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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님의 서재입니다.

8서클 마법사의 부하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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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콜랙터
작품등록일 :
2024.07.18 21:49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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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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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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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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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푸앵트 누와르. 2

DUMMY

건국 선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생방송 발표가 있은 직후 상황은 더욱 바쁘게 돌아갔다.


이영제 차장은 화상회의에 참석한 후배 팀원들을 보며 진행사항을 챙겼다.


“외교문서 발송은 배 대리가 챙기지? 어떻게 됐어?”


- 네. 외교부에서 앞서 얘기한 것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릴 거 같습니다.


“왜? 원래 바로 해주기로 얘기 끝난 거 아닌가?”


- 그랬었는데. 그게 선전포고 때문에.


선전포고라는 말을 듣자 마자 이 차장은 한쪽 머리가 찌르르하게 아파왔다.


- 어쨌든 콩고공화국하고 수교가 되어 있는 상황인데, 콩고에 선전포고를 한 국가와 바로 수교를 맺는 것이 껄끄러운 모양새가 된 거 같습니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진가?


- 일본은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가 하는 걸 지켜보는 분위기고, 다행이 대만하고 북한은 바로 조약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대만입장에서야 중국과 친한 콩고공화국에 선전포고를 했으니 오히려 반겼을 테고.

북한은, 뭐, 그런 걸 따질 나라가 아니긴 하다.


“양 대리. 후속 지원 준비는 어떻게 돼가?”


- 원상항에 8만톤급 컨테이너선과 4만톤급 화물선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선에는건설에 들어갈 자재와 식량을 싣고, 건설장비와 중장비, 그리고 차량 300여대는 화물선으로 옮길 계획입니다.


“파견될 기술자들 선발은 어때?”


- 우선 선발했던 기술자들은 선전포고 소식에 계약을 취소하거나, 연기해달라고 하는 상황입니다. 이미 나이지리아로 향하는 비자까지 다 발급을 끝낸 상황인데. 참 그리고 정부에서 콩고공화국을 여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한 상황이라 인력 수급은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하아~ 그 놈의 선전포고 한방이 계획했던 일들을 죄다 틀어놨다.


하지만 장비가 와도 운전할 기술자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인데.


발견된 망간단괴를 제련하려면 항만에 도로, 전력까지 갖춰야 할 인프라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다 못해 바다에서 꺼낸 광석을 타국 제련소로 가려고 해도 대규모 인프라 공사는 필수다.

그러니 공사를 진행할 기술자들을 데리고 와야만 했다.


“한국에서 안되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지. 북한 출장소에 연락해 봐.”


- 네? 북한이요?


“그래. 실장님 라인이 그쪽에 있으니까. 우선 미래디펜스에 연락해서 평양파견군에서 그쪽 노동당쪽에 라인을 뽑아달라고 해. 고급 공사는 못해도 항만이나 도로 건설 정도는 거기도 기술자는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야. 해외 노동자 파견 식으로 접근을 해도 좋고.”


- 네.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먼저 출발한 파견부대는 어디쯤 왔어?


- 청해부대 소속 3파견 함대는 인도양에 진입했다고 연락 왔습니다. 희망봉까지 내려갔다가 대략 보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직도 보름이나.


하기야 직선으로 13000킬로미터 거리다.

그 길을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지나 빙빙 돌아와야 하니.


확실히 한국에서 지원해서 해결하려면 물리적 거리의 제약이 너무 크다.

실장님 말씀대로 힘들더라도 되는 대로 이곳 현지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 가서···”



*****


회의는 저녁이 되서야 끝이 났다.


회의를 마친 이 차장은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라고 해 봐야 교회 밖에 위치한 텐트가 전부다.


실내에는 야상침대 하나와 그 옆에 놓인 대형캐리어가 전부.


화물선에 숙소를 잡아도 되지만 매번 헬기로 이동하는 것도 그렇고, 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서 텐트생활을 이어갔다.


몸을 씻으러 4~5일에 한번씩 배로 넘어가는 게 전부다.

오늘도 대충 얼굴만 씻은 체 텐트로 들어왔다.


불편한 옷들을 벗어버리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휴우~ 피곤하네."


몇 시간씩 화상회의를 하고 나면 눈이 뻐근한 기분이 든다.

젖은 수건으로 뻑뻑한 눈두덩을 비볐다.


눈두덩이 시원한 기분을 올 때즘 손을 떼어내고 눈을 몇 번 깜빡인다.


그 때 맞은 편 캐리어 위에 놓은 나무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 실장님이 주신 거.


선언 발표식과 선전포고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상자를 들고 침상에 다시 앉았다.


침상 위에 나무 상자를 올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어제 본 낡은 리볼버 권총이다.


같이 있던 자동통역기의 미친성능은 어제 오늘 확실하게 체감했다.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일정 거리 안에만 들어오면 자동으로 주민들의 대화가 실시간으로 통역되어 들어왔다.


처음 들었을 때는 헛웃음을 쳤지만

직접 경험하고 나니 이 녀석도 기대가 된다


이게 인공지능이 내장된 스마트 권총이라고.


물론 아직도 손 대기 껄끄러운 기분은 여전하다.


그래도 설마 해코지할 물건을 줬겠어?


손을 뻗어 총신을 꺼내 들었다.


손가락 끝으로 차가운 철의 기운이 전해진다.

외형은 그냥 보통 권총과 다를 게 없는데.


인공지능이면 반도체나 센서 같은 거는 어디 있는 거지?


총을 들고 구석구석 살펴보지만 전자장비를 삽입한 흔적은 없는 데.


특이한 점이라면 총손잡이에 붙은 엄지손가락 만한 구슬뿐이고.

이게 센선가.


이리저리 돌려보다 총 손잡이를 잡았다.


이렇게 쏘는 거겠지. 서부극에서나 볼 법한 모델인데...


순간 생소한 음성이 귓전에 울린다.


- 전투가 나를 부른다~!


"어! 뭐야!"


- 그대가 새로운 주인인가?


"억!"


깜짝 놀라 그만 총을 떨어뜨렸다.


헉헉헉헉.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

놀란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와! 시. 뭐야. 이거."


하지만 총을 내려놓은 탓인지 더 이상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와. 진짜 AI야? 이게?"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다시 권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 새 주인은 나약하고, 심약하구나.


탁하고 낮은 묵직한 저음

마치 동굴 속에서 할애비 귀신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기분이다.


확실히 불쾌하긴 하네.


목소리도 그렇지만,

보자마자 나약하다니.


기분이 상했지만 기계랑 말싸움을 해서 뭐할까.


아. 그런데 AI면 대화도 되는 건가.


"아. 내가 총 주인인데. 너는 누구지?"


- 나는 전사의 숙명을 이어받은 자. 적의 살을 씹고, 골수를 핥으며, 피로 목을 축이는 자.


"설정이 너무.. 실장님스럽네. 그래. 너를 뭐라고 불러야 되지?"


- 사람들은 우리를 바바얀이라 불렀다. 위대란 전사의 후예이자...


말이 길어지기 전에 끼어든다.


"아. 바바얀. 특이하네. 바바얀. 기본 기능 설명 좀 해줘."


- 계약된 자만이 바바얀의 힘을 빌릴 수 있다. 나약한 자여 나와 함께 하겠는가?


계약?

어플 사용 권한 설정 같은 건가.

일단 사용하려면 권한을 풀어야겠지.


"계약한다. 근데 뭘 해야 되는 거야?"


- 우리의 맹약은 피로써 맺어지는 것. 그대의 몸에 피가 흐르는 한, 우리는 영원이 함께할 것이다.


순간 손바닥이 따끔하다.


아 따거.


놀라서 총을 내려놓고 손바닥을 보니 자그맣게 찔린 상처가 보인다.


이미 닫힌 구멍에선 핏방울이 빠져나온 흔적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 때 총을 잡지도 않았는데 목소리가 들렸다.


- 나약한 주인이여. 그대와 나 사이 피의 맹약이 세겨진 바. 그대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내 몸이 닿아 먼지로 흩어질 때까지. 맹약의 의거해 그대의 옆에서 함께 싸울 것이다.


너무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슨 귀신 들린 총도 아니고.


이 AI.

너무 싫은데.


*****


이 차장이 한국과 지원문제로 씨름하는 사이 송 과장은 내부 업무 처리로 바빴다.


먼저 방송을 마친 방송, 언론사 인원들을 헬기에 태워 나이지리아로 돌려 보낸 후, 국가 운영에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첫 번째로 한 일은 신분증 배포.


기본적으로 한국의 주민등록 체계를 본 떠 만든 주민등록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교회 앞으로 주민들을 모았다.


일렬로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주민들은 자기 순서가 되면 자리에 앉았고,

이어서 디지털 카메라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사진과 함께 이름과 생년월일을 포함한 개인 정보를 전산에 기록하고, 열 손가락에 지문도 채취했다.


물론 자신의 생년월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런 경우 좋아하는 날짜를 물어서 기록을 대신했다.


개인 정보 등록이 끝날 즘, 고해상도 사진이 들어간 쿠 왕국 신분증이 발급됐다.


주민들의 실상을 고려해 신분증은 부드러운 플랙시블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난생 처음 신분증이란 걸 받아본 주민들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오전 내내 150여명의 주민등록을 마치고, 이어서 교회 앞에 마련된 발표장에서 첫 국민으로 편입된 마을 주민들을 놓고 국가에 대한 교육도 했다.


국왕은 누구며,

국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국가의 통치체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기는 태양을 뜻하는 붉은색에 대지를 뜻하는 녹색,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다를 뜻하는 파란색 삼색 바탕에 가운데 붉은 드래곤이 새겨져 있다.


독창성을 넘어 황당한 국기의 기본 디자인은 구창식의 작품이다.


뜬금없이 왠 드래곤이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그저 멋있어서라는 것뿐이다.


바다에서 솟아오른 대지에 얽힌 불 뿜는 용의 건국신화를 적당히 지어내서 넘어가긴 했지만,

그 부분을 언급할 때 송 과장은 얼굴이 붉어지는 걸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하지만 아직 더 큰 게 남아 있었다.


“다음으로 쿠 왕국 전통적인 왕정국가입니다. 초대 국왕은 쿠 왕국을 건립하신··· 큼큼. 구창식 1세이시며, 현재 건국 승인을 위해 각국을 다니며 외교활동 중에 계십니다. 왕권과 법은 국왕이신, 큼큽! 구창식 1세의 승인에 의해 제정되며, 모든 영토와 자산도 모두 국왕의 소유로···”


송 과장은 벌겋게 불거진 낯으로 힘겹게 구창식이 보내준 소위 왕의 칙령서를 읽어 내려갔다.


낯부끄럽기 짝이 없는 글을 읽어 내려가며 송 과장은 내심 이를 갈았다.


‘이 망할 인간. 이런 걸 던져주고 자기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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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법사의 전쟁법 +1 24.08.21 191 8 13쪽
» 푸앵트 누와르. 2 +2 24.08.19 186 8 10쪽
25 푸앵트 누와르. 1 24.08.18 205 7 9쪽
24 선전포고 +1 24.08.16 208 8 11쪽
23 건국선언 +3 24.08.15 207 8 10쪽
22 건국준비. 2 +2 24.08.13 219 9 9쪽
21 건국준비. 1 +2 24.08.12 220 9 9쪽
20 이계로 가는 문 +3 24.08.08 256 11 14쪽
19 재건 +1 24.08.07 243 9 9쪽
18 죽음의 천사 24.08.06 243 10 9쪽
17 수성전. 2 +1 24.08.05 228 9 11쪽
16 수성전. 1 24.08.04 237 12 11쪽
15 야습 24.08.02 241 10 9쪽
14 최선의 방어 +1 24.08.01 247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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