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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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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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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9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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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3)

DUMMY

43화


‘아, 노나 제대로 저어! 왜 이렇게 속도가 안 나! 일이삼사가 훨씬 빨랐는데.’

‘걔들은 넷이서 했잖아. 난 혼자고.’

‘뭐래! 힘은 넷 다 합친 것보다 네가 더 세잖아! 아침 굶었어? 왜 이렇게 힘을 못 내?’

‘빨리 가고 있는데... 승질 좀 내지 마.’


일이삼사를 보내 주고, 그놈들 하초의 건강함에 감탄하던 하지운은 도로 뗏목에 올라 노를 저었다.

나왔던 물길을 고대로 거슬러 오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심심해서 썸녀와 노닥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둘 다 연애 고자들이다 보니, 겁도 없이 서로의 콤플렉스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하지운도 말해 놓고 뜨끔해서 승아의 신경질에 제대로 대처를 할 수가 없었다.


‘저기... 친한 언니들이 연배들이 너무 높으시다. 좀 비슷한 세대 분들은 안 계셔?’

‘나야 모르지. 내가 막 찾아다니면서 인사하고, 친목을 다지는 그런 시스템 아냐. 다 같이 모여서 그분 연설을 듣거나, 회식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뭐, 그렇기야 하겠지. 진짜 직장이 아니잖아. 그런 게 있으면 웃기기는 하겠다.’

‘사실 난 그분을 뵌 적도 없어. 방금 말한 언니들 몇이 찾아와, 날 거둬서 가르친 거야.’

‘가르쳐?’

‘어, 내 권능들. 네 수납장에 챙겨 준 것들이나, 네가 저승에서 본 내 펜트하우스 같은 거 말야.’

‘아, 그 재벌집 느낌 나는 저택이 네 거였어? 너 부자네.’

‘부자는 무슨. 권능이라고 했잖아. 내 의지로 다 구현한 거야.’

‘구현? 내가 먹은 빵이랑 식기들은 실체가 있는 거였어. 먹고 응가까지 했는데...’

‘어, 맞아. 실체가 있는 거.’

‘인간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면서?’

‘어.’

‘그런데...’

‘야, 하지운. 내가 저승에 저택을 지어 놓고, 갑부놀이를 한다고 해서 어떤 인간이 영향을 받는데? 그리고 내가 네 수납장에 밥이랑 식기 좀 챙겨 줬다고 누가 어떤 영향을 받냐고!’

‘나...’

‘미안한 말이지만, 넌 아직 완전한 사람이 아냐. 테스트 기간 중이잖아...’

‘아아... 그럼 난 아직 신분상 귀신이구나.’

‘어, 너나 다른 참가자들이나 다 마찬가지야. 아, 그리고 말야. 내가 산 사람에게 무슨 해코지라도 하려고 하잖아. 그럼 진짜 빛의 속도로 저승으로 소환돼. 그러고는 한참을 인간 세상으로 못 내려가. 일종의 자숙 기간을 거쳐야지만 다시 내려갈 수 있어.’

‘최소 한 번은 혼나 봤구나...’

‘어...’

‘야, 근데 쟤들 내가 다시 돌아와서 빡쳤나 보다. 엄청 노려보네. 레이저 나오겠다.’

‘한 종류의 괴물의 암컷 성체 거의 전부를 과부로 만들었어, 네가. 쟤들이 너를 보고 반가워하는 게 더 소름 끼치지 않아?’

‘쟤들한테 볼일 있어서 돌아온 거 아니라고 말해 줄 방법 없을까? 너무들 몰려와서 째려보고 있는데... 정신 사납다.’

‘이제야 나갔다고 안도하고 있던 마당에 네가 다시 돌아왔잖아. 쟤들이 안 빡치면 괴물이냐 그게? 네가 한 짓이 있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뭐래? 너네 회사에서 조장한 거잖아! 재생 능력만 그런 게 아니라, 강탈 능력도 저것들 다 때려죽이면 승급되는 방식으로 만들어 놨잖아! 뭔 설정을 그렇게 살벌하게 해 놓고는! 나만 쓰레기야? 나만?’

‘아니... 뭐 너만 그렇다는 게 아니... 저... 고객님!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 좋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저승 되겠습니다. 그럼 이만 서비스 제공 시간이 초과하여, 잠시 통신을 두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미친... 뭐 하냐? 야! 임승아! 씹냐? 왜 대답이 없어? 뭐야! 말하다 말고 불리하니까 튄 거야? 어이가 없네.’


한참을 머릿속에서 같이 노닥거리던 썸녀 겸 관리자가 다급히 도망쳐 버렸다.

머릿속이 갑자기 조용해진 반면, 뗏목 주위는 갈수록 시끌벅적해지고 있었다.

자라다 만 새끼들까지 주위에 몰려와 살기를 뿜어 대고 있는데, 하지운으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성체들 죽이 듯이 창으로 쑤셔 댈 수도 없고, 적당히 살기를 흘리며 쫓아 대는 일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신이 사나워 음악을 틀어 놓고 노 젖는 속도를 높였다.

어차피 죽기 살기로 덤벼들 각오는 없어 보인다.

그냥 자신이 잽싸게 지나가 줘서,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인 것 같았다.

하지운이 아무리 이기적이고 뻔뻔하며 공감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성격 파탄자라 해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는 배워서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을 도끼눈을 하고 노려보는 이들의 가장을 죽인 대가로 ‘신체 재생’ 능력을 무려 팔십팔 레벨까지 끌어올렸다.

어느 세월에 레벨을 다 올리나 한탄을 했던 것이 무색해질 정도의 미친 듯한 급상승이다.


거기다 ‘능력 강탈’은 사십오 레벨을 달성했다.

누군가를 죽이고 능력을 뺏기만 하는 것으로는 경험치가 추가되지 않는다.

뺏은 능력을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레벨이 오른다.


‘신체 재생’ 능력을 흡수했을 때 레벨이 하나 올라서 ‘능력 강탈’이 일 레벨이 되었다.

차지할 수 있는 능력이 최대 스무 개인데, 능력 하나 추가할 때마다 일 레벨을 올려 준다.

그러면 능력을 스무 개 다 채워 봐야 고작 이십 레벨이다.

“어떻게 백 레벨을 다 채우라는 거냐?”면서 극대노를 했던 것이 불과 삼 주 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전체 레벨의 거의 절반을 채웠다.


‘능력 강탈’도 한 번 흡수한 능력과 동일한 능력을 가진 개체를 추가로 죽일 경우, 일정량의 경험치를 추가해 준다.

도마뱀머리의 경우 한 마리당 0.001퍼센트의 좁쌀 같은 경험치를 얹어 주는데, 천 마리를 죽이면 일 레벨이 오르는 설정이다.


암컷과 새끼들의 가슴 아픈 절규를 들으면서도, 수컷들을 꾸역꾸역 다 때려죽였다.

그러고는 이런 정신 나간 렙업을 달성했다.


이런 레벨 업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의 가족들이 지금 하지운의 뗏목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자신 같은 가정 파괴범이 아무리 염치가 없기로서니, 그들에게까지 행패를 부리는 게 가당키나 하겠는가.

인두겁을 쓰고 그렇게까지는 할 수가 없어 묵묵히 노만 저었다.


대습지 내에서 새로운 섬들을 찾아 이동할 때면, 늘 음악을 틀어 놓고 승아와 잡담을 나누곤 했다.

일이삼사가 대신 열심히 노를 저어 주고 있으니, 그 시간 동안은 썸녀와 시시닥거리면서 휴식을 취하기에 최적화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하지운의 눈은 열심히 좌우의 수생 식물들의 숲을 살피고 있었다.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눈을 비롯한 감각 기관들은 쉬지 않고 탐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두 번째 섬에서 세 번째 섬을 찾아 이동하던 중에 발견했다.

대습지 내의 중앙에 위치한 미지의 땅으로 통하는 수로를 말이다.

일이삼사를 시켜 그 좁은 수로로 조심스럽게 진입해 봤다.

대략 두 시간 정도 들어가자 육지가 나왔다.


육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만 하고 잽싸게 나왔다.

일이삼사를 데리고 들어가서는 안 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섬에 점차 가까이 접근하면서 하지운의 감각에 들어오는 것들이 지나치게 거슬리는 것들이었다.

도마뱀머리 같은 것들과는 느껴지는 기운 자체가 달랐다.

그렇다고 육체적으로 월등한 강함이 느껴진 것은 아니다.

단지 풍기는 기운 말하자면 성질머리 같은 것이 지나치게 흉악하고 난폭했다.


저런 지랄 같은 것들이 득시글대는 곳에 끌고 들어가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일이삼사였다.

그래서 일이삼사를 대습지 밖에 안전하게 방생하고 나서 다시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습지를 한 바퀴 돌면서 보니, 중앙으로 들어가는 수로가 세 군데 있었다.

그중에서 벨라스터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으로 직행하고 있었다.

중앙의 거대한 섬을 기준으로 정남 방향에 위치한 수로였다.

미니맵을 켜고 있는 상태라 대충의 거리를 유추할 수 있었는데, 대략 70km가 조금 안 되어 보이는 거리였다.


아침도 거른 상태로 일이삼사와 헤어졌었다.

일이삼사를 내려 주고 도로 대습지 중앙으로 하루 만에 이동해야 했다.

일이삼사도 없는 상태로 자신 혼자 노를 젓고, 늪 위에서 괴물들을 견제하는 일을 하루 이상 하는 것은 그로서도 징글징글한 일이었다.


대습지로 들어온 날 처음 발견하고, 어제 마지막으로 머문 그 섬에서 자정에 출발했었다.

자신은 바닥에 누워 빈둥거리고, 일이삼사만 밤새도록 한숨도 못 자고 노를 저었다.

그러고 아침에 해가 뜰 무렵 벨라스터주에 도착했던 것이다.


밤을 꼬박 샜음에도 하지운과 헤어진다는 사실에 얼마나 신이 났던지 일이삼사는 지친 기색조차 없었다.

그러다 가도 좋다는 하지운의 허락이 있자마자 아침도 거르고 미친 듯이 달아났었다.


그들을 보내고 하지운도 딱히 밥 생각이 없어 공복에 생수만 한 잔 마시고 뗏목을 출발시켰었다.

해가 중천에 뜬 지금 배가 너무 고파, 뗏목 위에 접시를 꺼내 놓고 빵을 잘라 쌓아 놓고 먹고 있다.


매일 토핑이 바뀌는 승아의 정성이 가득한 빵이다.

한 끼에 두 개씩 먹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항상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만은 빵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배가 고파서 먹고 있는 것이지,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수천 마리의 원수들이 쉬지 않고 쫓아오며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고 있다.

아무리 공감 능력에 압도적인 부족함이 있는 하지운이라 해도 입맛이 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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