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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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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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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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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웅크린자의 시간 115

DUMMY

-. 9월 18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 송담대학교 건물 내부 아침 08:30


본래부터 내가 주유소를 드나들 곤했었던 주 시간대가 주로 새벽 미명의 동틀 무렵부터나 아니면 이미 닭 울음소리가 거창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새벽이 밝아오던 그 순간부터가 바로 내가 주유를 시도해보는 시기.

일전부터도 한낮의 뜨거워진 대지의 과도함을 피해 유증기가 폭발할 수도 있다는 원초적인 우려로부터의 출발이 매일 아침 벌어지고 있는 그 날 하루어치의 기름을 확보해내기 위한 사투가, 애초부터 잠자리를 정하곤 했었던 장소가 본래부터 주유소였던 까닭에 멀리 갈 것도 없이 그저 경유가 든 기름 탱크만을 주유소 바닥에서 찾아내고, 전과 동일한 방식대로 더듬어가며 그저 기름 냄새를 주변에 풀풀 풍겨가며 약 한 시간 가량의 울렁거림만을 이겨내기만 하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오늘의 일과는 둘이 아닌 여럿, 거기다가 내 버스가 주차된 위치가 주유소의 한직한 아스팔트 내부가 아닌 이들의 거주구 방벽 너머 도롯가에 주차된 상태라서, 새벽 어름 아직 태양이 어둠의 빈틈을 찾아내기도 전에 어제 미리 앞서 예고한 대로 오늘 함께 출발해보기로 약속했었던 인원들과 새벽 아침 찬바람에 찬이슬까지 맞아가며, 내가 어떻게 어떠한 방식으로 더불어 어떠한 도구들을 사용해가며 주유소의 기름들을 확보해내는지에 관해 생생한 현장학습이 그곳에서 이루어졌다.

이미 전날에 예고가 있어 함께 나서봤던 참인데 이들 몇몇의 도움의 손길과 관심들을 함께 받으며 주유소 내부의 기름의 확보에 나서본 길, 평소와는 다른 또 다른 톤트럭이 내 개조 버스의 선두의 뒤꽁무니를 밟아가며 내내 쫓아왔었던 탓에, 이번 새벽녘에 치르고 있는 어둠 속에서의 나들이는 더욱더 번잡해져 있었고 다소 부산스럽기까지 하였다.


“덜컹, 덜컹”

도로 위에서의 뒤쫓아 오고 있는 이 톤트럭에는 이미 몇 개의 드럼통들이 적재함에 실려져 있는 상태라서 내 버스가 필요했던 정도가 아닌 그것들의 네 배 이상의 기름들을 확보해내야만 했는데, 물론 우리들이 주로 사용하게 될 차량들이 대부분 트럭들이라서 그에 따른 연료가 모두 경유만이 필요해 보였지만 조금의 휘발유도 경유와 함께 추출해 보기도 하였다.

경유만이 필요하다지만 때마침 휘발유도 필요했었고, 내 휴대용 발전기를 위해 내부에 보관하고 있었던 휘발유 통들도 때마침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던 상태라서 기왕에 함께 뽑아낸 김에 혹시라도 다량이 필요할까 싶어서, 탱크를 잘못 개방한 핑계 탓에 우연을 가장할 겸 한 드럼 챙겨내 보았다.

수강생들이 눈빛이 저리도 반짝거리는데 눈빛을 빛내보며 내 일거수일투족을 잊을 새라 탐색하고 있는데 거기에다 대고, ‘어라 탱크를 잘못 열었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그렇게 뽑아내게 되었었다.

처음 뽑아낸 기름이 경유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자 이게 제가 원래부터 원했었던 기름입니다. 자 일단 기름의 색깔 먼저 확인해보시고 주유소에서 이 정도로 멀찍이 떨어져나와야 안전합니다. 그 뒤에 제가 하는 것처럼 아스팔트 바닥에 살짝 부어주시고 이처럼 긴 라이타를 사용해서 불을 당겨보시면?”

“화르르륵~!”


“자-자, 자 다들 잘 보셨죠? 이게 바로 제가 뽑아내려 했었던 휘발윱니다. 어제 끌어뒀던 차량들 가운데서도 일반 차들이 있었었지요? 그것들에도 필요하고 경유와 다른 점을 눈으로 여러분들께 직접 확인시켜 드리기 위해서 제가 뜯어낸 거니, 이왕에 뜯어낸 거 일단 한 드럼 뽑아내 보기로 하겠습니다. 그 뒤 다른 탱크에서 경유를 마저 뽑아내 보도록 하죠. 자 그럼 이동.”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그저 혼자서 같았으면 ‘이 탱크가 아닌가 보네. 저 탱큰가?’ 라며 손쉽게도 넘어갔었을 일을 다 그놈의 체면이 뭔지. 아무튼, 이러한 과정들을 통하여 체험학습의 결과를 충실하게 이루어냈고 톤트럭의 드럼통들 속에도 한가득 기름들을 보충해둔 뒤, 주유소를 빠져나와 다시금 되돌아온 길이었다. 그래서 평소보다도 더욱더 많은 기름들을 대기 중에서 접하게 되었고 그에 정비례하여 더욱 더 더 심한 후유증에 노출되게 되었다.

그리하여 여느 때의 아침보다도 더욱더 울렁거리고 있는 빈속을 나 혼자서 만이 아닌 아침을 내내 함께했었던 펌프질 동료들과 함께 견디며 그들과 함께 위로차원의 모닝커피를 함께 즐겼었는데, 그들이 물어오는 여러 가지 질문들에 대하여 대답해주며 잠시 그들과 수다를 떠는 와중에 그녀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누군가가 아닌 여럿이서 함께 보조를 맞춰가며 나에게로 다가서는 접근에 다가오는 인원들의 면면은 지겨웠다. 하지만 그 가운데 딱 한 사람 새로운 뉴페이스가 그 안에 존재했으니.

접근해오는 군상들. 언제 나처럼 함께 무리 지어 다니는 주형과 세광, 그리고 유라와 이번에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여자 사람 하나.

그 여자가 장내로 들어서기 시작하자 식사를 위해서 대기하고 있었던 몇몇의 인원들이 나의 이러한 반응과는 전혀 다르게 주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니.


“뭐야? 저거. 저기, 혜정아, 저 수진이 누나 아니야?”

“뭐? 수진이 누나?”

“뭐 수진이 언니? 그 언니는 요전에 있었던 그 일 때문에 상훈이 오빠랑 같이 여럿이서 함께 실종되지 않았었나? 모두 다 함께 죽은 걸로 알고 있었잖아? 어라? 정말이네?”

“웅성웅성웅성.”


그녀의 새로운 접근에 주변인들이 나보다 훨씬 더 놀랐었는지 그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한껏 주변 공기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하였고, 난 저들이 그러던지 말던지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그저 입만을 헤벌쭉 벌려대며 엉거주춤 서 있기만 하였다.


사람에겐 후광효과란 게 있다.

조명을 비춘 것도, 연예인들의 얼굴처럼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거나 비비크림을 처바른 것도 아닐진대, 저토록 얼굴에서 빛이 일어나다니.

그간에 내가 삼십 평생 살아오면서 아니 올해 서른여섯이 되도록 이러한 체득은 이제 겨우 두 번째.

한번은 여드름 많던 중학교 때 옆집 누나의 옆모습을 보며 첫사랑의 열병을 앓아봤었고, 그 뒤론 내 인생에 있어 다시는 여자는 없을 듯해서 그간에 별로 신경도 쓰지 않으며 무감하게 내내 지내왔었는데 그 인연을 이곳에서 만나버렸다.


그간 그녀는 내부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었던 탓인지 파리하게 비춰 보이는 피부의 반사광이 잔잔한 그녀의 얼굴 표정을 통해서 온통 내 시야를 사로잡은 채로 뒤흔들고 있었으니.

이런 걸 첫눈에 홀딱 반해버린 거라며 표현하는 걸까?

첫눈에 보자마자 저절로 벌어져 버린 내 입 모양에 그 주변에 어리고 있는 미소를 나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그대로 방치시키고 있었으니.


“쳇! 아저씨 그러다 파리 들어가겠다. 파리!”

“어어? 예린아, 지금 뭐라 그랬니?”

“아니? 아니야. 그냥 아저씨는 파리나 많이 드시라고.”

“어어? 웬 파리 얘기야?”


나와 예린이의 소박한 담소와 동문서답(東問西答)이 지속되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대는 예린이의 고갯짓을 바라다보면서 다시 한 번 저들과의 지겨운 만남과 그 속에 설레이는 첫 만남이 교차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형님. 아침 일찍부터 바깥에 나가셨다가 돌아오셨다면서요? 아 어제저녁 미리 말씀하셨던 주유소에서 기름을 그나마 안전하게 뽑아내려면 새벽 시간이 적기라 시던 바로 그 주유소 털기?”


내가 어제 저녁 분명히 주유소에서 기름 가지러 갈 테니 새벽녘에 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미리 지원자를 받겠다라며 손을 들어보라고 해서 몇몇의 지원자들과 함께 인원을 꾸려서 밖에 나갔다온 것을 저놈도 모르진 않았을 텐데, 이처럼 재차 물어오는 저놈의 속사정이 궁금했다. 하지만 저놈이 친한척하려고 그러나 보다 하며 그저 그러려니 그냥 넘겨버리며 그 일 때문에 나갔다가 잘 돌아왔고 이것저것 잘 뽑아다가 방벽 너머의 트럭 속에 잘 갖다 놨으니, 언제고 필요하다 싶으면 아무 때나 갖다가 쓰라며 주영에게 화답해 주었다.


“어! 사람들이 여럿이라 함께 모여서 일을 하니 주유도 금세 끝났고 털어오는 일도 손쉽게 해치웠어. 역시 사람의 머릿수가 힘이야! 이렇듯 손쉽게 되니 혼자서 낑낑대지도 않고 얼마나 좋아. 그간에 혼자서만 일 해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앞으로는 이들의 덕 좀 볼 수 있겠어. 하하하!”


난 앞으로도 손쉽게 일해 나갈 수가 있겠다라며 다시금 내가 이번 정착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생각을 저들이 확신을 가지게끔 그러한 느낌을 심어주기 위해서 잔머리를 여과 없이 굴려봤고. 하지만 그러던 와중에서도 시선만은 늘상 그녀를 향해있었으며 이런 나만의 반응에 주형은 그 반응에 만족을 한 건지 아니면 기름의 확보에 대한 성공이 그저 만족스러웠었는지는 몰라도, 자연스레 오늘의 대화 주제를 새롭게 등장하게 된 그녀에 대한 설명으로 본격적으로 몰아가기 시작하였다.


“형님! 형님께서 어제 부탁하신 한 명의 보조자를 우리들이 인선을 끝냈습니다. 어제 남자 대신에 여자 한 명을 차출해드리는 것으로 결론을 보지 않았었습니까? 그 대상자로 선정된 게 바로 이 수진이 누나입니다.

누나 이 형님에게 얼른 인사드려. 형님이 이래 봬도 고생을 좀 하셔서 그렇지, 말하시는 것도 아시는 내용에 현상에 대한 분석력까지, 아마도 전에 하시던 일들이 어디 대기업 출신 엔지니어이시거나 아니면 기술계통의 어떤 설계 일을 주로 하셨던 건지 아무튼, 이 형님 내가 전에도 한번 말해준 적이 있지? 정말 엄청 유능한데다 팔방미인(八方美人)이야.

아예 못 하는 것도 없고, 저기 저 바깥에 세워둔 대단한 버스도 이 형님께서 직접 제작하셨다니까 말다 했지. 안 그래?”

“내가 직접 제작하기는 그저 몇 가지 손질만‥.”

“안녕하세요. 한수진이라고 해요. 나이는 얘들보다 두 살이 더 많아서 올해로 스물셋이고 말씀을 들어보니 올해로 서른여섯이시라고 하던데 그냥 편하게 앞으로 오빠라고 부를게요. 괜찮으시죠?”

“예. 예? 아예 예 아무거나 편하신 대로, 예 예.”


난 주영의 치켜세워줌에 내 전직이 먼저 막노동꾼 출신이었다라고 꺼내기가 어려워 얼버무리다가, 내게 처음으로 다가와 자신을 한수진이라고 소개하며 나이까지 밝히더니 첫 만남에서부터 그냥 앞으로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겠다는 이 여인의 자태에서 감동을 해버렸다.

내가 방금 본 그녀에 대한 첫인상은 그저 햇빛 아래에서 나부끼는 한 떨기 작은 목련꽃 같다랄까?

그것도 곧은 나뭇가지 위에 달린 도톰하고도 이미 만개가 훨씬 지나버린 목련꽃 같은 자태가 아닌 마치 꽃봉오리를 머물다 만, 어느 정도 얼굴에 강단이 있어 보이고 현명해 보이기 까지 하는 게 이것을 예린이의 표현방식대로 한마디로 분석해본다면 그저 뻑이 갔다?

그만큼 이 여인과의 첫 만남은 나에게는 충격이었고 그녀의 외모가 연예인 뺨칠 만큼의 미모는 아니었지만, 그녀 나름대로의 수수한 매력에 단아해 보이기까지 하는 지성미에 쉽사리 범접하기 힘든 기품마저 언뜻언뜻 감춘 듯이 보이고 있었고.


사람이 살다 보면 그저 한순간에 푹 빠져버릴 때가 있고 그런 게 바로 첫눈에 반해버린다는 감정일진데, 오랜만에 내게도 불어온 이 낯설은 감정의 훈풍이 과연 얼마 만에 맡아보는 것인지 기억조차도 나지가 않았었다.

그만큼 어색했고 설레이는 감정과 더불어서 이절적인 낯설음이 서로 교차되며 내 입에서 우려 섞인 말문이 먼저 엉겁결에 튀어나왔다.


“저 그런데 앞으로 하시게 될 일이 중장비를 운전하셔야 되는데 그 몸으로 과연 버틸 수가 있으시겠어요? 아무래도 여자의 몸으로는 그러한 일들을 견뎌내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이 보이는데, 그런 몸으로 헤쳐나가시기에는 아무래도‥.”

“뭘 그런 걸 다 가지고 따지십니까? 형님! 그래도 이 누나가 강단이 있고 운전 경험도 있는 데다가, 그래서 우리들이 고르고 고르다 그래도 누나가 우리들 중에서 가장 나이도 많고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에 이 누나가 적임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안 그래도 마침 누나가 자신의 본가도 대전이라고 하기에 때마침 잘됐다라며 형님께 이렇듯 소개시켜드리고 있는 건데 이 누나도 충분히 해낼 수가 있다더군요.

그리고 그 대신에 형님이 가시던 길에 자신의 집에도 잠시 들릴 수는 없겠느냐며 제게 먼저 부탁을 해 오는데 뿌리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더 마침 잘됐다라며 이렇듯 형님께 소개 시켜드리려고 나온 참이었는데 뭐 어떻겠습니까? 수진이 누나가 이처럼 가능하다는데, 일단 한 번 누나랑 같이서 가능할지 안 할지 며칠 정도 시험해보시고, 정 누나가 못 미더우시면 그때는 제가 더 저 통통해 보이는 저 유라로 대신 교체해드릴 테니, 일단 믿고서 이대로 한번 일을 추진해 가시지요. 그래 보면 어떻겠습니까? 형님.”


“뭐? 내가 뭐라고? 통통 뭐?”

“농담이야, 농담! 농담한 걸 가지고 그렇게 발끈을 하다니. 니가 대신에 조금 더 튼튼해 보이는 건 사실이고 너도 형님하고 바깥세상에 먼저 가보고 싶어 했잖아? 누나가 힘이 들어서 정 못 견뎌 할 것 같으면 너를 보내줄 테니, 그냥 그려려니 하고 괜스레 심술 좀 부리지 마!”

“뭐? 튼튼? 게다가 또 뭐? 심술~?”

“하하하!”


난 주형을 바라보고 수진을 바라보다가 또다시 유라를 보는 등의 시야의 널뛰기를 계속해가며 고민해보다가, 다시금 수진이란 여인의 대화 소리를 맡으며 이내 다시금 시야를 그녀 쪽으로 되돌리며 이내 결심을 굳혀봤다.


“저도 때마침 내려가신다기에 부모님들의 생사도 궁금했고 어차피 내려가 봐야 어려울 거라는 건 저도 잘 알고는 있지만, 어차피 오빠께서 내려가신다기에 기왕지사 가시는 걸음이니 저도 함께 따라서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라며 이 주형이에게 부탁을 건넨 거에요.

겸사겸사 사람도 필요하신 다는 얘기도 들었었고 고생이야 제 쪽에서 먼저 함께 해 달라고 부탁을 한 거니, 그 점에 관해서는 너무나 신경 쓰지 마시고 제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대한도로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오빠도 절 좀 도와주시고 잘 좀 부탁드려요.”


나는 이미 반해버린 터에 그녀 쪽에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함께 가자라는 그녀의 언변에 곧바로 설득당해 버렸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나와 동일시된 부모님들의 생사 여부를 본인의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라는데 거기에다가 가는 길조차도 똑았았었고, 나 또한 한 사람명분의 도움이 절실했었던 상황이라서 더 이상의 만류조차 어려울 지경. 난 그저 일단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하는 것으로 그들과 아니 그녀와 합의를 보았다.


“갔네. 갔어. 아저씨가 완전히 갔다고.”


난 예린이의 다소 투정이 섞인 목소리에 그 갔다는 얘기가 그녀가 이미 자리에서 떠나버렸다는 소리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이미 그녀에게로 홀딱 빠져버렸다는 소리인지 가늠하지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고개만을 돌려서 예린이와 대화를 나누었고.


“어. 어어? 어, 아 아 그래. 갔다. 갔구나. 근데 예린아, 저 언니가 참 얼굴도 이쁘고 일도 잘하게 보인다. 그 치?”

“쳇! 또 완전히 뻑이 갔구만, 뻑이가! 근데 이번엔 어째, 증상이 좀 더 심해 보이네?”

“또 맨날 무슨 뻑타령이냐? 요새 맨날 저러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 아저씨의 간결하고도 깔끔한 꿀밤 맛이나 봐라. 이얏!”


민우와 예린이의 알콩달콩 티격태격하는 장난치는 모습을 널찍이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주형과 세광의 눈빛에 오고 가는 담소가 이어지고.


“어때! 수진이가 이 일을 과연 잘해낼 것 같애?”

“글쎄? 나로서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저 캡틴이 시키는 거니 나야 그대로 믿고 따르는 거지 뭐. 근데 저 꼰대 저기 저 수진이 보고 한방에 뿅 갔드만. 맛탱이가 가도 제대로 갔어. 캡틴 저러다가 내려가는 길에 사고라도 치는 거 아니야?”

“사고를 치든 뭘 하든지 간에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고. 아무튼, 저 꼰대, 아-씨 너 때문에 나까지 따라해 버렸잖아? 쫌~! 그런 얘기는 무의식적으로도 튀어나올 수 있으니까 내가 매번 그냥 형님, 형님 하랬지? 아무튼, 저 형님이 뻑 가게 됐으면 그걸로도 유리할 테고, 나머지 것들도 아마 잘 먹히게 될 거야. 그러니 내가 저 수진이년을 형님의 동반자로 정해 놨었던 거고. 내가 안 그랬으면 수진이를 왜 형님께 노출시켜놨겠어? 다른 애들의 눈치도 있는데? 안 그래?”

“역시 캡틴은 머리가 정말 비상해! 저런 꼰대에 비, 아, 아 미안! 다시 저 형님은 비교조차도 힘들 만큼 지략이 엄청 출중하다니까?”


주형은 세광의 이런 아부성 짙은 발언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었던지 민우와 수진, 그리고 또다시 예린이와 다시금 민우가 개조해 놓았던 훌륭한 개조버스 사이로 시야를 옮기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민우의 행동거지를 되짚어보며 내심 이번 결정이 마음에 흡족한 듯 미소를 지어 보았고, 그리곤 세광과 더불어서 종종히 자리를 빠져나가 버리며 뒤끝의 여운 같은 알 수 없는 넋두리를 흘려대었다.


‘아무튼지 간에 되돌아오기만 해봐라. 내가 씹다만 껌딱지처럼 끝까지 단물을 속속들이 빨아내서, 재활용이 아예 힘들 만큼 맨 밑바닥까지 싸그리 쥐어짜 내 줄 테니까.’


작가의말

주인공의 위기가 점차로 고조되어 지는 것 같은데 앞으로의 앞날이 기대되네요. 그리고 새로운 여인네가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주인공이 뻑이 간 상태. 앞으로의 인연이 어떤 식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지 기대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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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0

  • 작성자
    Lv.97 따라온형님
    작성일
    14.03.11 14:51
    No. 1

    1타네요 ㄳ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3.11 16:56
    No. 2

    축하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월충전설
    작성일
    14.03.11 15:06
    No. 3

    남자의 영원한 약점.... 미인계..... 나한테는 그런 계책이 안들어올까요? 홀라당 걸려 줄 자신 잇는데... 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3.11 16:56
    No. 4

    저도 끼워 주세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마법도끼
    작성일
    14.03.11 16:05
    No. 5

    팜므파탈인가요 예린이의 디펜스가 필요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3.11 16:57
    No. 6

    디펜스는 지금도 하고 있는 듯 보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4.03.11 16:15
    No. 7

    꽁꽁싸매놨다가 이제사.내놓는데 의심도안하나 주인공은....앞의 두 편이 무색해지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3.11 16:59
    No. 8

    이제 한편에 겨우 등장했고 첫 만남이 이루어졌는데 아직도 갈길이 멀고 설명할 길도 멀었습니다.
    설마 한편 분량에 한권의 내용 정도를 바라시는 건 아니시겠죠? 천천히 기다려보세요 어떤식으로 풀려갈지 그간 내용들 봐 오셨다면 앞으로의 내용도 감이 느껴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6 일근이
    작성일
    14.03.11 17:06
    No. 9

    흠....너무 뻔한뎅 ㅋ짐까지 신중한 주인공이 너무 아쉽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3.12 09:57
    No. 10

    천천히 지켜보아 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두레324
    작성일
    14.03.11 18:48
    No. 11

    남자란...참 슬픈 짐승입니다. ㅜㅜ
    그렇게 경계하다 한 방에 훅 가다니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3.12 09:57
    No. 12

    그런가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4.03.11 19:52
    No. 13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3.12 09:57
    No. 14

    감사합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불꽃열정
    작성일
    14.03.12 00:25
    No. 15

    그렇게 경계심 많고 주위 사람에 믿음부터 주지는 않던 주인공이 한방에 훅이라니...
    간이며 쓸개며....내줄거 다 내주진 않겠죠...설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3.12 09:58
    No. 16

    이제 겨우 한편에서 내용이 조금 언급된것 뿐입니다. 글에 있어 개연성이란게 있는데 천천히 지켜봐 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비글물엇
    작성일
    14.03.12 08:24
    No. 17

    예린아 디펜스 디펜스
    너는 나이가 어리다는 장점.... 철컹철컹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3.12 09:59
    No. 18

    철컹철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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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7 그믐달아래
    작성일
    14.05.29 05:16
    No. 19

    아 전 한번도 저런 경험 해본적도 주변에서 본적도 없어서 모르겠는데, 저렇게 소심하고 경계심 많은 애가 자기 따라간다는데 저렇게 쉽게 뿅하고 사랑에 빠지고 헤벌레 한다는게 황당한데요?
    소심하고 경계심이 많다는 것은 자기 주제를 안다는 소리고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니 자기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여자가 말을 걸면 도리어 불안해하고 당황해하고 겁먹을 것 같은데요. 나같은 놈에게 저런 여자가 좋다고 말해준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6.05 11:06
    No. 20

    사랑에 맘 설래는 것은 본인 스스로도 주체하기 힘들 때가 인생에서 가끔씩 찾아오기도 한답니다. 물론 일단 호감된 표현을 자신과 더불어서 외부에서도 알아봐주기 위한 목적에서 저러는 거랍니다. 어차피 좋은 감정이 다가오는 것을 더 과하게 외부에 표현을 함으로써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계책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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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자의 시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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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웅크린자의 시간 117 +10 14.03.14 4,978 135 17쪽
117 웅크린자의 시간 116 +22 14.03.12 4,498 136 19쪽
» 웅크린자의 시간 115 +20 14.03.11 5,325 148 18쪽
115 웅크린자의 시간 114 +10 14.03.10 4,643 150 20쪽
114 웅크린자의 시간 113 +19 14.03.08 4,759 159 16쪽
113 웅크린자의 시간 112 +24 14.03.07 4,985 148 17쪽
112 웅크린자의 시간 111 +24 14.03.07 4,798 135 22쪽
111 웅크린자의 시간 110 +26 14.03.04 4,537 147 16쪽
110 웅크린자의 시간 109 +22 14.03.02 5,175 146 20쪽
109 웅크린자의 시간 108 +26 14.02.27 4,685 147 16쪽
108 웅크린자의 시간 107 +28 14.02.25 4,820 161 17쪽
107 웅크린자의 시간 106 +30 14.02.24 4,969 150 16쪽
106 웅크린자의 시간 105 +20 14.02.23 5,599 246 18쪽
105 웅크린자의 시간 104 +18 14.02.20 4,620 139 20쪽
104 웅크린자의 시간 103 +18 14.02.16 5,047 164 18쪽
103 웅크린자의 시간 102 +18 14.02.14 5,028 154 15쪽
102 웅크린자의 시간 101 +24 14.02.10 4,897 143 17쪽
101 웅크린자의 시간 100 +50 14.02.07 5,836 141 14쪽
100 웅크린자의 시간 99 +34 14.02.06 5,469 159 16쪽
99 웅크린자의 시간 98 +20 14.02.04 5,752 175 14쪽
98 웅크린자의 시간 97 +20 14.02.02 5,487 169 16쪽
97 웅크린자의 시간 96 +26 14.01.29 5,797 176 15쪽
96 웅크린자의 시간 95 +13 14.01.27 5,709 173 16쪽
95 웅크린자의 시간 94 +20 14.01.25 5,840 161 17쪽
94 웅크린자의 시간 93 +16 14.01.23 5,605 159 21쪽
93 웅크린자의 시간 92 +22 14.01.22 5,905 145 19쪽
92 웅크린자의 시간 91 +22 14.01.20 6,094 163 21쪽
91 웅크린자의 시간 90 +16 14.01.18 5,885 177 16쪽
90 웅크린자의 시간 89 +16 14.01.16 5,441 183 14쪽
89 웅크린자의 시간 88 +20 14.01.15 5,986 16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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