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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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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926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11 13:56
조회
628
추천
14
글자
10쪽

< 2. 이런 우라질 놈이... >

DUMMY

서울 강남의 호텔 피트니스클럽. 창가 트레드밀에 두어 사람이 쉬엄쉬엄 뛰는 모습이 보일 뿐 한가하다. 나는 라커에 옷을 벗어놓고 사우나로 향했다. 불독처럼 생긴 남자 하나가 대형 수건으로 주요 부위를 살짝 가린 채 계단 의자에 앉아 어거지로 땀을 빼느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나는 그의 옆에 몸을 바짝 붙여 앉았다. 눈을 감고 있던 불독이 수상한 공기의 흐름을 느낀 듯 천천히 눈을 뜨더니 얼굴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나도 그를 마주 바라보며 살짝 웃어준다.


불독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살짝 터뜨린다. 나를 몸 좋은 동성애자라고 생각한 것 같다. 말도 섞기 싫다는 듯 엉덩이를 들어 나에게서 떨어져 앉는다. 나는 짓궂게 다시 그의 옆에 바짝 다가앉는다.


“뭐야? 뭐 하자는 거야?”


“아니, 이야기 좀 하자고.”


“뭐야, 이 새끼, 이거 게이 아니야?”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나랑 이야기 좀 하자니까”


“뭐야, 너 나 알아?”


“알지, 당신 준서 아빠잖아, 맞지?”


아들 이름이 나오자 표정이 바뀌며 돌연 긴장한다.


“어? 너 내 아들은 어떻게 알아? 너 누구야?”


“너 혼 좀 내주려고 왔어. 왜 그런지는 알겠지?”


뭔가 위험을 느낀 듯 불독이 벌떡 일어난다. 그 바람에 주요 부위를 가리고 있던 대형 수건이 바닥에 떨어진다. 내 눈 바로 앞에 물건을 덜렁거리며 서 있는 형국이 되었다.


“내 취향 아니니까 좀 떨어져 줄래?”


내가 손을 휘젓자 불독이 떨어진 수건을 다시 집어 올려 허리춤에 두른다.


“너 도대체 누구야?”


나도 서서히 몸을 움직여 일어났다. 남자가 주춤 한 발 뒤로 물러선다. 1미터 85센치 키에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라 나도 누구에게 밀리지 않는다.


“야, 너는 어린애를 그렇게 납치 폭행해 놓고 잠이 오디? 두 다리 뻗고 잠이 왔어?”


남자가 대답 대신 나를 위아래로 훑는다. 나는 왕(王)자가 굵게 새겨진 복근과 데피니션이 선명한 가슴근육을 조금 과장스럽게 움직여주었다. 남자가 피식 웃는다.


“뭐야, 이 자식. 니 정도 몸은 여기 피트니스에 널려 있어 임마. 그래, 뭐, 요구하는 게 뭐야? 돈 달라고? 그 새끼 애비가 니한테 돈 더 받아 달라고 하디?”


“아니, 은철이가 원하는 거 해주면 돼.”


“은철이?”


“그래, 니가 니 아들한테 패라고 시킨 그 어린애 말이야.”


“그래 걔가 뭘 원하는데?”


“자기한테 사과하래.”


예상치 않은 요구를 듣고 눈알을 돌리며 잠시 생각하던 불독이 밀릴 수 없다는 듯 몸을 앞으로 내밀며 목소리를 올렸다.


“야 이 새끼야. 머어? 어린애한테 사과해?”


“응, 그러면 용서해 줄 거야”


“용서? 갈수록 태산이네. 누가 누굴 용서해? 너 이 새끼, 너 누구야? 누군데 나한테 이런 코메디를 하고 지랄이야?”


“나? 홍길동이라고 해. 그리고 나 코메디하는 거 아니고.”


“하하하, 그동안 좀 심심했는데 누가 이런 재밌는 놈을 보내주셨나? 야, 이 새끼야, 너 당장 내 앞에서 꺼지지 않으면 죽는 수가 있어, 빨리 꺼지지 못해?”


“좋아, 꺼져주지. 대신 내가 오늘 여기 온 이유는 확실히 하고 가마. 딱 하루 말미를 준다. 내일 이맘때, 오후 3시까지 은철이한테 사과하고 사과의 뜻으로 은철이 부모에게 1억 원을 줘라. 너한테 1억 원은 서민들한테 백만 원도 안 되잖니? 2백만 원 줬대며? 쪼잔하게 2백만 원이 뭐니? 2백만 원이...”


“뭐, 이런 우라질 새끼가...”


욕설과 함께 나의 얼굴을 향해 그의 오른손이 날아왔다. 순간적으로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나에게는 야들야들한 어린아이 손목만도 못하다. 손목을 지그시 누르니 불독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온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의 오른팔을 지렛대 삼아 몸통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발바닥이 땅에서 떨어지자 허우적거리기 시작한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듯 아직 자유로운 왼팔로 나를 공격한다.


주먹이 내 얼굴을 스치려는 순간 붙잡고 있던 그의 오른팔에 힘을 주어 벽 쪽으로 슬쩍 밀쳐버렸다. 휙 소리와 함께 날아간 몽뚱이가 벽에 부딪혀 쿵!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바닥으로 나동그라진다.


큰 대자로 누운 불독이 움직임을 멈추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다. 상대가 보통 놈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벌떡 일어나더니 비대한 몸집을 비호처럼 움직여 사우나 출입문을 향해 뛰어간다. 동시에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여기요,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여기저기서 한가롭게 TV를 보고 있던 PT 코치를 비롯한 직원 서너 명이 라카룸으로 뛰어 들어온다. 불독은 사우나실을 가리키며 계속 소리를 지른다.


“저기, 저 안에, 저 안에... 웬 놈이 사람을 죽이려고...”


근육질의 남자 둘이 얼굴을 마주 보더니 쏜살같은 움직임으로 사우나실로 뛰어든다. 두 남자는 수증기를 손으로 헤치며 사우나 안을 살펴본다. 그러나... 텅 비어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람이 다시 나간다.


“아무도 없는데요.”


불독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가 다시 사우나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온다. 직원 둘이 뒤따라 다시 들어온다. 세 사람이 훑어봐도 여전히 아무도 없다. 불독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으로 여기저기를 쓸어보기까지 하지만 내가 보일 리 없다.


참교육 회초리를 휘둘러 만든, 풍선처럼 생긴 투명막이 나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세 남자가 다시 나간다. 직원 둘이 아무도 없지 않으냐? 는 표정으로 불독을 바라본다. 그의 목소리가 겁에 질렸다.


“분명히 나를 집어 던졌다니까...”


고객을 상대로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직원들은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이내 몸을 돌려 라카룸을 나간다. 혼자 남은 불독은 환장할 지경이다. 라카룸의 등받이 없는 긴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린다.


“에이씨, 어제 너무 마셨나? 헛것이 보이나? 아님 꿈을 꿨나?”


몸을 아직 드러내지 않은 내가 껄껄껄 웃으며 그의 등짝을 후려갈긴다.


“꿈 아니야, 헛것도 아니고. 하하하하”


불독이 벌떡 일어나 사방을 둘러본다. 아무도 보이지 않자 완전히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떤다.


“야, 씨*, 뭐야, 이거.”


“상소리 쓰지 마라.”


나는 그의 뺨을 톡톡 건드렸다. 불독이 두 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나를 붙잡으려 하지만 뜻대로 될 리가 없다. 그대로 놔두면 미쳐버릴지 모르겠다. 보다 못한 내가 결국 내 모습을 드러내 준다.


바로 눈앞에서 싱글거리고 있는 내 얼굴이 불쑥 나타나자 불독은 두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앉아버린다.


“자, 나는 이만 갈게.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일 이맘때까지 은철이한테 사과하고 아이 부모한테는 1억 원을 갖다 드려. 나는 분명히 말했다. 내 말을 듣지 않아 생기는 모든 일은 니 책임이라는 거 명심하고. 자, 그럼”


나는 그가 보는 앞에서 라카를 열어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여유 있는 걸음으로 라카룸을 나섰다. 불독은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 내가 사라지는 모습을 입을 벌린 채 지켜보고만 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카메라 앞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했다. 불독이 은철을 납치해서 린치를 가했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그놈을 만나 은철에게 직접 사과할 것과 적절한 보상을 하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했다.


다만 아이들과 불독의 이름 등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말하지 않았다. 내일까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나, 홍길동의 적절한 응징이 있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첫 의뢰사건을 처리하느라 피곤했나 보다.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새벽녘에 설핏 꿈을 꾼 듯한데 은철이가 울면서 나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옷을 입고 비차를 타고 은철의 집으로 날아갔다.


은철이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경찰차 두 대가 경광등을 반짝이며 서 있고 경찰관 두 명이 은철 아버지의 양팔을 붙잡고 경찰차에 태우려 하고 있었다. 은철 엄마는 놀란 얼굴로 남편을 바라만 보고 있고 은철은 훌쩍이고 있었다.


나는 은철에게만 내 모습이 보이게 해놓고 은철에게 다가갔다. 은철이 ‘아저씨!’ 하며 다가오려는 걸 내가 입에 손가락을 대며 ‘쉿!’ 하고 조용히 하라고 했다. 은철에게 다가가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은철아, 걱정 마. 아빠는 니가 알다시피 잘못한 게 없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걱정 말고 있어. 아빠는 곧 풀려날 거야. 나 믿지? 홍길동!”


“예.”


아들이 맥락 없이 ‘예’라고 말하자 엄마가 무슨 일이냐는 듯 은철을 한 번 내려다보더니 다시 남편을 태우고 출발하는 경찰차를 바라본다.


“은철아, 어른들은 내 모습이 안 보여. 나 홍길동의 정체는 너만 알고 있는 비밀이야. 걱정하지 말고 일단 집에 들어가 있어. 엄마, 잘 보살피고,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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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 127. 전광선, 김연성의 처형 방식 > 23.05.08 61 1 9쪽
127 < 126. 극비의 남북합동하야발표 준비 > 23.05.05 50 1 9쪽
126 < 125. 미국이 의심하다 > 23.05.04 50 1 9쪽
125 < 124. 남북 지도자, 동반퇴진하기로 > 23.05.03 52 1 10쪽
124 < 123. 김정은, 나도 물러나겠소 > 23.05.02 50 1 9쪽
123 < 122. 대통령에게 하야를 압박하다 > 23.05.01 49 1 10쪽
122 < 121. 김연성의 저택을 폭격하다 > 23.04.30 54 1 10쪽
121 < 120. 김혜련 사이보그, 경찰에 연행되다 > 23.04.29 56 0 9쪽
120 < 119. 나보고 대통령이 되라고? > 23.04.28 60 0 9쪽
119 < 118. 대통령과 전광선의 관계? > 22.11.12 254 1 11쪽
118 < 117, 사이보그는 연애를 할 수 있을까? > 22.10.29 73 1 10쪽
117 < 116. 국정원장을 영입하다 > 22.10.29 70 1 10쪽
116 < 115. 궁금해 죽겠는 식구들 > 22.10.22 68 1 10쪽
115 < 114. 정철민 대통령의 속셈 > 22.10.22 62 1 10쪽
114 < 113. 사이보그가 몰고 올 파장 > 22.10.15 64 0 9쪽
113 < 112. 사이보그로 부활하다 > 22.10.15 62 1 9쪽
112 < 111. 전광선을 찾아서 > 22.10.08 69 1 9쪽
111 < 110. 두 사람을 사이보그로 부활시키기로 하다 > 22.10.08 67 1 9쪽
110 < 109, 남북미 정상들은 왜 그럴까? > 22.09.24 78 0 10쪽
109 < 108. 전광선을 잡아라 > 22.09.24 77 0 9쪽
108 < 107. 한 몸에 두 영혼 > 22.09.17 74 0 9쪽
107 < 106. 거칠게 살기로 하다 > 22.09.17 77 0 9쪽
106 < 105. 홍길동, 산화하다 > 22.09.03 76 1 10쪽
105 < 104. 전광선의 협박 > 22.09.03 81 2 10쪽
104 < 103. 헬륨-3를 채취한다 > 22.08.27 80 2 9쪽
103 < 102. 김혜련 기자를 선발하다 > 22.08.27 73 2 10쪽
102 < 101. 비차를 군사용으로... > 22.08.20 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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