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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님의 서재입니다.

8서클 마법사의 부하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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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작품등록일 :
2024.07.18 21:4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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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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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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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포고

DUMMY

엔지니어들이 송출장비를 조작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이영제 차장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송출 영상 옆으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인터넷 댓글들을 읽고 있었다.


대부분은 신기하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식의 호의적인 내용들이다.


이제 한 고비 넘겼네.

한 시름 놓인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방송 선전을 한 후에 몇 시간 뒤면 세계 각지에서 대기 중인 지사와 법인 직원들이 일제히 국제 단체에 공문을 집어 넣을 거다.


지도 표기와, 국가명을 삽입을 요청하고,

국제 기구 가입 신청서도 들어간다.


한국에선 외교부와 공식 문서가 오갈 거고.

이미 협의가 끝난 외교부와는 협상 게시가 예정되어 있다.


거기에 미래디펜스와 방위 계약이 맺어진 북한과 대만,

그리고 과거 미래 - 일본 전쟁에서 패한 탓에 미래그룹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일본 내각 역시 쿠 왕국와 협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이 차장은 앞으로 예정된 뒷일들은 후배들과 부서원들을 시키고 한국에 돌아가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안락한 생각이 오가는 찰나 곁으로 송 과장이 조용히 다가왔다.


"송 과장 왔어? 방송송출은 문제 없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어? 근데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송 과장의 얼굴에 잔뜩 그늘이 졌다.


"저. 조금 전에 실장님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응? 실장님? 방송 보시고 전화하신 건가?"


"네. 그런데. 추가로 지시하신 사항이..."


말을 하다 멈춘 송 과장이 방송 엔지니어들을 의식해 고개를 이 차장 귓가로 가져갔다.


그리고 조용히, 구창식에게 들은 말을 전했다.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 이 차장이 화들짝 놀라 펄쩍 물러섰다.

그리고.


"뭐! 뭘 해! 선전포고?!"



*****


방송은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 네. 절망의 땅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을 만나봤습니다. 그럼 무려 1만 3천킬로미터 떨어진 서아프리카의,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가 될 지도 모를 신생 국가의 건국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그 때 섬에서 송출하는 영상 속 기자 앞으로 한장의 큐카드가 전달됐다.

전달 받은 큐 카드를 확인한 기자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표정이 변한 기자를 보고 MC가 물었다.


- 뭔가 새로운 소식이 전해진 모양인데요. 혹시 더 전해주실 사항이 있을까요?


영문을 알리 없는 MC는 뭔가 새로운 게 있으며 나도 알려줘 하는 표정이다.


- 아. 아. 네. 저. 방금 급하게 전달이 됐습니다. 신생 쿠 왕국에 공주 바네사 쿠의 대외 성명 발표가 있을 거라고 합니다.


- 네? 아. 예정에 없던 일 같은데요. 뭔가 중요한 발표인가 보죠?


- 아. 네. 저. 일단 공주의 발표를 들어보시죠.


서둘러 멘트를 날린 기자가 카메라 밖으로 급하게 사라졌다.


사라진 기자를 대신해 카메라가 발표회장에 일렬로 선 주민들을 비췄다.


그 가운데 헤어핀으로 머리를 고정한 바네사가 앞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바네사의 키에 맞춘 마이크 앞으로 다가온 바네가가 손에 든 선언서를 읽었다.


"우리 쿠 왕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살고 있는 여러 부족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건국되었다. 또한 인류 번영과 세계 평화를 지향하며, 다른 어떤 국가도 소유한 적 없는 고유한 영토에 설립되었으며, 이제까지도 앞으로도 타국과의 더불어 살아가길 바라며, 무력이 아닌 대화로서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천명한다."


바네사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한자 한자 또박또박 읽어 나갔다.


잠시 숨을 들이마신 뒤 이어서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적대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할 것이며, 그 누구라도 우리 국민을 공격한다면 그 10배, 100배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자, 이 시간부로 우리를 공격했던 콩고공화국의 군대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임을 선언한다. 우리의 공격은 자위권과 독립된 주권에 의거해 정당하며 당연한 권리의 행사임을 다시 한번..."


선전포고문을 발표하는 바네사 모습 아래,

포고문의 번역본이 자막으로 흘러나왔다.


발표가 끝나고,

영상이 다시 스튜디오를 비췄다.


발표 모습을 같이 지켜보던 메인MC는 물론이고 국제 문제 전문 패널들도 벙찐 채 아무 말이 없다.


잠시 넋을 놓고 있던 MC가 서둘러 상황을 정리했다.


- 아. 네. 방금까지 아프리카에 새롭게 첫 발을 내딛은 신생국 쿠 왕국에 대해서 알아 봤습니다. 그리고. 저. 선전포고는... 한 박사님께서 어떻게 보셨을까요?


MC의 질문에 한 박사라 불린 여 교수가 화들짝 놀랐다.


- 어! 네. 아. 지난 대지진 이후로 아프리카 곳곳에서 지금 쿠데타라던지, 무장세력의 테러와 무장봉기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인데요. 아. 그런 곳들이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신생 정부 출범을 선언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 신생국가가 기존 국가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을 거...


스튜디오에서 MC와 패널들이 상황을 정리하는 사이.


영상송출을 담당하는 오두막 안.


급하게 전달받은 번역본을 자막으로 내보내던 영상 기사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이번 일의 책임자인 미래그룹의 차장과 과장이 머리를 감싼 체 괴로워 하고 있다.


'제기랄. 이제 어떡하냐.'

'아~ 어쩐지 잘 넘어간다 했어.'



*****


다만 이 상황을 편안하게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동유럽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 도심에 위치한 특급 호텔.


로얄스위트룸 테라스 건너편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거대한 건물이자,

무게로는 410만톤으로 최고인 인민궁전이 보인다.


미래그룹 전략기획실 구창식 실장은 거실에 앉아 노트북으로 한국 TV방송을 틀어놓고,

예정된 쿠 왕국 건국 소개 방송을 보고 있었다.


미리 전달 받은 방송 시나리오도 거의 막바지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적대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아. 제가 바네사라는 아이구나. 출세했네. 콩고 난민에서 공주 신분이라니. 인생이 그렇지 뭐.


바네사가 마이크에 대고 직접 적어서 보내준 선전포고문을 읽어 내려갔다.


캬~ 내가 생각해도 잘 썼단 말이야. 오랜 만에 써서 좀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네.


- 우리의 공격은 자위권과 독립된 주권에 의거해 정당하며 당연한 권리의 행사임을 다시 한번 선언하는 바이며, 콩고공화국 군이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즉시 무장을 해제하고 처분을 기다리는 길 뿐임을 알려주는 바이다.


좋았어!


급하게 변경 시킨 거라 힘들 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역시 이 차장, 송 과장은 실망 시키는 법이 없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거실 한쪽에 장식용으로 놓인 커다란 지구본으로 다가갔다.


원목으로 만든 갈색 지구본 표면에는 나라 별 국경선들이 지나가고,

고풍스러운 라틴 문자로 국가 명이 적혀 있다.


지구본을 돌려 아프리카로 넘어갔다.


서쪽 해안가를 따라 가봉, 콩고공화국, 앙골라령 카빈다가 보이고,

그 아래로 자그맣게 뚫려 있는 콩고민주공화국도 눈에 들어왔다.


"건방지게 감히 새로 만든 우리 국민들, 그리고 우리 그룹 직원들을 건드려? 이런 놈들은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리겠지."



*****


해안가에 위치한 교회 내부.


건국 선언 발표에 이어 예정된 국가들과의 협약 준비에 들어가는 사이,

방송에서 예정에 없던 발표 인해 긴급 화상회의가 열렸다.


이번 만큼은 모든 일의 원흉인 구창식 실장도 참석했다.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인 지도 모르는 지 구 실장의 목소리는 밝았다.


- 하이~ 여러분. 고생 많았어. 역시 내가 이래서 믿고 자리를 비운...


구실장의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송 과장이 끼어들었다.


- 실장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선전포고를?!


다그치듯 묻는 송 과장을 이 차장이 제지했다.


- 송 과장. 실장님 대답을 먼저 들어야지. 실장님 어떤 이유로 선전포고를 하자고 하셨는지...


그런 이 차장 말 속에서 뭐라도 그럴 듯한 이유를 대 보라는 듯한 뉘양스가 물씬 풍겼다.


- 이유가 뭐가 있어. 당연한 거 아냐?


- 네?


- 맞았으면 돌려줘야지. 맞고 가만 있으면 그게 국가라고 할 수 있겠어? 호구도 아니고.


이게 무슨 애들 싸움도 아니고,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투에 송 과장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이 차장은 인내심을 발휘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 그게 맞긴 한데, 그래도 이제 막 건국을 한 국가가 제일 먼저 벌인 일이 선전포고라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보겠습니까?


- 뭐라고 보긴. 보내준 보고서 다 읽었는데, 어차피 우리가 아니어도 이미 전쟁 중인 걸 뭐. 그런 답 없는 동네에서 가릴 게 뭐 있어.


창식이 다녀온 이계는 마법 산업이 발전을 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중세 봉건 사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수틀리면 영지 전을 벌이는 게 당연시 되던 세상에서 80년 가까인 살아온 덕에,

구창식 실장 안에는 중세 시대적 마인드가 남아 있었다.


- 약해 보이면 먹히는 세상이라고. 이제 기껏 나라를 건국 했는데 먹힐 수는 없잖아.


- 아무리 그래도 먼저 대책을 수립한 다음에...


- 대책은 무슨, 당장이야 보내주는 지원물자로 버티겠지만 계속해서 그럴 수는 없잖아. 13000킬로미터나 떨어진 상태에서 그건 너무 비효율이야. 자체적으로 자위권을 확보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선 먼저 육지에 인프라를 확보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그러려면 결국 육지와 충돌할 수 밖에 없을 거고.


에휴. 그렇긴 하지만...


- 그냥 매를 좀 빨리 맞게 됐다고 생각하자고.


'매를 버는 거니까 그렇죠!'


송 과장이 버럭 하려는 걸 눈치 챈 이 차장이 다시 제지했다.


- 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다음엔 제발 사전에, 좀 일찍 말씀을 해주셔야 우리도 준비를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자네들을 믿어서 그러는 거지. 항상 내 기대에 부응해 주잖아.


이 차장은 순간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구실장이 회의를 이어서 진행 시켰다.


- 그래서 일단 현지 사정부터 들어보자고. 거기 지금 어때?


- 네. 그건 김민지 사원이 좀 브리핑 해주세요.


화면 하단에서 조용히 상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민지가 허리를 쭉 펴며 대답했다.


- 네! 파악된 현지 상황 보고 드리겠습니다. 화면 전환하겠습니다.


화상회의 화면 전환되고 콩고공화국 지도가 떠올랐다.


- 먼저 쿠 왕국과 바로 인접한 콩고공화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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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건국준비. 2 +2 24.08.13 219 9 9쪽
21 건국준비. 1 +2 24.08.12 220 9 9쪽
20 이계로 가는 문 +3 24.08.08 256 11 14쪽
19 재건 +1 24.08.07 243 9 9쪽
18 죽음의 천사 24.08.06 243 10 9쪽
17 수성전. 2 +1 24.08.05 228 9 11쪽
16 수성전. 1 24.08.04 237 12 11쪽
15 야습 24.08.02 241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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