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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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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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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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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1,721

작성
23.08.1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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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여우의 숲 (10)

DUMMY

61화


숲을 쥐 죽은 듯이 고요하게 만들었다.

미리 매복해 있던 놈들부터, 마을에서 따라 나온 놈들까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싹 청소했다.


잠시 후 하지운이 여우 놈들의 마을에서 수행할 작업을 생각하면, 최소 반경 오 킬로 내에는 들개 이상의 맹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노파심에 마을 근방의 숲을 한 바퀴 더 돌면서 샅샅이 훑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하는 생각이 들자, 한 바퀴를 더 돌았다.

기왕 두 바퀴 돈 거, 삼세번이라고 마저 한 바퀴를 돌았다.


해가 점점 떨어질 때쯤 여우머리들의 마을로 돌아왔다.

그런데 마을에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와, 하지운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누리끼리한 갈색빛의 털로 뒤덮인 다른 여우머리들과는 달리, 피처럼 새빨간 터럭으로 온몸을 감싼 아름다운 놈이었다.


‘미친! 여기 이놈이 왜 있어? 아까 새벽에 왔을 때는 이런 기운 가진 놈이 없었는데... 족장님이 오실 줄 알았으면, 버선발로 마중 나갔지... 반가워서 어쩌면 좋아. 승아만 허락한다면, 족장님의 아가리에 딥 키스라도 해 주고 싶은데... 비록 첫 키스라 서툴겠지만...’

‘완전 미친 새끼.’


승아의 진저리를 못 들은 척하고, 마을 입구에서 개폼을 잡고 있는 족장님을 알현했다.

너무 반가워서 발에 키스라도 해 주려는 하지운과는 달리, 족장님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태였다.


물론 동족들을 학살한 침략자 놈을 마주하는 마당에, 울화가 치밀지 않는 것은 만부당한 일이었다.

하지만 족장님이 화가 난 이유는 그거 하나만이 아니었다.


옆 마을의 동족들이 울면서 도망쳐 왔다.

그걸 보고 분노한 족장이 부족 내 가장 탁월한 전사들을 거느리고, 일찌감치 이곳으로 들이닥쳤다.


침략자 놈을 기다리며 분을 삭이고, 마음을 명경지수처럼 평온하게 하고 있었다.

대적을 상대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놈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기운을 억누르고 있었다.

마을 주변의 숲을 서성거리는 침략자 놈을 보니, 자신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행여라도 기운을 있는 대로 발산해 놈을 자극했다가, 놈이 겁을 먹고 도주하면 일이 피곤해진다.


족장님은 하지운을 살려 보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동족들에게 한 짓을 다 보고받았다.

놈이 한 짓을 몇 배로 갚아 주기로 마음먹은 족장님이었다.


벌써 자신을 수행하고 있는 탁월한 전사들과, 침략자 놈의 형벌에 관한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침략자 놈의 팔다리를 자른 후 늪가로 끌고 가 도마뱀들과 교미를 시키자는 의견과, 놈의 몸뚱어리를 산 채로 회를 떠서 본인에게 직접 먹이자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현명한 족장님이 교미 후에 회를 뜨자는 결론을 내리면서, 회의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다들 흡족한 마음으로 하지운을 기다리고 있는데, 미친 침략자 놈이 올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마을로 다가오기에 싸울 준비를 하고 마중 나가면,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멀어져 간다.

쫓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다시 마을로 다가오고 있다.

다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몸을 풀고 있으면, 어느새 멀어지고 있다.


그 짓을 반복하면서 마을 주변을 세 바퀴나 돌아 버렸다.

정오부터 시작한 짓을 해 떨어질 때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기다리던 도중에 인내심이 바닥난 여우머리 전사들이 쫓아 나가려 하였으나, 족장님의 준열한 꾸짖음이 있었다.


누가 봐도 자신들을 유인하는 술책인데, 어찌 이리 경거망동하냐는 말씀이셨다.

족장님의 말씀에 아차 하며 크게 놀란 전사들이 자신들의 경솔함을 탓하며 장탄식을 하였다.


부하들의 동요를 막기는 하였으나, 족장 자신도 부아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침략자 놈을 산 채로 잡아서 벌을 주기 전에, 잡는 과정에서 찢어 죽일 것 같다는 염려가 들 정도였다.


기어코 세 바퀴를 다 채우고 침략자 놈이 꺼떡꺼떡 기어들어 왔다.

싸대기라도 한 대 올려붙일 기세로, 여우머리들이 부리나케 마중 나왔다.


‘낮술 처먹고 기어들어 오는, 서방을 족치러 뛰쳐나오는 색시들 같군. 그런데 색시가 너무 많은걸. 기름 나라 임금님이 된 기분이야.’

‘미친놈아! 이번에도 뺑글뺑글 돌면서 발차기 하면 죽여 버릴 줄 알아!’

‘넵.’

‘대답만 잘하지...’


승아의 따뜻한 격려를 받으며, 하지운이 팔다리를 풀었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목을 담보로 걸어 놓고 싸워야 할, 강인한 상대를 만났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잔소리를 하고 있는 승아만 봐도, 놈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존재인지 짐작이 갔다.


‘지운아, 이번만은 절대 장난치지 마! 절대 방심하지 말고, 끝까지 긴장 놓지 마!’

‘승아야... 충분히 긴장하고 있어. 네 목소리 계속 듣다가 오줌 싸겠다. 난 긴장을 충분히 하고 있을게. 그 대신, 넌 진정 좀 해.’

‘아... 그, 그래...’


브리갠트 왕국에 여우머리 족장을 잡았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아직 없다.

물론 잡았다고 해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정도로 철딱서니 없는 집구석도 없긴 하지만 말이다.


거버스가 여우머리 족장의 피를 먹었다는 소문이 있지만, 말 그대로 소문이다.

거버스 본인이든 틸리얼 가문에서든, 그런 소리를 지껄이고 다닌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소머리 족장을 잡았다고 자랑하는 가문은 서부에 몇 있다.

로저의 가문도 그중 하나다.

곰머리를 잡았다는 말은 일언반구도 없이, 로저 놈의 출중한 몸뚱어리의 비결을 소머리 족장 놈의 피로 퉁친 드레이시 놈들이다.


하지만 북부에서 여우머리 족장을 잡았다고 입을 털고 다니는 가문은 아직 단 하나도 없다.

그 원인으로 두 가지를 추정할 수 있다.


첫째, 잡긴 잡았는데 거버스에게 집중 견제를 당하게 될까 두려워, 입을 닫고 있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는... 이런 경우지!’


왼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하지운이 오른손으로 왼 손목을 잡아당기면서, 어깨 근육을 풀어 주고 있었다.

그러다 말고 정수리의 털 두 가닥을 가시로 만들어, 양손에 하나씩 들고 좌측으로 다짜고짜 집어던졌다.


하지운의 준비 운동을 보면서 차츰 좌우로 슬금슬금 움직이던 여우머리들이었다.

포위하려는 것 같은데, 간격을 보니 둘러싸고 근접 공격을 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제 놈들도 들은 게 있으니, 거리를 두고 포위해서 퇴로만 막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대열 우익의 선두에 있던 여우머리의 면상에 가시가 박히기 직전,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하지운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가시 두 자루가 바람에 맞아, 펑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튕겨 올랐다.


‘아... 씨발! 졸라 다행이네! 바람 쓰는 놈이 걸렸어!’


하지운으로서는 확인이 아주, 반드시, 꼭 필요했다.


여우머리 족장들은 기본적으로 마법을 사용한다.

각자 사용하는 마법은 달라도, 어찌 되었든 쓸 수 있는 마법이 한 가지는 꼭 있다.


보통 족장 놈들 네 마리당 한 마리꼴로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세 마리는 치료 마법을 사용하는데, 그놈들은 일종의 족장 호소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놈들이 진짜라고 할 수 있는데, 북부 놈들이 정말 이놈들을 못 잡아서 보고를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솔직히 마주 보고 있으니, 이해가 가긴 했다.


이런 놈과 숲에서 떡 마주쳤다면, 북부의 용사님들이 눈물과 오줌을 뿌리면서 빤스런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 놓고 어디 가서 마법 쓰는 족장 놈을 봤다고, 자랑할 정도로 변경 지역에 병신의 비율이 높진 않다.


비록 공격 마법을 사용하는 구미호 같은 놈을 만났지만,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하지운이었다.


물 마법이나 흙 마법을 쓰는 놈을 만났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아무리 하지운이 또라이 기질이 강해도, 그런 놈들을 상대로 깝칠 정도로 개념이 없진 않다.


물 마법을 쓰는 놈을 상대로 근접전을 벌였다가는, 입과 코에 물이 차서 저항도 제대로 못 해 보고 질식해 버릴 수가 있다.

흙 마법은 더 끔찍하다.

갑자기 발밑이 꺼지면서, 흙바닥에 산 채로 매장을 당할 수가 있다.


그런 놈들에 비하면 이놈은 천사다.

물론 주둥이에 대고 강풍기를 세게 틀면 호흡이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이놈들은 호흡기를 조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러는 스타일이지!’


하지운이 양팔에 가시를 두르고 미친 듯이 연타를 날렸다.

금세 이마와 등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단지 소리와 서늘한 살기만이 느껴지는, 수십 개의 칼날을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하나하나 쳐냈다.


어깨와 허벅지 그리고 볼따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피부가 쩍 갈라지며 피가 쏟아져 나오는데, 상처가 아무는 속도도 평소보다 현저히 느렸다.


‘윈드 커터라고 해야 하나? 윈드 블레이드라고 해야 하나? 뭐, 어쨌든 본격적으로 판타지 느낌 나고 좋네. 마법을 처맞는 게 나라서 문제지.’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다시 돌아왔습니다.

삼일만에 쓴 것 치고는 생각보다 빨리 올리는 것 같습니다.

새벽 두시를 안 넘긴 것이 어딥니까.

다시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사실 삼일 동안 많이 쫄아 있었는데 선작 취소하지 않고

기다려주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항상 여러분의 복권 당첨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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