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792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10.08 12:05
조회
67
추천
1
글자
9쪽

< 111. 전광선을 찾아서 >

DUMMY

같이 살다 보니 와이프에게 종종 나의 살아온 이야기를 하곤 해서 와이프도 이젠 나에 대해 알 만큼 알고 있었다.


“맞아요. 홍대감의 얼자(孼子, 양반과 천민 여성 사이의 아들)로 태어나서 고생 좀 했었죠. 그때도 마음이 울적할 땐 여기 창덕궁 후원에 몰래 숨어들어와서 이렇게 걷곤 했어요. 그때는 물론 혼자였지요.”


“그때 살던 데가 이 근처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저기 담 넘어가 창경궁이잖아요? 창경궁의 정문이 홍화문(弘化門)인데 우 리 집은 그 근처였었죠”


“맞아 맞아요. 내가 그 말을 듣고 홍길동전을 사서 읽어봤거든요. 이렇게 시작하더 라고요. ‘조선국 세종대왕께서 즉위하신 지 십오 년 되는 해, 홍화문 밖에 한 재상이 있었다. 성은 홍이요 이름은 문이니,’ 이렇게요”


“기억력도 좋네요. 하하하”


“남편의 일이라 기억이 되었네요.”


“허균 선생님이 나를 잘 이해하고 잘 써주셨죠. 아 참, 그거 알아요?”


“좀 되긴 했는데 허균 선생님이 나를 찾아오셨어요”


“예? 그게 정말이에요? 그게 가능해요? 와, 대박”


“네. 아차산에서 한 번 뵙고 파리로도 한 번 오셨어요”


“와, 파리로도요? 와...”


“이상한 남편이랑 사니까 이상한 일들이 많죠?”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나는 아직도 이런 일들이 쉽게 이해가 잘 안 되거든 요.”


“아 참, 이왕 오늘 창덕궁 밤 나들이 왔는데 내친김에 세종임금 때로 한 번 가볼까 요? 홍길동전에 나왔던 그 시대로요.”


“어머, 어머, 어머. 타임머신을 타고 가자는 말이에요? 정말이요? 가는 건 좋은데 혹시 거기서 다시 못 돌아오는 건 아니겠죠?”


“자, 그럼 구경 한번 해 봅시다. 자, 갑니다”


나는 세종임금 때로 시간여행을 출발했다. 한 손으로 와이프의 손을 꼭 잡았다. 단전에 기를 모으고 불끈 힘을 쏟아내자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거꾸로 흐르던 시간이 정지하자 나와 와이프는 조용히 눈을 떴다.


같은 장소에 서 있었으나 주위의 모습이 바뀌어있었다. 창덕궁 밖에 훤히 밝혀있던 서울의 조명들은 꺼지고 거의 암흑에 가까운 한양의 밤하늘에 보름달만 휘영청 떠 있었다.


우리는 창덕궁 후원을 나와 정전인 인정전 쪽으로 걸어 나왔다. 임금이 국사를 보던 인정전과 그 옆의, 거처로 쓰시던 선정전의 대문들은 이미 굳게 닫혀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세종임금을 뵙고 싶었지만 갑작스럽게 나와 아내가 들이닥쳤을 때의 그 혼란을 생각하면 자중하는 게 좋았다.


화톳불 옆에서 무엇인가 얘기를 나누는 병졸들의 눈을 피해 궁궐의 여기저기를 둘러본 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을 통해 궐 밖으로 나왔다. 돈화문을 통과할 때는 불가피하게 순간이동술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아닌 밤중에 궁 안에서 우리 내외가 대궐 문을 열고 걸어 나온다면 수비하던 수문장과 병졸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나와 아내는 홍길동전의 첫머리에 나오는 홍화문 밖 재상 집이자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홍대감 집이 멀리 보이는 데까지 왔다. 그러나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고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걸로 만족했다. 가까이 다가가다 만약 어린 홍길동을 마주하게 된다면 시간여행의 흐름이 꼬이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어 극히 조심해야 했다.


시간은 해시(亥時, 밤 9시부터 11시까지)로 접어들었다. 모두 잠든 백성들을 따라 하늘의 보름달도 조는 듯했다. 나는 와이프의 손을 꼭 잡고 종로 육의전을 거처 육조거리로 나아갔다. 광화문 앞에 서서 육조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는 놈이냐, 게 섰거라!”


창을 든 병졸들이 우리 부부를 붙잡으러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사실 잘못한 것은 없으나 잡히면 골치 아플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체력이 약한 와이프의 손을 끌면서 뛰다 보니 도저히 뒤따라오는 병졸들을 떼어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부부는 다시 21세기 서울로 넘어올 수밖에 없었다.


헐레벌떡 뛰다가 주변이 바뀌어 멈춰보니 세종문화회관 앞이었다. 불빛이 휘황한 거리의 사람들은 무심히 우리를 지나쳐갔다. 나와 와이프는 서로 눈을 맞추며 웃었다.


“어때요? 놀라지 않았어요?”


“전혀요. 재밌었어요. 그런데 당신은 좀 어때요? 기분전환 좀 됐어요? 오랜만에 한 양 구경도 하고 먼발치에서지만 살던 집도 보고 왔는데... 어때요?”


“기분이 좀 괜찮아진 것 같기도 해요. 골치 아픈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다른 세상 에 갔다 왔더니 심기일전한 기분이 드네요”


“다행이에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아요. 다 잘 될 거예요.”


나와 와이프는 아직 인파 행렬이 줄어들지 않은 종로 뒷골목 술집을 찾아 들어갔다. 옛날 피맛골로 불리던 곳인데 지금은 고층 빌딩들이 들어찬 지역으로 변해 있었다. 막걸리와 파전을 시켜놓고 잠시 시간여행의 여운을 즐겼다.


***


전광선의 뒤를 쫓는 미국의 에이전시는 중간보고를 해왔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전광선이 콜롬비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미국 에이전시는 이라크전쟁 참전 용사로서 콜롬비아의 마약왕을 위해 일하는 프락치가 최근 마약왕의 새로운 파트너라는 동양인을 봤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동양인이라면 마약을 생산하는 미얀마나 태국 출신 동양인을 말할 가능성이 더 높았기 때문이었다. 김정길 사장은 전광선의 사진과 정확히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전광선이 콜롬비아에 은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전광선은 마약 카르텔의 돈으로 핵추진 비행기를 생산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마약 카르텔은 항공기 시장을 장악하려다 여의치 않자 비차를 폭파시킬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게 분명했다.


사고 당일 비차의 비행 궤도를 가로막았던 비행기들이 주로 정정이 불안한 저개발국에서 이륙했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중남미 카르텔과 이들 국가들의 범죄조직들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는 미국의 에이전시가 최종적으로 전광선의 소재를 파악해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전광선의 행방을 찾으면서 나는 김연성 회장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가석방되자마자 전광선과 힘을 합쳐 핵추진 비행기를 생산한 것까지는 잘 알려져 있는데 충청북도의 핵추진 비행기 공장이 문을 닫은 뒤 소식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신성 회장과 한국 재계의 쌍두마차를 이끌다 전광선을 만나 대선 개표 조작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본인은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자동차 회사는 듣보잡 기업에게 넘어가 버린 비운의 기업인 김연성은 핵추진 비행기로 재기를 노리다 다시 주저앉아버렸다.


이신성 회장은 다행히 ㈜신성의 주식을 잘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비차 생산 이후 주식 가치가 몇 배가 늘어 지금은 해창만 일대에 먹거리 기지를 건설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잘 운영해 가고 있다. 비록 나와는 악연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서로 사업상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이신성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연성 회장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았다. 왕년에 재계 1, 2위를 다투던,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김연성 회장 소식을 바람결에라도 듣고 있나 싶어서 물어본 것이었다.


이신성 회장은 자기가 알기로는 고향인 충청도 모처에서 집을 짓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김연성 회장을 만나보기로 했다. 이신성 회장에게 주선을 부탁했다. 다행히 김연성 회장은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비차를 타고 김연성 회장이 일러준 주소지로 날아갔다. 비록 망한 사업가이지만 산속에 지어진 저택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위치에 3, 4층으로 보이는 본채와 그 보다 작은 별채들이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나는 본채의 마당에 비차를 착륙시켰다. 기다리고 있던 김연성 회장이 비차로 다가왔다. 나는 내려서 김회장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회장은 내가 타고 온 비차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손바닥으로 비차의 몸체를 쓸어보았다. 이놈의 물건 때문에 본인의 신세가 이렇게 되었나 하는 회한이 얼굴에 살짝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김회장은 아직은 정정한 걸음걸이로 나를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거실로 안내했다. 나는 예의를 갖춰서 용건을 말했다.


“이렇게 불쑥 찾아봬서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요. 이신성 회장이 한번 만나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내가 굳이 안 만 날 이유도 없고 해서 좋다고 했어요. 다 이렇게 된 마당에 감추고 말 것도 없으니 뭐든지 좋아요, 물어보세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 전광선씨 행방을 알고 계신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다시 돌아왔습니다. 23.04.27 67 0 -
공지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22.11.10 66 0 -
공지 연재 조정 22.06.19 101 0 -
128 < 127. 전광선, 김연성의 처형 방식 > 23.05.08 59 1 9쪽
127 < 126. 극비의 남북합동하야발표 준비 > 23.05.05 48 1 9쪽
126 < 125. 미국이 의심하다 > 23.05.04 49 1 9쪽
125 < 124. 남북 지도자, 동반퇴진하기로 > 23.05.03 51 1 10쪽
124 < 123. 김정은, 나도 물러나겠소 > 23.05.02 49 1 9쪽
123 < 122. 대통령에게 하야를 압박하다 > 23.05.01 47 1 10쪽
122 < 121. 김연성의 저택을 폭격하다 > 23.04.30 51 1 10쪽
121 < 120. 김혜련 사이보그, 경찰에 연행되다 > 23.04.29 55 0 9쪽
120 < 119. 나보고 대통령이 되라고? > 23.04.28 60 0 9쪽
119 < 118. 대통령과 전광선의 관계? > 22.11.12 251 1 11쪽
118 < 117, 사이보그는 연애를 할 수 있을까? > 22.10.29 71 1 10쪽
117 < 116. 국정원장을 영입하다 > 22.10.29 69 1 10쪽
116 < 115. 궁금해 죽겠는 식구들 > 22.10.22 66 1 10쪽
115 < 114. 정철민 대통령의 속셈 > 22.10.22 61 1 10쪽
114 < 113. 사이보그가 몰고 올 파장 > 22.10.15 63 0 9쪽
113 < 112. 사이보그로 부활하다 > 22.10.15 60 1 9쪽
» < 111. 전광선을 찾아서 > 22.10.08 68 1 9쪽
111 < 110. 두 사람을 사이보그로 부활시키기로 하다 > 22.10.08 66 1 9쪽
110 < 109, 남북미 정상들은 왜 그럴까? > 22.09.24 76 0 10쪽
109 < 108. 전광선을 잡아라 > 22.09.24 76 0 9쪽
108 < 107. 한 몸에 두 영혼 > 22.09.17 71 0 9쪽
107 < 106. 거칠게 살기로 하다 > 22.09.17 76 0 9쪽
106 < 105. 홍길동, 산화하다 > 22.09.03 74 1 10쪽
105 < 104. 전광선의 협박 > 22.09.03 78 2 10쪽
104 < 103. 헬륨-3를 채취한다 > 22.08.27 79 2 9쪽
103 < 102. 김혜련 기자를 선발하다 > 22.08.27 73 2 10쪽
102 < 101. 비차를 군사용으로... > 22.08.20 83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