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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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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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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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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7.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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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시련 (6)

DUMMY

46화


절절하기 짝이 없는 눈물의 살해 예고를 마치자마자, 하지운은 창 한 자루를 정면의 괴물 놈 면상에 던졌다.

개중에서도 유독 리액션이 커서 더 밉살스러웠던 놈이다.

망치 패대기를 유도한 바로 그 놈이었다.


이번에는 패대기 같은 추태 없이 깔끔하게 대가리를 뚫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무리의 리더 노릇을 하던 놈을 잃어버린 도마뱀 크루들이 분노의 가시 투사를 시전했다.

하지운을 넓게 둘러싸고 있던 스물아홉 놈의 괴물들이 전방으로 빠짐없이 일제 사격을 가했다.


침략자 놈의 몸 개그에 넋을 빼고 있다가, 어이없게 리더를 잃어버린 괴물들이 잠시 멍을 때렸다.

그러다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눈알이 뒤집혀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쏴 갈겨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지운은 지극히 진부한 대응을 하였다.

왼손에 남아 있던 창 한 자루를 양손으로 잡고 창끝을 바닥에 박은 후 장대높이뛰기 선수처럼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니들끼리 서로 쏴 죽이라는 얍삽한 대응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가시의 날아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땅을 박차려고 상대적으로 아래를 향하고 있던 왼 다리에 다섯 발의 가시가 박혔다.


아파 죽을 것 같았지만 창대를 잡고 이를 악물고 버텼다.

오래 버틸 필요도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팔백 발이 넘는 가시 전부가 하지운의 발밑을 지나갔다.


같은 편끼리 서로를 향해 쏴 갈긴 것에 비하면 사망자가 얼마 되지 않았다.

고작 일곱 놈뿐이었다.

워낙 많은 가시가 동시에 날아들다 보니, 허공에서 서로 부딪쳐 바닥에 처박힌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놈들이 지들끼리 서로를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함을 하는 동안, 하지운은 부지런히 다리에 박힌 가시를 뽑아냈다.

하지운의 잽싼 대응을 보자, 눈에 천불이 난 호저머리들이 일제히 뒤로 돌았다.


몸의 전면에 있던 가시 중 큰 것들은 다 쐈으니, 이번에는 뒤통수와 등에 있는 가시를 쏠 차례였다.

놈들의 진솔한 움직임에, 하지운은 또다시 진부한 대응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화답했다.


이번에는 한 발도 맞지 않고 허공으로 피했다.

그새 날아오는 가시의 속도에 적응을 한 것이다.


네 마리가 추가로 죽었다.

생각보다 더럽게 단순하고 멍청한 종자들이었다.

겁을 먹고 도망치려 했던 것이 허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분명히 하지운이 창을 장대 삼아 몸을 띄워서 피하는 것을 다 봤는데, 아무 생각 없이 같은 패턴의 공격을 반복했다.

심지어 앞선 공격에 아군이 맞고 사망했는데도 말이다.


애초에 뒤통수에 달린 가시를 미리 각도를 조정해, 허공에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하지운에게 갈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놈들은 그 정도 응용도 없었다.

하긴 조준은커녕 뒤로 돌아선 상태로, 보지도 않고 알아서 맞으라는 식으로 쏴 갈긴 놈들이다.


이놈들의 공격은 처음에 모르고 맞았을 때나 위험한 것이지, 몇 번 겪고 나면 허무할 정도로 단조로운 행위에 불과했다.

물론 피하거나 막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런 개...빡대가리 같은 것들을 봤나... 이런 븅신들한테 탈탈 털렸었다니... 승아야, 지금이라도 날 버려...’

‘그럴 수도 있지... 쪽팔려도 참아. 누나는 다 이해할 수 있어. 널 버리긴 왜 버려! 두고두고 놀릴 거리가 생겼는데. 아유! 귀여워라. 히힛.’


울고불고 하면서 절절한 눈물의 고백을 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금세 밝아진 둘이었다.

괴물들의 똥멍청이 짓에 둘 다 두려움이 어느 정도 희석된 모양이었다.


어이없게 똥 볼을 차 주는 상대를 보고 둘 모두 갑자기 여유로운 척 허세를 부리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방심을 할 정도로 마음이 풀어진 것은 아니었다.

사실 소멸 직전의 상황에서 펑펑 울면서 털어놓은 얘기들 때문에, 서로 민망해서 꼴값들을 떨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하지운은 승아에게 말을 걸면서도 손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등과 뒤통수의 가시를 날리고 아직 다 돌아서지도 못한 괴물들의 머리통에 손도끼를 정신없이 날리고 있었다.


클러필의 대장간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쇠붙이 중 쓸 만해 보이는 건 다 주워 왔다.

그리고 그것들을 정말 요긴하게 잘 써먹고 있었다.

지금도 투척용 손도끼 열 자루로 남아 있던 호저머리 열여덟 마리 중 절반 이상을 순식간에 골로 보내 버렸다.


서른두 마리가 와서 여덟 마리만 남았다.

이제는 남은 괴물 놈들의 동공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방금 전까지 오줌을 뚝뚝 흘리면서, 눈물을 글썽이던 하지운의 입에 비열한 웃음이 맺혔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수천 개의 가시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바닥에 갈고리 같은 돌기가 박히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 정도는 상관없었다.

놈들이 보는 앞에서 양손을 교차하면서 열심히 창 돌리기 시범을 보여 줬다.


‘나 멋있지?’ 하는 표정으로 놈들을 보니, ‘뭐 이런 병신이 다 있지?’ 하는 표정으로 응수했다.

마음에 안 들어서 가장 가까이 있는 놈 면상에 후딱 집어던졌다.


바로 한 놈이 더 죽어 버리자 놈들이 다시 가시를 세우고 발사했다.

놈들도 일곱밖에 남지 않아 포위 대형은 진작에 깨져 버렸다.

살아남은 놈들이 불안해서 서로 모이다 보니, 어떻게 일렬로 서서 쏘는 형태가 되었다.


가시가 날아오는 방향이 한 방향이다 보니 굳이 피할 필요가 없어졌다.

어느새 꺼내 든 사슬을 돌려 전면을 방어했다.

혹시라도 가시에 맞고 사슬이 끊어질 것이 우려돼, 미리 뒷걸음질 쳐서 거리도 확보해 두었다.


대략 이십 미터 거리에서 이백 발이 넘는 가시를 무난하게 다 쳐냈다.

오른손으로 사슬을 당기면서 왼 손바닥으로 사슬 표면을 확인했는데, 긁히기는 했어도 심각할 정도로 금이 간 곳은 없었다.


가시를 뽑으면서 느꼈지만 크기에 비해 무게가 가볍다.

털이 바짝 서면서 날카로운 가시로 변형된 상태라, 성분 자체가 무게가 나갈 만한 것은 없어 보였다.

뿔이나 맹수의 송곳니처럼 원래 굳건하게 돋아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건 코끼리나 코뿔소의 뿔 같은 개념으로 보면 안 돼! 필요할 때만 세워서 단단해지는 게 흡사 거시기...’

‘아! 쪼옴! 지운아... 제발 닥쳐...’


그녀의 일갈에 바로 집중해서 다시 놈들의 주 무기를 분석했다.


무게가 가볍다 보니 거리가 어느 정도 멀어지면 파괴력이 크게 나오기 힘들어 보였다.

피부가 쇠심줄처럼 질긴 하지운이 하반신이 걸레가 되도록 당했던 이유도 그냥 방심 때문이었다.


오 미터도 안 되는 초근접 거리까지 아무런 대비도 없이 뛰어들었으니 그 꼴이 난 것이다.

오히려 그 거리에서 상체로 날아오는 스무 발이 넘는 가시를 다 쳐낸 것이 가상한 일이었다.


“두 번째로 흡수한 능력인데, 자세하게 관찰해 주마. 한 놈 한 놈 죽여 가면서, 아주 해부를 해 줄 테니 기대하자!”


놈들의 뻘짓을 보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 하지운은 강탈한 ‘가시 투사’ 능력을 흡수했다.

능력 강탈이 사십오 레벨이 되어서, ‘가시 투사’ 능력이 이십 레벨인 상태로 흡수되었다.


‘능력 강탈’은 삼십 레벨부터 강탈한 능력에 십 레벨을 붙인 상태로 흡수한다.

그러고는 ‘능력 강탈’의 레벨이 십씩 올라갈 때마다, 강탈한 능력도 십 레벨씩 증가된 상태로 흡수된다.


그래서 ‘가시’ 능력이 이십 레벨이 된 상태로 흡수된 것이다.

호저머리 한 놈을 죽일 때 붙는 경험치가 0.02퍼센트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그놈들 천 마리를 이미 죽인 상태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운이 도마뱀들을 죽자 사자 쫓아다니면서 집요하게 죽여 댄 이유 중 하나가 이것 때문이었다.


호저머리 괴물 자체가 가시를 쏘는 것 빼면 다른 재주라 할 것이 없었다.

털을 물고 있는 부위를 빼면, 근육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덩치가 큰 것도 아니다.

몸에 난 가시를 다 쏘고 나면, 그냥 동물 탈 쓴 제모가 완벽히 된 후덕한 노출남이 돼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매끈한 피부를 자랑하며 호저머리 괴물 일곱 마리가 바닥을 기었다.

놈들 모두 허벅지랑 장딴지에 자신들의 가시를 하나씩 꽂고 피를 질질 흘리고 있었다.

물론 오줌도 질질 싸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걸로 하지운을 열심히 놀리던 놈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싸 갈기고 있었다.


그래도 하지운은 그들을 조롱하지 않았다.

저승 문턱까지 다녀와서 사람이 성숙해졌냐면, 안타깝게도 그건 결코 아니었다.


단지 놈들의 몸을 유심히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뿐이다.

놈들의 몸에서 잔털이 조금씩 자라나는 것이 보였다.

상식을 벗어난 속도였다.

이놈들 DNA를 확보해서 지구로 돌아가면 탈모 치료제 개발에 한 획을 그을 것 같았다.


조금만 지나면 다시 몸이 털로 덮일 것이고, 또다시 지루한 전투를 반복해야 할 것이다.


“아쉽긴 한데 다음 관찰은 네 친구들 찾아가서 해야겠다. 내가 좀 쉬어야 하니까 니들은 일단 죽자.”


뭔 소리인지도 못 알아들으면서 느낌만으로 알았는지 호저머리들이 몸부림을 치면서 격렬하게 땅을 기었다.


측은지심이 날 때부터 희박했던 하지운이 놈들의 다리에 꽂혀 있던 가시를 뽑아 머리에 대충 집어던졌다.

금세 일곱 마리 모두 얌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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