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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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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0:14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23,170
추천수 :
530
글자수 :
951,721

작성
23.08.09 12:37
조회
123
추천
4
글자
9쪽

여우의 숲 (6)

DUMMY

57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수납장’으로 돌려보냈다.

왼 다리를 살짝 앞으로 내밀면서, 신체의 우측을 뒤로 향하도록 몸을 회전시켰다.


손톱을 바짝 세운 채로 하지운의 안면을 비껴가는 놈의 오른 손목에, 자신의 오른손 손날을 부드럽게 가져다 대었다.

그러고서 가져다 댄 오른손을 살짝 밀면서, 바깥쪽으로 회전시켰다.

자연스럽게 놈의 손목을 틀어쥐고는, 아래로 부드럽게 당겼다.


여우 놈이 중심을 잃고 끌려왔다.

어느새 하지운의 왼손엔 방금 집어넣었던 검이 들려 있다.

왼손의 검을 놈의 오른쪽 겨드랑이에 쑤셔 넣었다.


검을 쑤셔 박음과 동시에, 좌측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회전시키는 도중에 왼쪽 무릎을 굽히면서 자세를 낮췄다.

뒷목을 노리고 날아오던 또 다른 여우 놈의 오른손을 깻잎 한 장 차이로 피하고, 놈의 아랫배에 라이트 어퍼컷을 박아 넣었다.

그러고서는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허리를 우측으로 회전시키면서, 놈의 훤히 열려 있는 오른쪽 옆구리에 레프트 훅을 꽂아 줬다.


첫 번째 주먹에 놈의 방광이 파열되었고, 두 번째 주먹에 우측 신장이 파열되었다.

두 번째는 간을 노리고 날린 것인데, 아직 하지운의 실력이 일천하여 조금 아래를 맞췄다.


독하기로 이름 높은 여우머리 괴물이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아랫도리에서는 피오줌이 뿜어져 나오는데, 단숨에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옆에서 괴물이 지랄을 하든 말든, 하지운은 오른 다리를 뒤로 쫙 뻗으며 몸을 숙였다.

순식간에 하지운의 몸이 바닥으로 푹 꺼졌고, 그 위로 한껏 입을 벌린 여우머리 한 마리가 스쳐 지나갔다.

체조 선수처럼 다리를 앞뒤로 찢고 있던 하지운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좌에서 우로 그어 버렸다.

몸을 숙이던 와중에 수납장에서 꺼낸 검이었다.


검을 긋기가 무섭게 좌측으로 몸을 굴렸다.

몸을 굴리기 직전에 던진 검이 우측에서 덮쳐 오던 여우 놈의 아랫배에 박혔다.

배에 박힌 검의 손잡이를 잡고, 뽑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여우 놈의 튀어나온 주둥이에 하지운의 오른 주먹이 박혔다.

깔끔하게 끊어 친 라이트 훅이었다.


놈의 죽통을 날려 버리고, 허물어지는 놈의 몸에서 박혀 있던 검을 잡아 뽑았다.


방금 전 하지운의 몸 위를 스쳐 가다 오른 다리가 잘린 놈이 아등바등하며 몸을 일으켰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왼 다리만으로 용케 일어섰다.


여우 놈이 일어서기가 무섭게, 뒤에서 달려온 하지운이 놈의 왼 발목을 걷어찼다.

안면부터 바닥으로 처박히는 놈의 하체에 검을 쑤셔 넣었다.

다짜고짜 대충 찔러 넣었는데, 하필 놈의 사타구니 한가운데에 있는 회음에 검이 박혀 버렸다.


앞서 피오줌을 싸던 놈의 비명을 능가하는, 처절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든 말든 놈의 하체에 박아 넣은 검을 사정없이 뽑아서, 좌측의 나무 사이로 집어 던졌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기운을 억누른 채 살금살금 접근하던 여우머리의 미간에 퍽 소리를 내며 쑤셔 박혔다.


네 번째 매복 공격인데, 매번 한 번에 다섯 마리씩 덤비고 있다.

인간으로 치면 오인 일조로 구성된 유격대인 셈이다.


직전에 죽인 놈의 안면에 박혀 있던 검을 뽑아, 놈의 가슴에 한 번 더 박아 줬다.

놈의 면상을 밟고 거침없이 검을 뽑아 버린 하지운이 고개를 돌려, 사타구니에 구멍이 하나 더 뚫린 놈을 바라봤다.


위아래로 피를 뱉어 내며, 힘겨워하는 멍멍이과 짐승이 어떻게든 살아 보려 아등바등 흙바닥을 기고 있었다.


너무도 보기 안타까워, 놈의 뒤통수와 등 한가운데에 한칼씩 먹여 줬다.

잘 받아먹고 금세 고통 없는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


하지운의 주먹질에 주둥이가 없어진 놈과, 겨드랑이에 검이 박혀 있던 놈에게도 추가로 한 방씩 더 쑤셔 줬다.


마지막으로 피오줌을 싸던 놈을 쳐다보니, 그사이에 과다 출혈 때문인지 숨이 끊어져 있었다.

그래도 겉으로 보이는 꼴만 보고, 확인 사살을 거를 수는 없었다.


여우 놈들의 고유 능력인 ‘감각 증폭’을 흡수했다면, 귀찮게 이 짓을 할 필요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이전의 괴물들은 죽일 때마다 흡수한 능력에 따박따박 경험치가 붙어서, 굳이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 확인을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감각 증폭’은 ‘번식력’과 마찬가지로 경험치를 먹고 성장하는 능력은 아니다.

따라서 놈들을 추가로 죽인다고, 경험치가 증가하는 일 따위의, 눈으로 확인 가능한 수치의 변동은 없다.


‘대신에 능력 강탈 자체의 경험치가 올라가지. 숫자가 띠링띠링 하고 실시간으로 올라가 주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만사가 편했지... 근데 이놈들은... 이게 웬 노가다야. 목이 잘린 놈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확인 사살을 해야 하다니.’


피오줌을 싼 놈에게 다가가던 하지운이 자신의 발 앞에 냅다 검을 내려찍었다.

하지운의 발목을 물어뜯으려, 주둥이를 쫙 벌리고 달려들던 여우 놈의 오른뺨에 검이 쑤셔 박혔다.


얼마나 사정없이 찍었는지, 검신의 대부분이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크로스 가드까지 놈의 안면을 부수고 들어가, 잡을 손잡이가 반밖에 남지 않았다.


죽은 척하고 있던 거다.

등 뒤에서 하지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냅다 몸을 뒤집고 이빨을 들이민 여우머리였다.

이래서 확인 사살을 꼭 해야만 했던 것이다.


“아오... 살살 할걸. 피는 둘째 치고, 살점이 떡칠이 됐네. 이걸 언제 다 닦아. 한 자루가 아쉬운 마당에, 버릴 수도 없고...”


로저의 기억이 덧칠되었다고, 하지운의 결벽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질색을 하면서 놈의 면상에 박힌 검의 폼멜을 잡던 하지운이 그 자세 그대로 좌측으로 몸을 날렸다.


이 동네에 와서 처음으로 도전해 보는 텀블링이었다.

신장 이 미터 오십에, 체중이 이백사십 킬로가 넘는 거구가 깃털이라도 되는 듯 허공을 날았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이드 플립이었다.


바닥에 착지함과 동시에, 왼손에 잡고 있던 검을 양손으로 잡고, 좌에서 우로 사선으로 올려 베었다.

오른쪽 옆구리에서 왼쪽 어깨까지 깊게 베인 여우머리가 허공에 피를 뿌려 댔다.

결벽증 있는 하지운은 피를 맞기 싫어, 진즉에 놈의 좌측으로 움직였다.


검이 심장까지 썰고 지나갔음에도, 놈은 쓰러질 줄을 몰랐다.

지긋지긋한 놈이 피를 줄줄 쏟으면서도, 하지운을 향해 꾸역꾸역 몸을 틀었다.


하지운이 짜증 난다는 듯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자세를 낮췄다.

왼발을 바닥에 박아 넣고 하체를 굳건히 한 채, 양손으로 잡은 검을 오른쪽 어깨 위로 살짝 들어 올렸다.


그 상태로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여우머리를 응시했다.

놈이 한 걸음을 더 떼는 순간, 우에서 좌로 허리를 회전시켰다.

하지운의 상체가 회전함과 동시에, 놈의 상체가 잠시 동안 떠올랐다 거꾸로 처박혔다.

금세 바닥을 뒹구는 상체를 따라, 피를 쏟아 내던 놈의 하체도 앞으로 꼬꾸라졌다.


여우머리의 허리를 깨끗하게 두 동강 낸 것이다.

로저의 몸에 각인된 장인의 경지에 이른 검술이 하지운의 의지를 통해 재현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가로베기였다.


다행히 이런 몸에 밴 기술들은 곧잘 흉내 내는 하지운이었다.


여럿에게 둘러싸인 상황 등에서 ‘어떤 동선으로 어떻게 찌르고, 누굴 먼저 죽여야 하는가.’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면, 그제야 하지운은 로저와의 수준 차이를 여실히 느끼곤 했다.


이건 결국 반복된 전투를 통한 경험의 축적 외에는 답이 없다.

그래서 ‘가시’ 능력 같은 초능력들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여우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허리가 잘린 놈에게 다가가 절단면을 들여다보았다.

쏟아져 나온 내장 때문에 속이 메슥거렸지만, 꾹 참고 유심히 관찰했다.

절단면의 관찰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로저의 검술을 잘 구현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다.


허리를 숙이고 있던 하지운이 그 자세 그대로 오른 다리를 뒤로 뻗었다.

신경질적으로 날린 어설픈 뒤 차기에 모골이 송연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까지 숨을 죽인 채, 기습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여우 놈이 하지운의 등 뒤로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었다.

그놈의 아주 중요한 곳에 하지운의 발뒤꿈치가 쑤셔 박혔다.


솔직히 노리고 찼다.

분명히 감각에 뭔가 계속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도 한참을 안 나오고 버티니까, 하지운도 슬슬 짜증이 쌓여 억하심정이 된 것이다.


“개새끼가! 그냥 빨리 튀어나오지! 사람 짜증 나게!”


사타구니를 붙들고 울먹이는 여우 놈의 양쪽 귀를 틀어쥐고, 놈의 주둥이에 오른 무릎을 꽂아 넣었다.


머리통의 대부분이 사라진 채, 여우머리가 달려 있었던 괴물 놈의 몸뚱어리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놈을 무심히 내려다보던 하지운이 몸을 돌리며, 양손을 털었다.


방금 전까지 하지운이 서 있던 자리엔 피범벅이 된 동물 귀 한 쌍이 나뒹굴고 있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오늘도 늦었습니다...

 새벽까지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잤습니다. 고삼도 아니고...


 제가 아직 경험이 일천하여, 전투 장면 묘사가 쉽지가 않네요.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그런데 추천수가 원래 저랬나요? 갑자기 확 올라간 거 같은데...

 어제 보고 더워서 헛것을 본 줄 알았습니다.


 추천 눌러주신 분들 전부 꼭 로또나 연금복권 되세요.

 정말 감사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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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1 [탈퇴계정]
    작성일
    23.08.09 12:47
    No. 1

    고심의 흔적이 많이 보이네요. 작가님 그래도 건필이 우선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최고길동
    작성일
    23.08.09 12:52
    No. 2

    감사합니다. ㅠㅠ
    그런데 이렇게 해도... 일주일에 다섯편 쓰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네요.
    어릴 때 글 읽으면서, 이놈의 작가는 맨날 빵꾸냐 하면서 욕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후회가 많이 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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