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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룡 님의 서재입니다.

슬기로운 던전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송창룡
그림/삽화
송창룡
작품등록일 :
2020.07.10 09:04
최근연재일 :
2021.02.10 16:05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56,758
추천수 :
773
글자수 :
1,344,990

작성
20.07.10 10:15
조회
3,862
추천
27
글자
23쪽

프롤로그 & 제 1화. 차원을 건너서 온 남자

DUMMY

프롤로그 & 제 1화. 차원을 건너서 온 남자



- 프롤로그 -



<히든 퀘스트 오픈 조건을 만족 하셨습니다. 오픈 하시겠습니까?>


"허억 허억.. 드디어..! 오픈!"


[히든 퀘스트 : 지정된 동료 중 한명의 솔로 플레이로 보스 몬스터를 물리쳐라

보상 : 해당 동료 직업의 랜덤 무기 제공

퀘스트 지정대상 : 박수호]


으음?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관련된 퀘스트라.. 이건 또 처음이군!

좋아. 어차피 지금 상태에서는..


현재 대한이의 던전내 직업은 테이머.

딱히 큰 상관은 없을 듯 보였다.


"야, 박수호! 너 저녀석 혼자 잡을 수 있겠어?"


갑작스런 질문에 수호가 황당한 얼굴로 대한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뭐라고? 지금 나 혼자 저 보스몹을 상대하라고?"


지금 그들의 눈 앞에는 커다란 흡혈 박쥐 베벳이, 그들을 노려보며 호시탐탐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음, 공중은 아직 무리인가?

상성이 좀 안맞지만 어쩔 수 없잖아? 무려 직업 아이템을 준다는데.


"그래도 이번 퀘스트만 잘 깨면, 너도 쓸만한 템좀 맞출 수 있을걸?"


"템? 정말이야? ..까짓거 한 번 죽지 두 번 죽겠어?

좋아! 알았으니 녀석은 내게 맡겨!


템이라는 말에 수호의 목소리에서는 비장함까지 감돌았다.

아직 변변찮은 직업템이 없어서 항상 몸으로 때우는 수호였던 것이다.


"음, 지금 수호라면야 뭐.. 후훗"


지구에서는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S급 각성자 가두이의 말에, 수호는 용기를 얻었는지 들고있던 낡아빠진 방태를 꼭 쥐며 입을 열었다.


"좋아. 덤벼라!"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히든 퀘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


베벳의 시체가 사라지며 그 자리에는 차츰 커다란 무언가가 빛을 내뿜으며 생성 되었다.


"..해냈다! 드디어 나도 전용템을 맞추는구나! 헤헤"


베벳과의 전투가 쉽지 않았는지 몸 이곳 저곳이 상처 투성임에도 불과하고, 수호는 신나게 소리지르며 앞으로 뛰어갔다.


“과연 어떤 아이템이 나왔으려나? 뚜루루 루루루~

음, 조금 크네?

..아니, 이건 설마..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왜? 하필 또.. 큭”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신나게 아이템을 확인하던 수호가 곧 바닥에 주저앉아 절망 섞인 신음소리를 내었고, 그를 지켜보던 대한이와 가두이는 웃음을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또 방패라니!...젠장, 빌어먹을..!“


수호의 서러운 목소리가 동굴 전체에 울려퍼졌다.


짜식. 네 무기가 방패말고 또 있겠어? 크크

이게 다 너의 운명이다, 수호야.

이제 그만 받아들일때도 됐잖아? 네 직업이 ....임을.



그렇게 3번째 던전도 무사히(?) 끝이 났고, 포탈을 빠져나온 대한이는 조용히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해 스탯창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이름 : 송대한

레벨 : 19

직업 : 던전 디렉터

스탯 : 힘34 민첩34 체력60

지능70 회복30

마력(WP) : 9999 ]


음, 레벨이 19라.. 살짝 아쉬운데? 그냥 다 같이 보스몹을 잡았으면 각성 레벨업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아냐. 이게 맞는거야. 공짜 직업 무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한 것도 아니고.


대한이의 생각이 맞았다.


보스 몬스터를 잡는다고 해서 아티펙트나 무기가 떨어질 확률은 아주 희박했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게 본인의 클래스에 맞는 무기라면 더욱 더..


이번 퀘스트를 비롯해서 모든건 대한이 자신의 ‘던전 디렉터’ 란 직업 덕분에 생긴 압도적인 어드밴티지.

이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감싸져 있었지만, 대한이는 세상천지 유일무이 자신만이 가진 이 ‘던전 디렉터’ 란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감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중이었다.


이제야 슬슬 감이 좀 잡히는데? 이 ‘던전 디렉터’ 라는 직업 말이야.

던전 내에서라면 언제든 마음대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니. 마치 내가 만능캐라도 된 것 같잖아?

..그리고 분명 이 정도가 끝이 아닌 것 같다는 기분도 들고 말이야..!


오늘 하루 테이머로써 던전 공략을 시도했던 대한이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럼 다음번에는 어떤 직업을 선택해볼까?

..좋아, 아직 검사가 남았구나? ..드디어 검을 써보겠어!“


대한이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가두이가 말을 받아주며 입을 열었다.


"검사 말씀이십니까? 정말 탁월한 선택 이십니다. 후훗

집으로 돌아가면 제가 다시한번 검술의 기초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보스"


불과 한 달 전부터 나를 보스로 모시는 나보다 형이자 S급 검사인 가두이.

그의 정체를 들었지만 아직도 대한이는 그가 신비롭기 그지 없었다.


"네, 형!

그나저나 수호 자식, 실망이 큰 것 같은데 어쩌죠?"


"후훗. 그 정도는 금방 떨쳐낼 겁니다.

아니, 아까 하는걸 보니까 딴 생각 못하도록 좀 더 굴려야 할지도.."


가두이의 말이 들렸는지, 멀리서 우두커니 서 있던 수호의 몸이 가볍게 움찔 거렸다.


"그럼 다음 던전은 어떻게 할까요?"


"흐음. 이제 두 사람 모두 어느정도 레이드에 익숙해진 것 같은데.

..슬슬 다음 레벨로 가볼까요?"


역시나 가두이형은 내 레벨을 대충 눈치채고 있는 듯 했다.


"좋죠! 그럼 일단 밥이나 먹을까요?"


"후훗. 네, 보스"


"수고했어 대한아.."


힘 빠진 수호의 목소리가 멀리서 조그맣게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대한이는 피식 웃으며 조용히 옛 생각에 잠겼다.

2달 전,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바로 그 날의 기억을..






1화. 차원을 건너서 온 남자



대한민국 제 2의 항구도시 인천의 제 1여객 터미널 근처 어느 바닷가 한 구석.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는 돌풍이 불어오며 어부들이 말려놓은 그물들을 사정없이 헝크러트렸다.


그 돌풍의 중심에서는 밝은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바람이 잦아들고 파란색의 포탈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웅!


포탈이 가볍게 진동하며, 갑자기 그 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넝마같은 천 쪼가리를 몸에 걸치고 등에는 커다란 무언가를 맨 채, 도망치듯 포탈에서 뛰쳐나와 그대로 부둣가 바닥에 쳐박혔다.


“큭..!”


그렇게 짧게 신음을 흘린 남자는 밝은 갈색의 긴 곱슬 머리와 기다란 수염, 초록색의 눈동자, 그리고 큰 키와 딱 벌어진 체구를 지니고 있었다.


"..이, 이곳인가...?"


그의 입에서는 나온 말은 그의 이국적인 외모와는 전혀 다르게 놀랍게도 완벽한 한국어였다.


"서, 성공이다. 드디어, 드디어.. 크윽!"


고개를 돌려 부둣가 한 쪽의 [강풍주의] 표지판을 발견한 그는, 곧 감격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살짝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금방 정신을 추스렸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포탈을 향해 검은색의 돌 같은 무언가를 집어 던졌다.


그러자 아직도 파란 빛에 감싸져있던 포탈이, 아까와 마찬가지로 돌풍과 함께 그 자리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이제 ‘그 분’ 을 찾아야 한다"


의문의 사나이는 비장하게 말을 내뱉고는, 곧 그 자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 모든것이 불과 몇 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6월의 인천 하늘은 여전히 초 여름의 맑은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2020년의 대한민국.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전세계적으로 벌어진 코드명 '브레이크 데이' 이 후, 사람들의 생활은 그 전과 많은 것이 바뀌어져 있었다.


신화 혹은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생명체들과, 말 그대로 ‘마법’ 같은 현상들이 눈 앞에 펼쳐진지도 벌써 10년,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적응을 마쳤다.


10년 전과 가장 큰 달라진 점이 있다면, 평범한 일반인이었던 몇 몇이 그 날을 계기로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는 것 이다.


현재 우리는 이것을 '각성' 이라 부르며, 이 각성에 성공한 '각성자' 들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


그들은 각성을 한 순간부터 소설에서 나오던 마법, 초능력, 검법 등을 본능적으로 다루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브레이크 데이 이 후, 인류가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였다.


고로 당연하게 그들은 곧 인류 최고의 구세주이자 우상이 되었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구시대의 연예인이란 직업은 이미 이 각성자들에게 밀려 이제는 겨우 명백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렇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한 가지.


올해 19살 평범한 대한민국 고3 수능생 송대한은, 걷는 내내 투덜거리며 그의 친구인 수호와 함께 학원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지금 시국이 어느땐데 이놈의 나라는 아직도 무슨 대학 타령이람?

이미 대세는 각성자인데 말이야"


그 또래의 남자 아이들답게, 대한이 역시 각성자에 대한 끝없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젠장. 옆 반의 승민이 녀석도 이번에 새로 각성자가 됐다는데 나는 왜 그런 행운조차 없는거야?"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각성자가 되는 방법은 따로 없었다.


아무런 징조도 조건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각성자로 선정 되었음으로 각성은 그저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여전히 미국이나 중국 등 많은 각성자를 보유한 나라에서는 각성자의 조건에 대한 끝없는 연구를 진행 중이었지만, 아직 밝혀진 것은 없었다.


다만 그 각성의 직업이나 능력 등이 평소의 사상이나 생활방식 등과 관계가 있도록 발현된다는 것이 현재 알려진 각성에 관한 전부였다.


"그러게 말이야.

승민이 자식. 땡잡았지.."


계속되는 대한이의 투덜거림에, 수호가 한 마디 보태주었다.


"그런 모자란 자식도 각성자가 됐는데..

빌어먹을. 우리는 각성은 커녕 틀어박혀서 공부만 해대고 있다니..

차라리 던전 레이드를 따라다니며 폐지 줍기를 하는게 더 나을텐데 말이야"


폐지 줍기란, 말 그대로 각성자를 따라다니며 잡템 처리 등을 도맡아 하는 것을 뜻한다.


"그건 그렇지. 각성자 분들이랑 친분도 쌓고 말이야!"


"친분? '각성자님' 께서 어디 우리같은 사람 아는척이라도 하겠어?

..그냥 옆에 붙어서 어떻게든 콩고물이라도 주워 먹으려는 거지.

듣기로는 그래도 꽤 쏠쏠하다고들 하니까.."


"하긴,,"


그렇게 둘은 시덥잖은 대화를 이어가며 계속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나 꿈은 꿈일 뿐 이었다.

각성자가 아닌 이상, 자신들이 할 수 있는것은 여전히 공부가 최선이었다.


"..야. 기분도 그런데 학원 제끼고 pc방에서 소환사나 한 판, 콜?“


기분 전환이라도 하려는 듯 대한이가 달콤한 제안을 꺼냈으나, 수호는 그 말에 정색을 하며 대답하였다.


"뭐라고? pc방?

..나 저번주에 학원 째고 너랑 pc방 갔다가 아버지께 걸려 집에서 쫒겨날 뻔한거 잊었어?

갈거면 혼자가라고"


"쳇, 겁쟁이 자식. 등치는 산만해가지고.."


대한이의 말대로 수호는 유도 도장집 아들로 태어나 아기 때부터 유도를 배워서인지 또래에 비해 상당히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고 실력 또한 괜찮았다.


다만 한 가지, 그 큰 덩치에 맞지 않게 겁이 많고 소심했다.


오죽하면 옆에 상대적으로 많이 외소해 보이는 대한이가 오히려 더 악착스럽고 대담한 면이 있었다.


‘겁쟁이’ 라는 말에 살짝 울컥한 수호가 대한이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대한이 너 임마, 우리 부모님이 누군지 몰라서 하는 말이야?"


모르긴 설마? 수호의 부모님 이라면..

90년대 올림픽 유도 금메달 리스트 부부 국민영웅 박중훈과 이수영.

나 말고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잖아?


둘을 떠올린 대한이는 자신도 모르게 한기를 느끼고 몸을 살짝 떨며 말을 이었다.


"그래. 겁쟁이라는 말은 취소. 그래도..

아무튼 너는 너무 소심하단 말이야? 가끔씩은 반항도 해야 제맛이지!"


"그 이야기, 우리집에 가서 한 번 더 해볼까?"


수호와 대한이는 바로 옆 집에 살고 있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부부가 아이를 가져서인지, 두 집안은 아주 어릴때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둘은 전혀 다른 성격과 취향에도 불구하고, 태어났을 때부터 서로 가장 믿고 신뢰하는 불알친구이자 형제처럼 지내고 있었다.


특히 아주 어릴적 아버지를 여읜 대한이에게 있어, 수호의 부모님은 자신의 친부모님이나 마찬가지 였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쩝..

하여간 무슨 말을 못해. 새끼.."


막상 혼자서 pc방에 가려니 그다지 땡기지가 않는 대한이였다.


솔플도 좋지만 역시 듀오를 해야 제 맛이지.

이대로 학원에 가서 공부나 하는건 정말 싫은데..


"아무튼 네 손해지 뭐. 형님이 시원하게 버스 태워줄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게 어디 네 실력이야? 죄다 팀 빨이지"


"뭐라고? 이 새끼가 이제껏 버스 잘 타고 또 딴소리네?"


“누가 할 소릴?


한참 둘이 아웅다웅 하며 상점가를 지나가는데 상점안의 TV에서 뉴스 속보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 인천광역시에서 처음 목격된 의문의 남자가 오늘 아침 서울 강남에서 다시 목격되었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현재 밝혀진 바로는 이 남자는 각성자, 그것도 A급으로 추정되며 등에 무기를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 시민 여러분께서는 각별히 주의하시고 목격시 XXX번호로 긴급 연락해주시길 바랍니다.>



뉴스 속 앵커는 담담히 할 말을 마쳤고, 곧 화면은 요즘 최고 인기인 각성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바꼈다.


",,저 남자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미국? 영국?"


tv에서 눈을 뗀 수호가 대한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분명 생김새만 보면 네 말이 맞는데 신기하게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단 말이지?

A급 정도의 각성자라면, 어디선가 각성자 등록을 마쳤을텐데 말이야"


"미국에서 몰래 키우는 각성부대 대장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쳇, A급 각성자가 굳이 그런 군대같은 곳에 들어가겠냐?"


"하긴.. A급 이라면 어지간한 나라 대통령 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을텐데.."


현재 전세계에 알려진 A급 이상의 각성자들은 그 수가 50명을 넘지 않았다.

즉 전세계 나라 수보다 적은 셈이니, 수호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뭔가 수상하긴 한데 말이야.. 무슨 목적으로 한국에 온 걸까? 혹시 귀화?"


"설마. 아무리 우리 나라가 인구수에 비해 각성자들의 실력이 높다고 하지만, 미국에는 수 많은 각성자들이 있고 시스템도 더 잘되있는데,,

그럴리가 없지"


"그건 그래..

에잇, 나랑은 상관도 없는 이야기인데 괜히 신경써봐야 머리만 아프지.

학원 다 와가는데 앞에서 떡볶이나 한 접시 때리고 들어가자. 배고프다"


대한의 말에 수호도 배고팠는지 군침을 삼키며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한참 때인 청소년들답게, 두 사람은 떡볶이 한 접시를 순식간에 클리어 하고 막 두 접시 째에 들어가려 했다.


바로 그 때.


"저기 저 사람좀 봐, 혹시 그 사람 아냐? 그 왜, 뉴스 속보에 나온던.."

"정말? 그렇다면 빨리 신고해야 하는거 아냐?"

"우와 대박 나 이거 사진 찍어서 잉스타에 올릴래"


반대편 길가의 사람들이 큰 소리로 수근대기 시작했다.


"뭔데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아, 대한아 저기!"


한참 떡볶이에 열중하던 대한이에게 수호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무슨일인데 또 호들갑이야?

너 그러는 동안에 형이 오뎅 다 먹어도 울면안돼? ..응..?"


그새 두번째 접시에서 오뎅만 다 골라 먹고 고개를 들어 수호가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던 대한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그 사람이지? 방금 티비에 나온"


수호가 호들갑을 떨며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음.. 맞는것 같아.옷이랑 인상착의가 확실해..!"


대한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대한이는 어릴적부터 뛰어난 관찰력+기억력 (모든 걸 단순히 한 번만 바라보기만 해도 제법 상세히 기억하는 능력) 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 성적 역시 당연히 상위권 이었다.


문제는 대한이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그가 좋아하는 게임, 판타지 소설 집필 (각성자물), 그리고 각성자 덕질에만 주로 쓰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우리 나라에는 무슨일이지..? 혹시.."


수호가 여전히 설렘 반. 긴장 반 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A급 각성자를 직접 보는 일.


각성자들의 능력은 말 그대로 신의 능력에 가까웠으니, 사람들은 그들을 존경하는 동시에 두려워했다.


실제로 각성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점령한 나라도 몇 개 있었다.

더군다나 현재 각성자의 정점이라는 A급. 떨리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했다.


"뭐, 우리 만나려고 왔겠냐? 볼 일이 있나보지"


덤덤히 말하는 대한이었지만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어 그 역시 많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 맞은편에 있던 그 남자가 두 사람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고, 순간적으로 움찔한 둘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어뜨렸다.


"뭐지, 지금 우리쪽을 바라본 건가?"


"그런 것 같은데.. 이럴게 아니라 빨리 학원으로 들어가자!"


잔뜩 위축된 수호가 겁먹은 목소리로 대한에게 말했다.


"자식 또 겁먹기는, 저 사람이 무슨 볼일이 있다고 우릴 쳐다보겠어?

그냥 우리랑 우연히 눈이 마주친 거겠지. 떡볶이나 마저 먹어"


‘그러는 지는 퍽이나 겁이 없어서 그렇게 떡볶이를 들이 마시냐?

그러다 체하겠다..’


수호는 이제는 아예 그릇째 떡볶이를 들이키고 있는 대한이를 쓴웃음을 짓고 바라보며 계산을 위해 아주머니를 부르려고 했다.


"실례합니다만, 혹시.."


"헉!"


"으악! 시x 깜짝이야!"


막 떡볶이 국물을 원샷한 대한이가,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경기를 일으키며 떡볶이 그릇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렇게 언제 다가온지도 모르게, 그 남자는 어느새 그들 앞에 서서 대한이를 바라보며 정확한 한국어로 말을 이었다.


"혹시 성함이 송대한 님 맞으십니까?"


뭐지? 외국인이 아니었나? 발음보소.. 아니 그나저나 신종 납치인가?

내가 무슨 빽이··· 아니 우리집이 무슨 돈이 있다고 나를 납치하려는 거지?

그리고 성함이라니.. 지금 나 맥이는건가?


별의 별 생각이 대한이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수호가 냉큼 말을 받아 대답했다.


"네. 얘가 송대한이고 저는 박수호 라고 합니다"


..넌 누가 거기서 자기소개 하래?


수호는 다 좋은데 너무 정직하고 순수하며.. 그냥 단순했다.


"저, 정말 송대한 님이 맞으십니까..?!"


그 남자는 이제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대한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하아.. 저렇게 산적같이 생긴 다 큰 남자가 그런 표정을 지으니 뭔가 괴리감이 드는데..

아니 평소보다 더 무섭다고 해야하나?

그것보다 송대한..님?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며 대한이가 대답했다.


"네, 제가 송대한 인데요.. 그런데 혹시 저를 아시나요?"


그러자 남자의 몸이 무너지듯 순식간에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그가 대답했다.


"드디어.. 드디어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마스터!"


주변에서 그들을 구경하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순간 대한이에게 꽂혔다.


"뭐야 지금 무릎 꿇은거야? 헐, 대박"

"마스터라고 했지? 저 사람 어디 재벌 2세라도 되나본데?"

"에이 저런 거지같이 생긴게 무슨 재벌 2세야? 어디 외국인이 잘못 본거겠지.

걔들이 봤을때 동양인이 다 똑같이 생겼잖아?"

"그래? 어쩐지.."


..수근수근


중간에 살짝 거슬리는 말도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지금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었다.


자신은 그를 전혀 몰랐다.


아니. 애초에 대한이는 알고 있는 외국인조차 거의 없었다.


"저, 죄송한데.. 혹시 사람 잘못 보신건 아닌가요?

이름은 맞는데..제 이름이 또 흔하다면 흔한 이름이라.."


확실히 '대한민국' 에서 '대한' 이란 이름은 쉽게 볼 수 있는 이름 중에 하나였다.

성까지 합쳐도.. 흔하진 않지만 꽤 있을것이다.


"아닙니다. 직접 보니까 확실히 알겠습니다.

마스터 송대한.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기, 나는 아저씨가 무슨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니까요?


곧 남자의 사슴과 같이 큰 초록색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니 또 갑자기 울면 어떡하라고..

생긴건 어디 이종격투기 3체급 챔피언 같이 생겨가지고..

이러면 곤란하잖아?


거기에다 주변 사람들은 더욱 수근대며 자신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저기.. 일단 일어나세요.. 이러시면 제가 곤란.."


대한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며 "네 마스터" 라는 대답으로 다시 한번 대한이를 난감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남자였다.

대한이는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할 것 같아서 용기 내어 말하였다.


"..일단 자리를 좀 옮기죠"


"네! 마스터"


..그 마스터란 말은 좀 빼라니까요?



그렇게 학원 안으로 자리를 옮긴 세 사람은, 다행히 수업이 없어 비어있는 강의실을 찾아 그 안으로 들어갔다.


옆에서 자신을 계속 아련하게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에 대한이의 뒷머리에서 식은땀이 솟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질문을 던졌다.


"저.. 그러니까.."


"하명하시죠"


"..그게 존댓말은 좀..

아휴. 아무튼, 저를 알고 계시나요?"


"물론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전혀 기억이 없는데..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대한이의 질문에 남자는 고개를 돌려 수호를 슬쩍 쳐다보았다.


"아. 이녀석은 박수호 라고 신경쓰시지 않아도 돼요.

..저랑 전~혀 닮진 않았지만, 뭐 어쨌든 형제같은 놈이니까요. 크크"


대한이의 말에 남자는 송구스럽다는 듯 재빨리 수호를 바라보고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실례했습니다! 수호님. 경황이 없어 인사가 늦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수호가 크게 당황하며 딸꾹질까지 하자, 대한이는 무언가 마음이 편해졌다.


크크. 어떠냐, 임마. 이제 내 기분을 알겠지?


그사이 수호가 간신히 딸꾹질을 멈추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신경쓰지 마세요. 그리고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희보다 훨씬 어른이신데.. 딸꾹!"


"그럴수는 없습니다. 마스터의 형제시라면 저에게는 마스터나 다름 없습니다!"


"그게.. 저희가 진짜 형제는 아닌데.. 딸꾹!"


끝이 없을 것 같은 둘의 대화에, 이제 조금 진정이 된 대한이가 슬며시 끼어들었다.


"아무튼 저녀석은 신경 쓰지 마시고..

괜찮다면 지금 알려 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제 이름은 가두이스 실버. 아틀란티스 대륙, 아니 정확히는 이곳과 다른 차원의 아틀란티스란 대륙에서 송대한님을 찾아 차원을 건너 오게 되었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10년 전이라면, 아니 지금도 도저히 믿지 못할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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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제 161화. 앞으로를 위한 잠시동안의 휴식(5) 21.01.25 96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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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제 159화. 앞으로를 위한 잠시동안의 휴식(3) 21.01.21 142 1 19쪽
162 제 158화. 앞으로를 위한 잠시동안의 휴식(2) 21.01.20 122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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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제 154화. 던전 디렉터의 오의 21.01.14 11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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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제 152화. 켈라드(5), AA급 던전 완료 21.01.11 12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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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제 150화. 켈라드(3) 21.01.08 111 0 14쪽
153 제 149화. 켈라드(2) 21.01.06 14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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