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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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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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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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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숲 (13)

DUMMY

64화


가시의 지속 시간이 십 분이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일 분이 남았을 때, 하지운의 지랄에 지쳐서 널브러져 있던, 승아가 꾸역꾸역 일어나 경고를 해 줬다.


그 말을 듣고 무심결에 가시를 확인해 본 하지운은 대경해서, 눈알이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족장님의 바람에 집중적으로 처맞은, 좌우 어깨 부위의 가시들이 심각할 정도로 금이 가 있던 것이다.


승아의 경고가 아니었으면, 멍멍이들과의 술래잡기 놀이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금쪽같은 방어구가 어떤 꼴이 나고 있는지도 모를 뻔했다.


삼십 초가 남았다는 말을 듣고 가시들을 최대 길이로 늘려 발사해 봤다.


호저들과는 다르게 하지운의 몸에서 돋아나는 가시는, 최대로 늘릴 수 있는, 길이가 부위에 상관없이 일정하다.

호저들에게서 뺏은 능력이지만, 갈기털과 다른 털의 크기 차이 같은 특징은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어느 부위에서 발사하든, 파괴력의 차이는 거의 없다.


만약 신체 부위마다 가시의 위력에 차이가 있었다면, 그때그때의 상황마다 상대에게 들이미는 부위를 바꿔 줘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증가했을 것이고 말이다.


‘갈기털과 개념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머리털과 자... 거시기 털인데... 머리털을 다 쏘고 나면, 거시기를 들이밀어야 했을 수도 있는 거였네... 그래도 저승에 계신 분들이 그 정도로 상식이 없지는 않으시구나.’

‘당연하지... 이 미친 썸남 새끼야...’


뭐 어쨌든 갑옷 노릇을 하고 있는 가시들을 교체하기 위해, 이미 사용 중이던 것들을 발사했다.

그리고 하지운은 또다시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고, 공중 폭발탄! 에얼벌쓰뜨 웨쁜 씨스텀!’


심각하게 손상이 가 있던 가시를 열 배가 넘는 길이로 늘려서, 고속으로 발사했다.

생각해 보면 날아가다 박살 나는 것이 당연했다.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에 얼른 발사해야 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보니, 날아가던 가시가 어떻게 될지는 생각 못했던 것이다.


‘미친! 이렇게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니! 초능력의 세계는 그 범용성이 무량하구나! 본좌는 탄복했다!’


지금쯤이면 들려야 될 승아의 쌍욕이 도착하질 않는다.

많이 지친 모양이다.

썸녀 이상 여친 애매 수준의, 미녀가 날려 주는 쌍욕을 즐기던 변태 하지운은 서운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도 좀 쉬자... 이 변태 새끼야. 그리고 앞이나 똑바로 봐. 쟤 개빡쳤어. 저놈... 우습게 보지 마. 하위 레벨에서는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놈이야.’


방금 하지운이 날린 공중 폭발탄 때문에, 여우머리 전사들의 상태가 많이 거시기했다.

목불인견의 참상이란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의도치 않게, 족장님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 준 여우머리 전사가 숨을 거두었다.

족장님의 표정이 실로 묘하기 그지없었다.


한없이 분노한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달관한 것 같기도 한데, 또 한없이 서글퍼 보이기도 했다.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표현했던,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누군가가 떠올라 족장님의 면상과 겹쳐 보였다.


‘웃으면 안 되는 상황 같은데... 미치겠네! 집중하자! 집중!’

‘아오... 이 소시오패스 새끼... 이 상황에... 내가 앓느니 죽지!’

‘안 웃으려 노력하고 있어...’

‘다시 욕해 준다고 좋아하지 마! 그게 노력하는 자세야?’

‘아, 잠깐! 쟤 마력 모은다.’

‘아! 조심해, 지운아!’


이런 놈도 썸남이라고 각별히 챙기는 처녀 귀신 승아였다.


다시 족장님이 미친 듯이 날리는 바람의 칼날을, 양손으로 가볍게 원투를 치면서, 하나하나 다 쳐냈다.

하지운은 현재 검증을 완전히 마친 방어구로, 전신을 빼곡히 가리고서, 족장의 마법을 상대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덕에, 아까와는 달리, 놓치는 것 하나 없이 여유 있게 마법 공격을 쳐내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고, 소리와 기운만 느껴지는 흉기를 감각만으로 상대하고 있는 하지운이다.

여친 비스무리한 미인 앞에서 같잖은 허세를 부리고는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이 하지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모를 정도로, 정신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스스로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감각이 극도로 날카로워지고 있는 것을 말이다.


첫날에 흡수한 로저의 기억을 통해, 거버스와의 전투 장면도 그동안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떠올려 봐 왔다.

거버스나, 지금 상대하고 있는 여우머리 족장이나 사용할 수 있는 마법 기술이 달랑 하나다.


물론 거버스의 경우 ‘불의 창’ 외에, 불덩이를 만들어서 그대로 대충 던지는 기술도 있다.

이딴 것을 기술로 쳐줄 경우 두 가지이지만, 어쨌든 이 동네에서 접한 마법사들의 공통점은 응용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운이 본 판타지 관련 콘텐츠 중에 마법사가 등장하지 않은 작품은 없다.

그리고 그 마법사들 중에 사용하는 마법이 다섯 개도 채 안 되는, 물론 철저히 하지운의 관점에서 보자면, 개좆밥 같은 인간 혹은 유사인간은 없었다.


그런데 이 동네 마법사라는 것들은 쓸 수 있는 마법이 꼴랑 하나다.

거기다 그 마법 기술이라는 것들도, 전직 작가인 하지운의 시선으로 보면, 너무 단조롭고 지루해 보이는 것들뿐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러면 이런 상황이 눈앞의 여우를 비롯한 “이 동네 돌대가리 같은 마법사 놈들의 상상력 부족 때문에 생긴 일이다.”라고 말할 수 있냐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운은 현재 족장 놈이 마력을 일으켜서 바람의 마법 원소를 끌어와, 그 것을 ‘칼날’로 가공하여, 자신에게 날리는 그 모든 과정을 천 번이 넘도록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 중에 음산한 목소리로 마법 주문을 외우는 것 등의, 개멋있는, 행위 같은 것은 안타깝게도 일절 없었다.

대신 모든 과정을, 의지력 같은, 머리통을 기반으로 한 어떤 지배력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었다.


‘이 새끼의 몸뚱어리가 가장 친숙하게 감응할 수 있는, 마법의 원소는 바람이다. 그 바람을 느끼고, 그 느낀 것을 가지고, 제 놈의 대굴빡 역량으로 이것저것 만들어 봐 왔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 바람의 칼날이라는 것이, 이 새끼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기술이라는 거겠지.’


이번에는 하지운의 추론이 맞았다.

그리고 사실 여우머리 족장은 기술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강풍을 일으켜 목표물을 날려 버리는, 거버스의 불덩이 대충 던지기와 비슷한, 기초적인 기술이다.


그래도 개돼지나 어설프게 강화된 인간 정도는 순식간에 수십 미터 밖으로 날려 버릴 수 있다.

내장이나 사지 중 최소 하나를 그 자리에서 박살 낼 수 있는, 살벌하기 짝이 없는 능력이다.


단지 하지운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아, 족장 놈이 처음부터 사용을 자제한 것뿐이다.


만약 족장 놈이 시험 삼아서라도 한번 사용했다면, 하지운의 구역질 나는 칭찬이 뒤따랐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고, 시원해라! 우리 멍멍이 재롱이 참으로 귀엽구나! 이 할아비가 상으로 우리 멍멍이 꼬추 한번 만져 줘야겠다!” 같은 전형적인 하지운스러운 조롱 말이다.


하지운으로서는 여우머리 족장을 통해, 얻을 것은 다 얻은 상태다.

이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 이상 족장 놈이 마법을 쓰게 해서도 안 될 것 같아 보였다.

놈이 자신의 생명력을 쥐어짜 내고 있는 느낌이다.

마력만 사용하고 있을 텐데, 이상하게 놈이 그새 늙은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마력과 생명력은 그 근원이 엄연히 다른 힘임에도, 분명히 족장 놈의 생명력이 점점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는 기껏 놈의 심장을 뽑아내 봤자, 얻는 것도 하나 없이, 피만 뒤집어쓰는 헛짓거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운의 양손에 어느새 쇠붙이가 하나씩 쥐어져 있다.

오른손에는 사슬, 왼손에 잡혀 있는 것은 날 길이가 오십 센티 정도 되는 단검이었다.


“그만 애쓰고, 부하들 만나러 가라. 너 기다리느라 다들 지쳤겠다. 아무리 후려 갈겨도 안 되는 걸 어쩌겠냐? 아! 그리고... 내가 정말 깔끔하게 죽여주고 싶어서 그러는데... 목 좀 내밀어 주면 안 되냐? 너도 고통 없이 죽으니 서로 좋은 거잖아. 안 그래?”


뭐라고 계속 씨불이는 하지운을 보면서, 점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족장님이었다.

분명히 서로 언어가 통하지는 않는데, 표정과 말투만 봐도, 무슨 뜻인지 얼추 해석이 되는 신기한 상황이었다.


자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침략자 놈을 보면서, 분노가 극에 달한 족장 여우가 온몸의 기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하지운의 발이 놈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당연히 손바닥과 발바닥에까지 가시를 세우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즉사하지는 않았다.


“이 새끼가! 나더러 뭐 주워 먹으라고, 기력을 다 터뜨리고 지랄이야! 아우, 씨발... 큰일 날 뻔했네...”


노회한 족장 놈도 아끼던 수하들이 몰살당하자,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긴박한 순간에, 위험한 적을 근거리에 두고, 허점을 잔뜩 노출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말이다.


순식간에 바닥에 처박혔던 족장 놈이 그새 정신을 차리고, 배를 움켜쥔 채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작가의말


 일요일마다 청소와 정리를 하는데, 지난 주에는 글을 마저 쓰느라 하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하게 되었고, 죄송하지만 오늘... 삼십 분 지났네요. 화요일을 월요일 삼아 이번 주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늦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에서라도 이유를 적어 봤습니다.

 항상 늦어도 악플 하나 없는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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