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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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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782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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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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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9쪽

< 106. 거칠게 살기로 하다 >

DUMMY

대외적인 시선은 사실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원래 쌍둥이인 길동1과 길동2를 사람들은 구별해 낼 재간이 없을뿐더러 누가 남의 사생활에 그렇게 현미경을 들이대며 이상한 점을 찾으려 하겠는가?


문제는 김연 이사의 심리와 마음이었다.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 일견 쉬울 것 같지만 당사자에겐 숨이 막히는 현실일 수 있었다. 계속 함께 지내면서 사고가 나기 전의 기억과 지금의 일상이 전혀 다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둘이 손을 잡을 때도, 파리 시내를 함께 산책할 때도,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도 문득문득 김연 이사, 아니 나의 와이프는 이상한 느낌에 나를 한참 동안 쳐다보곤 했다. 아무리 시간 여행자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죽었던 사람이 그 육신 그대로 다시 내 앞에 앉아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지극히 지구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했다.


나는 세월이 약이라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손끝, 눈길, 무심코 하는 행동 하나, 말버릇 하나하나가 김연 이사의 감각에 다시 스며들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파리의 새집에서 나란히 앉아 뉴스를 보고 있는데 와이프가 갑자기 나를 쳐다봤다.


“여보, 하나 물어볼게요”


나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태연한 척 말을 받아줬다.


“그래요. 당신이 혼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무슨 질문이든 좋아요.”


“그럼, 당신과 길동2 도련님은 어떻게 돼요?”


“뭐가요?”


“아니, 그... 관계가요... 한 몸인가요? 아님 별개의 몸인가요? 그리고 정신은요? 분리되어 있나요? 아니면 하나의 정신, 하나의 의식을 공유하는 것인가요?”


“우리가 결혼 전에 설명했을 텐데... 다시 설명해 봐요?”


“예. 그때는 알아들은 것 같았는데 다시 헷갈려요.”


“자, 나와 나의 분신은 몇 개라도 될 수 있다. 이것이 우선 중요한 사항이고요. 다 음으로는 본체와 분신은 완전히 같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동일한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비록 완전히 동일 육체, 동일 정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살아가기로는 별개의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사람일 수도,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와이프의 얼굴은 펴지기는커녕 다시 어두워졌다. 나는 가만히 와이프의 손을 잡았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맙시다. 세월이 지나면 다 완벽하게 적응하게 될 거예요. 오늘은 동생네 가서 밥 먹기로 했잖아요? 가볼까요?”


“아, 시동생 내외하고는 넷이 함께 있는 모습이 보여지면 또 안 되는 거잖아요. 그 렇죠?”


“그렇네요. 그러니까 길동2 집에서 밥을 먹기로 한 거죠. 하하하”


“그래도 웃음이 나오나 보네요. 나는 아직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나와 와이프는 파리 16구의 골목을 걸어 길동2의 집으로 향했다. 길동2의 집에 도착하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 나왔다. 김수영 부회장은 오늘 만찬을 위해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를 모셨다고 했다. 우리는 음식이 나오기 전 식전주를 한 잔씩 하면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다.


“그나저나 앞으로 일상생활이 조금 불편해질 것 같아요. 파리에 집이 있고 직장이 있는데도 간혹 NYD에 사는 것처럼 한 번씩 들러야 할 것 같아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NYD에서 이이하고 같이 살면서도 마치 안 사는 것처럼 해야 되니 그것도 신경 쓰여요.”


“그런데 어쨌거나 형수님은 한국 어딘가에는 살고 있어야 하잖아요? 매일매일 출근 하는데 파리에서 출퇴근한다고 하긴 좀 그렇고...”


길동2의 문제 제기에 그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네 명은 논의 끝에 와이프의 공식 거처는 아차산 헤드쿼터로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되면 NYD의 집은 길동2와 김수영 부회장의 거처가 되고 나와 와이프는 남의 이목 걱정 없이 아차산에서 편하게 살 수 있었다. 단지 NYD 집에는 간혹 길동2와 김수영 부회장이 들러서 그 집에 살고 있는 것처럼 가장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 세상에는 홍길동의 쌍둥이 동생 하나만이 존재하고 쌍둥이 동생은 형이 살던 NYD에서 부인인 김수영 부회장과 함께 살게 되고 남편을 잃은 김연 이사는 원래 남편의 집이었던 서울 아차산의 단독주택으로 옮겨가 혼자 사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우리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적인 공간에서도 불편함은 있었다. 셰프와 보조들에게 두 명의 홍길동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아무리 분야가 다르다 하더라도 홍길동의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식사 중에 변장술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파리에 사는 홍길동2가 동양인 손님을 초대한 자리인 것처럼 꾸며야 했다.


음식은 훌륭했다. 큰 접시에 음식은 조금씩, 접시가 몇 개가 들어오고 몇 개가 나갔는지 모를 만큼 맛과 품격이 최고의 사치를 만난 저녁이었다. 나는 저녁이 끝나고 우리만 남게 되자 불편한 변신을 바로 해제했다. 다시 홍길동으로 돌아오자 와이프는 또다시 내가 사고를 당하고 다시 돌아온 순간이 생각나는 듯 했다.


“맞네. 변신했다가 이렇게 돌아온 것하고 사고를 당한 다음 내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 하고 비슷하게 생각하면 되겠네요. 하하하하”


“글세, 모르겠어요. 머리가 아프니까 더 이상 그 생각 안 하려고 해요. 당신이 홍길 동인지 홍길동 귀신인지 뭐가 중요하겠어요. 지금 내 앞에 분명 살아있는 홍길동이 앉아있는 게 중요하죠. 그냥 대충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볼게요.”


“형님, 잘 생각했어요. 나도 사실 내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건 아닌데요... 뭐, 세 상에 조금 이해 안 되는 일이 한두 가지인가요? 분명한 건 우리가 참 이상한 형제를 만나 남들은 상상도 못할 경험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호호호”


김부회장이 와이프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얼렁뚱땅 분위기를 잡아가자 와이프의 표정도 조금 풀리는 듯했다. 이야기는 다시 심각한 내용으로 접어들어 간다. 길동2가 나와 공명했던 앞으로의 노선을 조심스럽게 두 여자에게 꺼낸다.


“할 말이 조금 있어요.”


길동2가 두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자 두 여자가 무슨 심각한 일인가하고 길동2를 주시한다.


“다름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떤 스탠스로 세상을 대해야 하느냐는 문제인데 요...”


내가 끼어들었다.


“간단히 말하죠. 착하게 살 것이냐? 아니면 독하게 살 것이냐?의 선택문제입니다. 그동안 웬만하면 착하게 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써왔는데 결과는 이게 뭡니까? 나의 죽음이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와 아우의 생각을 미리 말씀드리자면 앞으로는 과거처럼 착하게 살지 말자, 나쁜 놈들은 혼을 내고 미운 놈들은 미워하면서 마음 내키는대로 살아보기로 했는데 두 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시원시원한 제수씨는 목소리를 올리며 손뼉까지 쳤다.


“좋아요. 좋아요. 저는 대찬성이에요. 제가 검사 생활하면서 느낀 것하고 같아요. 범죄를 저지르고 들어온 놈들한테 관용을 베풀면 놈들도 느끼는 바가 있어 개과천선할 거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러나 천만에요. 놈들은 여전히 버릇을 고치지 못해요. 천성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성장 환경이 안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쁜 놈들을 선도한다는 생각은 너무 나이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러나 김이사의 생각은 달랐다.


“나쁜 놈들을 혼내주기 위해 그러면 우리는 나쁜 짓을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

이 생깁니다. 법에 의한 처벌이 아닌 사적 린치를 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우리의 불

법은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느냐는 거죠“


갑론을박 끝에 우리는 3대 1이라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앞으로 좀 거칠게 살아가

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당연히 전광선과 ‘조카’ 일당은 우리의 1차 척결

대상으로 떠올랐다.


비차로 쌓아놓은 명성과 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돌아오는 데는 복구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길동2가 쌍둥이 동생이라곤 하지만 과연 비차를 타고 달나라로 가다 죽은 원래의 홍길동만큼 재능이 있겠느냐는 시장의 불신은 쉽게 걷어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내가 사실 원래의 홍길동이라고 외치고 나설 수도 없어 답답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하나하나 사고가 나기 전의 준비 단계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의 분위기도 섭섭했다. 정철민 대통령은 충청북도의 비차공장 가동으로 지방 선거 걱정을 덜었다가 비차 사고로 공장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선거 판세가 요동치자 비차에 대한 생각이 예전만 못해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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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 127. 전광선, 김연성의 처형 방식 > 23.05.08 58 1 9쪽
127 < 126. 극비의 남북합동하야발표 준비 > 23.05.05 48 1 9쪽
126 < 125. 미국이 의심하다 > 23.05.04 48 1 9쪽
125 < 124. 남북 지도자, 동반퇴진하기로 > 23.05.03 50 1 10쪽
124 < 123. 김정은, 나도 물러나겠소 > 23.05.02 49 1 9쪽
123 < 122. 대통령에게 하야를 압박하다 > 23.05.01 47 1 10쪽
122 < 121. 김연성의 저택을 폭격하다 > 23.04.30 51 1 10쪽
121 < 120. 김혜련 사이보그, 경찰에 연행되다 > 23.04.29 54 0 9쪽
120 < 119. 나보고 대통령이 되라고? > 23.04.28 59 0 9쪽
119 < 118. 대통령과 전광선의 관계? > 22.11.12 251 1 11쪽
118 < 117, 사이보그는 연애를 할 수 있을까? > 22.10.29 71 1 10쪽
117 < 116. 국정원장을 영입하다 > 22.10.29 69 1 10쪽
116 < 115. 궁금해 죽겠는 식구들 > 22.10.22 66 1 10쪽
115 < 114. 정철민 대통령의 속셈 > 22.10.22 60 1 10쪽
114 < 113. 사이보그가 몰고 올 파장 > 22.10.15 63 0 9쪽
113 < 112. 사이보그로 부활하다 > 22.10.15 60 1 9쪽
112 < 111. 전광선을 찾아서 > 22.10.08 67 1 9쪽
111 < 110. 두 사람을 사이보그로 부활시키기로 하다 > 22.10.08 66 1 9쪽
110 < 109, 남북미 정상들은 왜 그럴까? > 22.09.24 75 0 10쪽
109 < 108. 전광선을 잡아라 > 22.09.24 76 0 9쪽
108 < 107. 한 몸에 두 영혼 > 22.09.17 71 0 9쪽
» < 106. 거칠게 살기로 하다 > 22.09.17 76 0 9쪽
106 < 105. 홍길동, 산화하다 > 22.09.03 74 1 10쪽
105 < 104. 전광선의 협박 > 22.09.03 78 2 10쪽
104 < 103. 헬륨-3를 채취한다 > 22.08.27 78 2 9쪽
103 < 102. 김혜련 기자를 선발하다 > 22.08.27 73 2 10쪽
102 < 101. 비차를 군사용으로... > 22.08.20 8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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