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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님의 서재입니다.

8서클 마법사의 부하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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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작품등록일 :
2024.07.18 21:4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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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0
추천수 :
362
글자수 :
164,921

작성
24.08.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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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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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건국선언

DUMMY

작업은 원활하게 진행됐다.


교회 근처에 자리한 낮은 구릉은

덮고 있던 풀더미가 모조리 뜯기고 뽑혀져 나가고,

빈땅은 자갈을 골라내고, 꺼진 부분은 모래를 가지고 와 채웠다.


어느 새 그럴 듯한 노천 활주로가 완성됐다.


섬에 마을을 만드는 작업도 순조롭게 끝이 났고,

방송국 PD들은 방송장비를 옮겨와 송출 준비를 했고,

편집기사들은 찍어온 영상을 밤을 새며 편집했다.


그리고 마침내 D데이가 왔다.


이 차장과 송 과장, 그리고 강대식을 비롯한 리더급들이 섬으로 넘어갔다.


섬에는 섭외된 주민들이 먼저 와서 준비 중이다.


행사장 전면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행사장 지붕 아래에는 바네사를 비롯한 주민들이 준비한 의상을 걸치고, 손에는 소품으로 가져온 AK-47 소총을 챙겨 들고 서 있었다.


모두를 이 차장의 제안을 받고 신생국가의 국적을 취득하기로 한 사람들이다.


그 앞에 선 PD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주민들에게 진행순서를 설명했다.


한편 송 과장은 방송팀이 있는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선 송출팀이 준비에 바쁘다.


송 과장이 물었다.


"한국과는 연락이 됐나요?"

"네. 조금 전에 시험 삼아 송출해 봤는데 문제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순서는 어떻게 되죠?"


"일단 편집한 영상이 먼저 나가고, 그 다음에 선언식이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네."


오두막을 빠져 나온 송과장이 이 차장에게 다가갔다.

이 차장이 더운지 목덜미를 닦았다.


"더우시죠?"

"괜찮아. 견딜만 해."


"조금만 참으세요. 금방 끝날 테니."

"그래야지. 실장님은 방송 보신다고 하셨지?"


"네. 아마 그러실 겁니다 거짓말은 안 하시니까."

"그래. 얼른 마무리하고 우리도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네."


그 때 총괄 PD가 스탠바이를 외쳤다.


"이제 곧 슛 들어갑니다. 스탠바이~"


드디어 신생국가, 쿠왕국 건국의 출발 신호가 울렸다.



*****


섬에 마련된 건국 행사장.


가운데 마련된 발표장소 옆 오두막 안에 엔지니어들이 몰려 있다.


영상 기사들이 디젤발전기에서 전원을 공급받은 영상장비와 송신 장치들을 조작 중이다.


한국과 일본 각 방송국과 통신연결을 확인한 PD들이 본격적으로 방송 시작을 준비했다.


오늘 영상은 우선 한국과 일본 방송국에서 생방송으로 송출하고,

대만 국영TV와 미국의 폭스TV가 그 녹화본을 받아서 송출하기로 되어 있다.


무대 준비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AD가 시작 준비를 알렸다.


“이제 곧 슛 들어갑니다. 모두들 준비하세요. 스탠바이!”


피디의 멘트와 동시에 사람들이 각자 자리에서 대기한 채 옷 매무새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카메라 뒤쪽으로 물러서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 과장의 눈이 발표장을 한번 더 훑었다.


발표장의 지붕 아래 옆으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

그 가운데 바네사가 서 있다.


준비 사인을 들은 바네사는 잔뜩 얼어붙은 얼굴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꾸만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 넘기느라 정신이 없다.


그 모습을 본 송 과장이 피디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준! 어. 왜 그러세요?”


피디에게 손짓을 한 송 과장은 무대에 도착한 뒤 바네사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바네사의 머리를 반듯하게 넘긴 뒤 자신의 머리에 꽂혀 있던 헤어핀을 빼내 고정시켰다.


머리가 잘 고정된 것을 확인한 송 과장이 방송 때문에 긴장한 바네사의 얼굴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떨리니?”


바네사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괜찮아. 당연한 거야. 나도 그러니까.”


바네사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다.


자신의 엄마는 물론이고, 바네사가 이제껏 봐온 여자들은 전부 집에서 아이를 키우거나, 살림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항상 남자들이 시키는 일을 하거나, 아니면 밖에서 일하는 남자들의 일을 돕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이 예쁘게 생긴 동양 여자는 자신이 이제까지 알던 것과 많이 달랐다.


이제까지 이 동양 여자처럼 자신감 넘치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


그녀는 언제나 꼿꼿한 자세로 사람들 앞에서 당당했고,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모두들 그녀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


그런 모습은 아직 어린 바네사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네사의 머리 속에 일종의 우상처럼 되어 가고 있는 그녀가 떨리다니.


“그러니깐 그냥 떨린 대로 해. 그건 전혀 이상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으니까.”


말을 들은 바네사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끝으로 송 과장이 무대 밖으로 다시 빠져 나갔다.


이를 본 피디가 곧바로 외쳤다.


“그럼 다시 준비하시고. 스탠바이! 시작합니다!”


드디어 방송이 시작됐다.



*****


한국 시각 10시.


해외 소식을 전하는 TV프로그램.

메인MC가 먼저 오프닝 멘트를 날렸다.


- 오늘은 먼 아프리카로 시선을 돌려보려 합니다. 얼마 전 역대급 대지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고 합니다. 또 다른 비극이 지금 아프리카의 주민들을 악몽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먼저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멘트가 끝나고.


화면이 바뀌고 흐릿한 영상이 흘러나온다.


바로 조중명이 드론으로 찍은,

군인들에 의해 벌어진 해변마을의 학살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가 된 채로 흘러나갔다.


드론 영상에 이어,

송 과장과 함께 온 촬영팀이 편집한 영상이 이어졌다.


MC와 패널들은 지금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현실에 대해 번갈아가며 설명했다.


아프리카에서 진행 중인 쿠데타와 내전, 그리고 각지에서 들고 일어난 무장 세력의 학살, 인종 청소, 그리고 종교적인 테러에 이르기까지.


대지진이 불러온 여파는 아프리카의 북서부를 상상 이상으로 참혹하게 바꿔놓고 있는 중이다.


- 과거 쿠데타 벨트라고 불려진 국가들 뿐 만 아니라 서부와 중부까지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 이럴 때일수록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물론이고, 러시아와 중국까지 어느 한쪽도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미국과 서방은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스라엘의 전쟁은 지금 중동전쟁으로 확대되기 일보 직전의 상황입니다. 게다가 아시다시피 중국 역시 부동산 버블과 역대급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 상황이 너무 안 좋네요. 참 안타깝습니다. 그런데요. 이런 슬픔 가득한 이곳에서도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쿠데타와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이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위권을 선언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위해 새로운 국가의 시작을 알렸고, 때 마침 우리 취재진들이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에 나간 취재진을 통해서 그 모습을 지금 생방송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특파원 나와주세요.


영상이 둘로 갈라지고,

방송국과 아프리카 현지의 모습이 나란히 비춰진다.


그리고 앵커와 발표장 앞에 선 기자 사이에 대화가 오갔다.


카메라는 그 뒤에 소총을 든 채 서 있는 주민들의 모습을 비췄다.


- 무장군인들의 학살에서 살아 남은 주민들은, 서아프리카 해상에 위치한, 무주지로 알려진 이 섬에 새로운 국가 건립을 선언했습니다. 이들의 국가 이름을 ‘쿠’ 왕국이라 알려졌으며, 국민의 수는 약 100여명입니다. 만약 쿠 왕국이 정말 정식 국가로 승인 받게 된다면 바티칸시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수가 적은 국가로 기록될 것입니다. 참고로 바티칸 시국의 인구수는 이에 10배인 1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쿠 왕국이라고요. 그런데 인구 100명의, 신생국가. 어떻게 우리에게 알려지게 된 겁니까?


- 네. 지난 서아프리카 대지진 후 현지 구호물품 전달을 위해 나이지리아로 향하던 미래해운 소속의 화물선이 쿠 왕국과 최초로 조우한 것을 알려졌습니다. 오늘 첫 건국 선언을 발표한 쿠 왕국은 선언을 마친 후, 미래해운과 첫 교역에 서명할 거라고 밝힌 상태입니다.


- 네. 그럼 우리나라가 신생 쿠 왕국의 첫 교역국이 되겠네요.


- 그런 셈입니다. 잠시 후에 그 모습을 생방송으로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네. 그럼 쿠 왕국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 네. 쿠 왕국은 서아프리카 서쪽 해안에서 약 30해리 밖에 위치한 섬 나라입니다. 총 1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콩고공화국의 서쪽에 위치한 가장 큰 ‘쿠’ 섬을 기점으로 옆으로 길게 이어진 열도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국제해사기구와 국제수로기구, 그리고 지도연맹 등 어느 지도와 지리 정보에서 등장하지 않은, 말 그대로 주인이 있었던 적이 없는 무주지로 쿠 왕국의 영토가 되었습니다. 오늘 건국을 선언하는 쿠 왕국은 국제기구와 단체에 공문을 보내 앞으로 독립국가로서 배타적 주권과 영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방침입니다···.


방송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바깥에서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송 과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제 거의 끝나가네."


그런데 그 때, 송 과장의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렸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핸드폰을 꺼내 보니 발신인이 구창식 실장이다.


“네. 실장님. 네. 방송 보시고 계시다고요. 네. 여기는 문제 없이 잘 돌아가.. 네? 뭐. 뭐를 하라고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선전포고를 하라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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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재개의 마법사 +2 24.08.22 186 7 13쪽
27 마법사의 전쟁법 +1 24.08.21 191 8 13쪽
26 푸앵트 누와르. 2 +2 24.08.19 185 8 10쪽
25 푸앵트 누와르. 1 24.08.18 205 7 9쪽
24 선전포고 +1 24.08.16 207 8 11쪽
» 건국선언 +3 24.08.15 207 8 10쪽
22 건국준비. 2 +2 24.08.13 219 9 9쪽
21 건국준비. 1 +2 24.08.12 220 9 9쪽
20 이계로 가는 문 +3 24.08.08 256 11 14쪽
19 재건 +1 24.08.07 243 9 9쪽
18 죽음의 천사 24.08.06 243 10 9쪽
17 수성전. 2 +1 24.08.05 228 9 11쪽
16 수성전. 1 24.08.04 237 12 11쪽
15 야습 24.08.02 241 10 9쪽
14 최선의 방어 +1 24.08.01 246 9 10쪽
13 구출작전. 2 +1 24.07.31 258 7 10쪽
12 구출 작전. 1 +1 24.07.30 27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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