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새글

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0:14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23,125
추천수 :
530
글자수 :
951,721

작성
23.08.30 20:54
조회
87
추천
3
글자
9쪽

캠프파이어 (5)

DUMMY

70화


“공개 열애 중인 화제의 미녀 귀신 임평강! 오랜만이야! 너 요즘 엄청 핫해! 난 너희 커플 보느라고, 드라마도 안 봐. 어찌나 재밌던지.”

“언니도 오셨어요...”

“근데 넌... 내가 몇 번을 말해 줬는데... 앗싸리아가 뭐니?”

“죄송해요! 제가 기억력이...”

“남자 친구 괴상한 취향은 다 꿰고 있더만. 그만큼 네가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거지.”

“언니... 제발...”

“야, 근데 얘 남친이 선물 뭐 달래?”

“야, 진짜 웃겨! 뭐 달라는지 알아?”

“모르니까 묻지. 야, 그냥 내가 내려다볼게.”

“해독제 달래. 제 몸에 있는 가시 있잖아. 그거 해독제 달라는데.”

“그걸 왜?”

“그러니까 그걸 왜요? 지운이 이 등신! 성검 같은 거라도 달라고 했어야지!”

“열녀 났네. 열녀 났어.”

“승아야.”

“네, 언니.”

“언니들 말씀 중에 끼어들지 말고, 저기서 손 들고 있어. 뭘 잘했다고.”

“네...”

“왜 애 기를 죽이고 그래? 쟤 덕에 요즘 재밌었는데.”

“그런 소리 마. 우리가 예쁘다고 끼고도니까, 애가 막 나가잖아. 그때 쟤 남자 친구 짐칸 못 봤어? 내가 기가 차서.”

“크큭. 내가 그것만 생각하면... 아우, 배야... 자동차에, 시계에, 정장도 있더라. 둘이 쫙 빼입고 무도회라도 가는 줄 알았지.”

“저 미친년. 저...”

“그래서 해독제는 왜 달라는데?”

“다른 참가자들한테 궁금한 게 많다더라. 가시 맞고 맹독에 즉사하면, 고문할 시간이 없잖아. 그래서.”

“제가 먹을 게 아니고? 고문할 놈들한테 먹이려고? 크흐흑.”

“그래서 그냥 제 놈 피를 먹이라고 일러 줬어. 당연히 제 몸에 항체가 생겼을 텐데, 그걸 모르더라고.”

“아, 그러면 선물 다시 골라야 하잖아. 골랐어?”

“아니, 그냥 내가 지금 골라 주려고. 내일까지 고민할 기세야.”

“야, 너 옷 주려고 그러지? 너, 옷은 안 된다.”

“내 주변에 변태년은 승아 쟤 하나로 족해. 너까지 지랄하지 마.”

“아니, 내가 그런 의도로...”

“입 다물어. 그리고 걔 승아랑 교제 중이야. 훔쳐볼 게 따로 있지.”

“야! 나한테는 까마득한 아기야. 귀여워서 그러지.”

“얘한테 얼른 선물 주고 연결 끊어야겠다. 승아 저것이나 혼 좀 더 내야지.”

“나도 가서 인사나 할까?”

“관둬. 얘 앞으로 얼굴 볼 일 많을 거 같은데, 나중에 보면 되지.”


선택 장애가 다시 도진 하지운은 한 시간이 넘도록 늪가를 서성이며, 혼자서 광란의 브레인스토밍을 이어 가고 있었다.

받고 싶은 선물이 안 떠올라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떠올라서 문제였다.


“아무래도 너한테 계속 맡겨 두었다가는 밤을 샐 것 같구나. 내가 직접 골라 주마.”

“아! 죄송합니다. 제가 좀 욕심이 많아서...”

“옷을 한 벌 만들어 주마. 네 능력에 맞게 특성들을 심어 주겠다.”

“특성이요?”

“형태 변형, 자동 복구, 자동 세척. 이 세 가지 정도면 완벽하지 않느냐? 어차피 평범한 옷은 입고 다니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아아! 완벽합니다! 고져스! 기가 막힙니다!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아이디어를!”

“진심으로 기뻐하니, 나도 만족스럽구나. 그리고 너도 느껴서 알고 있겠지만, 승아는 저승으로 불러들였다.”

“아... 그래서 아까 그렇게...”

“너희 둘의 교감이 지나치게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서, 그랬던 것이지.”

“승아는... 괜찮나요?”

“걱정 마라. 혼은 좀 나겠지만, 잠시 근신 후 다른 업무를 부여받을 거다.”

“혼이요? 그 애가 잘못한 건...”

“많지. 꼴이 우습게도, 저승 소속의 아이가 사고 치고, 참가자가 몸으로 때운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괜히 너에게 선물을 주었겠느냐.”

“그럼... 선물은 안 받아도 좋으니, 우리 승아 좀 용서해 주세요!”

“용서는 이미 했다, 기특한 꼬마야. 저승의 호의를 거절하겠다니,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구나.”

“감사히 받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크흡. 앞으로 관리자는.”

“저, 관리자 없어도 되는데요. 공지 사항은 그냥 문자 메시지로 보내 주시면 안 될까요?”

“불편하지 않겠느냐?”

“남자 목소리가 귓속에서 들리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요. 다른 여자 목소리를 굳이 들으면서, 승아 눈치를 보고 싶지도 않네요.”

“허... 그래라. 네가 그게 편하다면, 그렇게 해 주지 뭐.”

“감사합니다, 처형!”

“오냐, 제부. 그리고 네놈 수납장 속에 있는 음식들은, 물만 제외하고, 전부 수거해 가겠다. 그렇게 알아라.”

“네...”

“기본 호밀빵이라도 대신 받겠느냐?”

“아, 아닙니다. 옷 살 돈도 굳었는데, 마을에 가서 제가 직접 사다 먹겠습니다.”

“그러면 이만, 나는 가 보마. 앞으로의 여행도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룻밤만, 네놈이 잠이 들면, 네놈 머릿속에 승아를 보내 주마. 그 애가 하도 울고불고 떼를 써서 그러기로 했다. 괜찮으냐? 싫으면 거절해도 된다.”

“거절이라니요! 처형님! 감사합니다! 귀신이시지만 만수무강하세요! 오래오래 무병장수하세요!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세요!”


하지운이 바닥에 몸을 던져, 거듭 고개를 조아렸다.

기쁨이 지나쳐, 주체를 못 한 것이다.

그러다가 살짝 고개를 드니, 선녀 처형께서는 이미 사라지신 이후였다.


“이제 승아와 나는 저승의 인증을 받은 주말 커플이다! 나는 심지어 마법사다! 씨발! 판타지 세상 존나 좋군!”


정말 기뻤던 하지운이 공중제비를 연속해서 열여덟 바퀴나 돌았다.

그러고도 흥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는 쌍따봉을 날리며 탭 댄스를 추었다.

그리고 결국 고쟁이가 터져 버렸다.


그래도 걱정이 없었다.

수납장 속에 선녀님이 주고 가신 신상 맞춤복이 한 벌 있다.

당장 소환해서 입어 봤다.


알몸에 벨트 하나만 차고 있다.

처형분이 변태 성향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이상한 걸 주고 가셨다.

꼴랑 벨트 하나에 특성을 세 가지나 주입해서 주시다니, 정말 감읍할 따름이었다.


“특성이 뭐뭐 있었더라... 형태 변형하고... 또... 잠깐! 형태 변형!”


하지운이 머릿속으로 후드 티에 청바지 그리고 삼선 슬리퍼를 떠올려 보았다.

전생에 가장 자주 입었던 복장이다.


벨트에서 수십 가닥의 시커먼 천이 촉수처럼 튀어나와, 순식간에 하지운의 전신을 휘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동네 편의점에 맥주 사러 가던 바로 그 복장으로 탈바꿈하였다.


침을 꿀꺽 삼키면서, 상태창에 있는 전신 거울 기능을 작동시켰다.

정말 전생에 지겹도록 입었던, 자신의 평상복 차림 그대로였다.

단지 사이즈가 엄청시리 커진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었다.


그런데 거울을 보던 하지운의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누구지? 이 새끼는... 너... 나니?”


대답이 있을 리가 없다.

승아도 끌려가 버렸고, 이곳에는 지금 자신 혼자뿐이다.

근방의 호저머리들도 지긋지긋한 괴수가 또 나타나자, 일찌감치 피난 가 버렸다.


“세상에... 이제는 하다 하다 환골탈태까지 한 거야? 근데, 여기는 판타지 세계관인데... 이런 무협 느낌 충만한 돌발 이벤트가 가능한 거였어? 완전 퓨전인데!”


고쟁이가 꽉 낀 이유가 있었다.

몸이 더 커졌다.

키가 이제는 무려 이 미터 팔십에 다다른 하지운이다.


머리색부터가 잘못되었다.

분명 로저의 대굴빡은 밝은 금색의 터럭으로 덮여 있었다.

순금은 아니고 한 십사 케이 정도 되는 살짝 누리끼리한 색이었다.


지금의 주황빛에 가까운 밝은 갈색이 아니었다.

그가 홍염의 지랄을 떨기 전에 처먹은 여우머리 족장 놈의 피가, 육체의 어떤 진화 과정 중에 흡수되긴 했던 모양이다.

놈의 시뻘건 터럭이 로저 놈의 금발과 섞이면, 딱 이런 어중간한 색깔이 나올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정말 잘못된 것은 터럭이 아니라 면상이었다.


우락부락한 육체에 비해, 살짝 곱상한 미남이었던 로저였다.

하지운이 처음 그 얼굴을 보고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당장 손거울이 없다는 사실에 한탄을 했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새로운 낯짝에 딥 키스라도 갈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하지운의 표정은 뭔가 오묘한 것을 넘어,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뭐여? 이 기생오래비 같은 면상은... 이게 사내새끼 면상이 맞아? 이게 여장 남자야? 아니면... 남장 여자야?”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가랑이 사이를 점검했다.

멀쩡했다.

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육체가 일종의 진화를 하는 과정 중에, 심지어 그곳까지 진화를 해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은 줄 알았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인연 (2) +2 23.09.05 94 3 9쪽
74 인연 (1) 23.09.03 95 3 10쪽
73 캠프파이어 (7) 23.09.02 98 5 10쪽
72 캠프파이어 (6) 23.08.31 91 3 10쪽
» 캠프파이어 (5) 23.08.30 88 3 9쪽
70 캠프파이어 (4) 23.08.30 88 2 10쪽
69 캠프파이어 (3) +4 23.08.29 98 3 9쪽
68 캠프파이어 (2) 23.08.29 93 3 9쪽
67 캠프파이어 (1) 23.08.26 107 3 9쪽
66 여우의 숲 (14) 23.08.24 99 3 10쪽
65 여우의 숲 (13) 23.08.23 99 3 10쪽
64 여우의 숲 (12) 23.08.21 109 3 10쪽
63 여우의 숲 (11) 23.08.20 126 3 10쪽
62 여우의 숲 (10) +1 23.08.18 115 3 9쪽
61 여우의 숲 (9) 23.08.14 112 3 9쪽
60 여우의 숲 (8) 23.08.12 119 3 9쪽
59 여우의 숲 (7) 23.08.11 118 3 9쪽
58 여우의 숲 (6) +2 23.08.09 123 4 9쪽
57 여우의 숲 (5) +2 23.08.07 124 2 9쪽
56 여우의 숲 (4) +4 23.08.06 127 3 9쪽
55 여우의 숲 (3) 23.08.05 134 3 9쪽
54 여우의 숲 (2) +4 23.08.03 140 3 10쪽
53 여우의 숲 (1) 23.08.02 142 3 11쪽
52 시련 (11) 23.08.01 144 3 10쪽
51 시련 (10) 23.07.30 148 2 9쪽
50 시련 (9) 23.07.28 143 3 9쪽
49 시련 (8) 23.07.27 147 3 10쪽
48 시련 (7) 23.07.26 146 2 11쪽
47 시련 (6) 23.07.24 147 2 10쪽
46 시련 (5) 23.07.22 145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