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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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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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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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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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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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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파이어 (4)

DUMMY

69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리가 풀려 잠시도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이유는 알 수가 없는데, 눈물이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비명이 따라 나올 것 같았다.

바닥을 뒹굴며 몸부림이라도 치고 싶었다.


갑자기 느껴진 엄청난 상실감에, 하지운은 자신의 정신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아... 어쩌지... 얘들 둘이 서로 엄청 좋아하고 있었나 보네. 떨어뜨려 놓기가 무섭게, 둘 다 울고불고 난리네. 아가, 진정 좀 해 봐라.”


눈물로 가득 차 뿌예진 시야 너머로, 눈이 부시게 빛나는 존재가 내려앉고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선녀였다.

천상에서 홍보물을 찍으면, 표지 모델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만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선녀였다.


그 선녀가 하지운의 머리 위에 살포시 손을 갖다 대었다.

뭔가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 같은 것이 밀려들어 왔다.

그와 동시에 하지운의 머릿속도 점점 진정이 되어 갔다.

눈물도 멈추고, 미친 듯이 요동치던 심장도 다시 얌전해졌다.


선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하지운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부림치느라 먼지투성이인 몸을 대충 털고는, 수납장에서 고쟁이를 꺼냈다.

불구덩이에 들어가느라 옷을 홀딱 벗고 있었다.

처음 뵙는 분 앞에서 실례가 많다는 생각을 하며, 속옷이라도 입고 있자는 생각에 잽싸게 끌어올렸다.


원래 조금 넉넉한 사이즈였는데 이상하게 아주 꽉 끼었다.

속옷마저 레깅스가 되어 버린 것이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민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인사부터 하였다.


“저... 처음 뵙겠습니다. 하지운이라고 합니다. 저기... 처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제가 아직 성함을 몰라서... 승아처럼 고조선 언니라고 하는 건, 너무 듣기 거북하실 거 같아서요.”

“처형... 좋네. 그렇게 불러라. 눈치가 빠른 아이구나. 대화가 빨리빨리 진행될 거 같아, 벌써 흡족하구나. 귀여운 꼬마야, 반갑다. 네가 승아 그 아이의 배필이구나.”

“배필... 네! 제가 승아와 교제 중인 놈입니다. 승아의 직장 상사분이신데... 제가 음료수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차린 게 없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우리 승아 많이 예뻐해 주세요! 애가 참 착합니다!”

“흐읍... 너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재밌구나. 일단 미안하다. 우리가 이번 이벤트를 너무 급하게 준비하느라, 착오가 많다. 승아 그 아이를 네 머릿속에 집어넣는 게 아니었는데... 네가 그 와중에 너무 큰 고통을 겪은 거 같아, 내 마음이 많이 안 좋구나.”

“아휴, 무슨 말씀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요. 괜찮습니다.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그럴 수도 있죠. 승아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분들이신데... 저한테도 가족이죠.”

“크흑... 그래그래. 너 애가 참 싹싹하구나. 승아가 남자 보는 눈이 있네. 뭐 일단 시간이 많지 않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자. 네가 겪은 고통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선물을 주겠다. 그래, 뭐가 갖고 싶으냐?”


하지운의 눈이 번쩍 뜨였다.

마법사가 되자마자, 선녀가 나타나 선물까지 안겨 주겠다고 한다.

하지운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오랜만이네요, 선배님.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은 무슨. 두 달도 안 됐다, 얘.”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그리고 절 이렇게 빼내셔도 돼요? 저 지운이랑 끝까지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요?”

“맹세야 당연히 유효하지. 그냥 네 근무지만 변경시키는 거지, 뭐.”

“왜... 하필 지금이에요?”

“아, 그 애가 금제를 제 손으로 깨 버렸잖아. 이제부터 그 애는 집중 관리 대상이야. 야, 세상에... 그런 미친 방법으로 금제를 깨는 또라이가 있을 줄이야... 원래도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정말 미친놈이더라. 크흐흑.”

“선배님... 좀 조심해서 말씀해 주세요! 제 남자 친구예요!”

“아, 미안. 그런데 그 놈의 선배님 좀 안 하면 안 되니? 넌 꼭 화낼 때마다 호칭을 바꾸더라.”

“죄송해요. 지금은 정말 언니라고 부르기 싫어요.”

“야, 나 지금 네 남자 친구랑 만나고 있거든. 얘는 나한테 별 불만 없어 보여. 애가 싹싹해. 널 예뻐해 달란다. 얘 엄청 웃긴다.”

“지운이한테 왜 그랬어요?”

“뭘?”

“왜 금제를 계속 추가하셨냐고요!”

“아오, 소리 좀 지르지 마. 승아야, 너 목소리가 너무 커. 작게 말해도 다 들려. 그리고 왜 추가했냐니. 네 애인은 말 안 해 줘도, 이미 납득을 하고 있던데. 너는 저승의 일원이면서, 그걸 묻고 있니?”

“이미 경험치에다가 제재를 가하셨잖아요! 아니, ‘재생’ 경험치가 0.00001퍼센트가 뭐예요? 제가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란 줄 아세요? 지운이가 컴플레인 걸어서 뭔 소리인가 하고 봤다가, 기겁을 했다고요. 오십 배로 늘리는 게 말이 돼요?”

“왜 안 되니? 그러는 너야말로, 본체의 잔여 영혼을 직접 통제하는 게 말이 되니? 그건 네 애인이 직접 상대하게 뒀어야지. 귀신 생활 하루 이틀 하니?”

“그건... 그러면 그 호저는요! 원래 그런 놈이 아니었잖아요! 가시가 튀어 나가는 건 그렇다고 쳐요. 그 독은 도대체 뭐예요? 지운이가 쓰고 있는 몸은 삼 등급 최상품이에요! 웬만한 독에는 반응도 안 한다고요! 중독된 줄도 모르고, 저도 모르게 그냥 오줌으로 배출시켜 버리는 그런 몸이에요. 그런데, 그런 애가 환각을 봤다고요. 미치기 직전까지 갔었어요!”

“아, 괴물들이 너무 밋밋해서 업데이트를 조금 했어. 그런데 네가 그 애의 머릿속에 있으니, 정보를 전달해 줄 수가 없잖니. 그래서 이렇게 꺼내 줬잖아.”

“그러면! 마법은 왜! 왜 다 틀어막으셨어요?”

“네가 게임을 포기하고, 소멸을 선택한 참가자를 돌려세웠잖아. 그것도 기밀 사항까지 다 털어놓으면서 말야. 거듭 말하지만, 네 애인은 전부 납득했어. 제재가 아주 적당했다고 인정하고 있던데.”

“바보 같은 자식이... 그리고 그 애가 소멸되면 저도 자동으로 소멸인데, 제가 소멸되는 게 두려워서, 걔를 설득한 것이 그렇게 잘못한 거예요? 제가 아무 것도 안 해 보고, 순순히 소멸되었어야 했던 거냐고요?”

“......”

“애초에 제 발로 걔 머릿속에 들어간 게 아니잖아요! 제가 정말 그 속에서 아무것도 안 할 줄 아셨어요?”

“소리 좀 지르지 말라니까. 내가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네가 너무 소리를 빽빽 지르니까, 나도 화가 나서 한마디 해야겠다.”

“뭘요?”

“먹는 거 가지고 뭐라 안 하려고 했는데, 빵은 그렇다 치자. 너 요즘 아예 밥상을 차리더라.”

“아...”

“갈비탕이 뭐니? 네 남자 친구 여기 먹방 찍으러 왔니? 아주 막 나가는 거야? 해물파전에 갈비찜도 했더라. 요즘 신부 수업 받니?”

“그, 그건... 제가 마법 때문에 살짝... 감정이 격해져서... 지운이가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요... 밥이라도 든든히 먹으라고... 죄송해요...”

“그래그래, 밥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고 하지 뭐. 하지만 총은 아니지. 미쳤니? 당장 그 애랑 같이 소멸시켜 줄까?”


그 순간 승아가 고조선 언니의 발 앞에 납작 엎드렸다.

순식간에 바뀐 상사의 말투에, 겁을 집어먹은 승아가 반항을 포기해 버렸다.

하지운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은 까불면 안 될 것 같았다.


“언니!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지운이는 아무 잘못도 없잖아요! 제가 잠시 미쳤었어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내가 요즘 군대를 잘 모르잖아. 그래서, 너희 바로 위 세대 아가들 중에, 군 생활하다 죽은 애가 있잖니. 걔를 불러서 네가 만든 것들을 목록을 만들어서 줬거든.”

“아아...”

“잠시 미친 게 아니던데. 제대로 미쳤던데. 이게 뭐야? 엠육십... 엠육영... 뭐 어쨌든 이 덩치 큰 총, 네 애인이 군대에서 써 본 거라면서? 제정신이니? 군필자에게 손에 익은 총을 줬네, 이 용의주도한 년이. 이 총으로 마법사들 다 쏘아 죽이라는 거였니?”

“진짜 잘못했어요! 언니!”

“근데, 이 교활한 년아. 저격총은 또 왜 줬니? 이거... 뭐라고 읽는 거야?”

“샤... 샤이택이요...”

“목록 읽어 보고, 걔가 기겁을 하더라. 널 당장 떼어 놔야 한다고 난리던데. 이 총이 엄청 좋은 거라면서?”

“그, 그게 지운이가 하던 게임에 나온 거라서... 저도 알고 만든 게 아니라... 그냥 아는 게 그거라서... 그, 그래도 한 번도 쏜 적은 없잖아요! 지운이가 바로 거부했다고요!”

“그래서 지금 네가 말로 혼나잖니. 네 남자 친구가 너보다는 철이 들어서. 그걸 거기서 한 발이라도 쐈으면, 너희 둘이 어떻게 됐겠니?”

“소멸...됐겠죠...”

“승아야, 널 어쩌면 좋니. 이 철없는 년아.”

“살려 주세요... 잘못했어요...”

“네 남자 친구가 집중 관리에 들어가서 너도 중요해졌어. 소멸될 일은 없어. 걱정 마.”

“저, 정말요?”

“어, 그 대신 까불지 마.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혼나고 싶지 않으면.”

“네...”

“그런데... 너 걔한테 같이 자자고 했니?”

“네? 아! 그, 그게요!”

“아이고, 이 미친년아. 너 한동안 네 집에 틀어박혀 있어. 나오지 마.”

“왜, 왜요?”

“너 요즘 저승에서... 일단 네 별명... 뭔 줄 알아?”

“예? 제가 별명이 있어요?”

“어, 임평강이야. 일편단심 임평강. 걔도... 너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미친년을 어쩔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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