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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연재수 :
1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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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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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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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웅크린자의 시간 104

DUMMY

처음부터 말끔히 밀어냈으면 좋았을 것을 초입의 길목에서부터 맨 처음 차량에 대한 처리를 대충해서 한 차량, 한 차량 끌어당겨 와 밀쳐대다가 보니 겹겹이 싸여져 이젠 넓어져 있던 대부분의 공간이 내가 내부에서 끌어낸 차량들로 인해 뒤엉켜 들어가 마지막 차량을 도로 위에서 끌어내 볼 때 즈음엔 이젠 후진하기에도 어렵사리 진행될 만큼 복잡해져만 가고 있었었는데, 이런 나를 뒤에서 내내 보조해주던 예린이가 혼자서 잠시 열 받았었는지 저도 모르는 방언을 이내 토해내며 나를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여줬고 난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잠자코만 움직여댔었다.

불난 데 부채질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전방의 한쪽 차량들을 모조리 끌어내 버린 참이라서, 레미콘 차량의 우측 한 귀퉁이를 비워낸 터라 이내 밖에 멈춰선 마지막 차량의 손질을 마저 끝내고 다시금 버스 위에 오른 뒤 전방으로 나아가며 레미콘 차량의 틔워진 오른편을 공략해봤다.

이윽고 차량 간의 함성이 뒤따르며 도로를 생으로 긁어대는 바퀴 휠의 마찰음이 주변을 온통 날카롭게 후벼 파기 시작했고 가끔씩 불꽃마저 일고 있었다.


“텅~! 끼이이익~! 끼이이이이~. 끼이익~ 끽!”

그나마 비워진 빈틈이라도 얼마 되지 않는다.

본래부터 차체가 조금 우측방향으로 틀어져 있었던 레미콘 차량은 마지막에 빼내 버렸던 차량만큼의 빈틈만을 허용해줬었고 바로 우측 가로는 도로 끝에 가드레일이 길게 설치되어 있어 내 통통한 버스로는 날렵하게 아무런 상처도 없이 빠져나갈 도리 또한 생길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빈틈을 범퍼의 단단함으로 비집고 벌려대고만 있었었는데, 조금 전 내가 일으켜댄 화재로 인해 차량들의 타이어들이 모조리 소실된 탓에 그저 아스팔트와 절대로 만나서는 아니 될 생 바퀴의 휠들이 서로 노면을 할퀴어대며 마찰과 동시에 불꽃과 더불어서 점점 더 휘어가는 가드레일의 모습과 함께 더욱더 많은 공간을 버스의 전면부에 할애해주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더 벌어질 필요가 없을 만큼 공간이 확보되어지고 버스의 뒤꽁무니마저도 벌려진 빈틈을 그대로 통과해내는 모양새, 나머지 전방의 차량들이야 지금껏 해내온 것처럼 구겨내듯 밀쳐버리거나 파헤쳐나가며 레미콘 차량 너머 새로운 구간 위를 점거해 나가 드디어 처음 맞딱드리게 된 도로 위의 난코스를 버스로 개척해내는 성과마저 이뤄내게 되었다.


“오예~! 아저씨. 성공이야 성공! 우리 정말 잘 빠져나왔다 그치~?”

“그래! 그랬구나. 잘 빠져나왔구나! 성공이야! 자 그럼 우리 시간도 좀 지났고 그랬으니 우선 미리부터 잠잘 주유소나 찾으러 가볼까?”

“그래 그러자 근데 주유소가 어디에 있어 가까 지나쳐 올 때 몇 군데 보기는 했었는데 다시 돌아가야 되는 거야?”

난 이런 예린이의 반응에 그저 예린이가 어린애라서 그랬었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녀석이 단순했었던 탓에 버스가 난코스의 돌입과 동시에 통과를 이뤄내자마자 기뻐서 내게로 달려들어 목을 끌어안고 마구 흔들어대던 탓에 조금 전 왜 그렇게 바부팅이 같냐며 열을 올려대던 게 불과 십여 분 전 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다, 이내 곧바로 이런 녀석에게 무슨 말을 더 꺼내볼까 속으로만 되뇌이며 오늘의 잠자리 겸 유류의 보충을 위한 주유소 찾기에 돌입해 봤다.

초행길에 나선 길, 어디 가서 물어볼 곳도 없고. 없긴 왜 없겠나? 우리들에겐 네비가 이미 갖춰져 있었다.

우리에겐 네비란 귀물이 있어 주유소가 절로 불타 없어져 버리지만 않았었다면 네비에 검색을 통해서 잠시 멈춰 서있는 내 버스 주위에 가장 가까운 주유소들의 표시를 지켜보며 가서 들러보기만 하면 그뿐, 이내 운행을 재개해 가며 잠시 국도를 조금 더 돌파해내고 가던 경로를 잠시 이탈해보며 국도상에서 벗어나 가장 가까이서 아직까지도 생존해있던 주유소에 무사히 도착해 오늘의 여장을 풀어볼 수가 있었다.

그렇게 도착에 이른 시간이 오후 다섯 시 반경, 아직은 노을이 내리기에도 조금은 이른 시간. 하지만 이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하리라.


난 우리의 오늘의 일정을 여기까지로만 한정시키며 이내 버스를 주유소에서 조금은 벗어난 지역 인근 도로가에 그대로 주차시켜 놓으며 후에 있을 정비시간과 저녁식사시간, 더불어서 휴식시간을 지나쳐 기나긴 잠자리에 들어가며 누적된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보고자 하였다.

그렇게 야외에서 맞이하는 첫날밤, 밤새 평안하기를 기원해보지만.


* * *


“차라라라락! 위이이이잉~!”

야심한 밤의 정적을 꿰뚫고 어딘지도 모를 이제는 모든 행인의 통행마저 사라져버려서 더욱더 적막해져 버린 도로 위를 야심한 시각에 연신 반복적으로 달려대는 두 바퀴의 마찰음만이 있었다.

나아가는 속도와는 다르게 두 다리의 동작들은 이미 멈춰선지 오래, 지금 야심한 밤을 틈타서 조용히 그리고 은근 쾌속하게 꿰뚫고 지나가는 건 검은 보호복에 무장과 더불어서 전기자전거에 몸을 실은 민우의 행보였다.

이 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9월 10일 경기도 와촌 교차로 인근의 마을 부근 새벽 00:50


우리들에게 밤 시간이라는 건 축복과 동시에 위안을 겸한 재충전의 시간, 하루 동안 부득불 싸여지게 된 피로를 말끔히 덜어낼 수도, 밥도 해먹어가면서 체력의 유지를 꾀하거나 하루 내 내려오느라 고생한 버스의 자잘한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에도, 내내 내려왔었던 국도상의 루트를 지도상에 꼼꼼히 형광펜으로 표시해 남기며 다시금 재진입하게 될 루트와 나중에 되짚어올 그 날을 꿈꾸게끔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이제 나선 걸음이 겨우 첫째 날 그것도 무려 첫날밤에 이런 감상젖기라는 건 왠지 오바일까? 하지만 우리들의 이 밤은 무척이나 길었고 지루했으며 게다가 할 일 또한 별로 남아 있지도 않았었다.


낮잠도 이미 즐겨버린지라 졸리지도 그나마 해먹은 저녁마저도 간단한 상차림이 대부분이라서 조리해 먹고 뒤처리마저도 해치워버린 지 오래.

대부분의 설거지거리가 모두 일회용 식기로 구성되어진 탓에 찌개를 끓일 때 쓰이던 냄비와 밥의 취사를 담당했던 전기밥통의 솥만을 잠시 물을 부어두었다가 잠깐 불려본 뒤에 키친타올로 한번 쓰윽 닦아내고서 설거지는 끝.

나머지 식기들이야 일회용들이니 식탁 바닥의 깔개 삼아서 쓰였던 얇고 넓은 흰색의 비닐 전지를 그대로 뭉뚱그려서 창밖으로 내던져버리며 마무리 그 뒤론 내내 심심 하기기 이를 때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하나씩 저러한 과정들을 거쳐 가며 첫날의 감회에 젖어보았고 모든 준비를 타이트하게 해두고선 정작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서 미처 궁리해두지 않은 게 실수였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준비과정이라더니. 난 무료한 시간을 내내 어떻게 하면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까 연구해보며 무료한 시간을 이러한 궁리들로 때워보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방법들을 속으로 연구해보면서도 버스 외곽을 살피던 야시경 장비의 위치는 눈가에서 그칠 줄을 몰랐다.

내내 이러한 궁리들과 창밖을 살펴대던 나 그러다 어느덧 이제는 밤도 깊어 고요한 시간에 이르게 되자 버스의 밀폐를 완벽히 하며 잠자리에 오르는 모습이었다.


천장에 매달아 놓은 침상 위에 예린이가 줄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야시경으로 관찰해보며 그리곤 내가 바로 침상 위에 같은 방식으로 오른 뒤, 침상 위 모두에 개별적으로 매달아 놓은 커튼을 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코골이의 방비마저도 끝내봤다. 그리곤 헤드 랜턴을 착용해보며 몇 가지 앞으로 무료한 시간을 때우게 될 방법들을 내내 적어내리다 뒤척거리는 것도 잠시 어느샌가 잠이 들고야 말았었고, 얼마나 잠이 들었던 걸까 누구도 알지 못했던 잠깐 동안의 위험이 들이닥치는 모양새였는데 서서히 접근해 들어오는 위험, 그와 동시에 두들김. 하지만 그전부터 미약하게나마 새어져 나오고 있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크으~ 푸- 크흡- …… 푸- 크으~”


* * *


“퉁퉁! 퉁퉁! 퉁!”

“크으~ 푸- 크~ 읍? 퉁~! 엇! 뭐 뭐야 이거? 아이고 아퍼!”

난 자다가 어느새 일어난 소리에 놀라서 그만 벌떡 일어나다가 버스의 천장 부분에 이마를 부딪쳤고 이내 아픈 부위를 손바닥으로 문질러대다가, 연신 일으켜대는 소음에 커튼을 열어 젖히지도 못한 채로 몸통만을 까뒤집고 줄사다리의 도움을 받아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용히 그리고 또 신속한 이동을 실시했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버스의 차체를 두들겨대는 소리는 그칠 기미가 없었고, 난 창가를 가려두었던 커튼을 살짝궁 들추고 소음의 차단을 위해서 창문에 덧대놓았었던 스티로폼 패널의 한 귀퉁이를 조심스레 비껴내 틈을 만들어서 그 틈사이로 외부의 전경을 관찰해봤다.

내 눈에는 이미 야시경 장비가 착용되어 진지 오래, 조금 전 침상 위에서 발을 떼어놓기도 전부터 벌써 이루어진 일로서 내 시야에 들어오는 그 모습은 바로 좀비.

창밖을 바로 마주 대하고 있는 채로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녀석이 차체를 두들겨대는 모습과 조금 더 멀찍이서 점점 더 근접해오고 있는 여러 마리 좀비들의 걸어 다니는 모습들이었다.


‘이런, 이거 내가 코 고는 소리가 또 밖으로 새어나가 버린 거 아니야?’

난 원인이란 게 하나뿐이라서 곧바로 추론과 동시에 원인을 유추해낼 수가 있었었지만, 더 이상의 소란이나 녀석들의 접근은 용납키가 어려워서 한쪽 벽에 걸어 놓았던 블로우건을 꺼내다가 레이저포인터들의 전원을 상기시켜내며 차체를 두들겨대는 좀비의 대가리에 우선해서 일발 장전 조준한 뒤에 곧바로 시위를 놔버렸다.

이윽고 무력화된 좀비의 신체가 지상으로 곧바로 흘러내리게 되고 잠시 뜸을 들이며 기다림을 틈타 점점 더 다가서는 좀비들을 차례대로 하나씩 대가리에 화살을 꽂아 넣으며 블로우건으로 제지시켜 버렸다.

그러자 이내 다시금 찾아들게 된 정적.


“아저씨 다 끝난 거야?”

“어, 어? 어! 끝났다. 더 이상 없어. 근데 아저씨가 또 코 골면서 잤니?”

“아저씨야 맨날 골면서 자지! 안고는 날이 있었나! 그런데 그 소리 듣고 녀석들이 다가온 거야? 바깥에서는 이제 그 소리가 아예 안 들리게 된 것 아니었어?”

“음. 그랬나 보다! 아무래도 막아놓기는 했었는데 가까이서 지나가던 놈이 아마도 듣게 된 모양이다. 그래서 한 놈이 두들겨대는 바람에 다른 놈들도 끼어들려고 오다가 나한테 걸린 것 같고 그나마 내가 일찍 일어나서 다행이었지 만약에 안 그랬었다면 꽤나 성가셔질 뻔했다. 이제 놈들도 모조리 다 제거해버렸으니 넌 조금 더 자렴. 아저씨는 잠깐만 생각 좀 더 해보고 잘게.”

“그러다 또 놈들이 두들겨대면 어떡하려고?”

“음 글쎄다.”


난 내가 모든 좀비를 해치울 동안에 야시경 장비를 얼굴에 착용한 채로 커튼 뒤에서 고개만을 빼꼼히 내밀고는 기다리고 있었던 예린이와 잠시 동안의 대화를 나눠봤고, 이러한 추론을 내보다 이게 어느 정도는 사실일 거라고 결론을 지어봤다.

그게 아니 다라면 우리에겐 들킬 이유조차도 없었고 원인을 알아냈으니 해결책만이 남아있던 참이라지만 내가 잠을 자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서는 뾰족한 방법 또한 떠오르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내가 그간 내내 궁리해봤던 방법이 바로 방음장치를 달아주는 것이었고 내가 자는 동안에도 과연 이상이 없을지 실험 삼아서 mp3로 버스 바깥에서 녹음을 해본 결과로는 이상 무였었다.

이에 무척 고무되어 있었던 나. 하지만 이전의 실험과는 대조적으로 이번에 실제 야외에서 접목해보니 바로 들통이나 버리는 게 아무래도 녀석들의 귀를 너무나도 하찮게 여긴 듯이 보인다. 그래서 멀리 떨어진 곳의 녀석들이야 못 들으면 그만이었지만 지나가다 운 좋게 얻어걸린 녀석에게는 무용지물, 그놈이 당연시되게도 차체를 두들겨대며 소란을 일으켜댈 테고 금방 못 듣던 녀석들도 금세 알아차리게 될 거란 건 여반장이었다.

아무래도 이대로 푹잠을 자기에는 그른 듯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만 같아서 내내 고민만을 해보다 이내 결심한 듯 해결책 삼아서 잠시 시계의 시간을 확인해보며 한켠에 매달아둔 물건을 풀어내었다. 그리곤 그것을 들쳐 매고서 거리로 나서본 길 그 발걸음 끝엔 조용하고도 신속한 이동을 도와줄 자전거가 함께했었는데, 그것은 일반 페달을 밟아서 사람의 인력으로 달려가는 자전거가 아닌 모터와 배터리로 동력원이 구성된 전기 자전거의 모습이었다.


잠이야 하루 이틀 정도 안 자고도 버텨낼 수는 있겠지만 갈 길이 멀고도 험해 안 자고 버텨내기에는 거의 불가능이라 유사시에 조용히 이동해보려 준비해둔 물건이 이것으로, 예전에도 꽃분호의 도움이 유독히 뛰어났었던지라 내 보금자리 인근을 터는 와중에서 발견되어진 게 이 모터가 달린 전기 자전거였다.

우연찮게 찾아지게 된 자전거대리점 한구석에서 박스와 함께 먼지를 뒤집어쓴 물건을 꺼내와서 내가 조립만을 거치게 됐는데, 일체형이 아닌데다가 달랑 하나뿐인 박스와 시제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주인장이 그 시제품을 우선해서 보여주고 물건을 주문받게 되면 그제서야 모터와 배터리만을 매달아서 개조시킨 뒤에야 물건을 납품하곤 했었던지 싶어 보였다.

하기야 수요가 많은 물건도 아닐 테고 가격이 싸지도 않은데다가 배터리마저도 몇 년에 한 번씩은 교체가 필수이니 얼마나 메리트가 있었을는지 모를 물건이 이것 바로 전기자전거란 물건이었는데, 대신에 이런 시기에 나에게는 무척이나 요긴하게 쓰여질만한 물건중에 하나로 시운전 이후에 처음으로 끌고 나오게 된 터라서 꽃분호와는 다르게도 버스에 실어서 운반이 가능할 만큼만 무거웠었고, 속도마저도 배 이상 빨라서 어느 정도는 신속한 이동 해나가기가 가능해지리라 여겼다.

물론 야심한 시각 야시경의 도움을 받고 있다손 치지만 그 외에 보조적인 광원 또한 있지를 않으니 무조건 서행이었고, 대신에 주간에는 능력껏 달려주겠지 여기지만 그런 일이 생겨나 지지 않는 게 최선으로, 난 이 자전거를 타고서 야심한 시각의 밤 라이딩을 펼쳐보기 시작했었는데 이렇게 내가 홀로 나서보게 된 그 배경에는 편안한 잠자리를 가져보기 위한 동기에서부터가 출발이었다.


초저녁에는 낮잠을 이뤄서인지 못내 잠을 못 이뤄서 고민이었던 것이 야심한 밤 시각이 되자 이제는 반대로 잠이 몰려와서 졸리울 지경, 그전에 조금 자다가 좀비의 두드림으로 인해 놀라고 난 뒤에는 내내 고민만을 안고 있다가 해결책 삼아서 나서본 참으로 그 해결책이란 건 다름 아닌 내내 자주 저지르곤 하던 바로 불 지르기였다.

낮에 해댄 것처럼 하룻밤 동안에 활활 잘 타오를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선정하여 불을 질러내 소란을 일으켜 빠져나오는 것으로, 그곳에 녀석들의 주의가 온통 쏠려지게끔 만들어 두고 우리들은 버스 안에서 푹잠을 잔다는 계획 하에서 나서본 길이었었는데, 내가 버스 대신에 전기자전거를 끌고 나오게 된 건 버스의 기동 시에 소음으로 인하여 기인된 바가 무척 컸다.

이에 내가 자전거만을 끌고 나간다고 해서 약간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예린이가 건네 보기도 했었었지만, 난 완전무장에 보호복까지 차려입고서 야시경 장비를 얼굴에 착용한 채로 나서본 길이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동네 마실 다니는 것처럼 쾌적하기까지 했다.

직접 페달을 밟는 것 대신에 그저 엉덩이를 안장 위에 걸치고 페달 위에 두 발을 올려두고서 중심만 잡기만 하면 그뿐, 유유자적 야심한 심야 길을 야시경으로 천천히 더듬어가며 마땅한 먹잇감의 물색에 나서보았다.


너무 가까이 있어도 안 되고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질러봐야 무용지물.

처음에 이곳에 도착할 때부터 질러보려던 시도였다라면 야심한 시각에 이처럼 달려볼 필요조차도 없었을 것을, 이 시간에는 버스를 동원해볼 수조차도 없었으니 나서본 길에 그간 어둠도 열심히 달음질쳐줘 앞으로 약 다섯 시간 후면 날도 밝을 예정이니, 그 정도만이라도 활활 타올라 줄 물건 찾기에 열심이었고 곧바로 내 시야에 들어오는 한 목표물이 선정되었다.

왠지 마음에 쏙 드는 외딴 단독 집 한 채.

아무리 다섯 시간 정도의 쿨타임이 필요하다손 치더라도 왠지 다닥다닥 맞닿아 있는 집들에서는 불 질러대기가 조금은 과하다 싶다는 생각이라서 대신에 자동차에 불 질러대기에는 다소 소란스럽기도 해서 안성맞춤이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짧은 지속시간 덕분에 외딴집 한 채를 내내 둘러보며 찾아대는 모양새였는데 마침 도로가를 조금 벗어난 위치에 외딴집 한 채가 야시경 너머로 찾아 들어오길래 가까이 접근해가며 우선적으로 소리부터 질르고 봤다.


“거기 아무도 없으십니까? 있으면 지금 얼른 나오세요. 제가 지금부터 거기다가 불을 지를 예정이거든요. 열 셀 때까지 무조건 나오세요. 자 숫자 들어갑니다. 하나, 둘, 셋, …, 일곱, 여덟 히극~! 퍽! 화르륵~!”


내가 이처럼 건물에 불 지를 때마다 건물에다 대고 소리쳐대는 건 의무감 차원에서 하는 자기 위안 같은 것으로서 이미 머릿속으로는 이 안에 아무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여러 정황상으로 깨닫고는 있었었지만, 매번 혹시나 하는 주저하는 마음에 이를 달래보고자 변명차원에서 하는 행위로 어찌 보면 헛짓거리라고 할 수 있었다.

나와도 좋고 안 나오면 그만인. 하지만 내 목소리를 듣고서 찾아 나선 이는 좀비 여러 마리로 이에 숫자를 마저 세나가던 도중에 이 모습을 발견하게 된 나는 개중 가장 앞서있던 좀비 한 녀석을 곧바로 오른발의 발바닥으로 밀쳐 내버리며 일시적으로 접근을 차단시킨 뒤, 숫자를 세던 와중에서 미리 심지에 불붙여 놓았었던 화염병을 내던져버리며 다가오던 좀비들의 무리 중간 바닥에 투척시키게 되자 일순 그곳 일대가 온통 화염으로 뒤덮여지며 온몸에 불이 옮겨붙게 돼 버린 녀석들의 지랄발광이 있었다.


뜨거웠던 탓일까? 평소 때보다도 다소 빨라지게 된 녀석들의 움직임.

나를 목표로 했었더라면 다소 위협이 될 만한 그러한 몸짓들은 것보다도 우왕좌왕 집안 내부를 절로 돌아다니다 제풀에 쓰러져버리는 모양새에, 그냥 저리 두어도 집이 절로 불타오를 것만 같다라는 나만의 예상치가 있어 이에 그만 그대로 그 집을 벗어나 버리고는 가다가 가던 길 잠시 멈춰 서 보며 뒤돌아서 불구경해 보니, 아무래도 불길이 점점 더 치솟아 오르는 게 저대로 가만히만 냅둬도 전소되어질 게 분명해 보였다.

이에 그 모습에 더욱더 흡족해하며 그 거리를 지나쳐 버스가 멈춰 선 길로 다시금 되짚어나가는 모습을 취해봤었는데, 버스에 오르기 전까지 몇 번의 시간차를 나누어서 몇 번의 작은 폭발음과 더불어 한 번의 대찬 폭발음 소리가 여기까지 울려대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일차로 그 집안 어느 곳에 숨겨져 있었던 부탄가스가 우선적으로 유폭을 일으키고 뒤이어서 일어난 크나큰 폭발음은 아마도 집안에 취사용으로 사용했었던 LPG 가스통이라도 가스가 새어 나와 폭발에까지 이르게 된 모양이라 지레짐작만을 해보았다.

어쨌던지 저 쨌던지 간에 소란을 일으켜대는 목적에서라면 어느 정도 큰 성공을 이루어내었고 이내 난 다시금 침상 속에 기어들어가 잠자리에 들어간 후 새벽 동트기 전까지 세상모르게 골아 떨어져 보았다.

이윽고 어디선가 닭 우는소리가 잡히는 듯하며 아침이 밝아 오르려던 찰나에.


“아저씨 일어나봐! 어디서 닭 운다. 그리고 어서 밥 먹고 기름 넣고 출발해야지! 기름은 새벽에 넣어야 제맛이라면서! 그리고 기름 냄새 맡은 뒤에 와서 밥 먹을 거야? 속 미식 거리게. 일어나 어서 빨랑! 빨랑빨랑~!”


작가의말

열두 시 이전에 올려보려 노력했었는데 어제 글 대부분을 날려버리고 새로 작성하느라 시간도 늘어지고 스토리 한편을 완성시켜보려 한 것이 분량도 꽤 커져 버리고 말았네요.

우리 모두 김연아 선수의 선전을 기원해보며 결과야 어땠었든지 간에 노력만은 그녀가 최고였다 라며 인정해보는 박수를 우선적으로 건네보는 바입니다. 물론 그녀의 선전도 기원해 보며 올라가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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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웅크린자의 시간 100 +50 14.02.07 5,835 141 14쪽
100 웅크린자의 시간 99 +34 14.02.06 5,469 159 16쪽
99 웅크린자의 시간 98 +20 14.02.04 5,751 175 14쪽
98 웅크린자의 시간 97 +20 14.02.02 5,486 169 16쪽
97 웅크린자의 시간 96 +26 14.01.29 5,797 176 15쪽
96 웅크린자의 시간 95 +13 14.01.27 5,709 173 16쪽
95 웅크린자의 시간 94 +20 14.01.25 5,840 161 17쪽
94 웅크린자의 시간 93 +16 14.01.23 5,605 159 21쪽
93 웅크린자의 시간 92 +22 14.01.22 5,905 145 19쪽
92 웅크린자의 시간 91 +22 14.01.20 6,094 163 21쪽
91 웅크린자의 시간 90 +16 14.01.18 5,885 177 16쪽
90 웅크린자의 시간 89 +16 14.01.16 5,441 183 14쪽
89 웅크린자의 시간 88 +20 14.01.15 5,985 16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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