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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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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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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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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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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웅크린자의 시간 92

DUMMY

“기~~~~~~~~, 기~~~~~~~~”


언제나 조준점은 늘 계속해서 켜져 있었고 어두운 마트 바닥 위로 태엽이 감긴 장난감이 연신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하고 있었다.

야시경 장비를 쓰고 있다고 해서 열 영상 장비처럼 마구 벽을 투과해서 그 안의 내용물까지 나에게 일러주지 않았다.

그저 어두워져 있던 공간이 초록색으로 내부가 그저 밝게 보이고 본래의 색과는 다르지만, 공간을 파악해 낼 수 있으며 움직이고 있는 물체들을 식별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구분마저도 가능하고 우리 외에 또 다른 이들에 대한 파악 또한 가능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와는 다르게 이곳 내부에선 조그마한 애로사항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내부에 장식된 물건들 때문에 그러했다.


매장들 내부에 설치돼 있던 디피용 마네킹들이 그것으로, 군데군데 마네킹들이 요소요소에 서 있던 관계로 가끔 좀비로 오인해 그 실루엣만으로도 깜짝깜짝 놀라고는 했었다.

1층 대부분이 의류매장이라서 그게 유독히 더욱 심했었는데, 마네킹들뿐만 아니라 진열되어 있던 의류에 내부의 연예인들 전신광고판들마저도 가끔씩 좀비로 오인해 레이저 포인터들의 포커스가 유독히 오랫동안 머물러 있고는 했었었다.

안 움직여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다면 쏴버렸을지도.

그나마 예린이가 오인사격을 안 해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1층과 2층 내에선 야시경의 사용을 극도로 자제했다.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둡기는 했었지만, 아예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하지는 않았었고 너무 어두운 곳이다 싶으면 야시경 장비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해가며, 주변의 상황을 계속 주시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내가 녀석에게서 사격에 대하여 주문한 건 딱 두 가지였다.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으면 무조건 쏴라. 대신에 그 정도가 아니면 먼저 물어보고 나서 행동해라.

만약에 전투꺼리가 생겨난다면 전투의 대부분은 내가 치러낼 것이었고 예린이는 그저 참관인 겸 내게 보조를 해주는 업무가 주 임무였다.

내가 못 보는 곳에 대해서 눈과 귀가 돼 주고 유사시에 자기 한 몸 건사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던 것,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충분한 도움이 되어 주고 이 상황 안에 같이 놓여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녀석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돼 주고 있을 것이었다.

상황에 대한 경험 쌓기랄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요즘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게다가 혼자서 들어온 것도 아니고 이런 상태에서 둘이라면 이게 그나마 조금은 더 덜 떨릴 것이었다.

예린이에게는 첫 전장에 대한 경험이니 아무래도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난 오늘 하루 동안을 준비하기 위해서 미리 동원한 것들이 모두 합이 네 종류였었다.

첫 번째가 주유소에서 사용한 개조펌프세트, 두 번째가 탑차 내부에서 유인하기 위해 사용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스피커 한 세트 그리고 중국산 저가 알람시계 여러 개들, 그리고 세 번째가 총기에 매달아둔 레이저 포인터들이었고, 마지막 네 번째가 초등학교 정문 근처의 문구점들에서 공수된 태엽으로 구동되는 갖가지 애들용 장난감들 되시겠다.

지금 한참 동안 애용하고 있는 장난감 들이었다.

이들은 장난감 병정이 될 수도 아니면 미니카나 오리 배, 로봇 형태의 완구 등 그 종류도 가짓수도 크기마저도 다양했고, 들고 나온 숫자들 또한 많아서 조금 전 매고 온 배낭 속 전부가 그 장난감들로 내부가 그득했다.

이런 장난감들은 대부분이 조금씩 전진하다가 미심쩍은 곳이 발견되면 하나씩 던져보거나 걷도록 놔두고서는, 움직여대는 태엽 장난감들의 움직임이 그쳐질 때까지 내내 주변의 동정을 살피며 그대로 숨죽인 채로 마냥 숨어 대기하고는 했었다.


자기가 미끼가 된 것도 모른 채 용감한 발걸음을 내비치던 태엽이 감긴 장난감들은, 이내 뱃속에 들어차 있던 나선형 스프링이 힘을 잃어감에 따라서 짧았던 행보를 그대로 끝마치며 그렇게 정지한 채 다시 찾아올 기지개를 꿈꾸기 시작하였다.

그럼 그렇게 잠시 잠깐의 정적이 이어지고 어느덧 우리들의 울려대는 소심한 발걸음 소리가 뒤따른다.

들릴 듯 말 듯 들려오는 우리들의 조심스런 발소리. 하지만 이내 멈춤과 동시에 다시금 태엽이 풀려가는 소리가 들리며, 내내 적막을 유지하고 있던 마트 내부를 태엽 소리로 소소하게나마 달궈내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이 태엽 장난감들은 잠수함의 디코이 같은 존재였다.

디코이야 어뢰의 공격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이를 피해내기 위해 기만체 역할을 수행해 내는 물건.

물론 아직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이라 쓰임새는 물론 다를 수도 있었지만 맡은 역할만은 비슷했고 디코이도 가끔씩은 어뢰 공격전에도 사용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내 장난감들이야 소음을 먼저 일으켜 내서 숨어있던 좀비들을 찾아내고 튀어나오도록 만든 뒤 기만시켜 제거시키는 어찌 보면 기만체 겸 유인체였다.

내가 누차 말해보지만 내리는 정의야 어떻든 잘 가져다가 용도에 맞게 잘 쓰면 그뿐.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무런 반응도 없다면 안전하다 여겨 조심스레 발걸음의 넓이만을 확인해보고 그렇게 공간을 확보해 서서히 전진해 나가고만 있었다.

만약에 이것으로 인해 좀비가 걸려들면 내가 먼저 블로우건을 사용해보고, 대신에 생존자라면 우선해서 인사와 더불어 악수를 건네 보는 것 이것이 이번의 내 작전에 요지였다.

그렇게 1층을 휘돌고 2층 위로 올라갔다.


이곳은 총 지상 2층에 지하 1층인 대기업 소속의 마트 중 한 곳이었다.

대형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규모가 작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 동네에선 바깥의 천하장사마냥 따를 자가 없었다.

워낙에 고만고만한 상가들이 위치해 있던 지역인 터라 게다가 거주하던 거주민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 경쟁을 벌일만한 또 다른 마트조차 이곳 주변에서는 군침조차 흘리지도 않았다.

물론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른다. 그저 이곳에 딱 하나뿐이니 그냥 그러려니 짐작만 하는 것이었다.

이게 중요한 건 아닐 테지.

난 매장 일부와 창고 그 외 대부분이 사무실인 공간 내부를 모조리 훑고 나서야 2층에서의 점검마저 끝마치고 다시금 1층으로 되돌아 내려왔다.

지금까지 수색해본 결과로는 생존자도 좀비도 그 누구도 아무것도 발견해 내지 못하였다.

그저 있는 거라곤 어두컴컴해져 있던 공간과 그 안에 방치되어 있던 곰팡이 핀 각종 진열품들. 아마도 이곳도 작년 겨울에 있었던 추위에서 동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조금 전 1·2층 내부를 수색하던 와중에서도 내벽이나 일부 천장, 몇몇 장소들에서 물이 새버린 듯한 흔적들을 조금씩 발견해 낼 수가 있었다.

다만 층고가 낮은 관계로 옥상 위에 물탱크가 존재하지 않았던지, 그저 스프링쿨러 배관과 수도배관의 일부가 터져 나가 조금의 물만을 마트 내부에 쏟아내었던 모양이었다.

정전만 아니었대도 더욱더 큰 난리가 아마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을 테지만, 정전이 시작되고도 한참 뒤에서야 일어난 일 덕분인지 수도관 일부와 스프링쿨러 배관 내에서 생겨난 동파는 품고 있던 물의 여력 부족 탓인지, 그저 찔끔찔끔 새 보다가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아 이내 그쳐버렸었을 가능성마저 있었다.

그 때문인지 이것에 직격당한 몇몇 곳들을 제외하고서는 이곳에 놓여있었던 대부분의 상품들에 외견 상태가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봐나서 그렇지 어두운 내부를 지나 햇볕 아래서 물건들의 상태를 지켜본다면 아마 군데군데 초록색 곰팡이 꽃들이 피어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곳이 어딘가. 대형마트가 아니던가.

상품이 진열된 게 전부만이 아님을 익히 상식을 통해서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찾아내기만 하면 그뿐. 하지만 밖에서도 피해 없는 일반 상가들은 무척이나 많았었고 그곳들을 제외하고서도 옷들은 지천에 넘치도록 깔려있었다.

거기다 2층 창고를 뒤졌을 때에도 창고 내부의 상태를 통해 개중에 비닐로 따로 포장된 의류들 또한 대량으로 그곳에서 영접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옷들에 눈 돌릴 때가 아님을 그보다 먼저 앞서 수색을 끝마쳐서 이곳 내부의 상태에 대하여 정의 내려보는 게 급선무였다.

혹시 닫힌 출입구 문 탓에 그 너머 또 다른 좀비가 출몰할까 봐 염려스러워했었지만, 노크를 해대거나 장난감을 던져보는 식에 갖은 시도 끝에 그 안에 생존자나 좀비들의 모습은 일절 시체조차 발견해내지 못하였고, 이에 곧바로 1층으로 되돌아가서 대형마트의 핵심층이었던 지하 1층으로 이내 발걸음을 이동시켰다.


에스컬레이터의 사선을 내 걸으며 얼굴에 다시금 야시경 장비를 착용해야만 했다.

지하라서 그런지 다른 지상층들에 비해서 무척이나 내부가 깜깜했었고. 그렇게 지하층에 내려서서 다시금 우리의 태엽 병사를 고이 바닥에 풀어 놓기 시작했다.

그 뒤 후다닥닥 에스컬레이터 뒤로 우리들의 모습이 감춰진다.

이 모든 장난감들은 이미 챙겨 나올 적부터 미리 태엽이 감겨진 채로 준비된 채 출발 되었다.

그런 관계로 나선형의 태엽들이 이제껏 팽팽한 채로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대기하고 있었던 참이었는데, 태엽의 수명이야 줄어들든 말든 이곳 안에서 감게 될 시에 소리가 노출될까 싶어, 미리 감아두고 나선 고정시켜 둔 것을 여기에서 그저 풀어만 내서 곧바로 등장시켜 투입해 사용해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수색하기를 얼마쯤 지났을까.

힘차게 걸어대던 어느 영국풍 장난감 병정 한 대원이 어느 한 곳에 멈춰 서서는 연신 헛걸음만을 계속적으로 내딛고만 있었다. 그러다 얼마쯤 뒤 이내 장난감의 정력이 고갈된 듯 제 자리에 멈춰 서며 온몸을 찬 바닥에 부딪히듯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너무 아파서 그런 걸까? 아님 저격이라도?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장난감의 모습.

난 넘어져 있던 장난감의 위치 부근을 주시했고 그곳에 떡하니 놓여진 커다란 두개골 하나를 발견해 내었다.

그 크기가 마치 내 머리의 세배쯤이나 될까?

아니 두개골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여러 종류의 각가지 뼈들이 대량으로 발견되고 있었는데, 커다란 대가리의 형태나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뼈들을 종합해보니 내 기준으로 판단해보면 한 마리의 돼지 같았다.

내가 정육점을 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판단해본 이유로는 그저 대가리 뼈가 돼지 뼈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누가 이런 마트 중간의 진열대 근처에서 고사를 지냈을 것도 아닐 테고, 게다가 통째로 한 마리 뼈 분량 전체가 이곳 주변에 널리 퍼져 있던 데다가 사방의 진열장들이 온통 난장판으로 흩어져 있는 걸 보다 보니, 아마도 겨울에 멧돼지가 이곳으로 내려와 먹을 것을 찾아서 헤매다가 도리어 녀석들에게 포위되어서 잡혀먹히게 된 게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해보았다.

물론 생존자가 살다가 인스턴트식품에 너무 질려서 멧돼지를 사냥해 잡아먹었던 흔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억지주장이었고 상식적으로만 봐도 후자보다는 전자가 더 딱 들어맞는 얘기일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널려있는 이 흔적들이 그때의 기억들을 말해주는 듯했다.


폭탄을 쳐맞은 듯 그곳 일대의 진열대 전체의 상태가 난리도 아니었다.

온갖 종류의 상품들이 진열장 대신에 바닥에 쏟아져 있고 그 내용물들마저 온통 바닥에 흥건했다. 아니 흥건했었던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습기가 사라져 말라 비틀어진 게 흡사 가뭄에 갈라진 논두렁 같은 모양새였다.

만약에 사람이라면 절대로 이런 짓을 벌이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의 보금자리라면 두말해서 무엇할까.

이 돼지 뼈들의 정체가 내 맘대로의 추측이 맞아떨어진다면,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다 마침 마트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음식물 썩는 냄새에 도취돼 이 안으로 스며들다가, 이 멧돼지가 내내 일으킨 소란으로 인해 이놈을 잡으려 그저 한 점이라도 얻어먹기 위해 내내 바깥에서 지속적으로 쫓아다니던, 그리고 내부에서 원래 터줏대감들처럼 도사리고 있던 좀비들이 안으로 들어온 이 멧돼지에 대해서 그 소유권을 주장하며 서로 같이 부대껴대다 보니, 예상 밖으로 이곳에 많은 수의 좀비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설명되어 지는 것만 같았다.


본래에 이곳에서의 내 예상치는 크게 잡아서도 열 마리 정도였다. 그것도 생존자가 이 안에 없다는 가정하에서 설정된 수치.

이놈들은 서로 간에 한계에 다다르면 서로가 약한 놈을 서슴없이 골라 잡아먹기도 하는 터라, 본래 열댓 마리 이상 남아 있어야지 만이 그 숫자를 제외시키더라도 열 마리 정도가 나타나는 게 정상이었다.

보통 그 정도의 인원이 그 시간에 상주하리라 여겼었고. 그런데 서른 댓마리 이상의 좀비들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본래부터 외부에서의 유입이 없었더라면 오십 명 이상이 좀비화가 됐었다는 얘기인데, 발병되자마자 인간들을 마구 공격해서 잡아먹으니 칠십 명? 아니 최소한 백 명 이상이 그 시간에 이곳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새벽 반짝 세일 기간이었다 라면, 삼겹살 한 근에 폭탄 세일 해서 대략 천 원씩에 고객들에게 안겨줬다라면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게 아니었다라면 그것이 가능할까?

그것이 월요일 새벽 시간에 일어난 일이니 그때가 내가 깨어난 시간이 일곱 시쯤이니, 만약에 그 시간대에 이런 마트 내부에서 백 명 이상의 사람들이 쇼핑을 해대거나 자신이 맡은 일들을 하고 있다라는 건 내 기준에서는 상상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거기다가 출입구 상태는 잠겨져 있지는 않았지만, 플로어 힌지(오일 또는 스프링의 힘을 사용해 문이 저절로 닫혀지도록 만들어주는 장치. 주로 바닥에 매입된 채로 사용되어진다.)가 강화유리문에 사용된 덕택에 일정 이상의 힘을 준 채로 밀어서 열지 않은 이상엔 이 안으로 들어오기가 무척 힘든 구조였었다.

그렇다면 좀비들이 과연 이 문을 못 여느냐. 아니 잘 연다. 지금도 잘 열 것이다. 그 시절의 좀비들이라면 지금보다도 더욱더 활기찰 테지 아마도 열지 못하면 부숴서라도 들어올 것이었다.

대신에 이 안에서 먹을 것이 있다라는 걸 미리 숙지한 상태라야만이 열기를 시도를 할 것이었고, 만약에 생존자를 보구선 뒤 따라서 들어 왔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멧돼지가 일으킨 소란을 뒤따르다가 머리 고기 한 점이라도 얻어먹으려고 쫓아서 들어 왔다가, 내부에 상주해 있던 동료들과 더불어 집단사냥을 벌여 승리해 멧돼지를 놓고 사이좋게 전승 파티까지 벌이게 된 건 아닐까 하는 게 이 모든 과정에서의 나만의 설정, 나만의 추론이었다.

파티가 끝나고 돌아가지도 않은 채 내내 이곳에 머무르며 또 다른 멧돼지의 출몰을 기다린다.

물론 맞아도 그만 틀려도 그만이었다.

위협이 될 요소들에 대한 확인을 끝마치는 게 중요.


난 그것들을 밟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하며 피해 지역을 빙 둘러서 돌아 수색을 재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다시금 그 팽팽한 장난감들의 긴장감들은 그렇게 짧은 인생살이가 되어 지속적으로 사그라들었고, 연속해서 새 장난감들이 바닥에 버려지며 그에 따른 우리의 행동반경들도 서서히 넓혀지며 더욱더 안전해져 가고만 있었다.

이제 지하층도 거의 대부분 밟아졌다.

아무래도 좀비는 아니 더 이상의 생존자를 이곳에서 기대해보기는 힘들지 싶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걸 보니 본래 이곳 안엔 생존자가 없었거나 죽거나, 떠나갔고, 내가 꾀어낸 거짓에 속아 넘어간 순진한 좀비들만이 모조리 밖에서 불타버려서 소세지들과 함께 거뭇하게 태워져 바비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무런 전과도 없이 그 모든 대비책이 무색하게도 내부에서의 수색 작업은 어느덧 발길이 멈춰짐과 동시에 허무하게 모든 게 그렇게 막을 내렸다.


“휴~!”

한숨 섞인 탄식이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왔다.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그런데 화살 한 발 허공 속에 날려보지도 못했으니 왠지 조금은 맥 빠진 모양새랄까?

하지만 그래도 간만에 실전 같은 경험에 우리들의 안전마저 보장됐으니 이 이상 더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곳을 잘만 가꾸면 또 다른 우리들의 보급처까지도 될지 몰랐다.

그 과정에서 몇 놈 더 찾아내서 죽이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이 안 다치고 안전한 게 더욱더 최고였다.

난 머리에 야시경 장비 대신에 헤드 랜턴을 착용하며 이곳이 우리들의 세 번째 안전지대가 될 가망성이 있는지 내부를 살피며 면밀하게 타진해보기 시작했다.


더욱 진한 밝기를 자랑해대는 18650 배터리(형태를 일반 건전지처럼 생겼지만, 일반 건전지와는 다르게 더욱 크고 높은 전압과 전류를 가진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식 배터리)가 들어가는 자전거용 P5 LED 랜턴도 안쪽 주머니 속에 고이 모셔져 있었지만, 두 손이 필요한 블로우건 덕택에 이럴 때 자주 애용하곤 하던 밴드 형식의 헤드 랜턴을 이번에도 꺼내 들었다.

그렇게 내부를 샅샅이 돌려다 전자제품 매장 앞에서 발길이 절로 멈춰 버렸다.

역시 남자라면 전자제품이지를 속으로 외치며.

‘그럼 여자는 무조건 의류매장이던가? 아님 명품백?’

난 이곳 안에서도 명품백 매장이 과연 있을까? 아니야 없을 거야. 그럼 예린이도 여자니 명품백을 과연 좋아할까? 란 헛생각을 속으로 지껄여대며, 쇼핑카트 뭉치들이 서로 연결돼 있던 장소로 이내 발걸음을 서둘러 내디뎠다.


<그 시각 이 대형마트 외부>


평온해진 내부완 다르게 탑차 주변엔 아직까지도 불길이 지속적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초기보다는 무척 아주 많이 줄어든 상태였지만 그래도 내부에 비치돼 있던 인화성 물질이었던 소세지 덕분인지 불길은 아직 다소 줄어들기는 했었지만, 꾸준히 타오르는 지속성을 주변에 선보여 주었고 이 불길을 보고서 불구경하려 찾아온 때문인지 아니면 소세지들이 타는 냄새가 고소해 한 점 얻어먹어 볼 수 있을까 해서 다가온 것인지는 몰라도, 탑차 주변에 서서히 좀비들이 꼬여 들어 오는 모양새였다.

이렇게 돌아가는 외부에서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하에서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 하나만이 또렷했다.


“어디 대형 TV라도 한 대 끌고 가? 어라? 예린아 근데 너 혹시 백 원짜리 하나 있니?”


작가의말

완성과 동시에 오늘도 올려봅니다.

내일 다시 보게 된다면 또 고친다고 설쳐댈지 몰라서요. ㅎㅎ

그런데 요즘 올려지는 분량들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글자수로 맞춰 자르자니 그건 더더욱 안될말이지요. 그럼 시간과 상관없이 올려봅니다.

 

밤을 잊은 그대여 즐겨보세요. 그리고 잠 자지 마라 말이야. ㅎ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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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2

  • 작성자
    Lv.21 마법도끼
    작성일
    14.01.22 01:06
    No. 1

    생존자가 나올 분위기였는데 아직인가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1.22 01:32
    No. 2

    아 생존자 찾으시는 구나! ㅎㅎ
    제가 장담하건데 스포가 될수 있어 아직까지 언급하진 못했지만 생존자는 절대로 아~ 말 못하겠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야림주
    작성일
    14.01.22 01:16
    No. 3

    위..위험하겟네요..점점 몰려오면..ㅎㄷㅎㄷ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1.22 01:33
    No. 4

    그러게요. 하지만 사람의 시야가 딱 그정도 뿐이니 어쩔수 있겠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sl******
    작성일
    14.01.22 01:53
    No. 5

    쥔공혼자라 일하기가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1.22 14:13
    No. 6

    그나마 예린이가 옆에서 보조해 주고 있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나이런일이
    작성일
    14.01.22 02:30
    No. 7

    섹쉬한 연예인급 미모의 여인이 혼자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1.22 14:13
    No. 8

    언젠가는 나타나지길 우리 모두 기도해 봅시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夢戀
    작성일
    14.01.22 03:00
    No. 9

    잘 읽었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1.22 14:14
    No. 10

    감사합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꿈말하기
    작성일
    14.01.22 04:25
    No. 11

    ㅋㅋㅋ나같으면 어두울때 절대안들어갈텐데...
    간커진 쥔공...
    개인적으로 아파트 옆벽 뚫을때가 신선했어요ㅠ
    지금은 먼가 소재고갈의 느낌ㅇㄱ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1.22 14:27
    No. 12

    벽 뚫는 장면이 인상깊으셨군요.
    한군데라도 맘에 드신 장면이 있으셨다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리고 지금 쥔공이 안으로 들어간 시간이 햇볕 쨍쨍나는 오후 2시경입니다.
    대신에 조명이 없고 유리벽이 선팅이 되어져서 들어갈수록 어둡고 지하로 가면 더 깜깜한것 뿐이죠. 이게 밤시간이라면 아예 깜깜할 겁니다. 그래서 그나마 환할때 주유소를 털자마자 준비를 시작해본 것이죠. 그리고 소재에 관련해서는 소재보다는 상황에 따라 헤쳐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그같은 상황에 처하게 맞닥뜨려지게 되었을때 맞나게 될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서 어떤 모습으로 주인공이 어떤 과정을 통해 헤쳐나가느냐를 보는게 제 글의 주된 스토리라인이랄까요? 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서 나같으면 이럴때 이렇게 해봤을 텐데 하는 이점을 같이 고민해보고 생각해보다 공감이 될만한 얘기라거나 이해될만한 꺼리들을 함께 나눠보고 이야기 해보자 정도입니다.
    이점에 있어서 나같으면이란 대목이 나오니 참 좋으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1.22 06:34
    No. 13

    ㅋㅋㅋㅋㅋㅋ재밌음
    저야 뭐 무기나 생존에 대해 문외한이니
    작가님이 만들어내는 전개와 아이디어가 대단하고 신기할따름입니다.
    많은 좀비물을 본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 기준에서는 지금까지 보았던
    좀비물중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한국정서에 잘맞는거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1.22 14:24
    No. 14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 일상물들을 이야기속에 집어넣다 보니 조금 더 그렇게 느껴지시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악플쟁이
    작성일
    14.01.22 07:16
    No. 15

    히로인이 등장할 수 있는건 이 방법 뿐인가요...
    - 10년 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1.22 14:25
    No. 16

    예린이가 다 커서요? ㅎㅎ
    제가 단언컨데 생존자는 아 말못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4.01.22 07:54
    No. 17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1.22 14:25
    No. 18

    넵 감사합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월충전설
    작성일
    14.01.22 09:45
    No. 19

    와... 첫 실전 빡셨을텐데 예린이가 잘 해줬군요. 레벨업 엄청 하겠네요. 문제는 레벨업거리가 또있다는거?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1.22 14:26
    No. 20

    어차피 실전이야 같이 있을때 겪어보는게 더 좋을테고 업할 기회야 주변에 아직 많이 널려 있겠죠?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현무
    작성일
    14.01.23 09:43
    No. 21

    이제 슬슬 좀비도 모여들고.. 육개월간의 여정이 끝날 타이밍인가욬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1.23 20:23
    No. 22

    설마요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쉬; 아 스포는 빼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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