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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님의 서재입니다.

8서클 마법사의 부하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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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작품등록일 :
2024.07.18 21:4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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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7
추천수 :
362
글자수 :
164,921

작성
24.08.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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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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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재건

DUMMY

조중명의 말대로 군인들이 달려온 마을에는 생존자들이 모여 있었다.


강대식과 이영제, 그리고 선원들이 마을로 들어갔다.


잡혀온 마을사람들을 발견한 곳은 마을 중앙에 위치한 창고 건물이었다.


바깥에서 자물쇠를 잠가버린 탓에 도망치지 못하고 갇혀 있었다.


갇혀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과 여자들.

그리고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소년, 소녀들이다.


마지막 총 공세를 위해 감시병까지 모조리 끌고 나왔지만,

겁에 질린 그들은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창고 안에 모여서 떨고만 있었다.


강대식이 사람들을 향해 영어로 말했다.


“해칠 생각 없습니다. 그러니 밖으로 나오세요.”


하지만 소총을 든 강대식을 본 주민들은 또 다른 군인들이 등장한 줄 알고 겁에 질린 채 주춤주춤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막상 사람들을 밖으로 빼내고 나니 다음에 뭐를 해야 할 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난감할 땐 항상 찾는 사람이 있다.


“조중명.”


“네. 선장님.”


“이제 네가 이 사람들 맡아.”


“네? 제가 뭘 해요.”


“너. 한국대 나왔다며. 머리 좋잖아. 그러니까 네가 해.”


“아니 지금 이게 그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새끼가. 그냥 네가 어떻게 좀 해 봐.”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본 이영제는 번뜩 생각이 떠 올랐다.

그리고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러지 말고 아이들을 데리고 옵시다. 주민들이라면 가족들이 있을 겁니다. 그게 아니어도 서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곧바로 화물선에 무전을 넣었다.

그렇게 화물선으로 옮겨 놓은 아이들을 다시 마을로 데리고 왔다.


1차로 아이들이 도착하자 생각 외로 일이 쉽게 풀어졌다.


아이들을 본 생존자들 사이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이 뛰어가 제 엄마와 형제들을 찾아 끌어안고 울었다.

아이들을 아는 어른들이 같이 옆에 붙어 함께 울었다.


그제서야 선원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다른 마을사람들은 이번엔 오히려 강대식과 선원들에게 매달렸다.


- 우리 아들도 좀 찾아주세요!

- 아이 애도. 쟤들이랑 같이 있었는 데 못 봤어요?

- 우리 애는 어딨어요? 우리 애도 좀 보여주세요!


“아아. 또. 또 올 겁니다. 또 와요. 조그만 기다리면. 아아! 조금만 좀 기다리면···”



*****


헬기가 화물선을 몇 번이나 오가고 나서야 아이들이 모두 마을로 돌아왔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가족을 만난 것은 아니었다.

또 모든 어른들이 아이를 찾은 것도 아니었다.


일부는 없어진 가족을 찾지 못해 울음을 터트렸고,

일부는 구석에 버려진 시체를 보고 넋을 놓았다.


가족상봉과 이별의 폭풍이 저녁 늦도록 마을을 휘몰아쳤다.


선원들과 강대식, 이영제는 멀찍이 떨어져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봤다.


옆에 앉은 조중명이 강대식에게 물었다.


“이제 우리 뭐해요?”


“뭐 뭘 해 우리가.”


“아니 여기 오시면서 무슨 계획 없으셨어요? 그럼 마을에 불은 왜 내신 거예요?”


강대식은 그저 애들이 잡혀가는 걸 보고 저질렀을 뿐이다.

다음 일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가족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불타버린 집과 거덜난 식량을 본 주민들은 절망에 빠져 울음을 터트렸다.


불탄 집 앞에서 주저 앉은 사람들을 봤을 때 강대식은 양심이 쿡쿡 찔려 뒤로 슬쩍 도망쳤다.


그리고 이제 와서 보니 딱히 무엇을 해야 할 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 때 이영제가 끼어들었다.


“슬픔을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일에 몰두하는 거죠.”


“네? 다른 일이요?”


“네. 잘 찾아보면 우리와 저 사람들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접점이요?”


강대식은 쉽사리 떠오르는 게 없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선장님도 그 동안 고생 많으셨는데 좀 쉬세요.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없는 일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 기획실 전문이니까요.”



*****


다음날 아침.


새벽이 되기 무섭게 이영제 차장이 마을 중앙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이 차장의 옆에는 아침 일찍 공수한 밀가루 포대가 쌓여 있었다.


그리고 반대쪽 옆에는 이영제 차장을 도왔던 여자아이가 서 있다.


여자 아이는 결국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아니 찾기는 찾았다.


다만 이미 죽은 다른 시체더미와 함께 버려져 있던 것을 찾았을 뿐이다.


한참이나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울다가 지친 아이를 이영제 차장이 찾아갔다.


- 이름이 뭔지 물어도 될까?

- 바네사.

- 바네사. 예쁜 이름이네. 미안하다 바네사. 네 가족을 구하지 못해서.


아이는 고개를 양쪽으로 저었다.

그렇지 않다는 말.


어른스러운 모습에 순간 또 한 차례 울컥했다.


하지만 마무리 할 일 먼저다.


- 네가 나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도와줄 수 있겠니? 마을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는 데 아무래도 네가 도와주면 좋을 거 같아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바네사와 함께 이른 새벽 사람들 앞에 섰다.


고마움도 있고, 안쓰러움도 있었지만, 그 외에 이 아이가 마을사람들과 사이에서 매개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아무래도 생전처음 보는 사람만 대면하는 것 보다는 자신들이 알고 지낸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마을 사람들로서도 받아들이기가 쉬울 것이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오면서 때론 메시지 보다 메신저의 역할이 더 클 때가 많다는 걸 이 차장은 잘 알았다.


“저는 한국, 저 동쪽의 나라에서 여러분을 도우러 온 사람입니다. 오늘부터 마을 재건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우리는 일손이 많이 부족합니다. 마을 재건을 위해 우리는 여러분 중에 희망자를 뽑아 고용하려고 합니다. 급여는 밀가루와 생필품으로 대신 지급할 겁니다. 희망자는 제 옆에 있는 바네사 앞으로 와서 이름을 말하시고 엄지 손가락 지장을 찍으면 됩니다.”


다행이 바네사를 글을 쓸 줄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도 쓸 줄 알았다.


이영제가 영어로 설명했고, 부족한 부분은 바네사가 알아서 통역해서 전달했다.


집들은 불탔고,

마을에 남아 있던 식량들은 군인들이 거덜 내 버렸고,

어업을 나갈 사내들은 군인들이 죽여버렸다.


군인들만큼 무서운 것이 바로 굶주림이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가족을 만난 기쁨도 잠시, 한차례 감정의 폭풍이 지난 후에 찾아온 것은 생업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당장 입에 풀칠을 하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


설명을 듣고 처음 머뭇거리던 사람들은 이내 한쪽에 쌓여 있는 밀가루 포대를 보곤 하나 둘 걸음을 옮겼다.


바네사는 침착하게 사람들의 이름을 종이에 적고, 차례로 엄지도장을 찍었다.


도장을 찍은 사람들에게는 종이 쿠폰을 나눠줬다.


선원들이 쿠폰을 받은 사람들은 옆으로 안내해 쿠폰을 다시 수거하는 대신 밀가루를 지급했다.


분량은 다섯 가족이 먹을 하루 분량이 조금 넘었다.


당장은 조금씩 양을 늘릴 생각이다.


슬픔을 이기고, 가족을 돌보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일단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노동이 도움이 될 거다.


사람들이 모이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을을 치우는 일이다.


일단 사람이 지낼만한 공간을 만드는 게 시급했고, 또한 청소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리고 마을과 주변에 시체들은 전염병을 불러올 수도 있었기에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하기도 했고.


선원들이 감독이 되서 사람들을 데리고 군인과 마을 사람들의 시체를 모아서 매장했다.


가족의 시체를 본 사람들이 다시 슬픔에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주민들의 적응은 빨랐다.


어른들이 일하는 동안 어린 아이들에게도 일을 맡겼다.

아이들에게 일을 시킨다는 말에 강대식이 처음에는 반대했다.


“굳이 어린 애들까지 일을 시킬 필요가 있습니까?”


“그럼 이 애들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공부를 시키던가. 아니면···”


말을 하던 강대식은 스스로 말문이 막혔다.

이 상황에서 누가 아이들을 가르친단 말인가.


“이 아이들도 뭔가 집중할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심한 일을 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하루 종일 누군가의 통제 속에서 스스로 성취를 만들어나가는 경험을 쌓게 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이들에겐 봉투를 하나씩 나눠주고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게 했다.

그리고 10대 아이들을 적당히 분배해서 어린 아이들을 관리하게 했다.


어린아이를 포함해 살아 남은 사람들은 대략 100여명.


사람들이 붙어서 정리를 시작하니 점점 마을을 예전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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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건국선언 +3 24.08.15 206 8 10쪽
22 건국준비. 2 +2 24.08.13 219 9 9쪽
21 건국준비. 1 +2 24.08.12 219 9 9쪽
20 이계로 가는 문 +3 24.08.08 256 11 14쪽
» 재건 +1 24.08.07 243 9 9쪽
18 죽음의 천사 24.08.06 243 10 9쪽
17 수성전. 2 +1 24.08.05 228 9 11쪽
16 수성전. 1 24.08.04 237 12 11쪽
15 야습 24.08.02 241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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