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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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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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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9.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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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 105. 홍길동, 산화하다 >

DUMMY

밤이 깊어지자 보름달이 우리 두 사람 바로 위로 휘영청 떠올랐다. 달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지금은 여기서 와이프와 식사를 하고 있지만 내일은 저곳 그늘져 보이는 ‘고요의 바다’에서 이곳 지구를 내려다볼 것이다. 비차가 선사하는 내 인생 최고의 뷰가 아닐 수 없다.


밤이 이슥하여 나와 와이프는 침실에 함께 누웠다. 침실에서도 창문을 통해 보이는 보름달은 우리를 향해 미소짓고 있는 듯했다. 나는 설레는 가슴을 달래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10시 5분 전. 달나라 여행 팀은 TTM의 비차 발진기지의 10미터 원 안에서 이륙 준비 중인 비차에 탑승했다. 김혜련 기자는 탑승하기 전부터 전 세계에 중계되는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이륙 직전 김혜련 기자는 대장(隊長)인 나에게 소감을 물었다.


“네, 훗날 역사가들은 우리의 오늘 여행을 비차 시대의 개막 여행이라고 기록하기 를 기대합니다. 가슴이 떨립니다. 행복합니다. 여러분, 안전하게 다녀와서 여러분께 달나라 여행 감상을 말씀드릴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형전광판의 전자시계가 10시 정각을 가리키는 순간 김윤대 대표는 출발 버튼을 눌렀다. 순식간에 비차는 TTM 발진 기지의 상공으로 가뭇없이 사라졌다. 기자들과 역사적인 순간을 구경 나온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성공을 빌었다.


이륙 직후 아직 대기권을 벗어나지도 않은 순간, 비차의 진행 방향으로 비행기들이 수십 대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뭐라고 생각할 새도 없었다. 그중 한 대의 비행기와 우리 비차가 충돌했다. 충돌의 충격에 이어 폭발음이 아련하게 들리면서 나는 정신을 잃었다.


***


길동2인 나는 중계 화면을 통해 비차와 괴물체가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을 봤다. 길동1과 그의 동료들이 산화(散花)한 것이 분명하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순식간이었지만 나는 괴물체가 비행기라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와이프와 함께 바로 비차를 타고 NYD의 형수 집으로 날아갔다. 형수는 충격에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나와 와이프는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


길동1인 나는 미지의 공간에서 다시 정신이 들었다. 아, 나의 육체는 충돌과 폭발로 이미 재가 되어버린 후였다. 나만이 아니라 김윤대 대표와 김혜련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김윤대 대표와 김혜련 기자의 ‘얼’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김대표와 김기자의 ‘얼’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얼’ 역시 미지의 공간에서 나를 찾고 있었다. ‘얼’들의 ‘의지’가 세 사람을 한곳으로 모이게 했다. 아무것도 분명치 않은 그러나 현기증 나도록 투명한 미지의 공간에서 우리 셋은 만나기만 했을 뿐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니면 얼마나 시간이 멈춰 있었을까? ‘미지의 공간’에서의 시간은 어떤 속도와 느낌으로 흐르는지, 멈추어 있는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절대자’가 나타났다. ‘절대자’는 개념일 뿐 형체도 없고 목소리도 없다. 단지 ‘절대자’의 ‘의지’만이 우리 세 명의 ‘얼’에게 전달될 뿐이었다.


‘절대자’는 나에게 말했다. 시간 여행자인 나는 자신의 관리 영역이 아니므로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라고 했다. 나는 물었다. 김대표와 김기자는 어떻게 되느냐고. ‘절대자’는 두 사람은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람들과 같이 왔으니 돌아갈 때도 같이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람들의 육체가 이미 공기 중에 흩어져버렸으니 그럴 수 없다.”


김기자가 항의했다.


“아니,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나는 꼭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김대표도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제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절대자’는 생각하는 듯 했다.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시간 여행자와 일반 영혼이 함께 온 경우는 처음이라 나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구나”


내가 의견을 냈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저는 어차피 분신(分身)을 하니 지금 지구에 있는 길동2의 몸에서 새롭게 태어나면 됩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나처럼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의 몸에 ‘얼’만이라도 들어가면 어떻겠습니까?”


‘절대자’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렇게라도 다시 전생으로 회귀하고 싶으냐?”


두 사람은 너무 뜻밖의 죽음이었던지라 당연히 돌아가고 싶어 했다.


“좋다. 너희 둘의 얼이 누구의 몸에 깃들어야 할지 너희들이 고를 수 있겠느냐?”


우리 세 명의 얼은 의논 끝에 김윤대는 ‘홍길동tv’의 앵커로 있는 이용준에게 그리고 김혜련은 북한에서 김윤대의 파트너였던 이설화 대위에게 깃들기로 했다.


***


나, 길동2는 길동1이 머지않아 돌아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형수에게 진실을 가르쳐주어야 했다. 그래야 돌아오는 길동1을 여전히 자신의 남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고가 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세상은 일변하고 말았다. 모든 것이 비차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이 이제는 ‘비차’ 자체는 홍길동1의 사기...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우주여행, 달나라 여행, 달나라 기지 건설 등은 사기에 가까운 무언가였다는 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세계의 주식 시장은 비차와 비차 관련주의 폭락으로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한반도의 통일이나 세계의 통합 같은 무지개빛 미래도 당분간은 거론을 삼가는 것이 나았다.


나는 비차의 폭발이 사고가 아닌 범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부 당국은 아직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터폴에서는 사고 당일 아침 세계 여러 나라의 비행장에서 핵추진 비행기 수십 대가 비슷한 시각에 이륙했다는 정도만 파악하고 있었다.


정확히 사고 발생 시간으로부터 만 일주일이 지난 시점, 길동2인 나는 와이프와 함께 다시 파리로 돌아갔다. 돌아가기 전 나는 분신으로 길동1을 다시 지구상에 되살려놓았다.


형수는 돌아온 길동1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사전교육에도 불구하고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귀신이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사고가 없었던 것인지 헷갈리는 게 당연했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인 만큼 조만간 적응이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세상에는 파리에 있던 길동2가 서울로 돌아와 길동1을 대신할 것이라고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렇게 되면 원래의 길동2는 파리에 계속 거주하면서 대중 앞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또한 길동1의 와이프인 김이사는 남편이 죽은 것처럼, 그러니까 절대 길동1과 부부로서 대중 앞에 나서면 안 되었다. 김수영 유럽지사 부회장은 수시로 한국에 나타나 길동2의 아내인 것처럼 행세해 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예상되었다.


***


나, 길동1은 비록 대중들에게 감추어야 하는 부분이 생겼지만 어쨌거나 지구에 다시 돌아와 지금까지 해 오던 일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용준 앵커와 이설화의 몸에 깃들기로 한 김윤대와 김혜련의 ‘얼’은 앞으로 적응 기간을 상당 기간 가져야 할 것이다.


나는 일단 좌절된 달나라 프로젝트를 재가동시키는 한편 비차를 공중폭발시킨 전광선 일당을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육신이 잿가루가 되는 경험을 하고 나서 나의 ‘얼’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음을 느꼈다. 지금까지 어떻게 하든지 사람들에게 최악의 수단을 쓰지 않고 좋은 말과 행동으로 상대가 잘못을 깨우치도록 노력해왔으나 그 방식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금까지 충분히 전광선 일당을 붙잡아 혼내줄 수 있었음에도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차일피일 징치를 미룬 결과는 나의 ‘죽음’이었다. 나의 선의는 결과적으로는 게으름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전략이 필요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선의의 독재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나는 우선 주변을 정리해야 했다. 와이프부터 내가 사실 원래의 홍길동이라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했다. 김연 이사는 머릿속으로는 이해를 하면서도 심리적, 감정적으로는 이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나는 와이프와 함께 비차를 타고 파리로 날아갔다. 길동2가 마련해 둔 16구의 아파트를 함께 둘러보았다. 이제 이 집이 당분간은 와이프, 김연 이사가 애용해야 할 집이었다. NYD의 집은 대외적으로는 길동2와 김수영 부회장이 거주하는 집이 되어야 했다. 물론 실제로는 나와 김연 이사가 여전히 NYD의 집에서 거주하겠지만 대외적으로는 남편이 사망한 뒤 김연 이사는 NYD의 집에서 나온 것으로 해야 되고 파리의 새로 마련한 집에서 거주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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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 127. 전광선, 김연성의 처형 방식 > 23.05.08 59 1 9쪽
127 < 126. 극비의 남북합동하야발표 준비 > 23.05.05 48 1 9쪽
126 < 125. 미국이 의심하다 > 23.05.04 49 1 9쪽
125 < 124. 남북 지도자, 동반퇴진하기로 > 23.05.03 51 1 10쪽
124 < 123. 김정은, 나도 물러나겠소 > 23.05.02 49 1 9쪽
123 < 122. 대통령에게 하야를 압박하다 > 23.05.01 47 1 10쪽
122 < 121. 김연성의 저택을 폭격하다 > 23.04.30 51 1 10쪽
121 < 120. 김혜련 사이보그, 경찰에 연행되다 > 23.04.29 55 0 9쪽
120 < 119. 나보고 대통령이 되라고? > 23.04.28 60 0 9쪽
119 < 118. 대통령과 전광선의 관계? > 22.11.12 252 1 11쪽
118 < 117, 사이보그는 연애를 할 수 있을까? > 22.10.29 71 1 10쪽
117 < 116. 국정원장을 영입하다 > 22.10.29 69 1 10쪽
116 < 115. 궁금해 죽겠는 식구들 > 22.10.22 66 1 10쪽
115 < 114. 정철민 대통령의 속셈 > 22.10.22 61 1 10쪽
114 < 113. 사이보그가 몰고 올 파장 > 22.10.15 63 0 9쪽
113 < 112. 사이보그로 부활하다 > 22.10.15 60 1 9쪽
112 < 111. 전광선을 찾아서 > 22.10.08 68 1 9쪽
111 < 110. 두 사람을 사이보그로 부활시키기로 하다 > 22.10.08 66 1 9쪽
110 < 109, 남북미 정상들은 왜 그럴까? > 22.09.24 76 0 10쪽
109 < 108. 전광선을 잡아라 > 22.09.24 77 0 9쪽
108 < 107. 한 몸에 두 영혼 > 22.09.17 72 0 9쪽
107 < 106. 거칠게 살기로 하다 > 22.09.17 76 0 9쪽
» < 105. 홍길동, 산화하다 > 22.09.03 75 1 10쪽
105 < 104. 전광선의 협박 > 22.09.03 78 2 10쪽
104 < 103. 헬륨-3를 채취한다 > 22.08.27 79 2 9쪽
103 < 102. 김혜련 기자를 선발하다 > 22.08.27 73 2 10쪽
102 < 101. 비차를 군사용으로... > 22.08.20 8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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