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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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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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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1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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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여우의 숲 (7)

DUMMY

58화


세상 편한 자세로 바위에 몸을 기댄 하지운이 두 자루의 검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다.

바닥에는 망토도 깔아 놓고, 무드 있는 곡 위주로 골라 플레이리스트도 재생시키고 있었다.


냄새가 지독해서, 여우머리들의 시체는 혼신의 힘을 다해 멀리 집어던졌다.

그걸로 부족해 수납장에서 향초도 꺼내 옆에 피워 두었다.


하지운이 생각하기엔, 승아가 많이 섭섭해하는 것 같았다.

저승에서 자신에게 그렇게까지 할 줄은 예상을 못했던 모양이다.

제 말로는 자신이 막내라서 별거 아니니 하더니, 사실은 예쁨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격하게 삐진 티를 내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러니 하지운의 수납장에, 아무리 봐도 선을 아득히 넘고 있는, 폭주에 가까운 선물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이건 무조건, 메시지를 보낸 선배들에 대한 치기 어린 시위이자 반항이라고 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었다.


현재 자신의 ‘수납장’의 저장 용량은 무게로 십 톤이다.

계산이 용이하게 무게로 설정해 준 저승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심지어 용량도 통 크게 십 톤이다.

어차피 빈 공간 주는 거, 아주 인심 좋은 척하는 저승이었다.


그중에 칠십오 퍼센트에 달하는 공간은 이미 사용 중이었다.

4.7톤 분량의 호밀빵과 생수 백사십 리터 거기다 잡다한 식기들을 더해, 오 톤이 조금 안 되는 무게가 나가고 있다.

거기에다 2.5톤이 조금 넘는 망치나 쇠사슬 같은 쇠붙이들도 있다.


사실 호밀빵은 육 주 동안 부지런히 먹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처음에는 육 톤이 넘었다.


남은 이십오 퍼센트의 공간을 승아가 단숨에 채워 줬다.

수납장 안에 쌓인 선물들을 보는 하지운의 눈알이 경악과 탐욕으로 미친 듯이 굴러다녔다.


‘승아야... 이 시계 일억 넘는 거 아냐? 누가 이거 뇌물로 받았다고, 뉴스에 나온 거 본 거 같은데...’

‘어! 그거 맞아! 네가 그 뉴스 볼 때, 나도 옆에 있었어. 내가 남자 시계를 어떻게 알고 구현했겠니.’

‘아... 그랬구나... 그리고 이... 1.5톤 조금 안 되는 차... 아제라구나. 내가 영화에서 보고, 개쩐다고 중얼거리고 있을 때도 옆에 있었니?’

‘응! 나중에 지구로 돌아가면, 이런 걸로 백 대 뽑아 줄게!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승아야...’

‘어? 울어? 야, 왜 울어?’

‘자기야... 나 정말 잘할게...’

‘아유... 넌 뭘 이런 걸 가지고... 야, 이런 건 구현하기 쉬워. 네가 먹고 있는 빵 만드는 게 훨씬 어렵지.’

‘어?’

‘가장 구현하기 힘든 것들이 살아 숨 쉬는 생명체야. 얘기했잖아. 나도 아이디어 회의에만 참석하고, 여기 생명체 구현에는 참여 못했다고.’

‘아아...’

‘그다음이 생명체였던 것들이야. 네가 먹던 식재료들. 사람 입에 들어가는 건데, 보유하고 있는 영양소까지 완벽하게 복제해야 할 거 아냐. 모양만 똑같이 만들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음식 모형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거지. 그걸 너한테 어떻게 먹여.’

‘그러네...’

‘이런 반짝이는 것들은 사실 쉬워. 너 우리 집 봐 놓고도 모르겠어?’

‘승아야...’

‘응.’

‘그동안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 정말... 정말 맛있었어.’

‘응...’

‘그런데... 네 성의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 선물들... 지구에 돌아가면 그때 받을게. 지금은 아닌 거 같아. 당장... 여긴 고속 도로도 없잖아. 그리고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M60이랑 RPG-7은... 여기서 쓰는 순간, 바로 우리 둘을... 그분이 직접 소환하셔서, 귀싸대기 날리실 거 같아.’

‘......’

‘네가 지금 어떤 심정으로 이러고 있는지, 조금은 알 거 같아.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나중에 언니들한테 혼나면 어쩌려고 이래.’

‘혼나면 혼나는 거지! 까짓거!’

‘승아야.’

‘내가 젤 섭섭한 게 뭔 줄 알아? 아니, ‘알 수 없는 이유로’가 뭐야? 그럴듯한 이유라도 지어냈어야지. 제재를 가하는 마당에... 그렇게 성의 없이 하는 건 너무하는 거 아냐!’

‘아휴, 식구끼리 그럴 수도 있지. 네가 이해해. 어차피 서로 사정 다 아는 사... 귀신들끼리 하는 일인데, 격식 다 갖출 필요 있겠나 싶으셨겠지.’

‘흥! 볼 때마다 귀엽다, 예쁘다 말만 하지. 꼭 필요할 때가 되면 이렇게들 무심해. 그 언니들도 똑같다니까!’

‘진정하고... 제발, 그만 흉보자. 너 나중에 호되게 혼날까 봐, 내가 다 조마조마해.’

‘알았어... 근데 이것들 다 필요 없어? 네 취향대로 싹 맞춘 건데...’

‘나중에... 돌아가면... 여기서 맞춤 정장에, 악어가죽 구두 신고 뭐 하게... 다이아 박힌 넥타이핀도 있네. 이걸로 쫙 빼입고 여우머리랑 드잡이질을 하라고? 피 한 방울 튈 때마다, 아까워서 숨이나 쉬겠냐?’

‘첩보 영화 보면 잘만 입고 싸우던데... 내가 매번 새걸로 바꿔 주면 되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레깅스에 크롭티 차림으로 다니려고...’

‘저기... 나 꼭 필요한 거 있어. 만들어 줘, 승아야.’

‘정말! 뭔데?’

‘어... 일단 방향제하고... 비누, 치약, 칫솔, 샴푸... 그런 세면도구랑... 갈아입을 속옷 정도.’

‘어...’

‘왜? 안 돼?’

‘그게... 그것들 성분이... 이 동네에선 구현이 금지된 것들만 있네...’

‘아! 화학 제품! 안 되는 거야?’

‘응...’

‘잠깐만! 야, 그럼 이 최소 삼십억짜리 기름 먹는 하마도, 여기서 몰면 안 되는 거 아냐?’

‘그게... 너 어차피 장롱면허잖아... 그냥 덩치 큰 피규어라고 생각...’

‘야...’

‘되는 게 속옷인데... 저기, 속옷 선물은... 너무 빠른 게...’

‘야, 임승아! 누가 너더러 딱 붙는 기능성 속옷을 만들어 달래? 이 동네에서 입는 할머니 고쟁이 같은 거 있잖아! 칠부바지 겸 속옷 같은 거!’

‘아아, 그거! 그거 한 백 개면 돼?’

‘아니... 빨아 입을 거니까 대여섯 장 정도면 돼.’

‘그리고 방향제는 힘들고... 천연 성분만 들어간 향초는 어때?’

‘어, 좋아!’

‘불은...’

‘야, 아무리 로저가 할 줄 아는 게 없어도, 불은 피울 줄 알더라. 부싯돌이랑 뭔 조잡한 쇳조각도 있고. 마른 가지만 조금 모으면 되니까,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캠핑용 토치 넣어 놨어.’

‘엥?’

‘남들 안 볼 때, 취사용으로만 써.’

‘내가 아무리 악마와 계약했다고 소문을 냈다지만, 휴대용 토치를... 그래도 되는 건가...’

‘야, 그깟 토치 따위! 이 언니들 너한테 페널티 준다고, 마법 습득을 막아 버렸어!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대단한 걸 해 줬다고... 여기 판타지 세상이야! 마법을 못 쓰게 하는 게 말이 돼? 네가 젤 갖고 싶어 하던 능력인데...’

‘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 큰 힘이 되고 있어, 나한테. 그걸 그들도 아니까, 그에 합당한 제재를 가한 거야.’

‘허! 힘내라고 응원 좀 하고, 아파해서 위로 좀 하고, 조심하라고 잔소리 좀 한 거? 아, 그래! 빵에 장난 좀 쳤다. 그냥 호밀빵 넣으라고 지시 내려왔는데... 빵 사이에 뭘 좀 넣었어. 그게 죽을죄냐!’

‘좀은 아니지... 빵 한 개 무게가 십 킬로가 넘는데... 삼겹살이 일 킬로면 대충 오 인분 정도 돼. 십 킬로면 오십 인분이야.’

‘야, 삼겹살 일 인분 먹고 배부른 사람이 어딨냐?’

‘그렇게 쳐도 이십 인분은 넘어.’

‘네가 고시원에서 허구한 날 사발면만 처먹고 있어서... 내가 한이 맺혀서 그랬다! 왜!’

‘그리고... 네가 해 준 응원이랑 잔소리 덕에 내가 죽다... 살았어. 네 위로 덕에 우울증을 버텨 내고 있고... 목숨값을 이 정도 제재 하나로 퉁치는 거면 싸게 먹힌 거야.’

‘......’

‘마법을 아예 못 쓰게 하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강탈 능력에 제한을 두겠다는 거지. 내가 직접 익히면 그만이지 뭐.’

‘수납장 정리해 놓을게... 쉬어.’


쉬는 데 방해되지 않게 조용한 음악들만 틀어 놓고, 검 두 자루에 묻은 피와 살점을 닦아 냈다.


겨드랑이에 쑤셨다 허리 자르는데 쓴 검은 양호한 편인데, 손잡이까지 머리통 속에 들어갔다 나온 물건은 상태가 끔찍했다.

이런 것 때문에라도 정신 수양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뭔가 울컥하면 힘 조절이 안 된다.


살기를 줄줄 흘리고 다니는 마당에, 힘 조절도 못하면 그건 정말 최악이다.

하지운이 아무리 인성에 문제가 있어도, 화적떼 두목이나 묻지마 살인마 따위가 되려고 이곳으로 온 것은 아니었다.


마법 습득만을 위해 이 숲에 왔는데, 해야 할 것들이 계속 쌓여 가고 있다.


작가의말


 이전에 썼다가 지운 버전들과 동선의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서


 쓰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오늘 내용 중에 몇몇 부분은 이미 설명이 되었어야 하는 것들인데...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네요. 요번주가 특히 빡세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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