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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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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8.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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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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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DUMMY

독자적인 재량권을 가진, 일신성단 내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위치인 그는 자신의 운이 좋은 줄 알았다.


태생적으로 남들보다 기척이 없는 체질로 인해 일신성단에 발탁되고, 윗사람 또한 지원과 신뢰를 전폭적으로 주는―― 가히 꿈의 상사를 두게 됐다. 업무 또한 자신의 특기를 십분 살릴 수 있어 꽤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신을 섬기는 대가라고 해선 안 되겠지만, 루시아스의 돌봄이 있던 것이라고 내심 여겼었다.


진정 그렇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꼴이 어떤가? 단 한 번도 들통나지 않았던 신분을―― 심지어 코드네임과 임무까지도 다 까발려지고, 무어라 변명할 시간도 없이 성녀와 동행하게 됐다.


이것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임무 지역을 벗어나는 것쯤은 재량권으로 어떻게든 되니까.


어차피 리카드의 감시가 여의찮아진 현 상황에서는 또 하나의 감시 대상인 이스피리아 쪽으로 향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직속 상사인 에쿠릴 주교라면 이러한 사정쯤은 이해해 주고도 남는다. 되려 고생 많았다며 위로마저 받을 것이다.


그래. 문제는 없다. 조금 돌아가나 임무는 지속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무조건 힘들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감내해 내기로 했다.


······하지만 조금 쉽게 본 모양이었다.


‘이건 그 정도를 넘잖아?!’


거칠게 불평하면서 그―― 잿빛은 앞의 넝쿨을 조심스럽게 넘겼다.


그런 잿빛의 모습은 좋게 말하면 더러웠고, 나쁘게 말하면 거지꼴이었다.


평소 찰랑거리는 금발은 진흙으로 떡이졌으며, 얼굴은 물론이고 드러나는 피부 전체가 머드팩을 한 것처럼 진흙이 발라져 있다. 복장 또한 온통 나뭇잎과 이끼 범벅에, 현재도 땅을 기고 있어 여기저기 얼룩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 모든 건 탐색을 위함으로, 냄새마저도 차단한, 되려 아주 모범적인 위장이라 할 수 있다.


‘남이 이만큼 고생고생하고 있건만······.’


잿빛은 슬쩍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말을 탄 건장한 사내와 여성이 있다.


말을 타본 경험이 없는 여성이기에 사내가 함께 탄 것이었는데, 여성이 완전히 밀착하여 허리를 껴안으니 사내는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얼굴이 붉어졌다.


무려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진짜 가관이다.


아주 꿀이 뚝뚝 떨어진다. 누구는 땅을 기고 있는데.


불만은 많지만, 여기까지는 그래도 참고 받아들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니.


정말 문제는 따로 있었다.



“잿빛 씨! 이상 없나요?”

“쉬, 쉿! 모, 목소리를 낮추세요, 성녀님!”


여성―― 성녀는 깜짝 놀라며 입을 막았다.


언뜻 보면 무심코 실수를 저지른 것 같은 모양새다.


하지만 아니다. 성녀는 저러한 행태를 줄곧 반복하고 있었다.


오늘은 벌써 8번째다. 아직 해가 중천인데. 어떻게 된 게, 매번 주의를 주는데도 계속 반복해 댄다.


앞으로 얼마나 더 저럴지 감도 안 잡힌다. 많을 때는 하루에 40번 이상 저지르니 적어도 20번은 더 돌발행동을 하지 않을까 싶다.


‘네가 제일 문제야! 호위라는 녀석이 도대체 뭐 하는 거냐?!’


호위란 첫째도, 둘째도 보호 대상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사내는 성녀에게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는다. 그저 표정을 굳힌 채 얼굴만 붉힐 뿐이었다.


성국이었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감히 성녀를 해코지할 사람 따윈 없을 테니까. 하지만 여긴 타지다. 하물며 현 장소는 잿빛조차도 처음 접하는 크기의 대해 한복판이다.


광활한 곳답게 여태 지나치며 만난 몬스터는 하나 같이 A나 B 랭크에 달하는 녀석들뿐이었다. 위험은 도처에 도사렸다.


‘그러하건만!’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끼며 잿빛은 이를 갈았다.


호위와 보호 대상과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건 드물지 않다. 마음이 있는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상대가 성녀―― 필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할 지라도.


백번 양보해서 거기까진 좋다 친다. 하지만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야 하지 않는가. 애당초 성녀가 위험에 처하면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거늘.


‘그런 머저리로 보이진 않는데 말이야······.’


사내의 외모는 단정했다. 나쁘게 말하면 평범했지만, 일자로 쭉 뻗은 굵은 눈썹과 딱딱한 표정, 튼실히 단련된 몸만 보면 묵묵히 일을 할 것만 같은 인상이다.


지금 보면 과한 평가인 것 같지만······.


잿빛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게 자초한 일. 숲 바깥쪽에 오래된 마차 바퀴의 흔적――도대체 무슨 마차인지 그 흔적이 아주 미비했다.――을 발견한 건 자신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잿빛도 할 말은 있었다. 아무리 흔적을 찾았을지언정, 설마 성녀가 자진하여 마차까지 버리고 대해로 들어가자고 할지 누가 알았나.


안 그래도 인류의 영토를 벗어난 것만으로도 매 순간이 위험천만이건만.


성녀답게 소형화된 [수납]의 아티팩트가 있어 그나마 물자의 걱정은 없어 다행이지만, 미지의 대해를 준비도 없이 들어가기란 제아무리 잠입의 달인인 잿빛이라 할지라도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혼자라면 그래도 괜찮았을지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도망칠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나 여러 짐이 붙은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불안했다.


성녀가 한사코 가자고 하여 들어오긴 했으나, 솔직히 여간 내키지 않았다.



“이곳에서 잠시 쉬도록 하죠.”

“네.”


발랄한 대답과 함께 성녀는 사내의 도움을 받아 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사내는 재빨리 품에서 두툼한 담요를 꺼내 바닥에 깔아줬다.


정말 하고픈 말이 많았지만 잿빛은 참고 몸을 붙였다.


위장이 잘된, 흡사 수풀과도 같은 잿빛이 다가오자 사내의 미간이 슬쩍 찌푸려졌다.


진짜 어지간히도 한다. 장소가 장소이거늘.


심히 어이가 없었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잿빛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성녀님, 앞으로는 정말 유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자칫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네.”


여전히 대답은 잘한다. 그렇지만 한 번 주의를 주면 당분간은 얌전하니 넘어가자.



“알렉스 씨. 쉬면서 잠시 정보를 공유하죠.”

“알겠습니다.”


사내―― 알렉스는 성녀의 호위이지만 직급 자체는 평단원. 청익편성에 속한 잿빛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잿빛은 예우를 갖춰 물었다.



“오면서 여러 몬스터를 보았을 겁니다. 혹시 아는 개체가 존재했습니까?”

“아뇨. 어느 몬스터든 전부 처음 봤습니다.”

“실례지만, 실전 경험은?”

“두, 두어 번 C급을 퇴치한 게 전부입니다.”


잿빛은 무심코 이마를 짚을 뻔했다.


혹시 싶었는데 설마 이렇게나 경험이 적을 줄이야······.


성국은 몬스터의 출현 빈도가 낮지만, 종종 비행하는 몬스터가 시가지로 들어오거나, 얼떨결에 관문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존재했다.


이것들을 퇴치하는 건 당연히 성기사의 일.


영토가 넓다 보니 제법 출동할 일은 많았고, 근속연수가 1년인 풋내기도 퇴치 수는 은근히 된다. 적어도 열 손가락은 넘길 것이다.


그러한데 입단한 지 9년이 다 되어가는 자가 겨우 두어 번이라고 한다······.


일찍이 성녀의 호위로 배정되었다지만 너무나도 경험이 적다.


하물며 C급은 전투에는 자신 없는 잿빛마저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성기사의 특성상 단독으로 처치했을 리는 없으니 사실상 사내의 토벌 전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여태까지의 어수룩한 대처가 모두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인식을 달리해야겠다. 알아서 잘하겠거니 하고 넘어가면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하게 말씀드리죠. 이곳은 사람의 생활권이 아닌 오지. 나타나는 몬스터 또한 전부 A에서 B급입니다. 알렉스 씨, 당신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한 마리에게 들통나면 저흰 바로 죽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어쩐지 준비가 철저하시다 싶더라니. 상당히 위험한 장소였군요.”


그래. 그러니까 성녀를 관리하면서 좀 네 일을 해라.


잿빛은 이리 말하려 했다.


그런데······



“괜찮습니다. 루시 님이―― 성녀님께서 정한 것이니. 분명 여신님의 은총이 있을 겁니다.”

“네······?”


잿빛은 순간 어안이벙벙해졌다. 자기가 제대로 들은 것인지, 귀가 막힌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되었다.


어질한 기분이었으나 잿빛은 가까스로 정신을 붙들고는 말했다.



“확실히 알렉스 씨의 말대로 성녀님껜 여신님의 은총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신님의 사랑을 받는다 하더라도 인간입니다. 죽을 땐 죽습니다. 실제로 역대 성자와 성녀님 중에서는 사고사로 돌아가신 분도 계십니다. ······성녀님은 성국에게도 결코 잃어선 안 되는 존재. 여태 괜찮았을지 몰라도 언제까지 은총에 기대어 안주해선 안 될 겁니다.”

“······.”


지극히도 상식적인 정론에 알렉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미세하지만 표정에 불쾌감이 담겨있었다.


잠입이 주 일이었던 잿빛은 곧장 알아보고는 경악했다.


‘맙소사······.’


연예 감정이 아니었다. 아니, 연예 감정이 있는 건 맞다. 분명 알렉스는 성녀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상위에 있는 것은 신앙.


알렉스는 성녀를 신앙하며 섬기는 순교자였던 것이다.


그게 잘못이라는 건 아니다. 성국에서도 성녀에게 여신님과 같은 신앙을 품은 자도 드물진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도 사람이고 하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성기사. 신앙이 향해야 할 대상을 착각한다 따위 언어도단. 있어선 안 되는 불경이다.


‘저런 자를 어째서 성녀님의 호위로? 그야 신앙하는 존재이니 몸을 바쳐 지키기는 하겠다만······.’


노림수라면 노림수겠지만, 잿빛이 보기에는 단점이 더욱 크지 않나 싶다. 성녀에 대해 어떠한 부정도 하지 않는 현 사태도 그러하고.


이거, 생각보다도 훨씬 골치 아픈 일이 되겠다.


어쩌다가 이렇게 꼬였는지. 요즘 일진이 사납기 그지없다. 돌연 땅울림과 함께 난리였고.


‘진짜 되는 일이 없네. 얼마 전에는 웬 미친 녀석에게 줄곧 미행당하기도 했고 말이야.’


그 일은 성녀와 떠나기 대략 한 달 전쯤의 일이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떤 미친 녀석이 뒤를 밟고 있었다.


누구인지는 모른다. 다만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이상한 미행이었다. 보통 미행은 기척을 죽이기 마련이건만, 그 녀석은 거꾸로 기척을 다 드러내면서 따라왔다.


떼어 놓으려 갖은 수를 다 써봤지만 소용없었다. 사람 사이에 숨어들고, 건물 사이를 빙 둘러 가고, 근처 가게에 들러 변장까지 해봤으나, 녀석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것처럼······ 서서히,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자신의 존재감을 이리 잘 파악하는 자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너무 당혹스러운 나머지 살짝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돌연 녀석은 사라졌다. 무슨 목적이었는지,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것인지, 어디까지 알고 미행한 것인지,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하고 허무하게······.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운수가 나빠지게 된 시기가.


‘여신님께 기도는 성실히 하고 있을 터인데······. 정성이 부족했나?’


잿빛은 손에 배인 땀을 슬쩍 옷에 닦았다. 그리고 알렉스에게 재차 유의해달라 하고는 이야기를 마쳤다.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었다. 듣지도 않을 테니까.


괜한 힘을 빼기보다 지친 신경을 쉬어줄 겸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어차피 탐색하며 진을 빼야 할 건 자신일 테니.


‘좋게 생각해야지. 여기서 더 나빠지긴 힘들 거니까. 후우······.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그렇게 다시금 신세 한탄을 하고 싶은 걸 참고, 잿빛은 적당한 자리에 앉아 숨을 골랐다.


하지만 잿빛의 운수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안 좋았다.


다시 이동을 개시하고 정확히 28분······. 그는 마침내 조우하고야 만 것이었다.



“웬 묘한 기척이 느껴진다 싶더라니······ 인간?”

“너, 넌······?!”

“으응? 날 알아?”


살랑살랑 흔들리는 사자의 꼬리. 예술 조각처럼 말끔히 다듬어진 다부진 육체. 덥수룩한 머리 위로 뾰족 튀어나온 사자의 귀. 그리고 오른쪽 어깨까지 감싼 기이한 형태의 건틀릿.


그놈이었다. 세간에는 사룡의 습격이라고 알려진 바로 그놈이다.


그때의 당사자가 고개를 꼬며 잿빛을 내려다봤다.



“너흰 뭐냐?”










리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직후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숨 잘 잔듯하다.


틀린 건 아니다. 정말로 세상 모르게 잘 잤다. 그러나 자는 동안에도 리아의 머리는 활발히 활동하였고, 무수히 많은 정보를 제 것으로 만들었다.



“상당히 방대하네. 지하실에 있던 고서들도······. 틈날 때마다 읽어봤어야 했어. 이토록 중요한, 설마 술식 마법의 원형이라 여겨지는 논문들이 줄지어 있을 줄은······.”


박식한 에이브안이 가진 지식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지하실 서고에 보관된 자료들은 정말 굉장한 것들이었다.


리카드에게 보여준다면 분명 눈에 불이 붙어 달려들겠지.



“여러 안건을 맡아주고 계시니 사본을 줘도 괜찮을 것 같아. 포션 제작이라든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러한 정보들이 그 서고에 있다니······.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걸?”


남겨진 일지의 대다수를 작성한 전 촌장, 그에 대한 궁금증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분명 평범한 자는 아닐 것이다. 심상마법을 비롯하여, 마법과 온갖 지식에 해박한 인물이었을 거다. 특히 그 철저한 고증과 검증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특히 한참이나 후대인 하얀 악몽이 오랜 세월을 거쳐 정립한 체계도 수록되어 있어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정말 뭐 하시던 분이셨을까?”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문이 열렸다.



“리아, 일어났어?”

“네. 금방 갈아입을게요.”


리아는 침대에서 나와 재빠르게 잠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은 늦잠을 잔 터라 씻는 것 대신에 [정화]로 해결했다.


준비를 마치고 리아는 문 앞으로 갔다.



“가요, 에르.”

“응.”


미소 짓는 에르와 함께 리아는 방 밖으로 나갔다.


아침이 이미 다 차려진 거실은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로 가득했다. 아무래도 꼴등인 듯하다.



“죄송해요.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괜찮단다. 어서 앉으렴. ······라프리트, 마무리는 내가 할 테니 앉아있으렴. 안네도.”

“네.”


라프리트가 익숙하게 앞치마를 벗고 식탁에 앉았다.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했는데 자주 도와주다 보니 몸에 익은 모습이다.


안네도 그러했다. 증축하고 나서 2층에서 라프리트와 함께 살게 된 그녀는 곧장 여러 가사일을 도와주며 금세 녹아들었다.


어째, 최근에는 둘 다 되려 딸인 자신보다도 더 익숙한 듯 보인다. 집안일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는 확실하게 밀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삐질, 땀을 흘릴 것 같은 기분으로 리아도 식탁에 앉았다.



“두 분, 잘 주무셨어요?”

“저희야 잘 잤죠. 리아 양도 잘 주무신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하하······. 여러 가지 할 게 있어서······.”


리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다 먼저 착석해 있던 비비안과 시선이 맞았다. 그녀 또한 증축한 이래로 2층 방으로 거처를 옮겨 머무는 중이었다. 앉은 자리도 당당히 아이리스의 옆이었다.


참고로 어쩌다가 생긴 동생들은 변함없이 자기 가족들과 지내고 있다.


유일하게 혼자인 리지만큼은 빈방도 있어 방으로 들이려 했었으나, 본인이 에이브안 집에 머물겠다며 사양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필리아도 아직은 이르다고 적극 지지하여 그대로 굳어지게 됐다.



“잘 잤니?”

“네넷!”


비비안은 벌떡 일어나 꾸벅 머리를 깊게 숙였다.


편하게 대해주면 좋으련만. 어떻게 된 게 같이 지내면 지낼수록 점점 태도가 딱딱해진다.


‘난 며느리를 잡아먹는 시어머니가 아닌데······. 그렇게 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자자. 이야기는 나중에. 밥부터 먹자꾸나.”

“할아버지!”


다정하게 웃으며 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에이브안이 한자리를 꿰찼다. 평소 번거롭다며 아침은 함께하지 않을 때가 많은데, 오늘은 함께 식사할 요량인가 보다.


그런 에이브안 옆에 이스카르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앉았다.


리아는 들떴지만 일단 자제하고, 착착 차려지는 요리에 눈길을 줬다.


오늘도 호화롭다. 간소하지만 균형이 갖춰져 있고, 양도 풍족했다.


물론 리아의 몫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었다. 나트알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꿀이 듬뿍 끼얹어서······.


저 꿀들은 아피스들이 채취한 것들이었다.


날갯짓의 소음을 고려해서인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둥지를 튼 아피스들은 이따금 꿀을 가져와 주고는 했다. 정중히 병에 담아. 덕분에 당분이 부족한 마을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다른 마물들도 저마다 나무의 수액이라든가, 여러 씨앗을 가져와 나눠주고는 했다. 마수들도 동물들을 사냥해 오고.


이들로 인해 마을의 식량고는 어느 때보다도 비옥해졌다.


‘음. 마을의 인원수가 늘어 걱정스러웠지만, 고급 인력이 많아진 덕에 식량 문제는 없을 듯하네.’


오히려 최근에는 경쟁이라도 붙은 듯하여 한 번 말려야겠다는 생각이다. 무분별한 수확은 도리어 환경을 망칠 뿐이니.


그렇게 고심하는 동안 착착 요리가 식탁에 차려지고, 나름 활기찬 식사를 개시했다.


식사를 마치고, 리아는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다가 일어나는 에이브안을 보고 훌쩍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응? 왜 그러니, 리아야.”


에이브안은 반사적으로 다가온 리아를 안아 올렸다.



“할아버지, 물어볼 게 있어요!”

“그래. 뭐가 궁금하길래 그러니?”

“서고의 자료를 만든 촌장님이요. 혹시 어떤 분이셨는지 아세요?”

“전에도 말했지만, 그분에 대한 건 남아 있지 않구나. 나도 따로 들어보지 못했고. 아마 고의로 그랬겠지······. 미안하구나. 도움이 되질 못해서.”


에이브안의 얼굴이 흐려졌다.



“괜찮아요! 그냥 궁금했을 뿐이에요! 그, 그보다······ 할아버지는 이제부터 뭘 하실 예정이에요?”


단순히 화제를 돌릴 목적이었으나, 뜻밖에도 에이브안은 진지하게 고심했다.



“글쎄다······. 오늘은 딱히 할 일이 없구나. 새 모종도 얼마 전에 다 심었고.”

“어······ 세스는요?”


지식 탐구에 열심인 에이브안은 다방면으로 뛰어난 세스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의외로 세스도 말이 잘 통한다며 기꺼이 어울려 줬고, 종종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였었다.


오늘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닌 듯하다.



“할 일이 있다는구나. 묘한 기척이 느껴진다나? 혼자 갔지만 그라면 괜찮겠지.”

“으응? 묘한 기척이요?”

“그렇다고 하더구나. 나는 전혀 모르겠지만.”


고개를 꼰 리아는 곧장 감각을 넓혔다. 그리고 이내 세스의 마력을 감지했다.



“어라? 누가 같이 있네? 형상은 사람인데······ 응?!”


리아는 눈을 부릅떴다.



“이건 설마! 진짜로 여기까지 온 거야?!”

“아는 사람이니?”

“어, 면식은 없지만 안다고 할까······. 저, 할아버지. 모두를 불러 모아 주실 수 있으세요? 같이 설명할게요.”

“그래.”


즉각 수긍해준 에이브안은 곧장 [염화]를 사용했다. 여러 명에게 동시에 쓰는 것임에도 상당히 능숙하였다.



“광장에 모이라고 전해두었단다.”

“저희도 바로 가요.”


이번에도 에이브안은 군말 없이 따라줬고, 가족과 라프리트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같이 집을 나섰다.


광장에 가니 슬슬 주민들이 모이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몬스터 군단을 비롯한 전원이 모였다. 그사이에는 제법 피부가 그을린―― 이전에 비해 꽤 건장해진 베르그들도 있었는데, 주민들과 같은 복장을 해서 그런지 별로 위화감이 없었다.


에이브안은 즉석에서 단상을 만들어 리아를 안은 채로 올라섰다.



“여러분, 갑자기 불러서 죄송해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랬어요.”


서두를 뗀 리아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두 들은 주민들은 저마다 쑥덕거렸다. 그리고 주변 어른들을 뚫고 한 아이가 뛰어왔다.



“리아 언니! 정말인가요?! 정말······ 성녀님이 오시나요?!”


후다다닥 뛰쳐나온 아이의 정체는 로즈로, 얼마나 흥분했는지 단상 앞에서 폴짝폴짝 뛴다.


에이브안은 피식 웃더니 리아를 내려줬다.


감사를 전하고 리아는 로즈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머리를 살며시 쓸어주며 말했다.



“네. 아무래도 이리로 오실 것 같아요.”

“와!”


크게 소리친 로즈는 와락 리아를 껴안았다.


‘그렇게나 기쁜가? 하긴 로즈는 신실하니.’


별로 달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로즈로서는 마치 연예인을 만나는 듯한 기분이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리아는 로즈를 안고 일어났다.



“곧 오실듯하니 마중하러 가죠.”

“네!”


리아는 천천히 걸었다. 뒤를 따르는 건 에르와 에이브안만이 전부로, 다른 주민들은 모두 기다리게 하였다.





‘비, 빌어먹을! 어째서 이곳에 저 녀석이 있는 거야?! 죽은 거 아니었어?’


잿빛은 걸으면서 슬쩍 앞서 걷는 남자―― 호인족 사내의 등을 쳐다봤다.


경계는 없다. 당당히 등을 내보이며 걷는 모습에서는 어떠한 위험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실제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 일행으로는 남자에게 티끌만 한 상처도 절대 내지 못할 테니.


그때의 혈투를······ 인외의 전투를 두 눈으로 목격한 잿빛이기에 단언할 수 있다. 혹여 싸우려 들려거든 그 순간이야말로 여신님께 가는 길이 될 것이다.


그만한 전력 차다. 괴물에게 하찮은 인간 따위는 경계할 가치조차 없는 거다.


‘그러니까 그만 노려봐, 이 자식아! 괜히 자극하지 말라고!’


안 그래도 사면초가인데. 알렉스, 저 멍청이는 그런 줄도 모르고 절찬리 남자를 노려보고 있다.


물론 알렉스의 입장으로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그는 호위이지 않은가. 최소한 상대와의 격차 정도는 좀 알아보고 적대심을 가지든가 말든가 해야지······.


‘하다못해 숨기기라도 하던가!’


심정은 공감한다. 누구라도 면전에서 “딱 보니 리아 아가씨의 초대를 받고 온 꼴은 아닌데 어쩐다······. 그냥 죽일까?”라는, 흉흉한 소릴 듣는다면 촉각을 곤두세울 거다.


직후 성녀가 “리아? 혹시 이스피리아 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라면서 달려들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모두 죽었을 것이다.


한동안 고심하던 남자의 모습을 보면 절대 과한 상상은 아니었다.


그때를 다시 떠올리면 식은땀이 줄줄 난다. 이스피리아를 아가씨라고 칭하는 것 등, 여러 의문점이 있었지만, 물을 용기 따윈 나지도 않아 조용히 가슴속에 묻었다.



“왜 그래?”


거동이 수상했나, 사내가 슬쩍 쳐다본다.



“아, 아니. 나, 나뭇잎이 잘 안 떨어져서······.”

“그거 위장이지? 꽤 솜씨가 좋은데? 숲이 제법 익숙한가 봐?”

“뭐어, 그럭저럭······. 숲의 주민인 당신이 보기에는 하찮겠지만.”

“겸손하지 않아도 돼. 대충 진흙탕에 들어갔다 나온 어렸을 적의 나보단 훨씬 훌륭하니까.”

“어, 그래. 고마워.”


진담인지 아닌지, 남자는 뒤통수에 깍지를 끼고는 느긋하게 나아갔다.


그리고 알렉스가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설마하니 여태 위장이 괜한 짓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도대체 누가 좋다고 진흙을 온몸에 바르겠나. 조금만 생각하면 알 일이건만.


머리가 지끈거린다. 안 그래도 남자를 따라가는 이 상황이 두통을 유발하니 괜한 곳에서 진 빠지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근데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남자가 안내하는 곳은 분명 자신들이 그리 찾던 목적지. 분명 잘된 일이지만, 이렇게 무작정 따라가도 될지 모르겠다.


뭐······ 선택지 따윈 없지만.


한숨을 내쉬고 싶은 기분으로 잿빛은 묵묵히 걸었다.


다행히 남자는 이쪽의 속도에 맞춰 주고 있기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말도 제법 험준한 숲길을 별 어려움 없이 잘 나아갔다.


그렇게 20여 분을 걸을 때였다.


뜬금없이 숲속에 벽―― 아니, 돔 형태의 투명한 막 같은 게 펼쳐져 있다.



“저게······ 뭐야?”

“신력의 결계······ 같아 보이네요.”

“어라? 너희, 신력을 느낄 수 있나 봐?”


남자는 흥미롭게 보다가 알렉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는 못 느끼나 보네.”


이런 건 또 부끄러운지 알렉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래도 좋아. 들어가자고.”


익숙한 듯 남자는 과감히 신력으로 이루어진 막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저희도 가요.”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알렉스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렇지만 성녀의 재촉에 마른침을 삼키고는 고삐를 당겼다.


잿빛도 불안감을 억누르고 뒤를 따랐다.


이윽고 막의 앞에 당도했고, 잿빛은 마음을 다잡고 걸음을 내디뎠다.


쑥.


우려하던 것과 달리 어떠한 저항도 없이 지나쳐졌다.


하지만 이내 숨을 들이켜며 경악했다.


신력을 느낄 수 있는 성녀도 그러하였다. 알렉스에게 멈추라고 한 뒤, 동그래진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미친. 막이 아니었어······?”


그랬다. 한 겹의 막이 아니라 내부도 가득 신력이 들어차 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 신력들은 정체되어 있지 않았다. 공기가 순환하듯 내부를 돌고 있다.


이 말인즉슨, 돔 중앙에는 신력을 움직이는―― 신력을 내뿜는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였다.



“세, 세상에. 성녀님, 이곳은 성지입니다!”

“성지······. 그렇네요. 옅긴 하지만, 저도 이만한 신력이 존재하는 장소는 본 적이 없어요.”

“정말입니까?!”


성녀가 긍정하자 알렉스는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돌아봤다.



“하지만 이 기운은······. 대체 어떤 주이실까요?”

“······.”


잿빛은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혼돈 자체인 이 기운은 어느 한 소녀가 내뿜던 것과 무척이나 닮아서······.


‘혹시 여긴 무신께서 다스리는 성지? 그래서 이스피리아도 같은 기운을······?’



“안 가? 거의 다 왔으니까 쉬려면 거기서 쉬어.”

“아, 아니. 괜찮아. 바로 갈게. ······일단 가시죠, 성녀님.”

“네. 가요, 알렉.”


성녀를 신봉하나 제 딴에는 성기사라고, 한층 경건해진 알렉스는 자세를 고쳐 당당히 말을 이끌었다.


그렇게 10분을 나아가니 저 멀리, 이 대해에서 남자 이외에는 처음 보는 사람의 인영이 보인다.


그중 한 명은 제법 눈에 익은 구면으로,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와 기품의 소유자였다. 다만, 이전의 집사 차림 때와는 달리 굉장히 고풍스럽고 이색적인 의복을 입었다.


그 남자가 처음 보는―― 하지만 누군가를 굉장히 닮은 듯한 외형의 아저씨와 서 있다.


그리고 선두에는 어린 여자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오. 마중 나와준 거야, 아가씨?”

“그런 거지.”


아주 잠시였지만 소녀가 이쪽을 힐끗 쳐다봤다.



“딱히 초대받은 손님이 아닌 거 같아서 적당히 쫓아내려고 했는데, 아가씨를 알더라고? 묘한 기척도 풀풀 풍기길래 일단 데려왔어. 혹시 괜한 짓을 했나?”

“아니야. 수고했어, 세스.”


소녀의 치하에 빙긋 미소 짓는 남자―― 세스타스. 설마 했는데 둘은 우호적인 것을 넘어 주종관계로 지내는 모양이다.


도무지 믿기 힘든 사실에 숨이 멎는 것도 잠시. 잿빛은 곧장 분노했다.


‘잘도 쫓아낸다고 거짓말을?! 죽일까 말까, 고민했으면서!’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여 댄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약자인지라 울분을 삼켰다.


참으로 처량한 신세가 아닐 수 없다.



“오랜만에 뵙네요. 게일 씨―― 아니, 잿빛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소녀.


잿빛은 흠칫했다.


‘그, 그래. 그렇게 된 거였나······.’


어디서 정체가 탄로 났는가 싶었는데 그 출처가 바로 눈앞의 소녀였다. 세스타스와 일전을 벌일 당시 소녀는 잿빛을 이미 포착했었던 거다.


그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다만, 알고 있었으면서 어째서 가만히 놔뒀는지 모르겠다. 이후 재회했을 때도 별말 없었고.


스윽······. 목덜미가 싸늘해진다.


‘어쩌면 그때 미행하던 녀석은······. 근데 무얼 위해서?’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른다. 그리고 소녀의 눈을 봤다.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소녀의 눈을 본 순간 잿빛은 무릎을 꿇었다.


거의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잿빛은 구태여 고개를 숙여 깊은 예를 표했다.


성직자의 본능이었다. 소녀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짙은 아지랑이의 은색 빛은 분명 신력이었기에······.


‘어떻게······ 어떻게 여태 착각하고 있었단 말인가?!’


어렸을 때는 신력이라는 게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특이한 기분이 드는구나 싶었었다. 그러나 커가며 그것이 신에게 축복받은 것이라는 걸 알았고, 이것이 자신의 천명이라 여겨 성직자가 됐다.


그리고 성녀와 마주하게 됐다.


당시 성녀는 일반 신관과 똑같은 복장이었지만 바로 알아봤다. 오히려 그 거대한―― 여신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 같은 신력을 몰라본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성녀조차도 저리―― 안쪽에서부터 신력이 흘러나오거나 하진 않는다.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던 거다.


소녀는 누군가의 축복 따위 받지 않았다. 만약 축복받았더라도 저런 식으로 흘러 나간다면 금세 고갈되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모양새로 보더라도 다르다. 소녀의 신력은 빵빵해진 통 안에서 가스가 서서히 새어 나오는 그러한 형태였다.


즉, 소녀는 스스로 신력을 발하는 존재.


――그 본인이 신인 것이었다.



“인사도 없이 실례했습니다! 이 지상에 강림하신 신께 감히 인사 올립니다!”


잿빛은 이마를 땅에 바짝 대며 머리를 조아렸다.


당혹스러워하는 일행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러나 잡념을 떨쳐내고, 잿빛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담는 것에 집중했다.


잠시 적막감이 흘렀다.


그러다 이내 소녀가 물었다.



“당신도 신력을 느낄 수 있나 보군요.”

“예.”


세스타스도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기척이 느껴진다.



“후······. 정중히 대해주는 건 고맙지만, 신 취급은 그리 달갑지 않네요. 평범하게 대해주셨으면 해요.”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무려 신의 말씀이다. 토를 단다는 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허가가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고개를 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멋대로 성지에 발을 디뎌 면목이 없던 터라 더더욱 그러했다.



“쯧.”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무언가의 힘이 잿빛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소녀는 별말 하지 않고 성녀를 쳐다봤다. 아까까지 흘러나오던 신력은 꿈이었던 것처럼 온데간데없이 감추고.



“안녕하세요! 정말 만나 뵙고 싶었어요!”

“······.”

“저기······.”


소녀는 하늘을 쳐다봤다.


성녀를 무시하는 태도에 알렉스는 울컥하여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이가 없었다. 상대가 예를 갖추길 바란다면 본인들도 예의를 차리는 게 기본이지 않은가.


하물며 상대는 신이다. 말 위에 앉아 내려다보면서 뭘 바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진심으로······.



“과연. 이번 대 성녀는 다르긴 한가 보군.”

“그건 그래. 나도 이런 건 처음 봤어.”


세스타스와 소녀는 어느 한 지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당최 무슨 소리인가 싶어 잿빛도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렇지만 소녀의 신력이 넘쳐흐르는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좀 불쾌하군. 잘 표현할 순 없지만 마치 이물질이 낀 느낌이야.”

“치울까? 대충 버리고 오면 되는데.”

“아니. 됐어. 힘들게 온 거잖아? 적개심도 없는데 굳이 그러진 않아도 되겠지.”

“저놈은?”


세스타스가 지금도 절찬리 적개심을 드러내는 알렉스를 가리켰다.



“호위잖아. 낯선 환경이니 신경이 곤두섰겠지.”

“흐음······. 어떠려나?”


동감이다. 일행이지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벌써 걱정된다. 모르긴 해도 성녀 때문에 반드시 한 번쯤은 언성을 높일 것이다.



“문제가 벌어지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돼.”

“아가씨가 그렇다면야.”


대화가 일단락되고, 소녀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일단 환영해요. 저는 여기 계신 촌장님의 손녀인 이스피리아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리아는 낯선 이방인들을 한 명, 한 명 훑어봤다.


우선 잿빛.


도대체 무슨 바람이 든 건지 태도가 무척 공손해졌다. 릴 공방에서 봤을 때도 정중하고 공손하긴 했다. 그렇지만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고 차렷 자세로 있는 지금과는 명백히 달랐다.


‘쯧. 일부러 신력을 흘리는 건 실패였네. 정작 위압을 주려던 건 성녀였는데 말이야······. 하지만 조금 의외인걸?’


리아는 말에 탄 그녀를 봤다.


밝은 금발과 금안, 그리고 눈동자에 새겨진 심볼. 모든 게 루시아스를 연상케 한다.


심지어 생김새마저도 살짝씩 닮아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역시 달랐으나, 헤픈 웃음이라든가, 긴 속눈썹과 눈매 등은 확실히 닮았다.


만약 옆에 둘을 같이 새워두면 아마 모녀나 친척 정도로 보지 않을까.


그러하건만―― 이토록 루시아스를 닮게 태어났음에도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공간에 넘실거리는 신력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꼬락서니를 보면 방금 신력을 흘린 것도 모르는 듯하다.



“하. 머릿속이 아주 꽃밭이로구먼. 어딘지도 모를 타지를 무작정 오고 말이야.”


움찔······.


여봐란듯이 어깨를 으쓱이니 성녀와 함께 말에 탄 성기사가 몸을 떨었다.


한 마디 하고 싶어 보이는 얼굴이다. 몸에 흐르는 마력 또한 감정에 호응하여 격렬히 맥동한다.


하지만 호위의 입장을 아는지라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억눌렀다.


이래저래 다부진 생김새지만 융통성은 그리 없는 듯하다. 유즈라랑 같은 과라고 할까. 확실히 뚝심은 있어 보여 그리 나쁜 마음은 안 든다.


‘저 사람도 분명 어느 순간이더라도 성녀님만을 생각하며 움직이겠지.’


살짝 웃은 리아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빨대가―― 하늘을 향해 끝없이 뻗은 신력의 기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의 끝은 정확히 성녀에게로 향해 있었다.



“괜히 기척이 같은 게 아니로군. 하지만 무얼 위한 건지 모르겠네.”

“저, 리아 언니······.”

“아아. 미안해요, 로즈. 길었죠? 금방 끝낼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네······.”


리아는 로즈의 머리를 살짝 쓸어주고는 하늘을 향해 말했다.



“이봐요, 루시아스 님. 대체 뭘 바라시는 거죠?”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개입하지 않는다는 뜻을 표명하는 것이었다. 이제 와선 그냥 실소가 나오지만.


하지만 아예 반응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알렉. 내려주세요.”


고요한 순간을 깬 건 성녀였다. 그녀가 호위인 성기사―― 알렉의 손을 잡고 말에서 사뿐히 내려왔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루시아스 님의 말씀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돌연 성녀에게서 루시아스의 신력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이스피리아.》”


털썩.


성녀의 말―― 신언이 들리기 무섭게 잿빛과 알렉이 무릎을 꿇었다. 둘은 눈을 부릅뜨고는 놀란 얼굴로 성녀를 바라봤다.


과연 적성이 높은 신체라고 할지. 가볍게 루시아스의 말을 전하는 성녀다.


다만, 영향이 있는 건 그들이 전부. 그 외에는 전원 아무렇지 않았다. 품에 안긴 로즈조차도 그러했다. 큰 눈망울이 동그래졌을 뿐, 어떠한 영향도 없다.


‘나의 영향력 아래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저 근처에 있어서인지.’


한 번 검증해 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며 리아는 답했다.



“오랜만이라고 하면 되려나요? 루시아스 님.”

“《네에. 잘 지냈나요?》”


보기보단 뻔뻔하진 않은지 목소리에 주저함이 담겨있다.


‘그래서 어쩌라고.’


마음 같아서는 크게 콧방귀를 끼고 싶었지만, 로즈가 있어 리아는 작게 비웃음을 흘렸다.



“잘 지냈고말고요. 날 노리는 한가한 녀석 덕분에 그야말로 지루하지 않게 보내고 있죠.”

“《죄송하게 됐어요······.》”

“그건 무얼 위한 사과죠?”

“《당신께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사과입니다.》”

“흠. 괜한 사과를 했으면 한 대 더 추가하려고 했는데 아쉽네.”


리아는 혀를 차고는 살짝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뭔가 사정이 있는 모양인데? 구태여 속이려고 거짓말한 건 아닌 것 같아.’


납득함과 동시에 리아는 살짝 위화감을 느꼈다. 세상을 창조한 신의 사정이라는 것에······.



“좀 더 자세히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보다시피 자리가 좋질 못하니 다음 기회로 미루죠.”

“《편할 때 제 신전으로 와주세요.》”

“그러도록 하죠.”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기에 앞서 하나만 물어볼게요.”

“《편한 대로 하시죠.》”

“배려에 따라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당신······. 하얀 악몽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어?”

“――여신님께 무례하다!”


엉뚱한 대답이 엉뚱한 사람에게서 나왔다.


리아는 싸늘하게 그 사람―― 알렉을 노려봤다.


그래. 분명 마음에 들지 않겠지.


모두가 알다시피, 생명의 신을 섬기는 세인트리안에서는 루시아스를 생명을 낳는 어머니라 숭배한다.


그런 루시아스, 본인을 향해 이와 반대되는 행위를 하였냐고 추궁하는 것은 불경 중의 불경. 파문까지는 아닐지라도 세인트리안에서는 길을 가다 돌을 맞을 수도 있는 짓이었다.


그 가르침을 받은 알렉이기에 힘겨운 와중에도 고개를 빳빳이 들어 분노를 표출한다.


하지만 리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신 성녀를 향해 냉소를 지었다.



“종자의 관리가 엉망이네요. 낄 자리 하나 구분하지도 못하고. 무려 신의 어전이거늘. 제대로 교육하셔야겠어요?”


종자의 실수는 주인의 실수. 차가운 말에 성녀는 깊게 머리를 숙였다.


대단하게도 그제야 본인의 실책을 깨달은 알렉은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진땀을 흘린다.


성녀도 그렇고, 알렉도 그렇고······ 한숨부터 나온다.


‘세인트리안에는 이런 사람밖에 없나.’


리아는 관자놀이를 짚어 지끈거리는 머리를 달랬다.



“하아. 대충 넘어가도록 하죠. 그래서, 어떻죠?”


고개를 든 성녀는 재차 루시아스의 말을 전했다.



“《저는······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착각이 아니라면 다른 자가 관여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만?”

“《아뇨. 당시의 일은 지켜보지 않았던 터라 저도 내막은 몰라요.》”

“오대신인 당신이? 이후에 나에게 했듯 찬찬히 기억을 둘러보면――”


리아의 뇌리가 번뜩였다.


신력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신력뿐. 즉, 신은 신에게 어떠한 개입할 수 없고, 존재를 읽어내는 짓 또한 할 수 없다.


――이것이 하얀 악몽이 남기고 간 정보였다.


세상을 만든 창조주가 알아낼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그렇군. 하얀 악몽을 죽인 건 그대들―― 신이었나?”


성녀―― 루시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은 무엇보다도 큰 긍정임을 암시했다.



“이젠 어이없단 말도 나오지 않는군. 하하. 뭐, 좋아, 좋아. 내 대에 벌어진 일이 아니니 넘기기로 하자고? 그래그래······. 다 됐고, 잘나고 잘나신 여신님께선 하등한 인간 따위에게 뭘 바라는지나 듣죠. 말씀해 보세요. 제게 뭘 바라시죠?”

“《당신의 성지에 제 성녀와 그 일행을 받아줬으면 해요.》”

“제 성지가 아니라 우리 마을이에요. ······여하튼, 여기 길 잃은 어린 양들을 받아달라 이거죠?”

“《그래요.》”

“――내가 왜?”


성녀가 움찔 몸을 떨었다. 다른 두 사람도 설마 토를 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해 동요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리아는 감정을 없앤 차가운 어조로 말하였다.



“당신에겐 큰 원한이 없어요. 그러나 부탁을 들어줄 만큼의 사이라는 건 또 아니잖아요?”


신을 향한 도를 넘는 발언에 성녀와 알렉의 기색이 험악해진다. 의외로 잿빛은 무덤덤했지만.


로즈도 이래도 되나 싶었는지 무척 허둥댄다.


하지만 싫은 건 싫은 거다.



“이래저래 쌓인 것도 많은 데다, 당신의 기운이 우리 마을에서 느껴지는 것 자체가 영 꺼림칙하거든요. 이해하실 거라 보는데?”

“《물론 저희를 못 믿는 심정은 능히 이해해요. 당신이 겪었던 처지로서는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그래도 받아주셨으면 해요. 우리 모두를 위해······. 정 거슬린다면 당신의 마을에 있는 동안 성녀와의 연결은 끊어둘게요.》”


삼자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었으나 무척이나 진지하다는 게 전해진다. 아니, 심각하다고 할지, 무언가 절실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 모두를 위해······? 겨우 성녀를 들이는 이 일이?’


마음에는 안 들지만 저래도 창조주다. 가볍게 흘려듣기에는 찝찝한 점이 많다.


리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론을 냈다.



“몇 가지 조건을 걸죠.”

“《말씀하세요.》”

“우리 마을에서 외부인이 이래라저래라 말썽부리는 꼴은 절대 못 보거든요. 그러니 제가 거는 조건은 이거에요. 얌전히 주민들의 말을 들으며 지낸다. 혹여 지키지 못하고 날뛴다면 내쫓을――”

“《――아뇨. 내쫓지는 마세요. 엄히 혼내더라도 데리고 있어 주세요. 당신이 베르다드로 돌아가기 전까지.》”

“무조건 떠안고 있으라고요······?”


리아는 눈매를 날카롭게 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신이라면 무엇이든 우겨도 되는 줄 아나.


슬슬 화가 나려 한다.


그런데도 루시아스는 단호했다.



“《성녀와 나를 섬기는 종에게 말합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스피리아가 베르다드로 떠나는 날까지, 그 마을의 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도록 하세요.》”

“신탁을 받듭니다!”


잿빛과 알렉이 우렁차게 외쳤다.


성녀도 조심히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조용히 복창했다.


그 모습이 가당찮았던 리아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성녀와의 연결은 이 대화가 끝나면 바로 끊도록 하죠.》”

“이거 참.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하는군.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건지. 그런데, 루시아스 님. 이 미천한 내가 볼 땐, 백방 트러블이 발생할 거 같거든요? 근데 구태여 짜증을 참아가면서까지 이 사람들을 마을에 들이라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지 않나요?”

“《그러면 재차 명하죠. 성녀와 나를 섬기는 이들에게 말합니다. 이스피리아가 지내는 마을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검소히 지내세요.》”

“신탁을 받듭니다.”


재차 복창하며 성녀들은 기도를 올렸다.


어안이벙벙해진 리아는 말문을 잃었다. 그러다가 거칠게 머리를 긁적였다.



“아~ 졌다, 졌어. 받아들이도록 하죠. 어차피 그러려고도 했고. 대신 한 가지 제약을 걸 거예요. 우리 마을의 위치가 알려지는 건 죽어도 싫거든요.”

“《그러도록 하세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리아는 손가락을 튕겼다.


성녀와 잿빛, 알렉에게 건 마법은 [맹약]. 마을의 위치는 물론이거니와 안내 및 발설을 금하는 것이었다. 어기려 하면 몸이 굳어, 말은커녕 눈동자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문제가 발생했다.


성녀다. 그녀만은 루시아스의 신력 때문에 [맹약]의 효력이 느슨하게 걸렸다. 잿빛, 알렉과는 달리 거슬러도 완벽히 몸을 묶진 못할 것이다.



“과연. 귀찮기는 하군. 이래서 죽이는 편이 좋다고 한 것이었나?”


리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끼이익. 마치 공간이 찌그러지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난다.


동시에 리아는 의식을 전환했다.


바로 그때, 조금의 시차도 없이 루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녀에게 말합니다! 이스피리아의 고향에 대해 발설 일체를 엄히 금합니다!》”

“시, 신탁을 받듭니다!”


다급한 루시아스의 반응을 느꼈나, 성녀는 복창하면서도 당혹스러워했다.



“자기를 빼닮은 아이답게 아낀다는 건가.”


아쉽게 말하면서도 리아는 사고를 평시로 되돌렸다.



“한낱 물벼룩에 불과한 내 말을 기억해 줘서 고맙네요. 솔직히 뒤처리할 걸 생각하면 골이 아팠거든요.”


아니. 사실 골이 아프진 않다. 일을 저질러도 어차피 목격할 수 있는 건 에르와 루시아스만이 전부. 다른 사람에게는 대충 둘러대면 그만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꿈에도 모를 터. 세인트리안에도 알려지는 일 없이 저 세 사람은 조용히 실종 처리가 될 것이다.


루시아스 또한 그것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일단 받아들이도록 하죠. 신이 이만큼이나 양보해 주기도 했고.”

“《고마워요, 이스피리아.》”

“됐네요. 지켜보는 거나 적당히 하세요.”

“《마음이 내키면요.》”

“헹. 아주 잘난 분 납셨네요.”


드디어 참지 못하게 된 리아는 혀를 찼다.



“용건이 끝났으면 얼른 돌아가시죠?”

“《네. 다음에 뵙도록 해요. 맛있는 다과를 준비해 놓고 기다릴게요.》”

“오늘 들은 말 중에서 가장 솔깃하네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부디 그때는 좀 더 진솔한 대화가 오갔으면 싶어요.”

“《약속할게요.》”

“후. 알겠어요. 언질도 잡았겠다, 다음 만남을 고대하고 있을게요.”


작가의말

성녀 도착임다!


안녕하세요, 라스티아입니다.

또 다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하하... 다행히 컨디션은 쾌조. 자주 뵐 수 있을 거 같습니다 ㅎ

(하지만 연재 속도가 좀 처럼 오르진 않는...)

그, 그래도 점차 나아지고 있으니 금세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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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228 24.08.25 21 0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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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12 +2 24.01.22 54 0 33쪽
249 211-2 +2 24.01.03 59 0 20쪽
248 211 +2 24.01.03 88 0 43쪽
247 210 +2 23.12.03 130 0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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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208 +2 23.11.11 65 0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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