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자의 시간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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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든 총탄이 내 버스의 어느 부위에 직격 됐는지도 미처 파악이 안 됐다.
그저 예린이와 더불어서 농담 따먹기를 하던 와중이었는데, 노면을 생각해 그나마 서서히 달리던 시속 10km 정도의 전진에 총소리와 더불어서 차체를 때려대는 요란한 진동음에 엉겁결에 나도 모르게 힘준다는 게 그만, 브레이크를 밟아버려서 요란한 소리와 동시에 바퀴가 펑크나 버렸다.
“끼이익! 쾅~!”
펑크 하나에 이런 폭발음이라니 방금 울린 총소리보다도 더욱 크고 육중한 진동음이 주변을 때려대었다.
그만큼 요란했던 파열음.
하나만 터져갔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바퀴가 터져버렸는지도 나는 알 수가 없었고 예린이도 갑작스레 들려오는 총소리에는 긴가민가하더니, 우리의 버스 바퀴가 멈춤과 동시에 터져나가기 시작하자 그것에 더욱더 놀라버린 기색이었다.
물론 그간에 바퀴를 몇 번씩이나 교체해대기도 했었고 펑크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내 지금껏 일어났었던 펑크의 대부분은 거의 다가 점검상에서 발견되어지거나 운행 중에 공기가 실실 빠져나가는 정도에 그쳤었지, 이처럼 폭탄이 터진 듯한 요란한 괴성과 진동은 그동안 우리들도 접해보지 못한 상태로 아마도 엊그제 일어난 좀비 웨이브의 영향 탓으로 느껴졌다.
그날에 데미지를 입은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가 실실 달려대다가 내가 갑작스런 총격에 깜짝 놀라서 엉겁결에 밟아댄 걸 노면 상의 이물질이 바퀴에 걸려든 것 같았고, 이대로 도망쳐 버릴지 아니면 어디서 공격해온 것인지를 확인해 그 뒤 대응사격에 나설지에 대해 잠시 고민해보다 일단은 관망해보기로 하였다.
사방이 탁 트여진 도로 한복판 위에서 달랑 총 한 발 발사되고 피격됐다고 해서 어디서 날아 들어온 총탄인지 또 탄두가 어디를 맞았고, 무슨 총기에, 어떤 식으로 발사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하여 그 모든 걸 알아낼 수가 있다면 그건 구라였다. 아니면 점쟁이거나.
일단 한발에서 시작됐고 그쳤다.
물론 시작이 반이라지만 이대로 버스가 멈춰선 지도 몇 분이 지나가고 있건만 더 이상의 피격은 이루어지지가 않았고, 게다가 내 버스에서 나온 바퀴의 펑크 소리는 그 사격소리보다도 요란하여 마치 엊그제 지나쳐간 좀비 웨이브를 불러들일 듯 그 정도로 요란했고 그 펑크 소리를 나만이 들었을까?
또 바퀴가 펑크 좀 났다고 해서 이 상태에서도 달려봄 직했었지만 노면이 워낙에 불규칙해 이대로 출발을 시도했다가 다시금 펑크라도 일어나게 된다면 그때는 바로 전쟁이었다. 전쟁.
내가 쏜 이를 적들로 인식해 도망을 치려다 다시금 주저앉게 되면 내게 사격을 가해댄 이도 내가 이젠 오도 가도 못하게 됐으니 어떤 식으로든 다가오면 방어적인 액션을 취할 거라고 생각할 테고, 자신들에게도 총기가 있었으니 나에게도 총기가 있을 걸로 미뤄 짐작해 대응해 올 것이었다.
그럼 그때엔 우리들은 우두커니 이 안에서 다른 이의 출몰 시를 대비해야만 할 테고 그렇게 되게 된다면 누가 더 유리할지 안 봐도 뻔할 뻔 자였다.
외부에 안 보이는 적과 바퀴가 펑크나 두 발이 묶이게 된 우리들. 이런 우리들을 마주 대한 최초의 사격을 보여준 생존자는 이런 내 버스를 바라보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떠올릴까?
온통 개조가 이루어진 초록색의 철갑괴물로 보이진 않을까?
비늘에 겹겹이 쌓인 초록의 괴물 장갑차.
무시하지만 않는다라면 더욱더 조심스럽게 접근이 이루어질 테고 참으로 아쉬운 노릇이었지만, 내 개조버스에도 한계는 있어 이 버스는 대 좀비 방어용이지 인간과의 사투를 치러낼 용도로 개조되지가 않았다.
물론 버스 곳곳에 내 손이 거쳐 가 모든 약점을 다 꿰뚫고 있는 내 눈에야 그렇지 다른 이에게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버스의 형태만 봐도 딱 보기에 우등고속버스였었음을 눈치채게 될 테고 외부에 장갑을 덧댔다지만, 버스의 하단부가 썰렁하다란 건 삼척동자라도 눈치챌 노릇.
오도 가도 못해, 어디서 쐈는지도 몰라, 또 왜 쏴 댔었는지, 적들이 몇인지, 과연 적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어떤 액션을 취해 댄다는 건 무리라 여겨봤고 ,우리에겐 정보가 너무도 부족하여 난 이대로 대응을 자제하며 사격을 가한 이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먼저 우리들에게 반응을 보여줬으니 급한 건 저쪽이고 우리가 잠자코 대기하면 또다시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 그 자세를 보고 그다음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기로.
우리들이 가진 유탄 발사기급만 아니라면 일반적인 총탄의 사격은 우리의 버스 외피가 거뜬하게 막아 줄 테고 만일에 더 도발해온다면 즉각 응징에 나서보기로 결심했다.
“예린아 넌 전방을 맡아라! 아저씨는 후미를 볼 테니!”
“그럼 어떻게 하면 돼? 보이면 바로 쏴?”
“아니 아저씨가 쏘라고 하면 쏘고 그전엔 절대로 쏘지 마! 알았지? 좀비가 다가와도 무조건 쏘지 마! 사람이 다가와도 절대로 쏘지 말고. 좀비랑 사람이 서로 싸운다고 해도 무조건 쏘지 마! 대신에 아저씨가 쏘라고 할 때만 쏴! 알았지?”
“응 알았어! 맡겨만 둬!”
난 뭐가 알았단 건지 사람이 나타나도 과연 진짜로 예린이가 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며 예린이가 대답과 동시에 우측의 k-3 기관총 좌에 안착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이미 탄통이 비어버린 후방의 k-4 고속유탄발사기의 탄통을 새것으로 교환시키며 일 발 재장전마저도 끝내버렸다.
이젠 대응만이 남은 셈. 그리곤 망원경 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외부의 이상 징후를 살펴대기 시작했고 내심 결심을 다졌다.
“또 쏘기만 쏴봐라. 그땐 아주 아작을 내줄 테니!”
<그 시각 인근의 사격이 이루어진 건물 옥상 위.>
“탕~!”
“엇 멈췄다. 맞았나?”
“몰라 배운 대로 쐈는데 그게 설마 맞았을라고?”
“아까 무지하게 큰 소리가 나던데?”
“그거 버스 빵꾸 날 때 나는 소리야! 아마도 저 버스 가다가 빵꾸가 나서 멈췄는가 보다.”
“야 그럼 저러다 그냥 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저 차에 알려야 되잖아?”
“어쩌긴 뭘 어떻게 해. 정해 놓은 대로 하기만 하면 돼지! 어서 저 프‥.”
“어떤 새끼야! 어떤 새끼가 함부로 총 쐈어! 대가리에 총 맞고 싶어서 그런 거야 뭐야! 녀석들이 잘 지나갔나 확인하라고 했더니 다시 오라고 시위하는 거야? 뭐야!”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어찌나 급하게 계단을 뛰어오른 모양인지 옥상으로 통하는 방화문이 열리자마자 준영의 쌍욕이 시작됐다. 그리고 변명을 하듯 영남의 설명이 시작되고.
“아, 아니야 준영아! 아니 캡틴! 이걸로 저것 좀 봐!”
주형은 사고를 친 두 파수꾼을 못마땅하다는 듯이 잠시 쳐다보며 무슨 일인지 알고 싶어서 영남이 가리키는 쪽을 망원경 너머로 주시를 하다 이내 탄성을 터뜨렸다.
“저, 저건?”
“그래 아침 일찍부터 우리 둘이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침 저 버스가 지나가더라고. 잡긴 잡아야 되겠는데 달리 방법이 없어서 현호가 일단 한 발 쏘고 봤는데, 저 버스가 펑크라도 났는지 저대로 멈추더라고. 일단 우리가 쏜 거는 알아차린 모양인데 정해진 대로 현호가 하자는데 우리 어떡할까? 그냥 저대로 놔둘까? 아님 정해진 대로 할까?”
“고민하긴 뭘 고민해! 그냥 정해진 대로 해!”
“그, 그래?”
영남은 주형의 다그침에 잠시 설명을 해보다가 주영의 결정에 현호와 움직이며 옥상 한 귀퉁이에 설치된 하얀 천 뭉치를 풀어버렸고, 그 천 뭉치는 몸체에 고정된 로프가 풀리자마자 지면으로 곤두박질치며 팽팽히 당겨지는 모양새였다.
그곳 위에 덧쓰여진 단어들이 선명했다.
“사 람 살 려 요 ! 도 와 주 세 요 !”
플래카드가 일직선으로 쫙 펼쳐지게 되자 다시금 주형의 지시가 떨어졌다.
“야! 니들 둘은 아래서 사람들한테 설명 좀 해주고, 몇 사람 더해서 저 버스에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미리 확인해보고 이쪽에 알려줘! 지시는 내가 내릴 테니. 그 총은 우선 나주고. 몇 정 더 챙겨가! 어서 가! 빨리! 서둘러!”
“그, 그래!”
“가자. 빨리!”
떠나가는 영남과 현호의 뒷모습을 돌아보지도 않고 내내 망원경 너머의 초록에 물들은 버스의 모습을 주시해보는 주형이었다.
‘저거 엄청난데! 모양을 보아하니 군용차는 아닌 것 같고. 과연 누가 타고 있을까? 살아남은 사람들이 우리뿐인 줄로만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닌가 보군. 저 정도면 이거 더욱더 탄탄해지겠는걸!’
뭔가 잔뜩 기대감에 부풀은 주형의 모습 과연 이들과의 접촉은 득이 될까 실일까.
-. 9월 16일 경기도 용인시 인근 국도변 아침 08:34
첫 사격이 있은 후로 약 삼십여 분이 지나갔다.
그간의 대치상태는 그대로요 더 이상의 가해지는 사격도 접근해오는 생존자 또한 없었지만, 처음의 반응이 일어난 이후로 채 오 분도 되지 않아서 좌측 건너편에서 보이는 건물 하나에 흰색 플래카드가 망원경 속의 시야로 뜬금없이 펼쳐지는 모습에 몇 분 전만 해도 발견해내지 못했던 터라, 이 플래카드가 내 시야 속에 고스란히 들어오자 글귀마저 확인해내곤 우리 외에 또 다른 생존자가 있음을 확인했다.
총질과 더불어서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란 문구라, 뭔가 상당히 이질적인 모습이었지만 초탄 이후로 더 이상의 도발징후도 없었고, 저 문구상의 글씨가 우리를 방심케 하기 위한 목적의 뻥카일 수도 있었지만, 대신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으로 대비해 보며 언젠가 접근해올 상황을 준비했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 버스의 후미 부근에서 자전거를 탄 채로 흰색의 깃발을 나부끼는 웬 여자 하나가 서서히 접근해 들어오고 있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자전거 탄 여성.
‘총질에 방심에 이제는 미인계인가?’
“예린아 계속 주변에 뭐가 가까이 접근해 오는 게 없나 잘 살펴보고 만약에 보이면 무조건 쏴버려! 알았지?”
“쏴? 그냥 막 쏴도 돼?”
“그래 쏴! 지금은 쏴도 돼! 대신에 아저씨 쪽에서 오는 저 자전거 탄 여자 쪽은 빼고 알았지?”
“웅. 알았어! 근데 저 여자 혹시 아저씨 타입이야 그래서 쏘지 말라고 그러는 건 아니지?”
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녀석을 한번 쳐다보는 것으로 그쳤고 그대로 후미로 되돌아와 점점 더 접근해오는 바깥의 여성을 면밀히 주시해봤다.
그러던 와중에서도 혹시나 기습이 있을까 싶어 이에 대한 대비에도 확인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이윽고 그 여성이 후미 밖 5m 거리까지 접근해오자 나는 준비된 확성기를 켜며 여성의 더 이상의 접근을 제지시켜나갔다.
“삐이이익~! 아아아! 살아계신 분을 거리에서라도 만나게 되니 무척 반갑습니다만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마십시오. 대신에 거기서 말씀하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은 환영입니다.”
나의 급작스런 확성기 소리에 조금은 놀란 듯한 접근하는 여성의 표정변화가 일었고 이에 난 다시금 멘트를 서서히 이어갔다.
“이름과 혼자 신지 아닌지, 만약에 혼자가 아니시라면 혹여 몇 분이나 더 계신지, 또 우리들에게 총질을 가하셨는데 이곳에 무장을 하고 오신 건지, 또 총질을 해댄 이유에 대해서 먼저 해명을 부탁드립니다.”
나의 이러한 소소한 요구사항에 잠시 노려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그 여성의 입에서 최초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예린이가 아닌 또 다른 생존자의 목소리.
“이봐요! 거기 안에서만 소리쳐 대는 건 좀 무례한 거 아닌가요?”
* * *
총질이 먼저 있었고 접촉이 시작되었으며 우리는 서로 간의 대화 중이었다.
“삐이익~! 무례한 건 그쪽이 먼저 저지른 것 아닙니까? 지나가는 차에 발포라니요! 그러다 누군가라도 맞기라도 했었으면 어떡할 뻔했습니까? 또 그러라는 보장이 없으니 이러는 수밖에요?”
총탄을 먼저 얻어맞은 처지에 항변해보며 우리들은 이럴 수밖에 없다는 처지에 주장을 펼쳐보며 변명이라도 해보라며 잠시 발언권을 넘겨주었고, 그녀의 입에서 먼저 사과의 말이 전해왔다.
“그건 우리가 미안해요. 쏘려고 해서 쏜 건 아니었는데 버스가 지나치는데 반가운 마음에 우선 멈추게는 해야겠고 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급한 마음에 쏜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릴게요.”
고개까지 숙여가며 사과를 해댄다. 하지만 짚을 건 짚고 나가야지.
“그럼 공포탄으로 쏘면 되지 왜 쓸데없이 버스에 구멍을 냅니까? 혹시 제대로 맞출라고 쏜 거 아닙니까?”
“아니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목소리가 먼저 들리고 저 멀리서 웬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난 그런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며 다시금 그 젊은 여자가 있는 곳까지 다가서라며 말했고, 그 남자가 대화가 충분할 만큼 접근해오자 또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제가 아니 우리가 총을 쏘긴 쐈는데 절대로 맞출라고 쏜 건 아니에요. 그랬을 거고요 그건.”
“맞습니다. 쏘기는 제가 쐈지만 절대로 맞추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경황이 없어 대략 앞쪽에 쏘려고 했었던 건데 그건 재수가 없었던 겁니다. 미안합니다.“
난 또다시 뒤편에서 소총을 비껴찬 채로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천천히 걸어 나오는 흰색 손수건을 손안에 펼쳐 든 또 다른 남자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하며 등장한 또 다른 한 남자 내내 걸어오며 자신이 잘못 쏜 거라며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여댄다.
그렇게 등장한 인물들이 벌써 셋, 비슷해 보이는 또래의 남자 둘, 여자 하나.
‘그렇게 그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던 생존자들이 이곳에서만 벌써부터 셋씩이나.’
난 이처럼 나타나고 있는 생존자들에 잠시 고무돼봤지만, 급작스레 적으로 돌변해버릴지도 모르고 난 이대로 대화를 어떻게 더 지속시켜나갈까 잠시 고민해보다가, 이내 결정을 본 듯 확성기를 다시금 빼 들었다.
“삐익~! 거기 우선 총 드신 분! 일단 그 말을 믿어드릴 테니 그 소총에서 탄창을 먼저 분리하시고 약실까지 비었는지 제게 먼저 확인시켜 주세요. 아, 아! 제게 망원경이 있으니 그 자리에서 그대로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또 주변에 아직까지도 더 숨어계시는 분들이 혹시 계신다면 어서 나와 주시구요.”
이런 나의 요구 사항에 더 접근해와 탄창을 분리 시키려던 남자를 제지시키고, 그 자리에서 약실이 뭐냐며 물어대는 통에 몇 번 대화가 더 오가는 사이에 주저하듯 등장해오는 새로운 생존자 세 명이 더 추가됐다.
셋 모두 남자들로 그들 모두 소총을 채비한 상태 총구의 방향이 모두 하늘을 가리킨다지만 그저 그 자리에서 일어서기만 할 뿐 더 이상 접근은 없었고, 그들의 무장 상태를 보니 모두 m1 카빈 아니면 m1 그랜드.
아무래도 주변의 파출소라도 털어본 모양인데 내가 이들을 주시하던 사이에 맨 처음으로 우리들에게 접근해왔던 그 용감한 여성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 임유라고 하고 이쪽은 영남이 주영남, 그리고 마지막에 온 친구가 임현호예요. 나이는 모두가 스물하나 동갑들이구요. 뒤쪽에 세 분은 나중에 알려드리죠. 자 그럼 더 대화를 나누실 건가요 어쩌실 건가요?”
난 그녀의 물음에 애초부터 하려 했었던 방법을 시도해봤다.
“전 박민웁니다. 나이는 올해로 서른여섯이구요. 내가 그쪽으로 무전기를 하나 던져 줄 테니 좀 거리를 둔 상태에서 계속해서 대화를 나눠봅시다. 어떻습니까?”
“좋아요. 던져보세요!”
난 파손의 위험에 대비해 하얀 스티로폼 상자에 안팎으로 에어캡으로 감싸고 무전기를 공처럼 말아서 천장의 해치를 열고 손바닥으로만 그들 쪽으로 공을 허공에 굴리듯 던져보며 그들에게로 무전기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본 뒤, 다시금 해치를 닫아두며 그들이 무전기에 접근하는 모습을 관찰해봤다.
이번에도 용기 있는 여성이 조금 더 가까이 근접해와 공처럼 말아진 상태의 무전기 덩이를 챙겨 들었고, 그들도 나름 용기 내 접근해본 것일 테지만 대화 내내 꺼림직했던 모양인지 내가 던져준 무전기만을 챙겨 들고서 자신들의 무리가 대기한 곳으로 되돌아갔고, 이내 누군가의 손길에 걸린 듯 조작해대는 모양새이더니 최초의 통신이 이루어졌다.
“치~! 이게 맞나? 아~! 아~! 아~!”
“치익~! 초반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또 다른 생존자를 만나게 돼서 기쁘군요. 그럼 서로 간에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실까요?”
- 작가의말
드디어 또 다른 생존자들의 등장씬이네요. 평소와는 다르게 대화체가 많아서 보다 수월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묘사는 어려워요. 이로써 삼일 연짱 연재를 이뤄내었네요. 내일은 기대 마시고 우선 먼저 즐겨주세요. 그럼 올라가라 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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