수긍을 하였다.


물론 레니아는 자신의 의지로 그 공간에 있었던 거였지만.

아니, 정확하게는 뱀파이어 로드의 명에 의해..


"분명 이렇게 오픈된 공간인데도 던전 이상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니.. 그게 정말 가능한가요?"


"그건 분명해. 내가 직접 실험해 봤으니까.."


수호의 질문에 레니아가 곧바로 대답해 주었다.


"음.. 그렇다면 이 던전이라는 공간을 만드는건 과연 무엇.. 아니, 누구의 짓일까요?.."


대한이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이어서 계속 말하였다.


"..생각해 보면, 던전은 분명 실제로 존재하는 차원임에도 불구하고 '리셋' 시스템이란게 존재하죠.

이전에야 던전이 게임과 같은 시스템 이라고 생각해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이제 적어도 여기있는 우리들은 알고 있잖아요? 이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듣고보니 네 말이 맞네..

우리가 이제까지 갔었던 던전들 역시, 한 번 나갔다 들어오면 몬스터들이 다시 리젠이 되었으니 말이야.."


수호 역시 대한이의 말에 동의하는지 말을 덧붙였다.


"음.. 잠깐. 그러고보니 생각 못한게 하나 있었네!

레니아. 레니아는 어떻게 제가 갔을때까지 그 던전에 있었던 거죠?"


대한이는 불현듯 떠울랐는지 레니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대한이의 말도 일리가 있었던 것이, 보통 던전의 일반 몬스터들은 클리어하고 리셋이 되면 다시 리젠이 됐지만, 보스 몬스터는 최초 클리어를 제외하고는 리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으음.. 저는.. 그 곳에 보스 몬스터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스스로 들어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꼬마 보스를 발견하고는, 흥미가 생겨 모습을 드러낸 것 뿐이죠.."


'물론, 그게 정말로 우연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호호'


"..그렇구나!

하긴, 따지고보면 레니아는 제 퀘스트 내에서만 보스 몬스터 였죠! 크크"


"후후. 제가 보스 몬스터라고요?

그 곳은 본래 멍청한 듀라한 하나가 보스로 있던 언데드 던전 이었어요.

..고작 그런 D급 던전에 제가 보스 일리가 없잖아요? 호호홋!"


이제는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레니아가 평소처럼 유쾌한 목소리로 웃었다.


"그럼요! 그렇지 않아도 왜 레니아 같은 분이 고작 그런곳에 있었나 궁금해하던 차였어요 크크.

..그런데..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레니아가 그 곳에 있었던 진짜 목적이 무엇 이었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대한이는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고는 곧 레니아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거한 역시 레니아가 걱정됐는지, 대한이 사이에 껴서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건 나중에 집에 돌아가면 따로 말씀드리죠.

..아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까요.."


"..알겠어요.

혹시 레니아가 내키지 않는다면.."


"아니에요. 언젠가 말씀 드리려고 했던 이야기 인걸요.

물론 꼬마 보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요"


"..그렇게 말씀 해주시니 정말 고마워요 레니아! 헤헤"


"호호. 뭐 어차피 다들 알게 될 사실인데요 뭐.

..게다가 특히 저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바라보고 있는 '자기' 에게는 숨길 수 없죠!

거한씨, 지금 저 걱정해 주는거에요? 호홋!"


"크흠! 거, 걱정하는게 당연하잖아..!"


레니아의 말에 이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는지, 거한이 헛기침을 하며 쑥스럽게 대꾸했다.


"..정말 귀엽다니까..? 호홋"


그렇게 또 한번 일행들 앞에서 뽀뽀라는 만행을 저지르는 레니아였고, 거한은 좋아서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휴. 여자친구 없는 사람들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이거..

우린 아직 애들이라고요! 애들앞에서는 애정표현을 좀 자제해 주시라고요? 크크"


"쩝..부럽다 거한이 형님.."


"..꿀꺽.."


거한을 부러워하는 수호와 그 옆에서 조용히 침을 삼키는 음흉한 민국이였다.


"자 그럼 빨리 저 녀석들을 쫒아내러 가시죠.

아마도 그게 이번 퀘스트 맞겠죠?"


레니아는 몬스터들이 자신의 성에 발을 들여 놓았다는것 자체가 끔찍하다는 듯 서둘러 대한이를 재촉하였다.


"그..그게.. 헤헤.."


"..뭐죠? 그 멋쩍은 웃음은..?"


"헤헤.. 그러니까..

녀석들의 소탕이 퀘스트가 맞긴 한데요.."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봐욧!"


예민한 레니아가 다시 폭발하려고 하자 대한이가 잽싸게 입을 열었다.


"넵. 그러니까 퀘스트가 '아이스 트롤의 주둔지를 초토화 시켜라' 인데.. 헤헤.. 쩝"


"뭐라구욧? 초토화?!"





그 후로도 한참 동안이나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하던 레니아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거한의 필사적인 노력 덕분이었다.


"진정해. 보스께서도 레니아가 원하지 않는다면 절대 하지 않을거라잖아?"


"..그래도 우리 가족의 별장인데.. 훌쩍.."


"미안해요 레니아. 제가 괜한 말을.."


에구구, 레니아가 화를 내니까 정말로 살벌한데..? 게다가 눈물은.. 반칙아냐?

나는 항상 요 입이 문제라니까, 문제!


그렇게 대한이가 자책하고 있을 때, 레니아가 훌쩍이던 것을 멈추고는 대한이에게 질문을 해왔다.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으니까 성을 부순다는 거겠죠?"


많이 진정했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살벌했기에, 대한이는 최대한 비굴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헤헤.. 저는 그냥 요 퀘스트를 낸 전령이 시키는걸 억지로 하는것 뿐 입죠. 암!

이번에 이 녀석이 말하기로는.. 이게 히든 퀘스트의 발동 조건 이라는데..

아, 레니아가 내키지 않는다면 그냥 무시할게요!

그럼 그럼. 애초에 C급 던전 히든 이래봤자 뭐 별거 있겠어요? 응 그럼!"


대한이의 청산 유수와 같은 말빨에, 민국이가 감탄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역시. 대단한 녀석이라니까?

한 두번 해본 아부 솜씨가 아니야.."


다른 일행들 역시 민국이의 말에 동의하는지, 차마 웃지는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였다.


"그래요..히든 퀘스트라..

그러고보니 저 때에는 히든 퀘스트가 무엇 이었죠?"


"그 그게.."


예상치 못한 레니아의 질문에 이번에는 정말로 눈치를 보는 대한이였고, 결심한듯 곧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화내지 말고 들어요. 앞서 말했다시피 이건 제 의지랑은 전혀 상관 없으니까요..

..그 때의 히든 퀘스트는 '뱀파이어의 심장을 획득하라' 였어요..!"


아직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사실 이었기에, 레니아는 물론 모두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한이를 쳐다보았다.


"..그렇게들 쳐다보지 마시라구욧! 제 의도가 아니니까욧! ..쳇.."


대한이는 이미 길드원 모두에게 자신의 던전 생성과 그 퀘스트가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마쳤기에, 곧 다들 민망한 웃음을 짓고는 대한이를 향해 하나 둘 입을 열었다.


"무, 물론이죠! 보스가 그럴리가.. 하핫.."


"그럼, 대한이가 얼마나 착한 녀석인데!"


"..아니, 저 녀석이라면 정말로 그럴지도.."


뭐, 레니아가 아닌 다른 뱀파이어 였다면 정말로 그랬을지도.. 특히 남자였다면.. 크크


마지막 민국이의 말에 내심 뜨끔 한 대한이였다.


방금 전에는 조금 흥분해서였을 뿐, 애초부터 영특했던 레니아였기에 대한이의 말에 다행히도 별다른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곰곰히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음.. 그러니까, 히든 퀘스트는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 말이군요?"


"네. 분명 테이머 같이 좋은 직업을 주는 히든 퀘스트들도 있었지만, 레니아의 경우처럼 그것을 무시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때도 있었으니까요"


확실히 레니아가 이 일행에 없었다면, 지금과는 꽤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형제같이 친한 사이라지만, 시꺼먼 남자들만 있었을테니..


그런 의미에서 레니아의 존재와 그녀의 밝은 성격은 대한이는 물론이고 일행 모두에게 큰 활력소가 되어 주는게 사실이었다.


거한의 경우에는 뭐,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니.


"그렇군요..

아까는 너무 옛 생각에 빠져있어서 제가 실수를 했네요. 죄송해요 꼬마 보스.

생각해 보니 아주 어릴적을 제외 하고는, 찾아볼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성인데..

그냥 꼬마 보스 마음대로 하세요"


".. 정말 그래도 괜찮겠어요?"


"호호. 물론이죠.

추억은 이미 제 머릿속에 있는데, 그걸 꼭 어떤 형태로 남기려고 애쓸 필요는 없죠"


그렇게 대답하며 끈적하게 거한을 쳐다보는 레니아였다.


"흠흠! 레니아 그거 금지라니까요!"


"호홋, 부러우시면 꼬마 보스도 빨리 애인을 만드시던지요 호호홋!"


쳇. 아주 평상시의 레니아로 완전히 돌아왔구만? 뭐, 잘된 일이지.. 크크


"하여튼 이 불량 커플은..

뭐, 좋아요. 그럼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말이죠?

제 생각, 아니 직감에는.."


레니아를 슬쩍 쳐다본 대한은 이어서 말하였다.


"..제 직감에는 히든 퀘스트를 받는게 좋을 것 같아요..!"


"네. 아, 제가 도와드릴까요? 그렇지 않아도 아이스 트롤 녀석들때문에 몸이 근질 근질한데.."


레니아는 이제 정말로 아무 상관이 없는지, 오히려 자신이 직접 손을 걷고 나섰다.


"헤헤. 레니아가 도와준다면 우리야 감사하죠!

그럼 감히 레니아의 성에 무단 침입한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죠!"


그렇게 두기를 제외한 모두는 각자 자신의 무기를 어루만지며 성 안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각오하라고 이 트롤 자식들.. 호호홋!"


언제 소환했는지 검은색 채찍을 손에 쥔 레니아가 살벌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무기가 채찍이라니.. 역시 레니아 누님.. 쿨럭.

불쌍한 아이스 트롤 녀석들..


거한 역시 그 모습을 지켜보고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쉴드!"


그들이 성 안에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었는지 입구에서 부터 아이스 트롤들이 대한이네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이건 너무 많은데? 내가 아무리 광역 도발이 있다지만.."


들어가자마자 재빨리 쉴드를 사용한 수호는 공중에서 날아오는 돌맹이들을 막으면서 중얼거렸다.


"음.. 네 말대로 도발 스킬을 사용할 필요는 없는것 같아.

아니 괜히 잘못 썼다가 여기 성 안의 트롤들이 전부 걸리게 되면.."


대한이는 눈 앞의 셀수 없이 많은 트롤들을 보며 살짝 몸서리를 치고 말을 이었다.


"..아무리 쉴더인 너 라도 혼자서는 무사할 수 없겠지.."


"..그건 동감이야.."


"흐음.. 이 자식들 언제 이렇게 많이 번식한거지? 이상하네. 분명 예전에는 30마리도 안됐던것 같은데.."


"저기, 아까부터 레니아가 말하는 예전이 도대체 언제인가요?

그 왜, 레니아가 어릴 때라는.."


"아! 그 말을 안해줬군요!

보자.. 내가 아직 성인식도 치르기 한참 전인 꼬맹이 뱀파이어 시절이었으니까..

대략 인간들 기준으로 300년 전쯤? 아마 그 정도가 맞을거에요 호홋"


"..300년 이요?!"


"헐..대박!"


"...!"


"네. 왜요? 생각보다 제가 동안이죠? 호호홋!"


레니아의 말에 대한이는 물론 트롤과 대치중이던 수호와 거한마저 깜짝 놀라 입이 크게 벌어졌다.

두기는 대충 예상했다는 듯 언제나처럼 여유있는 표정이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거한이형. 형도 몰랐었구만? 크크

그러고보니 거의 300년 연상의 누님이랑 사귀는 거잖아? 역시 거한이형..!

아니, 300년 연하랑 사귀는 레니아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크크큭

아무튼 300년이라.. 그렇다면..


"..300년 전 이야기 라니까 어쩐지 감도 잘 안오네요.

어쨌든 그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트롤 녀석들이 이 정도 번식하는게 당연한거 아닐까요?"


"에에? 그렇지만 겨우 300년 전인데..? 아버지가 이 놈들에게 성을 지키게 명령 한것이.."


"인간에게, 아니 일반 몬스터에게도 300년이란, 몇 세대가 태어나고 죽는 엄청나게 오랜 기간이라구요!

혹시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성에 온것은 언제인가요 레니아?"


"으음.. 200년 전? 그 때즈음 동생이 한 번 갔던걸로 기억하는데요..

혹시 200년도 오랜 기간인가요? 호호"


"물론이죠!

뭐, 성이 아이스 트롤들이 점령한것이 꼭 녀석들 잘못만은 아닐지도.. 크크"


"호호호 그렇군요!

어쩐지 저 녀석들이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아버지의 명을 어겼을 리가 없죠! 호호홋!"


어느 정도(?) 오해가 풀린 레니아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크게 웃어 제꼈다.


".. 두 사람, 이야기가 끝났으면 좀 도와주시죠?"


"에고, 미안 수호야!

바람 칼날 소환!"


"호호 저도 껴주세요.

토네이도 윕!"


순식간에 대한이 주위로 바람 칼날 수 십개가 생성되었고, 레니아는 손에 쥔 채찍을 팔자 모양으로 휘두르며 서서히 속도를 높이더니 곧 맹렬히 회전하는 기술명 그대로 작은 채찍 '토네이도' 를 만들었다.


"자,간다. 수호야, 거한이형 엎드려요!"


"..!"


대한이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잽싸게 몸을 숙이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쿠엑?? 크아아!"


갑작스런 두 사람의 행동에 의아해하던 트롤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는 두 사람을 밟아 죽으려는 듯, 그대로 발을 들어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그 순간.


대한이의 손짓에 따라, 바람 칼날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촘촘히 배치된 상태에서 그대로 일직선으로 앞으로 쏘아져 갔다.


마치 수 십발의 레이저가 일직선으로 발사된 것과 같이 바람 칼날들은 순식간에 성 벽 끝까지 쏘아졌다가, 그대로 다시 원래 있던 장소까지 돌아왔다.


후두둑..


바람 칼날의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다시 대한이에게 돌아오고 나서야 전방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던 트롤들의 몸이 서서히 조각나더니 그 상태로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아앗!"


운 좋게 칼날들이 없는 장소에 있었거나, 손이나 발이 조금 잘리는 비교적(?) 작은 부상을 입은 녀석들이,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간다는 듯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호호홋, 그 냄새나는 입으로 소리를 지르다니..!"


살아남은 녀석들을 향해 순식간에 달려든 레니아는 손에 든 채찍, 토네이도 윕을 휘둘러 트롤들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채찍이 닿는 곳마다 마치 글라인더가 지나간것 같이 녀석들의 뼈와 살이 그대로 갈아졌기에 피가 사방에서 튀기 시작했다.


"..역시 뱀파이어다운 기술이랄까? 피가 사방에..

끄응.. 인간에게는 그다지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군"


"..우웩.."


던전이 처음이었던 민국이는 피와 사체가 난무하는 환경에 못 참겠는지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고 대한이는 그런 민국이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을 걸었다.


"툭툭. 괜찮아? 뭐, 네 비위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그로테스한 장면이니.."


"..우웩.. 너는 괜찮은거야?

..던전은 원래 이런 곳인가?"


"뭐, 항상 이정도는 아니지만 말이야.."


실제로 이제껏 대한이가 상대한 몬스터들은 결국 대한이의 마법에 얼거나, 불태워지곤 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중에 잘리거나 폭사하는 몬스터도 있었지만, 대부분 작은 녀석들 이었기에 이번처럼 커다란 트롤들이 학살되는 장면은 대한이에게도 여러모로 낯설었다.


흐음.. 그런데 생각보다 역겹거나 하진 않는데..?

알고보니 내 비위가 좋았구나?


그렇게 민국이의 등을 두드려주며 생각하던 대한이는, 그의 구역질이 멈칠때즈음 멀리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레니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호호홋.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군요"


입을 열음과 동시에 손목에 묻은 피를 살짝 핥는 레니아.


그런 그녀의 모습은 누가봐도 카리스마 넘치는 뱀파이어, 그 자체였다.


"고생했어 레니아.. 이런 피가.."


어느새 일어난 거한은 레니아를 향해 다급히 달려가더니 레니아의 온 몸에 묻은 피를 자신의 셔츠를 벗어 닦아주기 시작했다.


"호호 괜찮아요. 어차피 제 피는 한 방울도 없는걸요?"


"그. 그래? 그럼 다행이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여전히 레니아의 몸에 묻은 피를 닦는 거한이였다.


"흐음.. 이렇게 순식간에..

이거, 이 놈들이 조금 불쌍해지는데?"


수호 역시 눈 앞의 시체들을 바라보며 눈을 조금 찡그린 상태로 중얼거렸다.


"어떤 방법을 사용한다 해도 결국 죽인다는 사실은 마찬가지지"


상황을 지켜보던 두기가 뒤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맞아요 두기형.

마법으로 얼리고, 불태운다고 해도 지금과 다를것은 딱히 없으니까요"


대한이가 자신의 생각을 두기의 말에 덧붙여 말하였다.


"후훗 그렇습니다.

전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쓸데없는 동정심은 독일 뿐이죠"


"하긴.. 명심하겠습니다 두기 형님!"


수호 역시 그의 말에 납득한 듯 씩씩하게 대답하였다.


"후훗 그래.

그럼 이제 퀘스트는 전부 클리어 한겁니까?"


"잠시만요..

음.. 이상하다? 아직 클리어가 되지 않았는데요?"


"그래? 근처에 다른 녀석들은 없는것 같은데..?"


실제로 아이스 트롤들은 단숨에 승부를 내기 위해, 모든 병력들을 이끌고 문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까 제가 본 녀석들의 수도 이게 전부에요.

.. 퀘스트가 정확히 뭐라고 하셨죠? 꼬마 보스?"


수호는 물론, 레니아 역시 주위를 잠깐 살펴보고는 대한이를 향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음. 정확히는 '아이스 트롤의 주둔지를 초토화 시켜라' 이거에요"


"초토화라.. 확실히 애매한 표현이군요"


"후훗. 애매할게 뭐 있겠습니까? 말 그대로 '초토화' 시키면 되는거죠 후훗"


뒤에서 지켜보던 두기가 살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여기를 전부.. 때려 부숴야 한다는 건가요?"


수호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성 내부를 바라보며 질린 듯 입을 열었다.


"아마도..? 몬스터도 아니고 성을 박살내야 한다니.

나참 도대체 왜 이런 퀘스트가 나오는건지.."


대한이가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보스 몬스터는?"


"아아 보스? 저~기 귀환포탈이 활성화 된거 보이지?

아까 보스는 레니아한테 3초컷 당해서 쓰러진지 오래야"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민국이가 당연한 질문을 던졌고, 수호가 민국이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하여간. 괴물 녀석들 이라니까?"


"크크 너도 곧 괴물이 될테니까. 아니 벌써 괴물아냐?

어쨌든 다른 방법이 없으니 성을 부숴보자고.."


"..내 검으로는 어림도 없겠는데? 거한이형은 어때요?"


"나도 마찬가지야.

여기는 공사 기계도 없는데 말이야..

레니아는 어때? 마법을 사용하면.."


"뭐, 제 힘을 전부 사용하다면야.."


"음.. 그러실 필요 없어요 레니아. 제가 한 번 해볼게요"


"꼬마 보스가 직접?

지금 마법사도 아니잖아요? 어떻게..?"


"크크 아직 비장의 무기가 한 발 남아있죠..!"


그렇게 말을 마친 대한은 일행들을 전부 성 밖으로 피신하게 만들고, 자신 역시 그들과 함께 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성을 부순다는거야?"


"..혹시 그 반지..?"


"크크 역시 민국이는 눈치가 빠르다니까?

수호 너도 좀 배우라고 임마. 크크"


"쳇.."


"그럼 나도 처음이라 위력이 어느정도인지 확실히 모르니까..

다들 충격에 대비하세요!"


"응"


"후훗 걱정마십시오"


"..결계를 사용할 준비는 끝났으니 어서 해봐"


역시나 믿음직한 일행들이었다.


"헤헤. 그럼 갑니다"



"토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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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제 50화. 늦 여름의 혹한기 20.08.18 342 6 20쪽
53 제 49화. 첫 활동 20.08.17 341 4 17쪽
52 외전3. 송대한 20.08.16 307 3 19쪽
51 외전2. 장거한(하) 20.08.16 295 3 21쪽
50 외전2. 장거한(상) 20.08.16 309 5 18쪽
49 외전1. 박수호 20.08.16 337 2 13쪽
48 제 48화. 시작. 그리고.. (+Bonus page) 20.08.16 361 6 23쪽
47 제 47화. 설립. 대한민국수호 길드! 20.08.15 391 6 19쪽
46 제 46화. 개봉박두! 이제 패는 모두 모였다! 20.08.15 378 11 20쪽
45 제 45화. 등장, 김민국! 20.08.14 384 5 17쪽
44 제 44화. 이건 운명이야! 20.08.14 393 9 16쪽
43 제 43화. Show me the money! 20.08.13 394 8 16쪽
42 제 42화. 예상치 않은 면접 20.08.12 408 8 17쪽
41 제 41화. 대한이의 빅 픽쳐 20.08.11 425 9 15쪽
40 제 40화. S급 아이템 '바람의 반지' 20.08.10 433 9 16쪽
39 제 39화. 웨어울프와 리자드맨을 이간질 시키는 방법 20.08.09 448 7 15쪽
38 제 38화. 내가 만든 첫 던전! 20.08.08 462 8 15쪽
37 제 37화. 스킬 '던전 소환' 20.08.08 457 9 15쪽
36 제 36화. A급 던전(마무리) 20.08.07 461 9 18쪽
35 제 35화. A급 던전(5) 20.08.06 450 10 13쪽
34 제 34화. A급 던전(4) 20.08.05 469 9 14쪽
33 제 33화. A급 던전(3) 20.08.04 462 10 16쪽
32 제 32화. A급 던전(2) 20.08.03 472 10 16쪽
31 제 31화. A급 던전(1) 20.08.02 500 9 16쪽
30 제 30화. 레이드 멤버들과의 조우 20.08.01 50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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