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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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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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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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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8)

DUMMY

48화


‘꼭 그런 선택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무려 칠 년이야. 칠 년! 개를 키워도 칠 년 동안 키우다 죽으면, 눈물이 나고 며칠 동안 밥이 넘어가질 않아. 하물며 사람에게 마음을 줬어...’

‘날 좋아해 준 건 정말 기뻐. 내가 그 칠 년 동안 전혀 모르고 살아온 것이 억울해서 문제지만. 그래도 네가 굳이 날 되살리겠다고... 네 존재까지 걸 필요가 있었냐고. 그냥... 보내 주고 다른 괜찮은 놈 또 찾으면 되잖아. 그게 그렇게 힘든가...’

‘허... 지는 그게 쉬워서 죽은 줄도 모르고, 날 십 년 넘게 짝사랑한 거야?’

‘나야 원래... 날 때부터 정상 아니잖아...’

‘넌 그냥 좀 이기적이고, 남한테 관심 없고 애정 없는 딱 그 정도야. 네가 뭐 전생에 연쇄 살인이라도 했어? 결벽증 있어 가지고 피 보는 것도 질색하고, 남이 몸에 닿는 것도 싫어서 여자가 먼저 곁에 다가와도 피하는 놈이. 네가 뭐 엄청 대단한 개자식인 거 같아?’

‘네가... 나랑 로저가 동급이라면서!’

‘그건 내 앞에서 착한 척하려고 굳이 애쓰지 말라고 했던 말이잖아! 야, 타고난 본성이 비슷하다는 거지! 누가 너랑 그놈이랑 똑같대! 본성이 어떤 상태로 태어나든 인간의 성격은 자라나는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타고난 외모에 의해 많은 부분이 결정되는 거야.’

‘그건... 그렇긴 하지.’

‘부끄럽긴 하지만 죽기 전의 나나 로저나 성격이 안하무인이었던 이유가 뭐겠어? 잘난 외모에 남부럽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살았잖아. 상대적으로 남보다 콤플렉스 같은 것이 생길 확률이 높겠어? 절대 아니지. 자신감이 넘쳐. 내가 딱 그랬어.’

‘......’

‘남자들이 내 앞에만 서면 얼굴이 붉어지고 말을 더듬는데 왜 몰라? 계속 흘끔거리고, 그나마 용기 내서 하는 게 곁에 와서 치근덕대는 건데. 내가 공주병이 안 생길 수가 있었겠어? 세상 모든 남자가 다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잘났다...’

‘로저도 마찬가지야. 날 때부터 덩치가 남달랐고, 힘이 넘쳤어. 초딩 정도 나이에 괴물을 때려죽였고, 검술 스승들을 몇 달도 안 되는 시간에 밑천을 털어 버렸어. 그런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천재가 인성까지 아름다운 거 보기 쉽냐? 거기다 곰 피의 영향 때문에 난폭성에 잔인성까지 한층 더해졌을 텐데.’

‘......’

‘단지 네 본성이... 로저 놈의 개그지 같은 기억들을 큰 거부감 없이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네가 인간이나 생명체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는 게 핵심이야. 네가 로저만큼 인생을 뭣같이 살아왔다는 게 아니라!’

‘어찌 되었든 내 본성에 하자가 있는 건 맞는다는 얘기잖아.’

‘아휴... 이 답답아. 세상에 하자 없는 인간이 어딨냐? 너 딴 년놈들 머릿속 본 적 있어? 없지?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 존나 스펙터클해! 내가 귀신이라서 망정이지... 사람이었으면 일주일은 밥을 못 넘겼을 걸...’

‘......’

‘애초에 부족한 애정을 나한테만 집중해 주는 놈이 있는데 내 입장에서 나쁠 게 뭐야? 나 아직도 공주병 다 못 고쳤어. 나만 찬양해 주는 남자가 나로서는 최고야.’

‘내가 네 머슴이구나...’

‘머슴까지는 아니고... 그래도 마음에 들면 마님이라고 부르든지...’

‘닥쳐!’

‘크흑. 뭐 처음 시작이야 어찌 되었든, 내가 너한테 정이 든 건 맞아.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를 다시 찾는 것도 막막해. 나란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 이들이나, 내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정을 주고 곁에 머무는 짓을 다시 시작하라고? 툭하면 날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네 곁에 있다가... 다른 사람 옆으로 가면 내가 견딜 수 있을까?’

‘......’

‘어차피 그 상황이 다시 반복된다 해도 내 선택은 그대로야. 다른 더 좋은 선택지가 안 보여... 다만... 내 이기적인 선택 때문에 네가 여기 와서 개고생하고 있는 게 너무 미안한 거지... 정말 너무 미안해... 이런 끔찍한 곳으로 오게 해서...’

‘네가 미안해할 일이 맞나... 따지고 보면 저승에서 환생시켜 줘서 고맙다고, 꼭 살아 보고 싶다고 한 건 나잖아. 그냥 소멸시켜 달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그리고 애초에 모든 문제의 시작은 내가 등신같이 걸레 밟고 자빠진 거 아냐! 내가 그렇게 어이없게 죽지만 않았으면... 생각해 봐... 내가 천수를 다 누리고 죽었는데, 네가 날 부활시키겠다고 굳이 그런 무리수를 뒀겠냐?’

‘......’

‘어차피 돌이킬 수도 없는 거고... 혹시 무를 수 있어?’

‘되겠냐?’

‘그럼 뭐 끝까지 가는 수밖에. 좋네! 끝나면 새 생명에, 미인과의 연애까지 보장되고. 게임이 좀 살벌해서 그렇지, 우승 상품이 아주 푸짐하네.’

‘그렇지! 집값 걱정도 안 해도 돼! 우리 집 봤지? 네가 원하면 천 평으로 확장시킬게. 수영장이랑 사우나도 집어넣을까?’

‘대박! 그럼 거실에 회전목마!’

‘아오... 이 새끼가 진짜... 방심할 틈을 안 주네. 대가리에 도대체 뭐가 들어 있어서...’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이 시끼야! 누가 거실에 그런 숭악한 걸 갖다 놔!’

‘회전목마가 왜? 그냥 놀이 기구...’

‘닥쳐! 네가 그걸 단순 놀이 기구로 안 보니까 문제 아냐!’

‘무슨 그런 억울한 오해를...’

‘됐어. 나 이제 좀 쉴래. 귀신도 쉬어야 해. 육체의 피로야 당연히 없어도, 정신적인 피로는 귀신도 있어. 너 다치는 거 보고 하도 울어서 진이 다 빠졌어. 네가 듣고 싶은 것도 다 들었잖아. 너도 이제 일어나서 씻고, 어서 잘 곳을 찾아. 언제까지 뗏목 위에 누워 있을 거야?’

‘알았어. 쉬어.’


승아를 보내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를 내주고, 뗏목을 고정하고 있던 사슬을 당겼다.


당장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뭍에 쇠말뚝을 박아 놓은 상태로 뗏목을 늪에 띄웠다.

사슬의 끝이 뗏목에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쇠말뚝이 일종의 닻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도마뱀들은 애초에 이 근방에 얼씬도 하지 않기 때문에, 낮부터 쫓아온 결사대를 제외하면 늪 속에서 하지운을 공격할 생명체는 없다.

호저머리들도 늪으로 기어들어 와, 헤엄을 치면서 공격할 능력은 없는 것 같았다.


‘있다면 했겠지. 저렇게 멍때리고 쳐다만 보고 있을 리가 없지.’


뗏목에서 쉬고 있는 동안 세 번째 호저머리 부대가 도착했다.

오자마자 가시를 쏴 주겠다고 늪가까지 접근하기에 대갈통에 창을 던져 줬다.

다섯 마리가 이마빡에 수도관이 생기고 나서는 이렇게 쭉 소강상태였다.


빵도 두 개나 먹고 푹 쉬었다.

뭍에서 눈알을 부라리고 있는 괴물들만 아니면 잠도 한숨 푹 잤을 텐데,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뗏목을 타고 아예 진입로 밖으로 나갈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러면 밤새 도마뱀들이 몰려들 것도 신경 써야 한다.


결국 새로 나타난 오십여 마리의 호저머리들을 다 죽이고, 언덕 위로 올라가 동굴 같은 쓸 만한 잠자리를 찾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사슬을 천천히 당기면서 손도끼를 꺼내 손에 쥔 하지운이 호저머리 괴물들을 천천히 훑어봤다.

그러다 방금 전 승아와 나눈 대화가 다시 떠올랐다.


‘나도 정말 몰랐어. 히스트릭스는 원래 가시를 발사하는 옵션이 없었는데... 그저 가시를 세워 적을 위협하거나, 적이 가까이 접근할 경우에 찌르는 방식으로 싸우도록 만들어졌었어. 나야 막내라서 아직 생명체를 제대로 구현해 낼 수준은 안 되지만, 그래도 아이디어 회의에는 꼬박꼬박 나갔어. 그래서 초보 레벨의 괴물들 정도는 다 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 다 소용없을지도 몰라. 아니, 오히려 너에게 혼란을 줄지도 몰라. 미안해. 도움이 못 돼서...’


하지운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얘가 그런 성격이 절대 아니었는데. 귀신이 되고서 마음고생이 심했나? 미안하다는 말이 입에 붙어 버렸네.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건지. 그리고 도움이 진짜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살면서 언제 너 같은 초미녀한테 격려를 받으면서 일해 봤냐? 내가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 봤다고...’


생각을 하면서 히죽거리는 자신을 병신 보듯 하고 있는 정면의 괴물 면상에 손도끼를 날려 줬다.

눈빛이 너무 모멸적이라 하지운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되었다.


사슬을 살살 당기면서 자신이 몸으로 느꼈던 손도끼의 유효 사거리 안으로 들어갔다.

하나 시험 삼아 던져 봤는데 깔끔하게 주둥이를 박살 내면서 머리통에 깊숙이 박혔다.


또다시 호저머리들과의 단조롭고 지루한 싸움이 밤새도록 이어졌다.

끝없이 몰려오는 놈들을 기어코 다 죽여 버린 후, 언덕을 샅샅이 뒤져 겨우 쓸 만한 동굴을 찾았다.

그러고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하지운의 입에서 깊디깊은 한숨이 절로 쏟아져 나왔다.


작가의말


 어제 올렸어야 하는데 또 하루 밀렸네요.

 변명을 하자면 그저께 분량을 다음날 새벽에 올리면서, 아침해가 뜨는 걸 보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다섯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아점을 먹고 정신이 계속 몽롱해서 맥주 500잔에 커피를 타서 물처럼 마셨습니다.

 그리고 체했습니다.

 밤까지 꾸역꾸역 다 쓰기는 했는데...

 새벽까지 안 자고 철자 고쳐서 올리려고 하니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 마저 철자랑 띄어쓰기 고치고 이제야 올립니다.

 오늘 분량은 삼분의 이 정도 썼는데...

 이건 언제 끝날지...

 죄송합니다.

 요번주에도 주말까지 밀릴 것 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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