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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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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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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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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1,721

작성
23.08.1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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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여우의 숲 (9)

DUMMY

60화


“크하하하! 나 잡아 봐라! 개새끼들 졸라 느리네!”


맹렬하게 쫓아오는 여우머리들을 상대로, 더 맹렬하게 놀리는 하지운이었다.


말이 안 통한다고, 알아듣지 못하는 건 아니다.

조롱기 가득한 목소리, 비열하기 짝이 없는 표정, 경망스러운 몸짓까지 그 어느 것도 명확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미 열받은 여우머리들이 더욱 힘차게 분노했다.


‘이해가 안 되네. 그렇게 빡치나. 이놈들은 교활해서 침착하게 대응할 거 같았는데.’

‘미친놈...’


줄곧 침묵을 유지하던 승아가 결국 못 참고 한마디 내뱉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닫아 버렸다.


이미 몇 번이나 했던 짓이다.

도마뱀들 상대하면서 깨달음을 얻은 후, 요긴하게 사용해 왔던 전략이다.

호저들을 상대할 때는 우울증을 겪고 있어서 잠시 삼가고 있었지만, 다시 살 만해지자 본성이 어디 안 가고 또 기어 나온 것이다.


매복해 있던 놈들을 때려죽인 후, 여우 놈들의 가랑이 사이에 있던 걸 좀 빌려 왔다.


‘빌려 오긴 개뿔!’

‘빌려 온 거지. 그래서 돌려줬잖아.’

‘그게 어딜 봐서 돌려준 거야!’


싸움에 집중하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던 승아였다.

하지만 뻔뻔스러운 하지운의 의식의 흐름을 목도하고선, 도저히 비분강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작 하지운에게 본성대로 하라고 권했던 장본인이 승아 자신이다.

통렬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다시 묵언 수행에 돌입하는 임승아였다.


하지운의 조롱 섞인 응원에 힘입어, 젊은 여우머리 전사 하나가 하지운의 지척까지 따라잡았다.

팔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진 여우 놈이 하지운의 뒤통수를 노리고 손톱을 바짝 세운 왼손을 날렸다.


그 순간 뒤통수에 눈이 달려 있던 하지운이 고개를 숙이면서, 종이 한 장 차이로 놈의 손톱을 피했다.

그러면서 살짝 속도를 줄여, 뒤따르던 여우머리가 자신을 추월하도록 만들었다.


갑자기 하지운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당황한 놈이 급히 속도를 늦추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통나무 같은 팔뚝 두 개가 여우 놈의 허리를 포근히 감쌌다.


“아름답다! 저먼 수플렉스!”


‘너 한 번만 더 기술명 외치면, 가만 안 둔다!’

‘넵.’


여우머리에게 백 허그를 해 주던 하지운이 놈을 바닥에서 잡아 뽑듯이 세차게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뒤로 넘겨 버렸다.

여우 놈의 대갈통이 거친 흙바닥에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뛰다 말고 정신없이 당한 후두부 공격에 의식이 아득히 멀어져 가는 여우머리였다.


안 그래도 뒤통수와 경추에 엄청난 타격을 입던 여우머리에게 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놈을 뒤따라오던 또 다른 여우 놈이 갑자기 속도를 늦춘 하지운을 보고,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오른손을 휘두른 것이다.

분명 하지운의 옆통수를 노리고 날렸는데, 목표물이 있던 자리에 난데없이 동족의 소중한 곳이 들이닥쳤다.

이미 엄청난 가속도가 붙은 상태라 멈출 수가 없었다.


위아래로 치명상을 입은 놈은 그 즉시 빈사 상태에 빠졌고, 동족을 환관으로 만든 놈은 막대한 정신적 쇼크에 공황 상태가 되었다.


대경실색한 여우 놈의 떡 벌어진 입에 하지운의 오른 팔꿈치가 쑤셔 박혔다.

놈의 치아와 잇몸이 동시에 으깨지면서 머리통의 삼분의 이가 사라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들이닥친 다른 여우들에게는 성의 없이 머리털만 날리고, 다급히 자리를 떴다.


뒤늦게 도착한 여우머리들이 하지운에게 당한 동족들의 사체를 발견했다.

너무도 처참한 광경에 분노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 울음소리를 시작으로, 온 숲이 여우들의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 찼다.


놈들의 친절한 울음소리를 들은 하지운이 일일이 방문해 줬다.

알아서 소리를 내어 위치들을 알려 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드뤅신이 보우하사! 무회전 킥!”


나무 뒤에서 튀어나온 하지운이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가장 좌측에 있던 여우머리의 가랑이 사이에 싸커 킥을 날렸다.

동시에 자신의 면상을 노리고 오른손을 휘두르는, 가운데 있는 놈의 오른 손목과 목을 틀어쥐고, 허리를 틀면서 바닥에 내려찍었다.


우측에 있던 놈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허리를 숙이고 있던 하지운을 덮쳤다.

놈의 오른손 손톱이 등에 박히기 직전, 하지운이 바닥을 차고 좌측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고는 발이 바닥에 닿기가 무섭게 다시 우측으로 뛰어들었다.


뒤에서 덮쳐 오던 여우 놈이 하지운을 스치고 지나, 어느새 그의 눈앞에 등을 보이고 있었다.

여우 놈의 예쁘게 튀어나온 뒤통수를 보며 왼팔로 놈의 목을 휘감았다.

놀고 있던 오른손은 놈의 가랑이 사이로 집어넣어, 고환을 살짝 틀어쥐었다.

이러려고 하지운은 장갑을 벗지 않은 것이다.


목과 가장 연약한 곳이 우악스럽기 짝이 없는 손아귀에 제압당하면서, 이미 정줄을 반쯤 놔 버린 여우머리였다.

이미 슬픈 놈을 자비 없는 하지운이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고선 지체 없이 바닥으로 내리꽂아 버렸다.


“싸면서 가 버렷! 것버스터!”


그냥 바닥에 처박혀도 죽음이 기정사실인 상황에, 하지운은 몸을 숙이면서, 무릎을 세운 채 오른 다리까지 내밀었다.

고속으로 떨어지던 놈의 배때기에 무릎이 쑤셔 박혔다.

결국 그놈은 하지운의 의도대로 격하게 싸면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싸커 킥에 당한 놈은 그 자리에서 운명했지만, 업어치기 비슷한 걸 당한 놈은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동족이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과정을 전부 지켜본 놈이었다.

그냥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며,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동족들에게 침략자의 위치를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비명을 지르려 했는데, 지르지는 못했다.

아가리를 벌리는 순간 황금색 꼬챙이 세 자루가 날아 들어와, 뒷목을 뚫으며 박혔기 때문이다.


숲을 이 잡듯 뒤지는 여우머리들과, 미꾸라지처럼 도망 다니며 추격자들을 찢어발기는 하지운이었다.

하지운과 여우들 사이의 입장이 뒤바뀌어 버렸다.


혹시라도 여우머리들이 정신을 차리고 대열을 갖출까 봐, 하지운은 최선을 다해 놈들을 비참하게 죽였다.

이미 죽은 놈들도 확인 사살까지 겸해서, 머리와 그곳을 한 번 더 걷어찼다.


‘야, 이 자식아! 기술명 외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너, 그거 버릇된다고!’

‘그냥 좀 신나서... 그래도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중얼거린 게 다잖아. 일종의 기합이라고 생각해 줘.’

‘진짜 센 놈 만났을 때, 그렇게 까불다 진짜 훅 간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훈련을 해야지. 이 자식아!’

‘네... 누나...’

‘이 자식은 아직도 애야, 애. 남친이 되기도 전에, 벌써 자식새끼가 되고 있어...’

‘응애.’

‘닥쳐!’


사실 하지운으로서는 신날 만했다.

열 팀이 넘는 매복조와 치고받으면서, 대응 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이 피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재빠른 놈들을 상대하면서, 손발이 어지러워 자잘한 부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장난칠 거 다 치면서 싸워도, 한 팀 몰살시킬 동안 찰과상 하나 입지 않는다.

놈들의 속도에 완전히 적응했다는 것이다.


고작 이틀 만에 이룬 쾌거였다.

확실히 우수한 몸뚱어리를 이용해서 훈련을 하니, 성장 속도가 장난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숲에 들어온 첫날은, 도착했을 때가 이미 한밤중이라 끼니를 때우고 잠시 쉰 게 다였다.

그러다 자정이 지나면서부터, 꼬박 하루를 여우들과 쌈박질하면서 다 보냈다.


그러고도 끝나지 않은 싸움은 금일 새벽까지 이어져, 여우 놈들의 마을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먼동이 터 오고 있었다.

그리고 해가 중천에 뜬 지금, 하지운 자신을 쫓아 숲에 들어와 있던 여우머리 중 마지막 한 마리를 죽였다.


놈이 죽기 전, 한 놈밖에 남지 않아 홀가분해진 하지운은 놈의 면상에 900도 뒤 후려 차기를 연습해 봤다.


삑사리가 났다.

놈의 손톱이 옆구리에 박혔다.

이 숲에 들어와 입은 크고 작은 상처 중,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그렇게 어이없게 입었다.

‘재생’ 능력이 없었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래서 승아가 쉬지 않고 잔소리를 한 것이다.

호되게 혼날 생각에 다리가 후들거리는 하지운이었다.

다친 후부터 한숨 쉬는 소리가 미세하게나마 계속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하지운이 여우 놈에게 분풀이를 했다.

놈을 사정없이 바닥에 내팽개치고서, 놈의 양 발목을 잡아 좌우로 벌렸다.

그러고는 놈의 가랑이 사이에 오른발을 뻗으며, 우렁차게 외쳤다.


“빠라바라바라밤! 오빠 달려!”


어차피 혼날 거 신나게 외쳤다.

그리고 놈이 죽을 때까지 미친 듯이 털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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