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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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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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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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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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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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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캠프파이어 (7)

DUMMY

72화


대마법사 거버스 틸리얼을 발아래에 둔, 태대마법사 하지운 님이 폭포수 아래서 도를 닦고 계셨다.


거센 물줄기에 오라지게 시달려 매끈매끈해진 바위 위에 앉아, 두 눈을 질끈 감고 기약 없는 명상에 잠겨 있었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류를 맞으며, 몸과 마음을 정성스럽게 씻어 내는 하지운이었다.

그동안 마음속에 겹겹이 쌓인 삿된 야욕들을 전부 닦아 내려는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제 선녀님과 헤어진 후, 가벼운 마법 수련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가 어느새 해가 지려 하기에, 섬을 돌아다니며 간단히 요기를 하였다.

나무 열매도 한가득 따고, 붉은빛을 띤 탐스러운 버섯도 부지런히 따서 망토에 가득 담았다.


과일은 물론이고, 버섯도 생으로 먹는데도 불구하고 맛과 향이 뛰어났다.

송이버섯 못지않다고 감탄을 하던 와중에, 이상하게 속이 아파 왔다.

수풀 뒤 으슥한 곳으로 가 폭풍 같은 밀어내기를 했더니, 뱃속이 금세 개운해졌다.


획득물들을 마저 섭취한 후, 소화를 위해 간단한 운동을 하였다.

몸통만 한 바위를 집어던지고 쫓아가서 받는 훈련도 하고, 쇠사슬을 꺼내 줄넘기도 하였다.


어느 정도 소화도 되고 몸도 덥혀지자, 하지운은 전부터 눈여겨 봐 두었던 폭포로 향했다.

많은 절경을 품은 이곳 중앙 섬에서도 손에 꼽히는 가경이었다.


선녀님이 주신 귀중한 의복을 수납장에 집어넣고, 알몸으로 폭포수 밑으로 걸어 들어갔다.

칠월 중순의 푹푹 찌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시원했다.

한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하지운에게는 수영하기 딱 좋을 정도의 온도였다.


온도도 적당하고 해서, 감기 걱정 안 하고, 어림잡아 열여섯 시간째 앉아 있는 중이다.

해가 다 진 후 들어가서, 지금은 해가 중천이니, 대충 그 정도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망부석이라도 된 듯, 눈을 감고 우두커니 앉아 있던 하지운이 느닷없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추워서 떨고 있다거나, 남의 상수원에 시원하게 방뇨를 해 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런 것 치고는 떨림이 지나치게 격렬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하지운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두 눈동자에서 시리도록 차가운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폭포수가 난데없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허공에 떠오른 수천수만의 물방울들이 한데 뭉쳐 형태를 잡아갔다.


순식간에 맑고 투명하고 자신 있는 승아가 탄생했다.

또다시 복장은 생략되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여친의 경고를 화끈하게 묵살해 버린 용자 하지운이었다.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며 폭포 밖으로 힘차게 걸어 나온 하지운이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 보았다.

그러고는 우렁차게 비명을 질렀다.


“끼아아아악! 저게 뭐여? 내가 또 만든겨? 승아야! 정말 내가 알고 만든 게 아냐! 진짜야! 오해하지 마! 너한테 반항하려는 게 결코 아냐!”


고함은 고함대로 지르고, 잽싸게 마력을 끊어 버렸다.

이미 충분히 젖어 있던 하지운의 머리 위로, 김장 대야 한 통 분량의 물이 쏟아졌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바들바들 떨어 댔다.

물이 차가워서가 결코 아니었다.


하지운은 어제 로저의 잔여 영혼에 담겨 있던 기억들을 남김없이 흡수했다.

그 안에는 사십 일이 넘도록, 시뻘건 눈알을 부릅뜨고, 로저를 잡도리한 마녀에 대한 선명한 증거 영상이 담겨 있었다.


그 천하의 로저가 공포에 질려서, 구석에 처박힌 채, 덜덜 떨어 댄 기억이 생생하게 실려 있었다.

결코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들여다본 하지운이었다.


자신에게만 살뜰한 승아였다.

눈에 거슬리는 잡귀에게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깡패였다.


자신도 경고를 무시하고 자꾸 맞을 짓을 적립하다가는, 언젠가 대차게 혼날 날이 올 것이다.

언젠가 마주하게 될 그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주저앉아 울고 싶은 하지운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고작 그런 이유로, 승아에게서 도망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달아날 방법도 없겠지만, 다른 그 어떤 이유보다, 하지운의 마음이 너무 깊어져 버렸다.

솔직히 혼나는 것보다, 승아가 다른 몽달귀신 새끼랑 바람나는 것이 더 두려웠다.


하루만 떨어져 있는 데도, 그새 승아를 못 믿고, 벌써 찌질한 고민에 빠져 버린 연애 고자였다.

급속도로 우울해진 하지운에게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고객님, 좆같은 상상하지 마시라고, 저번에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말 들으세요. 딴 놈이랑 그 짓을 하려고 했으면 벌써 수백 번은 하고도 남았겠네요, 이 고객 놈아. 제가 뭐한다고 네놈 옆에서 칠 년이나 죽치고 있었겠어요? 고객님이나 딴 년이랑 붙어먹지 마세요. 그랬다가는 소중한 그곳을 전생의 그것으로 되돌려드리는 수가 있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귀신이라서, 정말로 사이즈에 집착 안 해용.」


협박 문자가 도착했다.

승아도 하루를 못 참고, 치명적인 경고를 남발하면서 불안감을 표출 중이었다.

예뻐도 경험 없는 모쏠들은 별 수 없었다.


그 문자를 보고 힘을 얻은 하지운이었다.

불안하기는 장거리 연애 중인 자신의 여자 친구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자신만 개찌질한 고민에 빠진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그게 아니었다.

다시 힘차게 보람찬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반드시 익히고 싶었던 물 마법을 획득했다.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서 흙 마법까지 익히고 싶었지만, 일단 식량 구입이 먼저였다.

방금도 폭풍 같은 배변 행위가 있었다.

이 섬에서 자라는 것들이 맛은 있는데, 하지운 자신과 체질적으로 안 맞는 것이 있는 듯했다.


“설마... 저게 독버섯인가? 근데 독버섯을 먹었는데, 설사만 때리고 끝날 수가 있나? 존나 맛있긴 한데...”


그래도 물 마법을 하루 만에 익혀 버렸으니, 당초의 계획은 압도적으로 초과 달성한 셈이다.


배변 행위를 했으니, 다시 물 덩어리를 소환해 시원하게 뒤집어썼다.

양치질을 대신해, 입안에도 물 덩어리를 만들어, 요란하게 가글을 한 후 뱉어 냈다.

그런 다음 불덩어리를 네 개 만들어 사방에 배치했다.

물기가 다 마르자, 자신의 온몸에 정화 마법을 시전했다.

심지어 치아와 혓바닥까지.


“존나 상쾌해! 이제야 살 거 같아! 로저, 이 짐승 같은 새끼! 존나 안 씻어! 이 더러운 새끼! 이 새끼의 더러운 추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토할 거 같아!”


하지운이 자신의 결벽증을 말끔하게 해결할 방도를 드디어 구축해 냈다.


거버스를 제외한, 브리갠트 왕국의 모든 마법사들은 치료술사 아니면 정화 능력자다.

간혹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자도 있지만, 그중에 공격 마법을 가진 이는 없다.

그래서 거버스가 위대한 현자 대접을 받아 온 것이다.


그런 거버스도 평생 치유 능력이나 정화 능력을 보인 적은 없다.

물론 제 놈이 귀찮아서, 안 보여 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미 오랫동안, 공격 마법과 그 외의 마법은 동시에 익힐 수 없다는, 가설을 상식처럼 믿어 오고 있는 중이다.


거만하고 과시욕이 강한 거버스가 굳이 자신이 가진 능력들을 숨기고 살아왔을 리가 없다.

벌써, 무식한 중생들의 착각을 깨 주기 위해, 자신의 위대함을 뽐내고도 남았을 위인이다.


그렇게 따지면, 하지운이 현재 최초의 존재라 할 수 있다.

공격 마법과 복구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진정한 의미의 마법사 말이다.


반쪽짜리들에게 진정한 마법의 진수를 보여 주기 위해, 태대마법사 하지운이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정확하게는 끼닛거리 사러 마트로 향했다.


뗏목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음악 플레이어를 재생시켰다.


“예뻐 예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뻐 예뻐! 승아가 졸라 예뻐!”


열심히 따라 부르고 있는데, 메시지가 도착했다.


「고객님, 노래도 참 잘하시네요. 완전 가수세요. 가사가 참 듣기 좋아요.」


“승아야, 뭐 해? 쉬는 시간이야?”


「고객님, 저 어젯밤 늦게까지 디지게 혼나고, 지금은 가택 연금 중이에요. 근신하고 있으래요.」


“네가 뭘 잘못했는데! 우리 자기한테 왜 그러는 거야! 개킹받누!”


「그러니까요, 고객님. 오지게 짱나는 부분.」


“그런데... 말투를 짜증 나게 했다고 제재가 오지는 않겠지?”


「잘 모르겠는데. 근데 어제 너무 혼나서 그런가, 별거 아닌 거에도 쫄리네.」


“근데, 자기야 문자 계속 보내는 건 괜찮아? 근신 중인데... 문자 보낸 거 가지고도, 혼나는 거 아냐?”


「아냐. 자기가 걱정할까 봐, 내가 미리 물어봤어. 쓸데없는 소리만 안 하면, 문자질하는 건 봐준데.」


“대박! 자기야, 미안한데 쭉 집에서 근신만 하고 있으면 안 돼?”


「집에 틀어박혀서, 맨날 너랑 문자질만 하라고? 내가 개백수냐?」


“싫어? 난 자기가 내 머릿속에 있을 때하고 같은 기분이 들어서 완전 좋은데...”


「어리광 부리지 마. 이제는 자기 혼자서 다 이겨 내야 해. 며칠 후면 업무도 새로 배정받을 텐데, 그때부터는 문자도 못 보내. 그래도 혼자서 잘 해낼 수 있지? 나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지?」


“물론이야! 이제는 자기 걱정시킬 일 없어! 나 이제 대마법사야!”


「개든든하네, 우리 자기. 근데, 진짜 관리자 필요 없다고 했어? 불편할 텐데.」


“너 진짜 내가 딴 기집애랑 열 마디 이상 말을 섞는 걸 보고 싶어?”


「인생 어차피 혼자야! 사람은 혼자서 헤쳐 나가는 법을 배워야 해! 잘 생각했어! 관리자가 왜 필요해! 딴 년들이랑 말도 섞지 마! 개킹받어!」


작가의말


 어제 새벽에 로그인이 안 되던데, 저만 그랬던 건가요?

 늦잠을 자버렸네요.

 이제 하루치만 올리면 요번 주 분량도 끝이네요.

 재밌는 일을 해 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결국 노동이 되어버리네요.

 조회수도 줄고... 선작도 안 오르고... 아침부터 우울하네요.

 다른 분들도 다 겪은 일이겠죠.

 포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는데...

 힘 내서 계속 쓰는 수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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