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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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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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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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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1,721

작성
23.08.0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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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여우의 숲 (4)

DUMMY

55화


‘설마...’


한날한시에 나란히 누워 생을 마감한 원앙 같은 한 쌍을 보며, 하지운은 말문이 턱 막혔다.

멍하니 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먼저 죽은 똥 칠갑한 돼지를 응시했다.

그리고 다시 별이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씨발... 내가 살기만으로 돼지머리를 세 마리나 죽인 거야? 혹시... 이것이 심검의 경지... 내가 언제 이토록 지고한 경지에 이르렀단 말인가... 내가 정녕... 천하제일 기재란 말인가!”


‘또, 또! 또 지랄한다. 너 이번에도 까불다 칼 맞으면, 그땐 정말 가만 안 둔다! 눈깔 벌겋게 뜨고 네 꿈속에 난입해서, 용사 새끼랑 내 흉내 내는 천사 년이랑 질질 짜는 오줌싸개까지 다 때려직이는 수가 있어!’


사랑스런 썸녀의 따끔한 일침에 출장 가던 하지운의 정신머리가 다급하게 귀가했다.

정신이 번쩍 든 하지운이 급하게 그녀를 달랬다.


‘안 돼! 승아야, 그건 절대로 안 돼! 그럼 정말 오줌 싸! 내가 알아서 잘할게. 정말이야. 믿어 줘!’


발끈한 승아를 겨우 달랜 하지운이 뽕이 싹 빠진 눈으로 세 구의 돼지 사체를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사인은 스트레스성 심근증 같은 심장 질환인 거 같은데... 내가 뿜은 살기 때문에 엄청난 공포를 느끼고, 갑작스럽게 발생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급속도로 심장 기능이 위축되었다... 심장에 갑자기 발생한 손상으로 돌연사를 하였다... 뭐 이런 상황인 거 같은데... 미친...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고?’


장르 소설 작가 출신인 하지운에게 이 상황은 사실 너무도 익숙한 장면이다.

그 자신도 소설을 쓰던 시절에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사용했었다.

하찮은 졸개들을 손쉽게 치워 버리면서, 동시에 주인공의 강함을 과시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방법이다.


앞으로는 소설처럼 폼 나고 간편하게 잡몹들을 청소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개세고수의 풍모 그 자체다.


하지만 기쁜 척하는 것도 잠시. 하지운이 바보도 아니고, 얼마나 거추장스럽고 위험한 능력이 생긴 것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지금 상태로 미션 수행하러 가는 행위는 미친 짓이다.

조금만 성질나는 상황이 생겨도 엄청난 참사가 생길 수 있다.

만약 목표물이 통치하는 도시 한복판에서 싸움이 날 경우, 인근 주민 전부를 몰살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돼지머리 괴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어 버렸다.

괴물 피를 먹지도 않은 평범한 인간이 하지운의 살기를 견디는 것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무조건 기운이 퍼지는 범위 안에 있는 인간 전부가 죽을 거다.


안 그래도 대역 죄인에, 스스로 악마 계약자임을 자처했다.

그 상황에서 가는 곳마다 피아 식별 없이, 대규모 학살을 저지르고 다니는 꼴이 된다.


인구가 오백만에 달하는 나라 전체가 철천지원수가 되는 거다.

왕국의 거의 모든 구성원이 총력을 기울여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을 상상했다.


‘미친... 개무섭네... 완벽하게 조절하기 전까지는, 숲 밖으로 나갈 생각도 하면 안 되는 거잖아. 아니, 도대체 이게 언제부터 가능했던 거야? 일이삼사나 도마뱀, 호저는 멀쩡...하지는 않았구나... 그래도 죽지는 않았는데. 개돼지부터 죽는 건가? 잠깐! 그럼 돼지 피 먹은 일이삼사도 거의 죽을 뻔한 건가? 그럼 평범한 인간은 무조건... 미치겠네! 옷부터 사야 되는데!’

‘너 진짜 큰일이다. 한동안 사람들 많은 곳엔 갈 생각도 하지 마. 안 그래도 지운이 너 요즘 별것도 아닌 것에 울컥하던데.’

‘내가 뭘? 내가 언제?’

‘돼지들도 커플인데! 야밤에 그 짓 좀 한다고, 그걸 질투하냐? 내가 다 민망하고 미안해서...’

‘아이 씨...’


승아의 말이 맞다.

그날 밤 이후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는 했다.

갑자기 울컥하고 뭔가가 솟구치는 걸 느끼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 일단 숲에서 봐야 할 일은 다 보고 나갈게. 지금 당장 숲 밖으로 나갔다 사고 치면, 답이 안 나올 것 같아. 그 안에 기운을 조절하는 능력도 나아지겠지. 아! 잠깐! 일단 이 새끼들까지 마저 죽이고 얘기하자.’

‘아냐, 잽싸게 다 죽이고 주변 정리한 다음 일단 한숨 자. 푹 쉬어야 몸에 무리가 안 가지. 건강이 젤 중요해. 지운아, 네 몸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냐...’

‘아... 무, 물론이지!’


뭔 생각들을 했는지 급속도로 민망해졌다.

벌게진 얼굴에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그나마 여러 놈들과 부대낄 만한 장소를 찾았다.


돼지 커플이 드러누운 장소가 딱 적당한데, 차마 시신까지 훼손하고 싶진 않아서 다른 장소를 물색했다.

물론 똥내가 진동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긴 했다.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적당한 공간을 찾자마자 스무 마리의 괴물이 날아들었다.

뛰어왔다는 표현보다 날아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놈들이었다.


인간이 접해 본 짐승머리 괴물들 중 가장 빠르다고 일컬어지는, 여우머리 괴물 스무 마리가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내며, ‘짜잔’하고 등장했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만나는 제대로 된 상대다.

육체적인 능력만 따지고 보면 조금 부족하긴 해도, 스무 마리면 제대로 된 훈련이 될 듯했다.


사실 그동안은 자신보다 한참 못 미치는 것들을 상대로 깽판 치는 싸움만 해왔다.

방심해서 호저들에게 털린 것을 빼면, 아무리 많은 머릿수를 상대해도 진지하게 위협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육체적인 역량의 차이가 심했던 것이다.


그런 싸움만 해서는 실전 감각이 늘지를 않을 것이다.

해축 매니아인 하지운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챔스 진출 팀들과 붙어봐야, 제대로 실력이 늘지! 강등권 팀들 상대로 백날 깡패질 해 봐야 소용없어! 드디어 유로파라도 나갈 수 있는 놈들을 만나는구나! 기다렸다, 이놈들!’


등장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한 놈들이 막상 공격은 못하고,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다.

표정들을 보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곰머리든 곰머리의 피를 처먹은 놈이든 처음 접해 보는 눈치였다.


하지운의 추론과는 달리 여우들은 도마뱀도 먹는다.

잡식성이라서 편식하지 않고 뭐든 잘 먹는다.

이곳에 돼지들이 서식하는 이유도 도마뱀 낚는 미끼로 쓰려고, 여우들이 의도적으로 몰아넣어서 그런 것이다.


돼지의 유혹에 넘어간 도마뱀들이 뭍으로 기어 올라오면, 그때마다 어떻게 알고는 여우머리들이 귀신같이 나타난다.

그러고는 미끼 역할을 한 돼지까지 다 잡아먹어 버린다.


그런 별미가 가득한 먹자골목에 처음 보는 깡패가 나타난 것이다.

뭔가 느껴져서 회식하러 왔다가, 엄청나게 당황한 여우 패거리였다.


한동안 도마뱀들이 코빼기도 비치지 않은 이유가, 그제야 이해가 되는 여우머리들이었다.

눈앞에 있는 깡패가 원흉일 것이 분명했다.

자신들의 먹거리를 조지고, 그걸로 부족해서 이제는 그들의 영역에까지 침범한 것이다.

그들에게 하지운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죽여야 할 불구대천의 흉적이었다.


그럼에도 여우머리들은 신중했다.

느릿느릿 움직이기는 했지만, 각자가 저마다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면서, 하지운을 정신 사납게 만들고 있었다.


‘드라마를 많이 봤나. 얘들도 돌고 있네. 근데 박자라도 좀 맞추면 안 되나. 멀미 날 것 같은데.’


짜증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진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여우들 중 절반인 열 마리가 달려들었다.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게 각기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뛰어들었다.

차례로 달려들어 순서대로 뒈져 주는 배려 따위는 없었다.


하지운의 생각이 바뀌었다.

연습 상대라고 생각했는데, 놈들의 움직임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빨랐다.

까불다가 또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몇 놈 죽여 놓고, 다시 생각해야겠다. 잠깐만 한눈팔았다가는 금세 목 썰리겠다.’


생각을 다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양손에 들고 있던 망치를 좌우로 던지고, 빈손에 검 한 자루씩을 꺼내 들고 사방에 미친 듯이 휘둘렀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머리카락 스무 가닥을 발사했다.


하지운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던 여우머리 세 마리가 수컷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수치와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은 하지운으로서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제 놈들이 나무를 박차고 뛰어올라 남의 머리 위로 덮치듯이 달려드는데, 대응 방법이 따로 있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 던진 망치 두 자루에 여우 두 마리가 머리통이 박살 났고, 머리통에서 발사한 가시에 세 마리가 하반신이 벌집이 되었다.

검으로 직접 상대한 것은 고작 다섯 마리였는데, 상의는 걸레가 되고 팔과 등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겨우 죽였다... 이놈들 진짜 빠르다. 그리고 확실히... 로저에 비하면 난 한참 멀었어. 조금 센 놈이랑 붙어보니까 바로 알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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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1 [탈퇴계정]
    작성일
    23.08.06 01:05
    No. 1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새벽에 딱 올라오니 저는 좋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최고길동
    작성일
    23.08.06 01:14
    No. 2

    새벽에 올리려던 게 아니고 오후에 올리려던 겁니다.ㅠㅠ
    다 써 놓고 마음에 안들어서 또 사서 노동을...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1 [탈퇴계정]
    작성일
    23.08.06 01:15
    No. 3

    작가님들 완벽주의 조금씩 다 있으셔서... 저도 60화 넘게 뜯어고친 기억이 있어요! 작가님 화이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최고길동
    작성일
    23.08.06 01:30
    No. 4

    감사합니다.^^ 저도 쓰다 보면 속도가 좀 붙겠죠. 언젠가는...
    날씨가 장난 아니던데 작가님도 건강하세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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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여우의 숲 (5) +2 23.08.07 124 2 9쪽
» 여우의 숲 (4) +4 23.08.06 128 3 9쪽
55 여우의 숲 (3) 23.08.05 134 3 9쪽
54 여우의 숲 (2) +4 23.08.03 140 3 10쪽
53 여우의 숲 (1) 23.08.02 14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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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시련 (10) 23.07.30 148 2 9쪽
50 시련 (9) 23.07.28 143 3 9쪽
49 시련 (8) 23.07.27 147 3 10쪽
48 시련 (7) 23.07.26 146 2 11쪽
47 시련 (6) 23.07.24 147 2 10쪽
46 시련 (5) 23.07.22 14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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