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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님의 서재입니다.

8서클 마법사의 부하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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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작품등록일 :
2024.07.18 21:4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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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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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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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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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자격 증명. 2

DUMMY

푸앵트누와르.

상륙부대가 항만청에 이어 라디오 방송국을 장악했다.


외부와 연결을 완전히 통제한 상륙부대는

항만청에 임시 본부를 구성하고 포로로 잡은 군인들을 포박하고 감금하느라 정신이 없다.


갑작스레 벌어진 총격전과 폭음에 놀란 주민들은 집에 틀어박힌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아캄 장군의 지시를 받은 군인들이 항구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항만청 꼭대기에 새로 만든 쿠 왕국의 국기가 걸려 있었다.


항구쪽으로 달려오던 차량이 급정거했다.

차량에서 내린 장교가 망원경을 들고 항구와 항만청을 살펴본다.


건물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고,

옥상과 건물, 항구 주변에 처음보는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상황을 살핀 장교는 차량으로 돌아가 무전기를 들었다.


치이이익~


"본대 나와라. 여기는 켈른 소위다. 지금 무장 군인들이 항만과 본부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곧바로 장군님께 보고하고 지시를 전달해주길 바란다. 다시 한 번 알린다. 현 시각, 항만과 본부건물을 정체불명의 무장군인들이 점거하고 있다. 교전이 벌어진 흔적이 있으며..."



*****


그 시각 시아캄의 본대는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중이었다.


추격대와 거리를 조종해 가며,

필요시에 병력을 밀어 넣어 주민들을 포위해서 붙잡을 요량이었는데,

항구로 보낸 부대에서 올라온 보고에 계획이 전부 틀어져 버렸다.


보고를 받은 시아캄이 고함을 질렀다.


"제기랄! 도대체 어떤 새끼들이야!"


조수석의 부관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주변국의 마크나 군복이 아닌 걸로 봐서는, 아예 혹시 서방이나 용병부대 아닐까요?"


"숫자는 어떻게 돼?"


"확인된 규모는 150에서 200명 정도 입니다."


"멍청한 새끼들. 고작 그 정도 병력에 당했다고?!"


시아캄이 항만쪽에 남겨 놓은 병력도 100명이 넘었다.

그 정도면 자리를 잡고 수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는 병력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추격에 나선 시점에 맞춰 항구를 공격한 게 아닌가 합니다. 마을 사람들을 미끼로 써서요."


"제기랄! 이런 찢어죽일 새끼들이..."


시아캄이 이를 갈았다.

부관이 침착하게 보고를 올렸다.


"항만을 뺏기면 당장 보급부터 곤란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당장 내일이면 기름이 떨어져서 탱크와 장갑차를 움직이지도 못할 겁니다. 이 근방에서 기름을 보급할 곳도 없고, 어떻게든 항만을 다시 탈환해야 합니다."


시아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병력 돌려. 푸앵트누와르로 돌아간다."


"추격대는 어떻게 할까요?"


"얼마나 들어가 있지?"


"2개 소대가 추격 중입니다."


"1 소대는 복귀 시켜, 나머지는 추적해서... 잡는대로 팔 하나씩 잘라버리라고 해. 미개한 놈들이 감히..."


시아캄의 본대가 방향을 바꿨다.


일렬로 움직이던 차량들이 일제히 방향을 바꿨다.


이제 맨 뒤가 선두가 됐다.


푸앵트누와르로 방향을 돌린 군대가 다시 전진을 시작했다.



*****


밀림을 헤치고 지나는 이 차장은 허벅지가 당겨왔다.

장기간 걸은 탓에 다리는 물론이고 어깨도 쑤셔오고,

쏟아낸 땀으로 시야가 자꾸 가린다.


거친 호흡은 턱까지 차 올라서,

한걸음 한걸음을 악을 쓰며 내딛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귓가에 들리는 바바얀이란 작자의 끊임없는 잔소리와 갈굼이다.


- 이딴 나약한 몸뚱이로 어떻게 전사의 명예를 담으라고!

- 근육이라곤 없고 죄다 쓸데 없는 비계 뿐이군. 젠장할!

- 바바얀에서 키우던 돼지도 이거 보단 낫겠군!

- 용맹한 전사의 반려가 고작 이딴 살찐 글쟁이라니! 제기랄!


젠장. 나도 힘들다고. 그만 좀 해.


- 다리보다 혀에 근육이 날렵하구나!

- 대꾸할 시간에 다리를 한 번 더 움직이는 게 낫겠는데.

- 이따위 언덕 하나 넘으면서 이 모양이라니. 우리 바바얀들은 설산에서 물과 약초를 캐고, 절벽을 뛰며 늑대를 사냥했거늘... 이딴 몸으로는 토끼 한 마리도 못 잡겠군.


도대체 무슨 기술을 쓴 건지 모르겠지만,

권총은 잡지도 않아도, 마치 귀에 대고 말하는 것 마냥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문제는 AI의 인격으로 설정된 놈이 너무 고약하다는 것.

AI의 말을 요약하자면,

헬창, 가오충에, 스릴에 환장하는 도파민 중독된, 전투광이다.


도대체 어디서 이딴 거를 만들어오신 거야.


마음 같아선 확 폐기해버리고 싶지만,


- 피로 맺은 맹약은 죽음이외는 절대로 파기할 수 없다.

는 무시무시한, 한편으론 굉장히 찝찝한 약관을 보곤 일단 보류했다.


실장님은 방법을 아시겠지.

이번 일 끝나면 실장님한테 계약인지 뭔지 좀 해지해달라고 해야지.


그렇게 귀에서 피가 나도록 해대는 잔소리를 견디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때.


피난 일행이 걸어가는 측면에서 총성이 울렸다.


탕!


놀란 사람들이 동시에 몸을 움츠릴 때,

측면에서 나타난 군인들이 총구를 들이밀며 소리를 질렀다.


"전원 정지! 움직이는 새끼는 대가리에 구멍을 내버릴 줄 알아! 움직이지마!"


타타타탕!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던 강대식의 얼굴이 구겨졌다.

갑자기 나타난 군대는 콩고공화국 육군마크를 달고 있었다.


"전원 정지! 움직이는 새끼는 대가리에 구멍을 내버릴 줄 알아! 움직이지마!"


타타타탕!


이 차장은 갑작스런 총성과 군인들의 등장에 숨이 찬 것도 잊고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런데.

군인들도 그렇고 주민들 역시 이상하게 쳐다본다.


아. 손은 아니구나.


모두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가운데 혼자서만 손을 든 것.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천천히 들어올린 손을 내린다.


- 정신 차려! 심약한 정신 따위로는 전사의 명예를 이을 수 없다!


- 아. 진짜 전사 따위 안 할 거니까 제발 조용히 좀 해줘!


마음 속으로 AI를 향해 외쳤다.

이 상황에서도 잔소리라니. 정말 실장님의 선물만 아니면 진작에 버려버렸을 텐데.


아니 이 참에 군인들에게 뺏겼다고 하면 되겠다.


그렇게 총을 처리해 버릴 방법을 생각하는 사이, 군인들이 다시 소리쳤다.


"다들 꿇어 앉아! 양손은 머리 위로 올린다. 실시!"


일행이 일제히 제자리에 꿇어 앉았다.


사람들이 양손을 머리 위에 모두 올리고,

수풀을 헤치고 군인들이 다가왔다.


갑자기 나타난 군인들은 모두 6명.


절반이 멀찍이 떨어져 총구로 주민들을 향한 채 대기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꿇어 앉아 있는 강대식과 선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이 메고 있던 무기를 벗겨내고, 권총을 걷어간다.


퍽!


총을 뺏은 군인이 강대식의 등을 걷어찼다.

등을 맞은 강대식이 앞으로 엎어졌다.


"개자식아! 꼼짝하지마! 대가리에 구멍을 뚫어버릴 줄 알아!"


다른 선원들 역시 총을 빼앗긴 후 바닥에 강제로 엎어졌다.

선원들을 모두 제압한 후,

이번에는 행렬을 따라 주민들을 수색했다.

혹시라도 무기가 있는 지 살피려는 것.


앞쪽에서부터 군인 둘이 주민 행렬을 따라 훑어보며 걸어온다.


행렬 맨 뒤에 선 이영제의 마음이 급해졌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총을 줄 수 있을까?

아니 먼저 손을 들까?

손을 들었다가 총을 쏘면 어쩌지.

아니야 놈들이 와서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하는 거야. 그게 좋겠다.


이 차장은 머리에 손을 올린 채로 한쪽 옆구리를 앞쪽으로 내밀었다.


그때 다시 AI 가 말을 걸었다.


- 너. 뭐 하는 거냐?


막상 이 녀석을 줘버린다고 생각하니 양심에 찔렸다.


- 아니. 아무래도 내가 총을 가지고 있으면 잘못 하면 총에 맞을 수도 있으니까···


- 뭐? 이런 썩을 놈을 봤나! 피로 맺어진 형제의 맹세를 한 나를 적에게 내어주겠다고!


- 그. 그게 아니라. 저기 군인들이 든 거 봐. 너보다 훨씬 크고, 훨씬 쎈 걸 들고 있잖아.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지금은 일단 물러서야···


- 적에게 굴복하는 것도 모자라. 적에게 가랑이를 벌리는 구나.


이 자식 아무리 그래도 참. 말을


- 나약하고, 무능한 전우여. 고작 저딴 애송이들 하나 처리 못해서, 피의 맹약을 맺은 전사를 한 번 뽑아보지도 않고 무릎을 꿇는단 말이냐!


- 아니 지금 내가 뭘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눈 앞에 총구를 들이밀고 있는데.


- 나약한 자에게 용기를 기대한 내가 어리석었군.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이 또한 맹약의 굴레겠지. 나를 이 모습을 바꾼 것도 어쩌면 쓸모 없는 너의 몸뚱이에 맞춘 위대한 자의 배려겠지. 그렇다면 바바얀의 이름으로 맺은 맹약에 따라 그대에게 힘을 빌려주겠노라.


- 힘을 빌려줘? 그런데 조금 있다가 얘기하면 안 될까? 벌써 바로 앞까지 왔는데.


- 네 입술로 맹약의 단어를 말하라. 그럼 맹약이 이행될 지니. 전투가 나를 부른다.


그 때 군인이 바로 코 앞까지 왔다.

마지막 주민의 몸을 수색한 군인과 눈이 마주쳤다.


마치 이 쪽을 확인해 보라는 듯 한쪽 허리를 슬쩍 내민 채 군인을 보고 웃어 보였다.


“하하.”


바보 같은 웃음에 군인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총구를 내려 바지 위를 덮고 있는 셔츠를 걸어 올렸다.


셔츠가 올라가고 드러난 허리춤.

가죽 케이즈에 담긴 낡은 권총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을 본 군인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너 이 자식! 총을 숨기고!”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두 손을 머리 뒤로 넘긴 채로 서둘러 뭐라고 말하려는 데,

귀속에선 끊임없이 AI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 빨리 이 자식아! 웃음도 헤픈 녀석! 맹약의 단어를 읊으라고! 전투가! 나를 부른다!


귓속에선 끊임 없이 늙은이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눈 앞에선 흥분한 군인이 총구를 머리 위에 들이대고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 그 총 언제부터 숨기고 있었어! 어!”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이나 입 밖으로 나왔다.


“아니! 내가, 이거를 부른다. 아니 보여주려고, 전투가 나를 부르고··· 아니 그게.”


그 때 AI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 전투가 나를 부른다!


순간.

풍덩~!


마치 물 속에 들어온 듯 눈 앞의 모든 것이 일렁거린다.

가만히 있는 나무도, 흥분해 소리치는 군인도 마치 물속에서 바라보는 듯 하다.


뭐지?

어! 이거 왜!


나도 모르는 사이,

머리 뒤로 넘겼던 양 손이 허리춤에 닿아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 손이 어느 새 총을 잡아 뽑고 있다.


아~ 아니~인 데 이~게···


뽑혀 나온 총신 등을 타고 왼손이 빠르게 쓸어 내리고,

총신 끝에 튀어나온 해머가 손 날에 걸려 뒤로 젖혀진다.


그리고 검지가 가볍게 방아쇠를 터치,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해머가 실린더를 때리고,

이내 총구가 불을 뿜었다.


타~아~아~앙~~!


총성 메아리처럼 울리고,

멍해 있던 정신을 다시 깨어나는 사이.


일렁이던 눈 앞이 마치 60배속으로 감은 화면 마냥 모든 것이 순식간에 제 자리를 찾아 움직인다.


실제로는 전광석화처럼 움직인 양손이 연달아 총신 위를 쓸고,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타타타타탕!


여러 발의 총성이 번갯불이 튀듯 터진다.


한순간에 연달아 불꽃을 토해낸 총구에선 연기가 피어 오른다.


그리고

머리 위에 소총을 들이대며 소리를 지르던 군인들의 몸이 뒤로 천천히 쓰러졌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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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왕좌의 자격 +2 24.08.26 168 7 11쪽
30 상륙작전 +1 24.08.25 160 7 11쪽
29 상사의 마법 같은 한마디. 30분이면 되지? +2 24.08.23 177 6 9쪽
28 재개의 마법사 +2 24.08.22 186 7 13쪽
27 마법사의 전쟁법 +1 24.08.21 191 8 13쪽
26 푸앵트 누와르. 2 +2 24.08.19 185 8 10쪽
25 푸앵트 누와르. 1 24.08.18 205 7 9쪽
24 선전포고 +1 24.08.16 208 8 11쪽
23 건국선언 +3 24.08.15 207 8 10쪽
22 건국준비. 2 +2 24.08.13 219 9 9쪽
21 건국준비. 1 +2 24.08.12 220 9 9쪽
20 이계로 가는 문 +3 24.08.08 256 11 14쪽
19 재건 +1 24.08.07 243 9 9쪽
18 죽음의 천사 24.08.06 243 10 9쪽
17 수성전. 2 +1 24.08.05 228 9 11쪽
16 수성전. 1 24.08.04 237 12 11쪽
15 야습 24.08.02 241 10 9쪽
14 최선의 방어 +1 24.08.01 246 9 10쪽
13 구출작전. 2 +1 24.07.31 258 7 10쪽
12 구출 작전. 1 +1 24.07.30 276 8 12쪽
11 지옥도 +2 24.07.29 29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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