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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룡 님의 서재입니다.

슬기로운 던전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송창룡
그림/삽화
송창룡
작품등록일 :
2020.07.10 09:04
최근연재일 :
2021.02.10 16:05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56,915
추천수 :
773
글자수 :
1,344,990

작성
20.08.16 19:10
조회
295
추천
3
글자
21쪽

외전2. 장거한(하)

DUMMY

그렇게 시간이 흘러 조직 내에서도 어느정도 입지가 올라 갔고, 병만이 형님이 사고로 감옥에 들어가게 되자, 나는 자연스레 형님을 대신해 행동대장이 되었다.


이제는 싸움밖에 할 줄 모르는 무식한 나에게 딱 맞는 자리였다.





"흐음.. 아직도 양꼬치파 녀석들이 시비를 건다고?"


"네 형님. 새로 생긴 조직이라 그런지 말이 안통하는데요?"


"흠.. 그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 일호 너는 수금쪽이나 신경쓰고.."


"네 형님"


"휴.. 그럼 나는 그쪽 일 보고 잠깐 사우나라도 다녀오마"


"네 알겠습니다. 일이 많아서 같이 못가드려서 죄송합니다 형님"


"뭘 죄송할것 까지야.. 그럼 다녀오마"


"네 형님!"


이제 조직에 들어온지도 햇수로 8년차..


어머니께서는 다행히 상태가 많이 좋아 지셔서, 이제는 집과 병원을 오가며 나대신 동생을 돌봐주신다.

비록 작은 집이지만, 나도 집을 하나 장만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요즘들어 이쪽 세계의 일거리가 많이 줄어들어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모든게 다 빌어먹을 각성자 놈들 때문이었다.


이제 몬스터를 잡는것에 여유가 생기자, 녀석들은 이 분야 저 분야 안가리고 모든곳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고로 당연히 힘이 전부인 이 곳의 생태계는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그래서 오늘처럼 얼마 안남은 조직간의 신경전이 더 심해진 것인지도..


이대로 가다가는 동생 병원비를 대기도 힘들어질게 뻔했기 때문에, 요즘들어 그 빌어먹을 각성자가 되기 위해 이것 저것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법을 알아볼수록 절망만 깊어갔다.


"휴.. 그냥 랜덤한 각성이라니..

어찌됐든 각성자 XXX 노릇을 하더라도 한 명 찾아서 붙어보는 수밖에.."


물론 보스께도 이미 내 생각을 말하였다.

나는 결코 조직을 배신하려는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살리고 싶었지..


보스께서도 그런 내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셨기에, 그저 내 뜻대로 하라고 하실 뿐이었다.


"젠장, 머리 아프군.

고등학교 이후로는 써보지도 않은 머리라서 그런지.. 사우나나 가자"


그렇게 양꼬치파와의 작은 마찰을 해결하고는, 평소 자주가던 물의 궁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의 궁전이라.. 정말 이름 하나는 잘 지었다니까?"


처음 이곳에 온 것은 문신을 새기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당시 내가 탕에 들어갔을때의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는, 그제서야 내가 정말 조폭이 됐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후후.. 뭐 나같은 놈한테는 딱 어울리는 대접이지"


이제 사람들의 그 두려운 눈초리를 오히려 어느정도 즐기게 되었달까?


"응? 오늘은 이상하네? 다들 어디를 보는거야?"


왠지 평소와는 다른 반응에 뭔가 심기가 불편했던 나는, 곧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뭐야? 어느 조직에서 나온거지? 이쪽은 우리가 꽉 잡고있는데..?"


나는 그렇게 그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뭐야, 아직 애송이잖아?

..그러고보니 내가 나가게 되면 사람도 부족해질텐데.. 어디 스카웃이나 해볼까?"



그렇게 나는 세 남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그 이후로 내 인생은 또 한번 바뀌게 되었다.






"..흑.. 형에게 그런 사정이 있었을줄은..엉엉.."


"울..울지마 대한아. 이런.."


처음으로 보스.. 아니 대한이와 같은방을 쓰게 된 날, 나는 대한이에게 나의 인생사에 대해 모두 말해주었고, 놀랍게도 대한이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항상 딱 부러지고 밝게만 보이던 녀석인데..'


대한이의 눈물에, 나는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전 보스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그만 울라니까? 나는 이제 괜찮으니까.

아니 괜찮다 뿐이겠어? 너를.. 형님과 수호를 만나 정말 하루 하루가 꿈만 같으니까 말이야.."


"흐극.. 네.. 큼큼 뚝!

좋아, 이제는 걱정할거 하나 없어요! 내일 던전만 끝나면 다음부터는 형도 같이 가는거에요!

제가 무슨일이 있어도 꼭 그렇게 되도록 만들테니까 걱정마세요! 헤헤"


"후후 고맙구만. 정말로.."


"헤헤. 그러고보니 그 날, 형이랑 물의 궁전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후후.. 아마 나는 아직도 각성자를 찾아 헤매거나, 깡패 노릇을 하고 있겠지.."


"아니에요. 제 생각에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대한이는 곧 말을 멈추고는 다른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그 곳은 처음 가신 거에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왠지 형이 낯설지 않더라고요"


흐음..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한이는 기억력, 특히 사진 기억력이 대단했기 때문에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처음은 아니고.. 주로 평일에 가고는 했지. 아무래도 주말에 가게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음.. 이상하다.. 나는 처음 만난날을 제외하고는 그 곳에 평일에 간적이 없는데.."


"..아! 그러고보니까 딱 한 번, 주말에 간 적이 있어.

..그런데 그건 벌써 3년전인데.. 그때가 막 문신을 했을때였거든..

그래서 나도 모르게 평소처럼 주말에 갔었지.."


"..역시! 그럼 내 생각이 맞네요! 3년 전이면 내가 중3 때!

분명 수호랑 아저씨랑.. 맞아, 그 때 그 사람이 형이었어! 크크크"


"그게 무슨말이야? 나도 알아듣게 설명을 좀.."


"헤헤 형이 그 때 모습이랑 조금 달라져서 기억하기 힘들었지만..

혹시 기억 안나세요? 그때 왜.. 민망하게 목욕탕 안에서 몸 자랑하던 무식한(?) 아저씨가 한 분 계셨는데.."


"음..

..아! 그래 기억난다. 그 때 아들도 둘 있는 분 치고는 몸이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했지!"


"헤헤. 그 분이 저번에 뵌 수호 아버지시고 두 아들이 저랑 수호였어요 크크"


"..그럴수가! 그렇다면.."


"네. 저희 만남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거죠!"


"음.. 정말 신기한 우연이구나"


"우연? ..그건 우연이 아니라..

아마, 필연이 아닐까요?"


"필연이라.. 후후. 그래도 나에게는 정말 우연같은 인연이지"


"헤헤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실은 요즘 저에게 일어나는 모든일들이 우연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럼 나도 그 중에 하나라는 건가? 그거 기분 좋은데? 하하"


"네 헤헤.

아무튼 앞으로는 정말 형제처럼 지내자고요!

참, 그.. 전 보스란 분.. 정말 좋으신 분 같은데.."


"후후 그렇지? 나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나 못지않은 사연을 지니신 분이시지"


"헤헤. 혹시 나중에 소개시켜 주시겠어요?"


"소개? 물론이지. 그런데 왜.."


"헤헤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후후 알겠다. 너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안그렇습니까 보스?"


"에이~ 또 그러신다 크크"


"하하하"


이미 날이 밝아오고 있었지만, 우리 둘 모두 전혀 피곤하지도 힘들지도 않게 아침을 맞이했다.





"흐음.. 집을 구하는데도 돈을 많이 빌렸는데.. 이거 던전비까지 하니 감당이 안되는구만..

어쩔수 없이 한 번 더 찾아가서 대출을.."


그 날도 역시 나는 바쁜 사람들을 대신해서 집안 살림을 챙기고 있었다.


이미 많은돈을 전 보스로부터 빌렸기에 항상 죄송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미 셋은 각성자가 되었고, 나 역시 두기형님 말로는 곧..!


일단 각성자가 된다면 지금 빌린 돈 정도는 우습게 벌지 않겠어?

..그렇겠지?


솔직히 나도 잘 몰랐기에 자신은 없었다.


"형, 마정석 가지고 왔어요"


"수고하셨습니다. 보스..

음? 이렇게 많이.. 이정도면 사채를..아니 수고하셨습니다!"


사채에 손을 댈까 고민하던 찰나, 대한이는 꽤 많은 마정석을 가져다 주었고, 어느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이것이 각성.. 그런데 왜 내가 이런 직업이.."


"형 어때요? 직업은 뭐에요?"


"그게.. 힐러 인것 같은데요.."


"힐러요? 마법사도 아니고?

푸흡.. 아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저도 웃음이 나오는데요 뭐..하하"


나도 왜 내가 힐러가 된ㅜ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 각성자에 대해 들었을 때, 나는 내가 만약 각성을 하게 된다면 막연히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주위에서 말하기로는 마법사는 말도 안되는 마술을 부린다니까..


그렇다면 동생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흐음.. 저는 알것 같은데요? 히히"


대한이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는 곧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각성자가 되었다.





"이것이 던전.. 그런데 생각보다.."


"생각보다 별거없죠? 헤헤

이게 다 대한이 때문이죠"


"후후. 정말 대단한 능력이군요"


처음 던전에 갔을때는 긴장을 했는지 제법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한이와 수호의 활약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레이드가 끝나고 돈을 정산하는 날,

수호를 위해 5억의 돈을 모아 무기를 장만하기 위해 황금마차로 갔다.


"정말 괜찮아요 거한이형? 돈이 많이 부족하실텐데.."


"하하 괜찮다니까? 이미 전 보스께서도 흔쾌히 승낙하셨어.

..일주일만에 5억을 벌었는데, 그거 잠깐을 못 기다리시겠어?

오히려 이자가 늘어난다고 좋아 하시던데?"


물론 태식이 형님의 말이 전부 진실은 아니겠지만, 중요한건 언제든 빌린돈 이상을 갚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기에, 나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수호의 무기와 함께 내 무기도 장만하고 다음날.

우리는 처음으로 D급 던전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운명의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붉은 곱슬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고 붉은 입술에 새하얀 피부.. 무엇보다 몸에 딱 달라붙은 검은색의 가죽 원피스..


"크흠.. 이거 참.. 눈 둘곳이.."


"호호호 제 이름은 레니아에요"


그렇게 나는 첫 사랑에 빠졌다.





돌이켜보니 나는 연애와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 이었다.


학창시절에는 내성적인 성격탓에.. 성인이 되고나서는 하루 하루 고된 생활에 찌들어 여자친구 한 번 사귀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평생 여자와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실제로 간간히 여자를 만나는 일이 생겨도 별로 관심이 생기지 않았기에..


그런 내 생각이 잘못됐다고 말해주는듯 그녀는 갑자기 내 눈 앞에 나타났고, 나는 어쩔줄을 몰랐다.





"그럼 저는 이 듬직한 신사분과 같은방을 쓰겠어요"


처음 레니아가 집으로 온 날, 장난이겠지만 그녀는 그런말을 내뱉었다.


"아니 그럴수는.."


"어머, 왜요 제가 싫으신가요?"


"아뇨!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뿔사.. 나도 모르게 정색하며 큰 소리로 소리쳤다.


"..후후 이거 제가 장난이 지나쳤군요.."


..그게 아닌데.. 이 바보..


결국 레니아는 내 방을 쓰고, 나는 두기 형님과 같은방을 쓰게 되었다.


형님은 나와는 다르게 여성분들을 다루는데 아주 능숙해 보였다.


"역시 형님.. 나중에 형님께 한 번 상담해 봐야지.."




그러다가 몇 일 뒤, 그 사건이 일어났다.


"수고했다 수호야"


"형님도 고생하셨어요! 대한이 없이는 처음인데, 그래도 괜찮았죠? 헤헤"


"그래. 그래도 대한이가 없으니 정말 빡시구만? 하하"


"그건 그래요 헤헤. 그럼 형 먼저 씻으세요"


"..피곤한데 그냥 같이 빨리 씻고 한 숨 자자. 대한이랑 두기 형님도 곧 올텐데.."


"헤헤 저 좁은곳에 우리 둘이 들어가면 움직이지도 못할걸요? 먼저 씻으세요"


"그래. 그럼 나 먼저.."


대한이 없이 D급 던전을 도느라 수호와 나는 둘 다 기진맥진 했었다.


욕실이 하나였기에 미안하지만 수호보다 먼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빨리 씻는다고 씻었는데도 수호는 이미 갑옷을 입은채로 그대로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녀석.. 많이 피곤했나 보네. 하긴 나도 하루종일 힐만 하느라고..

수호야 일어나. 씻고 자야지"


얼마전 수호에게도 역시 내 이야기를 전부 해주었기에, 녀석과의 사이도 더욱 돈독해졌다.

여러번 수호를 흔들어봤지만 깊이 잠들었는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리 자면 불편할텐데..

하~암 나도 졸리네 쩝.. 자식, 꿀 맛처럼 자는데? 어디 나도 잠깐만 누워볼까..?"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잠들고 말았던 것이다.





"..일어나요 둘 다!"


어렴풋이 대한이의 목소리가 들렸기에, 잠이 깬 나는 기지개를 펴며 대답했다.


"아.. 오셨습니까 보스, 두기 형님"


"..형은 왜 옷을 다 벗고 주무시는건지.."


"아, 저도 모르게 그만.. 그게 왜.."


어차피 남자끼리 있는 집인데..

대한이의 새삼스런 질문에 나는 그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느긋하게 대답했다.


"..지금 레니아 나와있는 상태인데요 형"


"..레니아가 누구.. 아!"


아뿔사. 레니아가 들어온지 불과 이틀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잠결에 깜빡했었다.


"어머, 전 아무것도 못봤어요. 호호홋"


나는 레니아의 웃음을 뒤로하고는 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면서 보았다. 그녀의 손이 눈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헉헉.. 이런 추태를.. 다 보았겠지?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변태?

..이제 어떻게 레니아 얼굴을 보려나. 에휴.. 이 멍청이"


항상 남자들만 부대껴서 살아왔던 나였기에,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랐다.


"후후 너무 걱정하지마. 저래봬도 레니아는 너보다 나이가 한참 많다고?"


"..그럴까요 형님?"


"그래. 그게 실수라는건 그녀도 잘 알고 있을거야"


'후후 이 녀석. 정말 레니아를 좋아하나 본데? 흐음. 그러고보니 레니아도 처음부터 반응이 좀.. 후훗 이거 재미있겠어'


나중에 두기형님이 말해줘서 알게됐지만, 당시 형님은 이미 우리가 사귀게 될 것이라 예상하셨다고 한다.


역시 배울게 정말 많은 형님이시다..




그 사건 이 후, 나는 레니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형님 얼굴이 또 빨개지셨다 크크"


대한이랑 수호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항상 놀려대기 일수였다.


"호호 저는 정말 괜찮다니까요?"


"네.."


하지만 여전히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쉽게 얼굴을 들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생긴 두 번째 사건..


"쪽"


"...그..그게.. 하하하.."


분명 웨어 울프들을 속이기 위해 나와 미리 말을 맞춘 레니아가, 대본에도 없는, 갑작스레 내 볼에 뽀뽀를 했다.


덕분에 하마터면 작전을 망칠 뻔 했지만, 그녀의 재치있는 대처에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다.


"형은 좋겠어요~ 크크"


"그러지 말라니까.."


"오오. 또 빨개졌다! 헤헤"


끝까지 짓궂은 장난을 치는 녀석들이었다.


어쨌든 나 역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너무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혹시 그녀도 나를..?

아냐.. 그럴리가 없지. 나 같은 놈을 설마..





그렇게 얼마 지나지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기회가 생겼다.


"저기, 저도 물어볼것이 있는데.."


"레니아요?

"레니아 말이군"


"그걸 어떻게..!"


놀랍게도 나만 빼고 모두들 내가 레니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크크 형은 정말 우리가 모를거라고 생각했다고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크크"


'분명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상하다.

..분명 이 셋의 눈치가 빠른것일테지.. 그래 각성자니까.. 그래서일거야..'


지나서 듣고보니 있는티, 없는티 다 냈던 나는 당시에는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었다.





그리고 다음 날, 황금같은 찬스가 찾아왔다.


대한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잠깐 해변을 걷고 싶어하는 레니아를 다들 하나가 되어 나에게 밀어주었던 것이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호호 기대할게요"


예상외로 그녀는 흔쾌히 웃으며 받아주었고, 처음으로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날, 저 때문에 많이 당황하셨죠? 죄송합니다.."


"호호. 또 그 이야기 인가요?

자꾸 같은말을 하게 하시면 재미없는데..호홋"


"아. 아닙니다.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호호 죄송하다는 말을 또 하셨네요"


"그게 죄송..아니.. 그.."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고, 그런 나를 보며 레니아는 환하게 웃으며 말해주었다.


"그런것보다, 왜 저를 그렇게 의식하시면서 또 피하시는거에요?

저는 알수가 없네요..

거한씨는 저를 좋아하는게 아닌가요?"


"..그걸 어떻게..! 크흠. 아니

..좋아합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호호 정말요? 그런데 왜 저를 피하시는거죠?

제가 아는 상식에서는.. 좋아하면 반대로 하는게 아닌가요?

아니면 이곳 남자들은 다른건가..?"


"그..그건.."


매번 말문이 막히는 내 모습에, 나는 내가 연애를 안해본게 이렇게 한탄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그 때, 두기형님이 말씀해 주신것이 떠올랐다.

진심..


"그건 제가 레니아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겁니다.

..제가 레니아양을 감히 좋아할 자격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아직 연애 경험이 없어서.."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도 귀가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요? 호호

정말 제가 처음 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레니아가 제 첫.. 첫사랑입니다!

저랑 사귀어 주시겠습니까?"


"이거 제가 영광이군요.

물론이에요!

저도 거한씨가 좋아요. 호홋"


"..정말요??

정말로 저랑..? 저같은 놈이랑.. 사귀어 주신다고요?"


"거한씨가 뭐가 어때서요?"


"그게 저는 나쁜짓만 하고.."


"호홋 잊으셨어요? 저는 뱀파이어 랍니다. 나쁜짓이라면.. 호홋"


"그런! 레니아양이 나쁜짓을 했을리가? ..분명 인간들이 잘못 했겠죠!"


누가 말했던가. 사람에 빠지면 눈에 아무것도 안보인다고.. 지금 내가 그랬다.


"호호 귀여우셔라.

그럼 앞으로 저를 그냥 레니아 라고 불러주세요"


"제가 그래도 될런지.."


"그럼 되죠. 제 남자 친구인데! 참, 존댓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나이들어 보이잖아욧! 호호홋"


진담 반 농담 반인 그녀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레니아..!"


"호호 앞으로 잘 부탁해요 거한씨"


그렇게 그녀는 다시한번 내 볼에 뽀뽀해 주었고,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이미 대한이네가 도착해 있엇다.


천천히 말하려고 했지만, 레니아는 들어가자마자 낼름 모든것을 일행들에게 말해주었고, 나는 부끄러운 가운데 많은 축하를 받게 되었다.


특히 경호의..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우리는 다시 한번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돌아가면 내가 천천히 말하려고 했는데.."


"호호 이미 다 눈치 챘다면서요? 뭘 망설이시는 거에요?"


"그게.. 나도 모르겠군. ..아마 처음이라 그런가?"


"호호 또 그 처음 타령.

그렇다면 아직 키스도..?"


"흠흠. 그럼 당연하지.."


갑작스런 레니아의 말에 당황한 나는, 나도 모르게 귀까지 빨개지며 헛기침을 하였다.


"호호 귀여워라"


"..레니아는 혹시"


"혹시 뭐요?

..아, 키스 말씀하시는 거에요? 호호 저는.."


아니. 그 뒷말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어머! 응큼하긴..호호"


"흠흠. 괘.괜찮지?

..미안해"


"아니 왜 거기서 사과를 해요? 한참 멋있었는데. 정말 못말린다니까..호호"


"그 그런가? 하하.."


"분위기 깨진김에 말씀드리는 건데, 지금한건 키스가 아니라 그냥 입술 뽀뽀.."


아직 배울게 많은 나였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이제 내일부터는 길드로서 첫 활동이 시작된다. 비록 아직은 비공식 이지만..


지금도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 자신도 각성자에 좋은 형님, 동생. 그리고 레니아..

나는 이렇게 계속 행복해져도 되는가?

그동안 내가 지은 죄는 어떻게 하고..

내 가족들은..


..무엇보다 나는 왜 힐러로 각성하게 된 걸까?

동생의 치료때문에?

이미 거금을 들여 각성자들에게 진찰을 받았지만, 그들조차 모르는 병이라고 결과가 나왔는데..


혹시.. 내 죄를 평생 갚으라는 신의 계시일까?


그렇다면 주저없이 내 동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위해 내 한 몸 부숴질때까지..!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내게 주어진 이 힘을 반드시 올바르게 사용하겠다고.






"거한이는 왜 과학자가 되고싶어?"


"음.. 엄마가, 그리고 세상 모두가 아프지 않는 약을 개발하고 싶어!"


"하하 녀석. 그건 과학자가 아니라 의사 아니야?"


"음 그래도.. 발명하는건 과학자가 하는거잖아?"


"호호 이이도 참, 네 말이 맞아 거한아.

나중에 엄마가 동생을 만들어줘도 엄마처럼 꼭 지켜줘야 한다?"


"응! 나 동생 생기는거야?"


"호호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기도하다 보면은 언젠가는 그러지 않을까?"


"응 그럼 나도 매일 기도할게. 동생이 생기게 해달라고!"


"하하 그래 녀석. 늦었다. 이제 얼른자자.

빨리 커서 과학자가 되어 엄마도, 모두도 안아프게 하는 약을 만들어야지!"


"응! 알았어! 내가 크면 꼭..!"




그날 밤, 꿈 속에서 잊고 있었던 부모님과의 그리운 추억이 떠올랐다.



외전2. 장거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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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제 52화 . 토네이도 20.08.20 322 5 15쪽
55 제 51화. 뭐야? 레니아의 성을 부숴야 한다고..? 20.08.19 343 5 21쪽
54 제 50화. 늦 여름의 혹한기 20.08.18 342 6 20쪽
53 제 49화. 첫 활동 20.08.17 342 4 17쪽
52 외전3. 송대한 20.08.16 307 3 19쪽
» 외전2. 장거한(하) 20.08.16 296 3 21쪽
50 외전2. 장거한(상) 20.08.16 310 5 18쪽
49 외전1. 박수호 20.08.16 338 2 13쪽
48 제 48화. 시작. 그리고.. (+Bonus page) 20.08.16 362 6 23쪽
47 제 47화. 설립. 대한민국수호 길드! 20.08.15 392 6 19쪽
46 제 46화. 개봉박두! 이제 패는 모두 모였다! 20.08.15 378 11 20쪽
45 제 45화. 등장, 김민국! 20.08.14 385 5 17쪽
44 제 44화. 이건 운명이야! 20.08.14 393 9 16쪽
43 제 43화. Show me the money! 20.08.13 395 8 16쪽
42 제 42화. 예상치 않은 면접 20.08.12 409 8 17쪽
41 제 41화. 대한이의 빅 픽쳐 20.08.11 426 9 15쪽
40 제 40화. S급 아이템 '바람의 반지' 20.08.10 434 9 16쪽
39 제 39화. 웨어울프와 리자드맨을 이간질 시키는 방법 20.08.09 449 7 15쪽
38 제 38화. 내가 만든 첫 던전! 20.08.08 463 8 15쪽
37 제 37화. 스킬 '던전 소환' 20.08.08 458 9 15쪽
36 제 36화. A급 던전(마무리) 20.08.07 462 9 18쪽
35 제 35화. A급 던전(5) 20.08.06 451 10 13쪽
34 제 34화. A급 던전(4) 20.08.05 470 9 14쪽
33 제 33화. A급 던전(3) 20.08.04 463 10 16쪽
32 제 32화. A급 던전(2) 20.08.03 473 10 16쪽
31 제 31화. A급 던전(1) 20.08.02 500 9 16쪽
30 제 30화. 레이드 멤버들과의 조우 20.08.01 502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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