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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0:14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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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97
추천수 :
531
글자수 :
951,721

작성
23.07.14 21:11
조회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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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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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시련 (2)

DUMMY

42화


‘잘하는 짓이다.’

‘왜? 지금이라도 쫓아가서 죽여 버린 다음, 야산에 파묻어 버릴까? 바닥을 보니까 놓칠 일도 없겠는데.’

‘누가 그놈들 다 죽이래? 쓸데없는 말을 잔뜩 한 게 문제지!’

‘내가 왜 그랬는지 승아 네가 몰라? 지금도 내 머릿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잖아.’

‘다른... 참가자들 엿 먹이려고... 악마까지 끌고 와서 구라를 치냐! 우리 그러다 진짜로 지옥에 첫 손님으로 입장할 수도 있어...’

‘... 에이... 설마... 그분께서 이런 하찮은 역정보질에... 아니겠지... 내가 정말 그분을 악마라고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니잖아! 너도 알잖아! 아... 씨... 나 지금이라도 쟤들 쫓아가서 아니라고 할까? 승아 네가 그러니까 진짜 겁나잖아!’

‘아오 됐어! 지금까지 뭔 제재가 없는 걸 보니... 넘어가 주시겠지...’

‘아우 씨... 놀라서 지릴 뻔했네.’

‘이게 잘한 짓일까?’

‘야! 내가 아무리 좋은 몸을 차지했다지만, 대신 집도 절도 없는 빈털터리 대역 죄인이야! 심지어 시작부터 팔도 하나 없었다고! 지금은 새걸로 하나 달았지만...’

‘빈털터리는 아니지... 네 ‘수납장’ 안에 금화가 몇 개인데...’

‘... 조용히 좀 해 줄래? 어쨌든 다른 놈들은 따신 집구석에서 편하게 성장 중이라는 거잖아! 그 꼴은 못 보지! 어떻게든 불편하게 해 드려야지!’

‘야, 하지운! 걔들 다 한 번씩 죽었으니까 부활 대상자들의 몸으로 선택된 거야. 집에서 등 따습게 성장 중이라고 싸잡아서 판단하는 것은 좀 아닌 거 같은데.’

‘하긴... 사령술사 놈만 해도 제 가족들이랑 원수진 채로 죽은 거겠지... 그러니까 장남이 제 가문의 거성을 박살 냈을 거 아냐.’

‘저기... 네가 그곳을 손상시킨 리처드도 있어...’

‘... 푸훕! 야, 그러고 보니까 갈라지거나 찔린 상처는 회복돼도... 잘려 나간 건 회복 안 되잖아! 절단면만 아물지... 내 팔처럼... 크흐흑!’

‘그만 웃어! 변태야...’

‘아 그러니까 네 말은 걔들도 주변 어딘가에 적들이 있고, 나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거 아냐? 그런데 내가 거기에다 단체로 똥을 뿌린 거고.’

‘어, 잘 아네.’

‘그러니까! 그러라고 한 거야. 어차피 걔들 다 내 경쟁자잖아. 최대한 그놈들 성장을 막아 둬야지. 주변 눈치 보고 신경 쓰느라, 능력 사용을 마음대로 못 할 거 아냐. 얼마나 좋아! 성장이 더딘 채로 제 소굴에 처박혀 있는 것들을 차례로 찾아다니면서 죽여 버리면 되잖아!’

‘하아, 너 원래 이런 놈이지. 든든하다... 내 썸남... 그래 파이팅 하자!’

‘응! 힘낼게!’

‘저기 그런데... 쟤들이 진짜 입 꼭 다물고 숨어 살다 죽으면 어떡해?’

‘뭘 어떡해. 그러면 내 스스로 떠들고 다녀 버리면 되지. 쟤들 어차피 증인 같은 거잖아.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큰 상관은 없는. 내가 진짜 재판 받을 것도 아니니까 없어도 그만이지.’

‘......’

‘내가 말하는 것보다 더 믿음을 줄 수 있는.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뭐 그런 것들이야, 쟤들은. 악마에게 잡혀갔다 풀려난 가련한 희생자들이잖아.’

‘작심을 하고 엿 먹일 생각이구나.’

‘응!!’

‘응은 무슨... 어디서 귀척이야. 등치는 산만 한 게.’

‘야, 임승아! 넌 귀신 십삼 년 차라면서 사람을 그렇게 몰라? 저런 놈들이 퍽이나 입 다물고 있겠다. 술만 한 잔 들어가 봐라. 작부들 옆에 끼고 무용담이라고 떠들어 댈 것이 눈에 선하다. 물론 내용은 다 각색해서. 지들이 용감하게 저항한 뭐 그런 스토리 말야. 생각만 해도 웃기지 않냐?’

‘웃기긴 하겠네...’

‘쟤들 돼지 피 먹은 놈들이라 산에서 오래 못 버텨. 알잖아. 금세 여자를 찾아 나올걸. 혹시... 넷 다 게이면 모를까... 그러고 보니 그때 뗏목 위에서 부비부비를 하던데...’

‘헛소리 좀 제발!’

‘세 가지 조건이니 나발이니 그냥 최대한 오래 버티면서 널리 널리 퍼뜨려 달라고 해 준 말이야. 내가 그렇게 걔들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건 아니잖아...’

‘자랑이다...’

‘거기다 가장 큰 목적은... 크흑.’

‘아휴, 이 레알 악마야! 늪에서 그렇게 미끼로 써먹었으면 됐지... 또...’

‘뭐래! 그래서 지켜 주려는 거잖아! 나 때문에 죽게 생겼으니 내가 열심히 지켜 줄 거야.’

‘미끼로 던져 놓고 그 주위를 맴돌면서, 낚이는 놈들 죽여 버리는 게 지켜 주는 거냐?’

‘지켜 준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을 뜻하지. 사랑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어. 좀 독특한 사랑법도 있는 거야. 승아 넌 아직 사랑을 잘 몰라. 그래서 그러는 거야.’

‘크큭. 미친놈... 꼴에 모쏠 주제에... 웃기고 있네! 너야말로 사랑이 뭔 줄은 알아?’

‘꼴에... 모쏠 주제에... 하아... 미안해. 모쏠이라서... 임승아인가 뭔가 하는 공주병 졸라 심했던, 얼굴만 더럽게 예뻤던 애를 못 잊어서 짝사랑만 한 십 년 넘게 하느라고... 웃기지? 사랑 어쩌고 하니까. 짝사랑에 시간 낭비한 등신 주제에...’

‘......’

‘그냥 너 웃기려고 농담 좀 한 건데... 너 말 진짜 심하게 한다... 내가 그 시간 동안 누구한테 빠져 있었는데, 딴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걸로 조롱하냐...’

‘정말 미안해! 사과할게. 내가 말이 잘못 나왔어. 실수야! 진심으로 말한 게 아냐! 나도 누군가와 대화다운 대화를 하는 게 네가 처음이야. 죽고 나서는... 그런 말 하면... 네가 이만큼이나 상처받고... 서운해할 줄 몰랐어...’

‘네가 내 머릿속을 들락거려서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이런 건 또 좋네. 내가 얼마나 섭섭한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잖아...’

‘저기 있잖아... 지운아. 우리 둘 다 아직 애 같아. 난 갓 스물 넘은 상태에서 죽고... 그 상태로 멈춰 있어. 너도 대학 졸업하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고립된 생활을 했잖아...’

‘그건... 그래...’

‘말하는 것부터가 너무 애 같다는 느낌을 받아... 변명 같지만 그러다 보니 나도 말이 너무 편하게... 아니, 함부로 나가는 거 같아. 미안해.’

‘뭐 생각해 보면 나도 네가 듣고 있는데 말을 너무 거칠게 한 거 같아... 말투가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고치도록 열심히 노력할게.’

‘아, 그건 괜찮아! 나 어차피 욕 듣는 거...’

‘... 뭐?? 뭐가 괜찮다고... 내가 뭘 들은 거야?’

‘......’

‘뭔 말을 거기다 이으려고 하셨던 거예요? 개예쁜 저승 누님?’

‘......’

‘네가 날 좋아한 이유가 있었네! 관음증만 있었던 게 아니었어! 얘가 진짜 예뻐서 다행이지... 완전 변태네!’

‘누구더러 변태래! 네가 더하잖아! 내가 들락거려서 불편한 게, 허구한 날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죄다 그쪽이라서 그런 거 아냐!’

‘야! 남자들 머릿속이! 엔간하면 이 정도는 다들 하지! 그리고 그게 싫으면 애초에 득도한 고승을 찾아갔어야지!’

‘득도한 고승을 왜 찾아가... 뭔 재미로 지내라고...’

‘그러니까! 그리고... 야! 임승아! 생각하면 할수록 열받네!’

‘또 뭐가?’

‘왜 나만 생각을 다 오픈하고 있는 거야? 아싸리 너도 생각하는 걸 내가 들을 수 있게 열어 주면 좋잖아! 서로 공평하고...’

‘안 돼!! 그건...’

‘거봐! 너도 머릿속이 꼬롬한 게 누굴 욕해!’

‘욕한 게 아냐... 너무 불편해하지 말라는 거지... 내가 곁에 있어서 싫어?’

‘아니, 근데... 지가 들이대지 말라더니... 급하니까 바로 훅 들어오네.’

‘야! 하지운! 대답이나 해! 내가 있는 게 싫으냐고?’

‘안 싫어... 대신 머릿속이 아니라... 진짜 내 앞에 있으면...’

‘그건... 살아 돌아가면 돼... 같이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셨어. 그건 내가 확실히 들었어.’

‘그러면... 내 입장에선 아까 한 짓보다 더한 거라도 했어야 하는 거네. 네가 지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 하니까...’

‘야, 뭐 그런 걱정을 하냐? 너랑 말도 못 해 보고, 옆에서 지켜만 보면서도 칠 년을 보냈어. 지금은 너랑 웃고 떠들면서 같이 여행도 할 수 있잖아. 까짓 십 년, 이십 년도 금방 지나가지!’

‘긍정적이네. 너 예전보다 성격 많이 좋아졌다.’

‘바뀌어야지... 한 번 죽기까지 한 마당에... 야,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나 어차피 귀신이잖아. 시간 엄청 많아. 여유 있게 해도 돼.’

‘그건 그런데... 내가 그만큼 오래 못 살잖아...’

‘아닐걸. 지금 네 육체도 조심해서 쓰면 한 이백 년 정도는 더 쓸걸.’

‘헐! 진짜?’

‘거기다 네가 계속 강해지면 기대 수명도 계속 늘겠지 뭐.’

‘대박!!’

‘나야 어차피 이 상태로 나이도 안 먹고... 야, 그러고 보니까 내 선배 중에 고조선 사람도 있다! 대박이지? 무슨 공주였다던데... 아! 그리고 친한 언니 중에 중동 쪽에서 공주 생활했다는 언니도 있어! 엄청 예뻐!’

‘죄다 공주냐... 공주끼리 잘 맞는 거냐...’

‘그 언니가 무슨 앗싸리아...인가 거기 출신이라던데.’

‘혹시... 아시리아 아니니?’

‘... 맞는 거 같아...’

‘여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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