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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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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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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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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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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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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인연 (2)

DUMMY

74화


정보 길드.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약방의 감초들 중에서도, 굉장히 필수적인 재료가 바로 이 정보 길드다.


이 동네에도, 없으면 참가자들이 섭섭해할까 봐, 쓰잘데기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약방의 감초들이 하지운 자신에 대해, 많은 걸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심지어 자신의 정보 조작질도 원천 봉쇄 해 버린 것 같았다.


‘일이삼사... 이 븅신 새끼들... 이 놈들을 믿고 쓸데없는 썰들을 풀은, 내가 진짜 병신이지...’


정보 길드 놈들이 브리갠트 내의 술집, 여관 등의 사업장들을 모조리 꽉 잡고 있는 듯했다.

머저리 같은 네 놈이 첫날부터 술집에서, 떠들고 다니라고 시킨 말은 꺼내지도 않고, 같잖은 날조 영웅담을 풀다가 정보 길드 놈들에게 유괴된 것 같다.


‘아니, 그래도 명색이 귀족인데... 평민 놈들을 주축으로 한 길드에 납치당하다니... 불쌍한 병신 새끼들.’


이미 시체가 되었을 일이삼사를 그리워하며, 하지운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끌려가서 고문이란 고문은 다 당했을 테니, 살아 있어도 송장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거둔 부하들인데, 하지운의 마음이 사실 그냥 그랬다.


‘이 모자란 놈 집구석이나 털어먹어야지. 제발 사이즈 작고, 감정가가 높게 나올 물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바닥에 하의가 벗겨진 채 널브러져 있는 고귀한 신사분을 황홀한 듯 바라보며, 망측한 미소를 짓고 있던 하지운이 느긋하게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이미 돈 될 만한 것들은 전부 챙긴 후라 걸음에 거침이 없었다.

선녀님이 옷이라도 주셨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삼십오 인의 전사들이 전부 알몸으로 발견될 뻔했다.

로저 드레이시의 악명에 비역질까지 추가될 뻔한 것이다.


늪에서 나오자마자 감시가 붙었다.

하지운의 면상에 싱그러운 웃음이 가득했던 이유다.

도대체 웬 놈들이 어떻게 알고 달라붙었나 했는데, 정보 길드 직원분들이셨다.

지금도 멀리서나마 열렬하게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사생팬들 때문에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


조금 더 이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을 심어 주고 싶었다.

팬들을 계속 의식하면서 걸으려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낯짝에 경련이 일 것 같은 심정이었다.


‘승아야, 넌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니? 꽃미남, 꽃미녀의 삶은 참으로 고달프구나. 이런 시선들을 견디며 평생을 살아왔으니... 네 공주병을 이제는 다 이해할 수 있어! 속으로 꼴불견이라고 흉봤던 과거의 날 용서해 줘!’


「고객님, 고객님의 죄를 모두 사해 드립니다. 앞으로 잘하시면 돼요. 저 잘 삐지니까,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응! 용서해 줘서 고마워! 사랑스런 울 자기야!’


「고객님도 존나 사랑스러우세요. 고객님은 이제 셀럽이 되셨어요. 대중의 주목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시선을 피할 수 없다면 즐기세요. 금방 적응되실 거예요.」


‘충고 고마워! 존나 예쁜 자기야!’


「고객님, 사랑합니다. 항상 고객님을 아끼고 응원하는 상담사 임승아 사원이었습니다.」


아직 연애 초반이라 표현들이 지랄 맞았다.

수명이 장수거북보다 긴 것들이 벌써부터 브레이크 없이 폭주할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이 텐션으로 몇백 년을 버틸지 볼만한 꼬라지였다.


여친과의 문자질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할링튼의 성문 앞이다.

도개교는 내려져 있고, 창을 든 경비병 세 놈만 달랑 서서 짝다리를 짚고 있었다.


기합 빠진 놈들에게 하지운이 거침없는 몸놀림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놈들이 주춤거리며, 하지운의 앞을 막아섰다.


“나리께서는 어느 가문의 누구십니까? 의복에 문장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외람되오나 신분을 밝혀 주십시오.”


하지운은 분명 의복을 평범한 가죽 갑옷 차림으로 변형시키고, 가슴팍에 문장을 그려 넣었다.

동그란 머리통에 방긋 웃는 눈, 코, 입이 그려진 아름다운 문장이었다.


그런데 이 배려 없는 놈들이 하지운이 고심해서 만든 작품을, 문장일 것이라고 전혀 상상조차 해 주질 않은 것이다.

섭섭한 마음을 억누르며, 참을 인 자를 마음에 새긴 하지운이 입을 열었다.


“난 브레이시 가문의 모저다. 너희 성주 펀트니 가문의 토머스와는 막역한 사이이니 길을 열어라.”


처음 들어 보는 이상하게 익숙한 이름을 되뇌며, 경비병들이 고민에 빠졌다.

더럽게 성의 없는 가명을 만든 장본인이 되레 역정을 냈다.


“이 천한 놈들이! 감히 날 흙바닥에 세워 두고, 한도 끝도 없이 기다리게 하다니! 가서 너희 성주 놈 데려와! 내 그놈의 상판대기를!”

“고정하십시오, 나리. 제가 모시겠습니다. 이 멍청한 놈들아! 어서 길을 비켜 드려라!”

“요, 용서하십시오, 나리. 천한 놈들이 귀한 분을 몰라뵈었습니다.”


화들짝 놀란 경비병들이 좌우로 빠르게 물러서서 고개를 조아렸다.

웬 냉철한 킬러같이 생긴 놈이 만면에 웃음을 지은 채, 하지운을 마중 나왔다.


호탕한 웃음을 터뜨린 하지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놈의 안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놈이 끌고 온 말을 타고 외성의 거주지를 가로질러, 성주의 거성으로 향했다.


변경의 촌 동네 치고는 규모가 컸다.

늪에서 나오는 놈들을 제어하는 요새답게, 돌아다니는 인간도 많았고, 거주민들을 위한 각종 시설도 즐비했다.


하지운은 말을 모는 와중에도, 안내를 나온 집사 호소인을 부담스럽게 바라보았다.

고개를 쭉 내밀고 싱긋이 웃으며, 스스로를 집사라고 주장하는 놈의 면상을 살뜰하게 훑었다.

냉혹한 안광을 빛내던 사내가 땀을 줄줄 흘리며, 친절한 웃음을 머금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거성 내로 진입하자 집사 호소인이 말에서 내려, 아성(keep)으로 하지운을 안내했다.

이미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서자, 홀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사들이 모두 일어서 하지운을 응시했다.


수십 명의 당당한 전사들의 무언의 환영을 받으며, 홀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서니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가죽 갑옷을 입고, 등에 검을 두 자루나 짊어진 여성 전사가 빠르게 다가왔다.


표정이 너무 비장해서, 덤비는 줄 알고 목을 썰어 버릴 뻔했다.


헛웃음을 짓고 있는, 하지운 앞으로 여인이 가까이 다가섰다.

그러고는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입을 열었다.


“마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저를 따르시지요.”


거만한 하지운이 대꾸도 없이 고개만 까딱하였다.

그 모습을 본 여인이 정중히 인사를 올린 후 앞장을 섰다.


홀을 나와 나선 계단을 밟고 세 층을 더 올랐다.

마님께서 꼭대기 층의 침실에 계신 모양이다.

초면에 침실로 불러들이는 마님을 떠올리며, 긴장을 하는 하지운이었다.

물론 기대감 때문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여친이 의식돼서다.


사 층에 도착해서 문짝 두 개를 지나치니, 커다란 성주의 침실이 눈에 들어왔다.

한껏 치장을 한 마님이, 침실의 입구에 서서, 하지운을 반기고 있었다.


‘아, 씨발... 어린 데다가 예쁘네... 승아가 싫어할 텐데...’


“할링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웨스털랜드의 백작이시여.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 성의 주인인 토머스 경의 처 마저리라 하옵니다.”

“아, 반갑소. 방금 당신 말대로, 나는 로저 드레이시라 하오.”

“공을 모시러 나간 저의 낭군께서는 어떻게 되셨는지요?”

“나에게 고문을 좀 당하다 운명했소. 시체는 그냥 팽개치고 왔소.”

“저런, 참 친절한 분이셨는데. 안타깝네요. 그런데 공께서는 제가 아름답지 않으신가요?”


‘상판대기가 승아만큼은 아니지만, 뭐 봐 줄 만은 하네. 그런데 이 미친년은 어쩌다 나만큼 미쳤지? 대뜸 매력 발산이라니.’


“처음 뵙는 귀부인께 할 말은 아닌 듯하나, 다소 예쁘장하게 생겼소. 어디 가서 소박맞을 낯짝은 아닌 듯하오.”

“저런... 조금 더 성의 있게 봐 주시어요. 소녀 섭섭하옵니다. 저의 두 눈을 바라봐 주시옵소서.”


‘왜? 공중 부양이라도 하게?’


“어, 미친년이 마력 쓰네. 어, 이것 봐라! 어어, 이건 뭐지? 왜 천장이 빙빙 돌지?”


천하무적 하지운이 손 한번 못 써 보고 쓰러져 버렸다.

정신은 말똥한데 온몸이 굳어 버린 듯,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로저 드레이시! 이 악마야! 내 얼굴 못 알아보겠냐? 아니, 로저 드레이시의 몸을 뒤집어쓴, 악마 계약자분이셨죠? 정말 내가 누군지 모르시겠어요? 너무 섭섭해요!”

“너 누군데요? 이 미친년아.”

“아그네스 루지먼트다! 이 쓰레기야! 네가. 아니, 네가 뒤집어쓴 로저가 약탈하려 했던 비운의 신부 아그네스가 바로 나라고!”

“지랄하네. 네가 무슨 아그네스야. 너도 어차피 남의 몸 빌려 쓰고 있는 잡귀 주제에. 그런 년이 뭐가 그렇게 심각해? 역할놀이에 심취해서, 현실 구분이 잘 안되냐?”


작가의말


 항상 늦는다고 늦는 것에 익숙해진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미안한 마음 금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 전에 올릴 수 있었는데, 요즘 잠이 좀 부족했나 봅니다.

 어느새 책상에 머리 박고 잠들었더군요.

 제가 잠이 좀 많습니다.

 그대로 열 시간을 잤네요.

 목이 좌우로 삼십도 이상 돌지를 않습니다.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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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캠프파이어 (3) +4 23.08.29 9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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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캠프파이어 (1) 23.08.26 11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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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여우의 숲 (13) 23.08.23 100 3 10쪽
64 여우의 숲 (12) 23.08.21 111 3 10쪽
63 여우의 숲 (11) 23.08.20 12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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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여우의 숲 (8) 23.08.12 123 3 9쪽
59 여우의 숲 (7) 23.08.11 120 3 9쪽
58 여우의 숲 (6) +2 23.08.09 125 4 9쪽
57 여우의 숲 (5) +2 23.08.07 126 2 9쪽
56 여우의 숲 (4) +4 23.08.06 12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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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여우의 숲 (2) +4 23.08.03 14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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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시련 (11) 23.08.01 146 3 10쪽
51 시련 (10) 23.07.30 150 2 9쪽
50 시련 (9) 23.07.28 145 3 9쪽
49 시련 (8) 23.07.27 149 3 10쪽
48 시련 (7) 23.07.26 149 2 11쪽
47 시련 (6) 23.07.24 149 2 10쪽
46 시련 (5) 23.07.22 14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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